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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방배동의 레코드숍, rm.360은 그간 로컬 신(Scene)에 대한 무한한 지원과 함께 지금의 서울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쉽게 찾을 수 없는 레코드부터 360사운즈만의 색으로 가득 채워진 숍은 지난 수년간 방배동의 사랑방 역할 역시 톡톡히 해내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데 열심이다. 많은 DJ가 거쳐 간 rm.360은 곳곳에 묻은 그들의 손때 그 자체로 하나의 아카이브가 쌓이고, 지금 역시 rm.360의 정신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뒤를 잇는 또 한 명의 DJ, 훌륭한 DJ가 되기 위해서 rm.360의 터줏대감을 자처한 박재용(DJ Jeyon)을 만나보았다.

 

rm.360에서 일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박재용(이하 박) : 스물 세살까지 이곳 근처에서 살았다. rm.360이 정식으로 오픈할 즈음 강남역에 있는 영어학원을 다녔는데, 당최 가기가 싫어서 여기서 음악을 듣거나, 잡지를 보면서 땡땡이를 치는 시간이 많았다. 하하.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지내던 중에 영어 공부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소울스케이프 형이 책 한 권을 번역해보지 않겠냐며 건네주더라. 한 번 하고 나니 번역이 괜찮았는지 그 이후로 몇 번 더 번역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360과 연이 닿았다. 이후 제대를 하고 본격적으로 rm.360에서 일을 시작했다. 좋은 DJ가 되기 위해서는 레코드숍에서 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성공적인 DJ들 모두 레코드숍에서 일을 했었고, 내가 좋아하는 DJ들 역시 레코드숍에서 일을 했거나, 레코드숍을 차렸다. 나 빼고 모두가 다했는데, 내가 안하면 안 되지 않나. 그런 연유로 지금 rm.360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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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J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다시 LP를 찾기 시작했다. 레코드숍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최근의 ‘레코드붐’을 실감하는가.

: 사실 엄청 실감할 정도로 올라오지는 않았다. 한국 LP 시장은 아직 마켓이 크지 않다. 레코드 페어 같은 행사가 있을 때 조금 이슈가 되는 정도? 작년 레코드 페어를 기념해서 소울스케이프의 ‘180Beats’가 LP로 제작되고 일리네어 레코즈도 LP를 제작했다. 이번엔 혁오밴드도 LP를 제작한다고 하고. 그런 굵직한 것들은 좋은 판매율을 보이지만, 그 외의 LP는 리이슈가 되어도 좋은 판매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다. 종합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아직 실감을 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숍을 함께 운영 하고는 있지만, 사실 오프라인에 더욱 치중되어 있다. 온라인을 강화시킬 생각은 없나.

: 일단, rm.360의 모든 일이 우리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프로가 제작한 웹 사이트처럼 잘 만들 수 없는 실정이다. 360사운즈 멤버 모두가 힘을 모아 숍 운영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모두에게 부가적인 일이고 저마다의 직업(DJ, 프로듀서 등)이 있기 때문에 웹사이트 운영에 대한 시간 할애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신, 오프라인숍만의 장점이 있지 않나. 소비자가 직접 레코드 상태를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LP마다 달아 놓은 라벨과 음악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은 오프라인 숍이 가지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LP는 보면 사고 싶은 물건이다. 하하. 개인적으로도 오프라인에서 LP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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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360은 레코드숍과 편집숍 중 어느 것에 더 가깝나.

: 이곳은 레코드숍이고 올해부터는 더욱 레코드숍에 가깝게 운영을 할 예정이다. 소울스케이프 형과 스태프 모두 그 방향에 동의를 했다. 그전에는 다양한 매거진도 판매하고, 많은 양의 의류를 판매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것은 좀 피하기로 했다. rm.360의 태생은 레코드숍으로써 레코드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다. 360사운즈 관련 프로덕트는 여기서 판매하는 것이 맞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판매하는 것이다.

 

rm.360에서 레코드를 수입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 새로운 LP들은 소울스케이프 형이 주문을 할 때, 스태프에게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추가적으로 수입하고 싶은 판이 있는지 회의를 한다. 그 외 중고 LP들은 소울스케이프 형이 미국에 방문해 나름의 셀렉션을 거쳐 대량으로 구매한 것을 숍에서 판매하는 형식이다.

 

다른 레코드숍과 비교해 봤을 때, 360의 셀렉션은 어떤 것 같나.

: rm.360만의 셀렉션이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비교할 수는 없는 부분인 것 같지만, 기존 360사운즈의 팬, 360사운즈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숍이지 않을까. 나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것에 대한 팬의 니즈는 rm.360이 아니라면 쉽게 못 맞출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은 이곳에 찾을 수 있으니까.

 

주 고객층은 어떤가.

: 20대 남녀, 그리고 LP붐에 참여하게 된 소수. 그러나 대부분은 역시 DJ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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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연령층이 숍에 방문하는 경우는?

: 어르신들도 가끔씩 숍을 찾는다. 저 위에 올려놓은 LP는 가격이 꽤 있는 것들인데 그런 것들을 주로 구매하는 편이다. 여러 레코드숍을 다니다가 오는 경우, 우연찮게 지나가다 들리는 경우가 있다.

 

rm.360의 간판 기사, 셀 아웃 라디오가 LP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나?

