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래퍼였다

나도래퍼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엠넷의 야심작,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흥행과 함께 래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러나 방시혁이 말했듯, 랩에는 라임과 플로우가 존재해야 한다. 이런 개념이 정립되기 전, 댄스그룹 래퍼들은 굉장히 수준 이하의 랩을 들려주곤 했다. 랩이 노래의 주가 되기보다는 중간에 잠깐 나오는 양념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진 시기였다. 오늘은 히트친 대중가요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당시 랩을 친절히 소개한다.

 

1. 김구(코요테)

초기 코요테의 제 3의 멤버. 신지와 김종민 투 탑 체제에 가려 병풍쯤으로 기억되는 김구는 훗날,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빽가가 합류하기 이전 초기 멤버다. 비록 댄스그룹 래퍼였지만, 너무 튀는 힙합 마인드로 결국, 코요테에서 나와야 했던 남자, 이름만큼 대인이었던 래퍼 김구다. 가사 중간 “Shake yo booty(엉덩이를 흔들어)”와 “진정 나를 사랑했니”가 이율배반적이면서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코요테 – “순정”

get down and find yo cutie jump around and shake yo booty
이해 못해 너의 그런 의미 why me 진정 나를 사랑했니
heart breakin, love rackin 너에게 모든 걸 맡긴, now you packin
왜 착한 나를 자꾸 울려, don’t wanna let’s you go!

 

2. 황보(샤크라)

아무리 당시 댄스그룹 래퍼들이 해괴한 랩을 늘어놨을지라도 라임에 대한 부담은 있지 않았을까? 랩에 욕심이 많았던 이상민이 사장이어서 그런지, 인도 사운드를 추구하는 샤크라의 노래 “끝”에서는 그 어느 한국 대중가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라임이 폭발한다. 랩 가사에서 이별을 곱씹어보는, 서로의 이기심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돌이켜보는 뉘앙스가 느껴지긔.

샤크라 – “끝”

제각긔 있긔 였긔 때문이긔 사랑했긔 때문이긔
하루지긔 이야긔 이야긔  잊지않긔 제각긔 이기적이었긔
때문이긔 사랑했긔 때문이긔 영원지긔 이야긔 이야긔
제각긔 있긔 였긔 때문이긔 우리의 이야긔 이야긔

 

3. Chris(샵)

여자 멤버간의 PK 배틀로 전설이 된 혼성그룹 샵(Sharp)에도 랩을 담당하는 남성 멤버가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는가. 샵에는 두 명의 남자 래퍼가 소속되어 있었지만, 모두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떠나가는 연인에 대한 아쉬움을 어떤 비유도 없이 표현한 랩이다. 다소 이상민의 크라잉 랩이 떠오르는 것이 특징.

샵 – “Tell me Tell me”

하나라고 믿고 있던 우리 언제나 나를 믿고 있던 너에게
되돌릴 수 없던 후회 Come on BA BA Baby oh
울고싶고 부르고 싶고 잡고 싶은 너 헌데 멀어 지는너너너
잡으려고 애를 쓰는 나의 맘
왜 왜 도대체 왜 내맘을 몰라 그렇게

 

4. 김성수(쿨)

쿨의 김성수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말이 있다면 아마도 “얏!”, “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임새를 제외하고 가장 돋보이는 랩 파트를 꼽자면 바로 쿨(cool)의 “해변의 여인”이 되겠다. 이 곡에는 해변에서 스쳐 지나간 여인을 그리워하는 가사가 담겨 있다. 김성수의 랩 바로 뒤에서 타이트하게 더블링치는 유리의 “하!”가 매우 일품이다. 어떤 여잘 봤고, 쫓아갔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언급이 되질 않아 궁금증을 유발한다.

쿨 – “해변의 여인”

사랑하는(하) 연인들이(하) 바닷가를 걷고
난 쓸쓸히(하) 바닷가를(하) 혼자 걸어 갈 때
앗! 나처럼(하) 혼자 걷는(하) 여잘 보게 됐고(아이고~)
난 그 뒤로(하) 하염없이(하) 쫓아가게 됐어

 

5.이상민(지니어스)

많은 이들이 예상한 이름일 것이다. 그룹 룰라는 랩을(혹은 샤우팅을) 하는 멤버들이 너무 많았다. 이름을 꺼내기 다소 민감한 나머지를 제외하고, 이상민을 꼽은 이유는 전설의 그룹, 브로스(Bros)의 타이틀 곡, “Win!Win!”에서 전부 설명이 된다. “Win!Win!”의 가사는 인터뷰에 따르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는 약한 습성을 버리고 계속해서 승리하자는 메세지를 담았다고 한다. 브로스의 리더인 이상민은 “죽은 풀잎”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을 포함해 대체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가사를 내뱉으며 대중을 혼란에 빠트렸다. 다만, 그의 미친 듯이 강력한 플로우는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브로스 – “Win! Win!”

누구도 쳐다보지 못할 BROS A-sia power 언제나 푸른 풀잎 그 위로
죽은 풀잎 승리의 화려한 신 그 뒤로 숨은 슬픔 모두가 가려졌지 그렇게 움직이지
그거 다 깨지지 다 없어지지 다 받아주리라 모두모두 이리로 부러워 마라
넌 아니니 왜 서있니 뭐하니 이리 와라 오지마 넌 꽤 더럽게 살았지
거기서 쎄븐만을 기다려 이 패배자

 

Jangstersf
VISLA의 파운더이자 디렉터. 간단한 글을 기고하며 VISLA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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