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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가장 큰 만물상은 ‘동묘 앞’이다. 지긋한 연세의 어르신들이 갖가지 물건을 펼쳐 놓으면 이내 사람들이 몰려든다. 순전히 구경을 목적으로 잠시 들르지만, 나올 땐 항상 검정 비닐봉지가 쥐어져 있다. 동묘에서는 이유 없는 쇼핑이 가능하다. 기를 쓰고 최저가를 찾아낼 필요도 없고, 통장 잔액을 보며 가슴을 졸일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우주만물은 나에게 딱 알맞은 가게다. 잡동사니를 좋아한다면 분명 우주만물을 찾게 될 것이다. 이곳에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물건들이 가득 차있다. 15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구경하기에는 하루가 모자라다. 우주만물은 그 물건의 가짓수만큼 ‘사장님들’도 개성이 넘친다. 두 명의 사진작가, 매거진 피쳐 에디터, 패션 마케터, 미술가까지, 총 다섯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우주만물은 이들의 시너지가 모여 작은 우주를 만들어냈다. 멤버 중 한 명이 효창공원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은밀한 아지트가 되고 각자가 모아온 물건을 팔아보자는 것이 우주만물 빅뱅의 순간이었다.

 

 

처음 다섯 명은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

우주만물(이하 우) : 각자 사회생활을 하며 친해졌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꽤 오랜 친구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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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만물 운영시간이 금, 토, 일인 이유가 있었다. 그때문인가?

그렇다. 모두 본업이 있기에 평일까지 운영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물건의 출처가 궁금하다.

우주만물의 시작 자체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였다. 멤버 모두 수집벽이 엄청나기에 아무리 팔아치워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물건을 파는 동시에 쉴 새 없이 또 사들이니까. 하하. 물건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는 게 일반적이지만, 간혹 여행을 갔을 때 사오는 경우도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일단 사고 보는 거지.

 

초창기와 비교하면 손님이 꽤 많아졌다.

그렇지 않다. 수요도, 손님도 크게 늘지 않았다…….

 

‘진짜 아끼는 것’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여전히 그들이 수집가로 남아있다는 말 같았다. 그들의 집에는 또 어떤 잡동사니들이 있을까. 왜 이들이 우주만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수집이라는 것이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닥치는 대로 모으게 된다. 목적이 희미해지는 구매, 그때부터 수집은 취미가 아닌 생활이 된다. 그런 점에서 우주만물은 조금 위험한 곳이다.

 

판매용 물건을 구매하는 기준이 있나.

그런 걸 따지면서 사들이는 편이 아니다. 그냥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산다. 저기 놓인 LP들은 ‘영몬드’가 주로 사들인다. 에디터인 동시에 DJ 또한 겸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주만물에 LP가 있을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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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물건의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캐릭터 장난감, 옛날 힙합 CD, 카메라 관련 물품은 강민구. 니콘, 코닥 등의 카메라, 필름 베이스의 프로덕트를 자주 가져온다. 김영빈이라는 친구는 옛날 장난감이나 락스타 티셔츠, 나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중국제 제품을 수급한다. 쓸데없는 조그만 수석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보통 아무도 안 살 것 같은 제품은 내가 가져온다고 보면 된다. 하하.

 

우주만물의 수익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글쎄, 시작 자체가 ‘이것으로 돈을 벌어보자’라기 보다는 단순히 재미로 접근했기 때문에, 벌이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가격 책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양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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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쉬태그 검색창에 우주만물을 검색해본다면 대략 그들이 어떤 물건을 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갖고 싶은 물건,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물건, 이걸 과연 누가 살까 싶은 물건까지. 그러면서도 그냥, 계속 보게 된다. 이들이 적어 놓은 재치 있는 상품 설명까지 읽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우연히 찾아오기엔 어려운 가게인 것 같다.

그렇다. 보통 우리의 텀블러,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고 나서 방문한다.

 

이전 효창공원 쪽이 위치가 더 좋았을 텐데, 위치를 옮긴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일단, 월세가 싸다. 하하. 접근성도 좋고. 멤버 중 한 명이 부근에 신도시를 준비하던 때였다. 지금 우주만물이 위치한 을지로는 모든 멤버의 집에서 정확히 중간 지점이다. 위치는 확실히 효창공원이 좋았지.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놀곳도 더 많았다.

 

온라인 스토어에 대한 생각은?

간혹, 지방에서 구매 문의가 온다. 우리끼리도 온라인 스토어에 대해 논의해본 적은 있지만 아마 힘들 것 같다. 제품 대부분이 중고제품이라 물건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제품 사진도 찍어야 하고, 제품마다 설명글도 적어야 하고, 배송까지 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 열면 잘될 것 같긴 한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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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물건을 예약하는 사람도 여럿 봤다.

예전엔 예약판매를 했다. 그런데 막상 까먹고 안 오는 사람이 많더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지.

 

우주만물 자체 프로덕트를 제작할 생각은 없는지.

물론, 계획은 많은데 다들 귀찮아해서……. 아, 이번에 우리가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을 모아서 커튼을 만들었다. 손님이 원하는 만큼 잘라서 판매를 할 예정이다. 만들고 싶은 것은 많다. 컵도 만들어보고 싶고. 멤버 중 한 명이 HALOMINUM이라는 브랜드를 전개하는데, 그것도 우주만물에서 팔고 있다.

 

레코드페어에 참가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

레코드페어는 사람이 항상 많이 온다. 레코드 쪽은 우리 전문 분야가 아니라 크게 선전하지는 못 했다. 판 것보다 사온 것이 더 많은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지.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 로또 사장님. 하하. 이전 효창공원에 있을 때 로또 호프라는 술집을 굉장히 자주 갔다. 이번에 이사했을 때 사장님이 딸과 함께 직접 찾아오셔서 그냥 돈을 주고 가셨다. 정말 감사해서 액자에도 넣어 놨지. 그 외에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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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도 많은 것 같던데.

몇 분 있다. 우리가 처음 우주만물을 오픈할 때는 손님이 구석구석 다 구경하면서 죽치고 노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그런 손님이 있다. 와서 듣고 싶은 음악도 틀고, 비디오도 보고. 다 좋지만, 화장실을 마음대로 못가는 게 좀 힘들긴 하다. 하하.

 

각자 수집을 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꽤 된 것 같다. 뭘 사는 게 습관이라. CD는 중학교 때부터 모았고. 장난감은 7~8년 된 것 같다. 모두 비슷하다.

 

우주만물의 추후 계획은 무엇인가.

작년부터 ‘잡동산’이라는 이름으로 플리마켓을 진행했다. 8월 29일 2회 행사를 연다. 우주만물이 우리의 물건만 팔았다면, 잡동산은 우리 외에 다른 셀러도 함께 물건을 파는 행사다. 장소는 최근 오픈한 신도시, 네 시부터 시작이다. 많이 놀러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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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 백윤범

우주만물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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