: 셀 아웃 라디오를 통해 고정적인 수요층이 생겼다. 새로운 셀 아웃 라디오가 게시되자마자 그 노래의 제목도 모른 채 번호만 제시해서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기사가 나오기도 전에 너희들이 선택한 LP를 구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하하.

 

셀 아웃 라디오에 쓰이는 LP도 나름의 셀렉을 거칠 텐데.

: 그렇다. 셀 아웃 라디오의 기본원리 자체가 소울스케이프 형이 조금씩 올리는 LP를 다루는 것이었는데, 회가 지나면서 우리도 함께 선택을 하고 있다. ‘이 음악은 넣고 싶다’, ‘이것은 팔릴 것 같다’ 등의 회의를 한다. 말 그대로 셀 아웃 라디오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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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사운즈 관련 프로덕트의 판매는 괜찮은 편인가.

: 적당히 판매되고 있는 수준이다. 프로덕트의 구매도 서포트의 한 방식 아닌가. 360사운즈의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 자체가 지금 이 신(Scene)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출하는 거니까. 구매를 해주는 그 자체로 고맙고, 또 그런 팬은 지속적으로 구매를 해준다. 아, 360프로덕트에 관해 올해 추가적인 계획이 있으니 기대해 달라.

 

가장 반응이 좋았던 360사운즈 프로덕트는 무엇이었나?

: 오리지널 로고가 가장 많이 팔렸을 거다. 그리고 부르마블 하우스(Burumarbul House)에서 제작되었던 것을 복각한 KOREA, SEOUL, BUSAN 시리즈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글로벌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스투시(Stussy)와의 협업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 스투시의 데이비드 시나트라(David Sinatra)와 소울스케이프 형이 친구라는 것? 하하.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스투시는 로컬 뮤직 비즈니스에 많은 서포트를 한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많이 일어나는 일인데, 한국에선 360사운즈가 처음이었다. 스투시가 해당하는 국가의 챕터와 함께 뮤직 비즈니스에 서포트를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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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휠라(FILA)와 360 파티의 협업 제품의 반응이 좋았는데, 판매할 계획이 있는지.

: 그 제품은 360사운즈 파티에 왔던 팬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제공했던 것이기에 발매 계획은 없다. 오직 파티에서만 제공이 된다.

 

360사운즈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익히 알려진 DJ크루다. 해외에서 주문이 오기도 하는가.

: 실제로 의류 같은 경우는 심심치 않게 주문이 온다. 비싼 해외 배송료 때문에 쉽게 판매할 수 는 없지만, 외국에 있는 교포 친구들이 주문을 하면 보내주기도 한다.

 

rm.360만의 특별한 판매 전략이 있다면?

: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DJ, 프로듀서 등 음악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전략이자 장점이다. 또한 한국에서 힙합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즐겨온 사람들이라면 DJ 소울스케이프가 운영하는 숍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지 않을까?

 

다양한 전시 이벤트를 열기도 하는데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 일단 전시를 하고 싶은 작가가 먼저 제안을 하면 우리들과 회의를 하고, 적합한 전시라고 판단이 됐을 때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한다. 전시를 할 때, rm.360의 색을 버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작가를 지원해준다. 우리가 직접 음악도 틀고, 판매하는 프로덕트가 있다면, 전시 후에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진행한다. 로컬 신(Scene)의 발전 속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팔 걷고 도와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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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송필영 작가(p2pl)의 제이 딜라(J dilla) 피규어 발매가 화제가 되었는데.

: 간만에 rm.360이 바글바글했던 때였다. 송필영 작가가 하루 종일 함께 있었는데, 제이 딜라 피규어가 360사운즈를 통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더라. 때문에 rm.360에서 중점적인 판매가 이루어졌고. 제이 딜라의 팬이자, 서포터인 내 입장에서도 굉장히 의미 깊은 발매였다.

 

방배동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장소만의 장점, 혹은 단점이 있는가.

: 단점은 이곳이 유동인구 밀집지역이 아니기에 접근하기가 불편한 면이 있다. 장점은 작업실도 바로 아래층에 위치하고, 조용하다는 점? 교통 역시 크게 나쁜 편은 아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집이 가깝다는 점이 있겠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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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역은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로 옮길 의향은 없는가.

: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나로서는 여기 있는 것이 좋다. 집과 똑같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혼자 음악을 듣고, 글을 쓸 수 있는 곳도 여기다. 평화로운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친한 사람들이 놀러왔을 때, 함께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 역시 재미있다. 처음에 이곳으로 유입될 수 있었던 이유도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과 독서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번화가로 나가는 것이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진짜 rm.360의 분위기를 좇아서 오는 입장에서는 사람이 덜 오는 게 좋을 수 있지 않을까.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하하.

 

rm.360은 그간 로컬 신(Scene)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앞으로 어떤 숍이 되었으면 좋겠는가.

: 셀 아웃 라디오 첫회에서도 얘기를 했지만, 서울 최고의 레코드숍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숍을 처음 오픈했을 때, 소울스케이프 형이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인터뷰를 보고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국에는 힙합 레코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고, 그러한 불모지 속에서 힙합 DJ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레코드숍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던 인터뷰를 봤다. 나 역시 그것을 어느 정도 따르고 싶고, 완벽하게, 성공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끝까지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가고 싶다. DJ들이 좋아하는 레코드숍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하.

rm.360의 공식 웹사이트

진행 / 편집 ㅣ 오욱석

사진 ㅣ 문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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