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years ago
INTERVIEW

Jay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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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는 없는 게 없었다. 학용품, 장난감, 다마고치 같은 오락기에서부터 쫀쫀이 같은 불량 식품까지 문방구는 마치 어린이들의 백화점 같았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Jaycy는 그 기억을 작품으로써 추억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단순히 복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감성팔이가 아니다.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보내던 유년 시절을 도화지에 담아 그때의 행복했던 시간을 현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올드스쿨 일러스트레이터’, Jaycy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Jaycy라고 한다. 지금은 시티 키즈(City Kids)라는 팀에서 ‘문방구’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학용품, 장난감과 같은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만들고 있다.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뭐 한 다섯 살 때부터 그렸던 것 같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은 보통  뛰어 놀지 않나?

어떻게 생각해보면 엄마에게 칭찬 받는 게 좋았던 거 아닐까? 실제로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또래 친구들과 말을 잘 섞지 못했다. 지금도 말을 잘 못하는 편이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림이 일종의 해소라면 해소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 있나.

허영만 선생님의 스승인 박문윤 선생님께 배웠다. 중학교 2학년 때인데 당시에 메모지에다가 그린 만화들을 보여드렸더니 그냥 제자로 받아주셨다. 선생님께 펜촉이나 붓 쓰는 법을 한 번도 배운 적은 없지만 종로와 동묘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그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미술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 때문에 학원에도 다닌 적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 곳은 배울 점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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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영감을 준 작품은 무엇인가?

너무 많은데 나 같은 경우는 만화의 영향이 컸다. ‘검정 고무신’을 정말 좋아했고, ‘미스터 부’도 많이 봤다. ‘힙합’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그 중 그림에 가장 영향을 끼친 것은 ‘검정 고무신’이다.

 

예전 작품들을 보면 헌 책이나 찢어진 박스에 그려진 것들이 많다.

종이 살 돈이 없어서 그랬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때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 그 그림들은 나에게 남아있지 않고, 모두 정리했다. 나는 그 시절 그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적으로 외로웠던 때라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과거 스스로를 자주 작품에 노출 시켰던 것도 그 이유에선가?

지금이랑 좀 다른 게 그때는 나를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에 내가 자주 등장했는데 지금 보면 솔직히 좀 오그라든다.

 

지금은 외롭지 않은지.

예전보다는 심적으로 많이 안정된 것 같다. 이전에 없던 긍정적이고 행복한 에너지를그림을 통해 전달하고 싶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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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손으로 그리고 색까지 입히는 아날로그 작업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장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마치 피노키오의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말이다. “이런 사람도 있어야 된다”라는 말을 나는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컴퓨터도 잠깐 배웠는데 포토샵에 히스토리라는 기능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이전으로 돌려서, 그리고 또 돌려서 작업하는 방식은 나와 맞지 않았다. 시간도 훨씬 오래 걸려서 완성을 못하겠더라. 다만 작품에 관해서는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이지, 그렇다고 내가 컴퓨터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솔직히 난 굶어야 한다. 웹툰이 넘쳐나는데 누가 지금 잉크 쓰고 펜촉 쓰고 이러냐는 말이지.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보통은 여자친구를 만난다.

 

특별히 가까이 지내는 아티스트라면?

그래도 비보이 신에 있다 보니 힙합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너무 많아서 다 언급할 순 없지만.

 

그림이 취미에서 직업이라고 느껴졌던 시점은 언제인가.

리쌍 8집 앨범의 아트 워크를 맡았을 때. 작품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초심자 정신’과 ‘취미가 정신’이다. 어떤 사람이건 정말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기 마련이고, 그것에는 어떤 이유도 필요치 않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지. 근데 이걸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내 머릿속에서 창작에 대한 즐거움을 얻기 힘들어진다. 업이지만, 직업이 맞지만 그걸 좀 내려놓고 작업하고 있다.

 

수익적인 면은 어떤가?

간간히 먹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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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 ‘Unplugged’ 앨범 아트 워크가 공개되었을 때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리쌍 작업 이후 사람들에게 주목도 많이 받고, 힘이 되었다. 항상 인터뷰 때마다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개리 형, 길 형 모두 어떻게 보면 은인 같은 사람들이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

딱히 없었다. 시간도 넉넉했다. 개리 형이 작업에 대해 많이 배려해주셨기 때문에 내 앨범 같은 애착을 가지고 했다. 단지 ‘더 잘 그릴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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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키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서른 살 즈음에 친구들이랑 소주를 먹다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공간이 어디였을까?’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공통적으로 문방구라는 공간을 이야기했고,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 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문방구는 당신과 시티 키즈에게 어떤 의미였나.

