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 로우 헤어스타일로 펼치는 민족의 역사, 임소윤의 ‘The Dreamtime’

 

어느 날,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모임에 나온 여성에게 지인들은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무슨 일 있어?” 시대를 풍미한 로커들의 영혼은 긴 머리카락에 담겨 있는 듯했고, 머리를 박박 민 영국의 스킨헤드는 20세기 중반, 백인우월주의, 노동자 계급, 애국주의 코드의 표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머리카락을 둘러싼 각종 신화와 무속 신앙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수많은 예술가의 손에 의해 재창조되고 있다. 이처럼 머리카락은 단순히 ‘머리에 자라는 털’이라는 사전적 개념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해석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케냐, 우간다, 미국 등 다양한 국가를 돌아다니며 성장한 아티스트, 임소윤(So Yoon Lim)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헤어스타일, 콘 로우(Corn-Row)에 영감을 받은 회화 시리즈 ‘The Dreamtime’을 2009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완성했다. 콘 로우에 바탕을 두고 천차만별의 땋은 머리를 그린 이번 시리즈는 각자의 유전자가 다르듯 작품 하나하나에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머리카락은 마치 논과 밭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그것은 곧 여러 인종, 민족의 개별적인 역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콘 로우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특정한 기호로 분류하고, 나아가 민족의 역사로 포괄하는 임소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해보자.

임소윤의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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