로고 속 이야기

logo story

로고(Logo)의 역사는 3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무덤에서 출토된 그림을 보면, 이집트 시대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키우는 가축에 식별이 가능한 문양을 새겨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후 인류는 가문, 군대를 대표하는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단순한 식별의 의미를 넘어 자신이 속한 단체에 자긍심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였다. 이처럼 로고는 중세, 근대 사회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 전쟁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로고는 의류, 기업, 단체를 포괄하는 등 굉장히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수많은 패션 브랜드는 각기 개성 있는 로고를 사용하여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그 로고 속에 담긴 이야기는 정작 잘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 입는 브랜드의 로고가 사실 경쟁 기업의 산업스파이가 만든 것이었다면? 전 세계의 멋쟁이들이 사랑하는 로고가 사실 한 예술가의 스타일을 그대로 베껴 만든 것이었다면? 우리고 즐겨 입는 브랜드는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때로는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로고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Lacoste

1. Lacoste

라코스테(Lacoste)의 로고가 악어가 된 이유에는 브랜드 창시자인 장 르네 라코스테(Jean René Lacoste)의 별명과 연관이 있다. 1920년대 중후반을 주름잡던 테니스 스타 라코스테는 세계적인 남자 국제 테니스 대회인 데이비스 컵 대회에서 승리를 견인해 준다면 악어가죽 가방을 선물해주겠다는 주장의 약속을 받아낸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미국의 기자가 라코스테에게 ‘악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악어처럼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그의 경기방식과 맞아 떨어져 ‘악어’ 라코스테는 더욱 명성을 떨쳤다. 이후 라코스테의 친구인 로베르 조르주가 라코스테의 경기복에 악어 자수를 놓아주게 된 것이 악어 로고의 시초이다.

benetton

2. Benetton

칙칙한 무채색의 스웨터들이 고작이었던 1960년대의 직물업계에 화려한 컬러감으로 성공을 이루어낸 베네통은 다채로운 브랜드의 정체성, 즉 ‘United colors’를 로고에 삽입하였다. 초록색 박스에 흰색 타이프로 구성된 이 로고는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기보다는 세계의 정치, 사회문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1991년 베네통은 유럽의 사진작가인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를 광고 디렉터로 채용하면서 사회의 음부에 속하는 주제들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시작한다.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는 베네통의 상품을 선전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고, 자신과 베네통이 공감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수녀와 신부가 입맞춤 하고 있는 사진을 시작으로 전쟁, 에이즈 등 충격적인 사진들로 많은 대중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중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광고였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브랜드의 로고를 삽입하는 베네통의 광고는 의류 브랜드의 마케팅이라고는 믿기 힘든 과감한 시도였다. 비난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베네통이라는 브랜드는 세계에 널리 퍼졌으며, 높은 브랜드 가치를 얻게 되었다. 제품보다 메시지에 주력한 베네통은 로고가 지닌 기본적인 목적성을 뒤틀어버린 독특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nike

3. NIKE+Jumpman

나이키의 로고인 스우시(swoosh)의 탄생비화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력한 스토리는 미대생 캐롤린 데이비슨(Caroline Davison)의 일화다. 그녀가 나이키의 어원인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승리의 V자와 접목시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지금의 나이키 로고라는 것이다. 당시 캐롤린 데이비슨은 35달러의 수당을 받았지만, 추후에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된 스우시 반지와 나이키의 주식을 추가로 받았다고 전해진다.

nike_jumpman

스우시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나이키 에어 조던(Air Jordan)의 점프맨 로고 역시 탄생비화가 존재한다. 1984년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계약을 맺고 조던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피터 무어(Peter moore)라는 디자이너에 의해 처음 에어조던1의 윙스 로고가 만들어졌고, 조던시리즈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나이키는 에어 조던3를 제작할 무렵에 새로운 조던만의 로고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디자이너 피터 무어가 조던을 타사로 빼돌리려고 한 산업스파이였고, 조던시리즈가 실패하기를 바라며 무성의하게 디자인한 것이 지금의 점프맨 로고였다는 것. 피터 무어의 바람과는 달리 점프맨 로고를 단 조던시리즈는 나이키가 스포츠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도록 만들어 주었고, 지금까지도 그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adidas

4. adidas

아디다스의 심볼인 삼선(three stripe)은 1949년 처음으로 고안되었다. 가죽 신발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 끈을 세 번 둘러 묶은 것에 영감을 받아 탄생되었고, 1972년 세 개의 나뭇잎에 삼선이 들어간 ‘트레포일(Trefoil)’로고가 만들어졌다. 줄곧 트레포일 로고를 사용하던 아디다스는 1997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무어(Peter moore)가 새롭게 고안해낸 ‘퍼포먼스(performance)’로고를 만들어낸다. 도전과 성취를 의미하는 ‘산’을 ‘삼선’의 정통성에 걸맞게 현대적인 이미지로 디자인한 것이다.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피터 무어는 바로 에어조던의 점프맨 로고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산업스파이였던 인물이다. 그의 과거가 어찌되었건 간에 피터 무어가 현재 스포츠 의류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두 브랜드의 로고를 창조해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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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ARHARTT

워크웨어로 시작해 12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칼하트(Carhartt)는 1910년, 산업의 성장과 함께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 그 당시 ‘Car’라고 불리던 노면전차와 미시간 주를 포함한 미국 중서부의 ‘Heartland’를 브랜드 이름에 걸고 ‘하트 마크’라는 로고를 사용하였다. 그 후 1966년 그리스 로마에 등장하는 풍요의 뿔(cornucopia)을 모티브 삼아 만들어진 ‘C’ 로고가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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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OBEY

그래피티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작품인 오베이 자이언트(Obey Giant)는 그가 RISD에 재학 중일 때 ‘Andre the Giant’의 얼굴을 모델로 스티커를 제작해 자신의 스케이트보더 친구들에게 나눠줬고, 그것이 일파만파 퍼져 백인 하위계층 젊은이들의 문화 속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셰퍼드 페어리는 프로파간다로 점철된 소비문화 사회를 꼬집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고 그것이 현재 의류 브랜드, 오베이(Obey)를 대표하는 로고가 되었다. 오베이 자이언트 또한 베네통과 비슷한 성격의 로고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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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Versace

베르사체(Versace)는 메두사 로고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하이패션 브랜드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베르사체의 로고에 등장하는 여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메두사를 형상화한 것이다. 원래 메두사는 미모가 굉장히 출중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도리어 자신에게는 화가 되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아테나 신전에서 정을 통하다가 여신 아테나에게 적발되어서 괴물로 변해버렸기 때문. 베르사체는 메두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가져와 성욕과 지나친 매력에 대한 위험성을 로고에 담았다고 한다. 

중세 유럽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많은 기업들은 로고라는 깃발을 치켜세우고 힘과 명예를 얻기 위한 마케팅 전술을 펼치고 있다. 광고 홍보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로고야말로 승리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 현재 소비자들의 구미를 돋우는 브랜드 로고 안에는 대부분 많은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 그리고 당시 시대상이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브랜드를 단순히 심미적 관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주변 이야기를 총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보다 넓은 시각으로 브랜드를 이해하는 방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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