우리들에게 방과 후 약속의 장소였던 문방구엔 없는 게 없었다. 돈이 없어서 가지고 싶어도 못 가졌던 장난감들을 대신해 종이를 접고, 고무 찰흙으로 직접 만들었던 어린 시절, 우리는 작가나 예술가라는 말도 몰랐다. 그냥 좋아서 하고 있었을 뿐. 현재의 작업도 그 이상 어떤 이유가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시티 키즈를 만들었고,  우리의 약속의 장소인 문방구를 성장시키고 싶은 것이 시티 키즈의 첫 번째 목표다. 작년 10월 3일, 종로에서 조촐한 개인전을 시작으로 천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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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Beat Street, 2008

‘비트 스트릿(Beat Street)’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비트 스트릿이라는 영화가 있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비트 스트릿이란 동네가 있구나’, 혹은 ‘저기가 비트 스트릿이구나’ 라고 생각했고, 수도 없이 보고 따라 그렸다. 그리고는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어차피 가보지도 않은 곳이니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좀 넣어야겠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나에게는 네버랜드 같은 곳이었다. 항상 비트 스트릿에 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정작 비트 스트릿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누구는 퀸즈에 있다고 말하고, 누구는 브루클린에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나에게 사우스 브롱스 156번가에 있다고 정확하게 얘기해줬다. 그래서 작품에 ‘156 Beat Street’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실제로 거기에 비트 스트릿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재작년 락 스테디 크루(Rock Steady Crew)의 리더 ‘크레이지 레그(Crazy Legs)’가 한국에 왔었다. 이 사람은 실제로 영화에 출연했으니, 이 사람이 말하는 게 진짜라고 생각했다. 크레이지 레그를 만나 비트 스트릿이 어디 있느냐 슬쩍 물어보니 “하!”라는 미국인 특유의 짧은 웃음과 함께 “픽션!”이라고 말하더라. 나는 여기가 진짜 존재하는 장소인줄 알았고, 10년 동안 나의 네버랜드였는데 솔직히 좀 혼란스러웠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네버랜드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맞다. 없으니까 네버랜드인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생각하고 내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 곳이 거기가 어디든 간에 비트 스트릿이라고. 나에게는 좀 중요한 계기가 됐던 것 같은데 이게 10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다음 시리즈는 내 친구들이 춤췄던 문래부터 서울, 영등포 등을 모티브로 작업을 구상 중이다.

 

지금의 당신에게 비트 스트릿은 무엇인가?

물론 네버랜드다. 이제는 나에게만 남아있는 초심과 같은 거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가르켜 ‘올드스쿨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좋고 정말 내가 바라던 말이었다. 우리들끼리만 알고 있던 걸 적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그런 타이틀로 붙여준다는 게 너무 좋다.

 

당신에게 올드스쿨이란?

비트 스트릿. 156 비트 스트릿, 문래, 영등포, 친구들, 초심.

20150205_interview_07Space Colony Side 156, 2010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대학 시절에 그린 건데 ‘스페이스 콜로니(Space Colony Side 156)’라는 힙합의 4대 요소를 담은 작품이다. 건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당시 지구 종말을 소재로 진짜배기들만 태우고 우리들의 터전을 찾아 우주로 떠난다는 내용이다.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는 편인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던 대로 한다. 다만 아티스트라는 사람이 그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모르고 반영하지 못한다면 한량한 서비스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관객들이 당신의 작품을 어떤 시각에서 봐주길 원하는가?

어렵게 접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약간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어 했는데 일단은 뭐, 편하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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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cy x Puma Collection F/W 2012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다면?

푸마(Puma)와의 협업이다. 고등학교 때 어떤 잡지에서 ‘마이클 밀러(Michael Miller)’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보고 너무 좋아서 따라 그렸다. 당시 아디다스 슈퍼스타나 푸마 스웨이드 같은 속칭 비보이 신발만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언젠가 나도 마이클 밀러처럼 푸마랑 같이 일하길 소망했었다. 그런데 2012년에 실제로 연락이 왔다. ‘드디어 푸마에서도 내 그림에 관심을 가져주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가장 행복하게 작업한 것 중 하나인 거 같다.

 

협업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브랜드와의 작업에 대해서는 항상 고맙다. 나는 그냥 나의 방식 그대로 했을 뿐인데 이런 무명 화가의 가능성을 알아줬다는 거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여태까지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는가?

만족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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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모습을 그려주는 행동은 일종의 팬 서비스인가?

팬 서비스라고 하기도 좀 뭐한 게 난 팬이 없는데? 하하. 아무튼 이것 역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신사장에서 ‘THE PRESENT’ 전시회가 열린다. 그 소개를 하자면?

이번 전시에서 보일 신작은 ‘THE PRESENT’라는 타이틀처럼 그간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준 휴먼트리(Humantree) 식구들에게 바치는 선물이다. 거기 사무실을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치놀이터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휴먼트리에서 전개하는 베리드 얼라이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휴먼트리는 단순히 옷뿐만 아니라 한국의 서브 컬처와 스트릿 컬처를 이끌어왔고, 올해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당신의 그림을 보고 무엇을 얻길 원하는가?

행복? 누가 봐도 좋은 그림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더 많은 도시 아이들과의 화합, 그리고 첫 번째 키워드인 문방구의 확장이다. 앞으로 나올 시티 키즈의 아트워크, 기획, 상품들에 많은 관심 바란다.

 

Jaycy의 인스타그램 계정(http://instagram.com/jaycy84)
City Kids의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JaycyStudio)

진행/텍스트 ㅣ백윤범

편집 ㅣ 백윤범, 권혁인

사진 ㅣ 김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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