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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씨피카(CIF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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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클라우드에 돌연 나타나 존재감을 드러낸 여성 뮤지션, CIFIKA는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전자음악으로 펼쳐낸다. 그녀의 몽롱한 목소리는 청자를 잠시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지 6개월째. CIFIKA는 쏟아지는 영감에 벅차오른다. 즐거운 탐험에 나선 그녀를 만났다.

 

CIFIKA의 의미는?

아무 의미 없다. Pacifica Avenue를 지나다니면서 항상 ‘Cifika’라고 장난치듯 말하곤 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예명으로 정했다.

 

나이가 궁금하다. 혹시 학생인가?

1990년생이다. 학생이고, 간간히 음악 작업도 하고 있다. 광고미술을 전공했으며, 재작년에는 잠시 아트디렉터로서 일도 하다가 비자 문제로 다시 학생 신분이 되었다.

 

언제부터 미국에서 살았나?

중학교 3학년 때 유학을 가서 올해로 10년째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머물러서 딱히 향수병은 없다. 다만 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해서 그동안 바뀐 한국이 무척 궁금하다.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LA에서 대학을 다닐 때, 100불짜리 카시오 키보드를 사서 가지고 놀았다. 기본 코드 두 개를 번갈아 치고, 그 위에 가사를 얹어서 완성된 노래를 친구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반년 정도 전부터. 그러니까 4월쯤? Washed out의 [Within and Without] 앨범을 듣고 이 멋진 음악이 베드룸에서 컴퓨터 한 대와 마이크 하나로 완성됐다는 걸 믿을 수 없어서 직접 과정이라도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상한 말이지만, 음악을 배운 적은 없나?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조금 배웠고, 작년에 학교에서 로직X 기초 클래스, 그리고 음악 기초이론을 수강하면서 기본적인 음악이론이나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를 알게 되었다. 지금 쓰는 DAW는 에이블튼 라이브(Ableton Live)인데, 이건 독학했다. 그래서 아직 서투르다. 첫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갖춘 9월 초부터 보컬 녹음을 시작했다.

 

영감을 준 아티스트가 있다면?

Marvin Gaye, Pierre Schaeffer, James Blake, London grammar, FKA twigs, Arca, Oneohtrix Point Never, Four tet, Com Truise, M83, Nosaj Thing.

 

본인의 음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진부하지만, 당신의 음악에서 신비롭고 우주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뚜렷한 색깔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내가 평소에 즐겨 듣고, 보고, 관심이 가는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실험적인 전자음악이나 우주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그런 성향이 음악에 묻어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보컬적인 측면에서는 왠지 이상은과 겹친다. 그녀의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았는지?

그분의 음악을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똑같은 피드백을 여러 번 받고 나서 이상은 씨의 음악을 접했는데, 음색이 비슷한 것 같더라. 아무튼,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얻은 영감을 자신의 곡으로 표현한 뮤지션이 상당히 많은데, 최근 국내에서는 빈지노의 “Dali, Van, Picasso”가 유사한 케이스였다. 당신의 “Ed Ruscha” 역시 그런 점에서 흥미롭지만,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분명 다르다. 뭘 말하고 싶었나?

영화 ‘Midnight in Paris’처럼 평소 존경하는 예술가나 철학자와 만나는 상상을 하며 잠드는 걸 좋아하는데(꿈으로 연결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만든 곡이다. 딱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기보다는 이 곡으로 인해 누군가의 사색이 시작되길 바랐다.

 

본인의 아이폰 음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곡이라면?

MP3는 없고 평소 CD를 수집하는데, 지금 가장 밑에 있는 CD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장르적인 의식을 하는지.

전혀 하지 않는다. 현재 음악적 정체성을 찾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장르의 음악이 내 안에서 나올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다. 일렉트로닉 뮤직 메인 장르와 서브 장르까지 다하면 수없이 많은데, 그중에 굳이 장르를 골라서 구분한다는 게 필요한 일인가 싶다. 지금은 다양한 관점에서 실험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고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지만, 사실 음악을 만들 때마다 너무 다르게 나와서 걱정되는 부분도 많다.

 

CIFIKA 음악의 원천이라면.

‘호기심’이 내 음악의 원천이다. 음악과 관련되지 않은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과학 다큐멘터리, 내가 좋아하는 영화, 존경하는 작가의 글, 현대미술 등 아름다운 요소를 발견하면 나는 그걸 아무도 모르게 내 음악으로 훔쳐온다. 하하.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한 트랙이 “Cali Vibe”다. 혹시 이전에도 만들어놓은 트랙이 있나?

사실 “Race”를 먼저 만들었다. 그 다음 날에 만든 곡이 ”Cali Vibe”다. “Race” 전에 만든 곡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증발시킬 생각이다. 혁오 밴드의 ”와리가리“와 ”Hooka”를 칠스텝(Chillstep) 버전으로 만든 커버 곡도 있지만, 그것 역시 구름 속으로 날렸다. 하하.

한국 여성 싱어로는 드물게 비트도 직접 만든다. 보컬과 비트메이킹을 모두 직접 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

자유롭게 곡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애초부터 보컬을 염두에 둔 상태로 비트를 만들고, 미리 써놓은 가사를 멜로디와 맞춰나가면서 곡을 만든다. 내가 만든 비트에 정확히 원하는 만큼의 보컬을 표현하는 거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 완전히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프로듀서가 만든 곡에 보컬을 얹는 형식의 작업도 재미있지만, 프로덕션과 보컬, 두 가지 요소를 내가 모두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중간에 드럼 킥을 뺄지, 보컬의 어느 부분을 잘라 25번째 바(Bar)에 샘플링을 할지, 모든 게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함께한 동료들이 있다면.

최근에 공개한 “Pale”에서는 프로듀서 jimmy와, ”Sinkansen”과 “Decay”는 프로듀서 Zighway와 함께했다.

 

현재 사용 중인 음악 장비를 알려 달라.

15인치 맥북 프로, 에이블튼 라이브, 슈어 58 마이크, 아포지 듀엣2 인터페이스, 야마하 HS5 모니터, 야마하 DGX-650 키보드.

 

뮤지션으로서 지향점은?

장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실험적인 전자음악을 만들고 싶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 해외에서 한글로 완성된 전자음악으로 공연한다면 아주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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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인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있다. 다만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동료 뮤지션이 주변에 없어서 힘들었다. 혼자 고립됐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내년 봄에는 한국에 갈 계획이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뮤지션은 누구인가.

오혁, Jayvito, 선우정아, 자이언티, 언니네 이발관.

 

10년 내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추구하는 사상, 예술 세계가 비슷하거나 상이한 여러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에서 한국말로 공연하고 싶다. 또한, 새로운 전자음악의 길을 걷고 싶다. 오랜 길을 함께 걸어갈 동료들을 한국에서 만날 것 같아 벌써 설렌다.

CIFIKA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진행/텍스트 ㅣ 권혁인
사진 ㅣ 조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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