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지(Demi_Ki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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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프리랜서들의 영역 또한 빠르게 확장되었다. 굳이 회사 이메일을 뒤져가며 포트폴리오를 보내지 않더라도,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대에 대중과의 직접 소통이 가능한 SNS를 잘 활용하는 것은 그들의 직무만큼이나 중요한 재주가 아닐까. 올해 유독 빠른 인지도를 확보한 여성 프리랜서 모델 김용지는 얼굴은 익숙하지만, 아직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패션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그녀의 이름은 몰라도 @Demi_Kimee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한 번쯤 접속해본 적이 있을 것. 어딘지 중국 여배우를 연상케 하는 김용지를 만나보았다.

올해부터 각종 매체, 잡지 화보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모델 활동을 하는 김용지다.

어쩌다 모델이 되었나.

포토그래퍼 이구노와 개인 작업을 한 것이 첫 번째 ‘모델’ 경험이었다 . 그 뒤로 친구들 일도 돕고, 데이즈드, 아메리칸 어패럴 화보도 찍으면서 자연스레 이쪽 일을 하게 됐다.

대학에 다닐 때 뭘 전공했는가?

연극 연출을 전공했다. 졸업한 뒤, 올해 봄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어떤가. 일은 재미있나.

나를 섭외하는 브랜드나 포토그래퍼는 나에게서 특정한 이미지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들이 전달하는 콘셉트는 대부분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재미있다.

어떤 콘셉트를 말하는 건가?

중성적인 매력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파악이 잘 안 된다고 해야 하나? 국적, 성별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혹시 외국에서 살다 왔나?

고등학교 때 1학년 때 캐나다에 가서 3년간 살다 왔다. 혼혈은 아니다.

에이전시를 구한다는 트윗을 올렸던데.

무슨 소리인가? 난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 사칭 계정인 것 같다. 너무 재밌는데?

본인 대신 알아보고 있더라.

소름 끼치는 일이다. 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하하.

짧은 기간 동안 매우 많은 작업을 했다. 일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여성스럽거나 귀여운 이미지가 강조되는 콘셉트는 가급적이면 피한다. 처음에는 거절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딱 잘라서 거절하는 편이다. 모델 이미지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도 캐주얼한 옷차림을 즐기는 편이다.

패션 브랜드에서 당신에게 특유의 이미지를 원한다고 했다. 본인이 구축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특정한 캐릭터로 구체화한 적은 없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란 게 있지 않나. 내 평소 라이프스타일과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라면 보는 사람도 어색하지 않을까? 내가 나다워야 더 자신감도 생기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을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화보가 나올 것 같다.

연기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모델 일과 똑같다. 기회가 닿거나 일이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한번 도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기획사에 들어가서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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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서 성공을 꿈꾸나?

사실 이게 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많은 것에 흥미를 느낀다. 언젠가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혹시 본인이 만든 영상이 있나.

아직 없다. 이제 걸음마 단계지 뭐. 예전에 뮤직비디오 조감독으로 일한 경험은 있다.

스타일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편이 아닌가.

글쎄. 내가 예민하게 옷을 입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편한 게 우선이고, 재질이 부드러운 옷을 좋아한다.

패션에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글쎄. 우리 언니? 언니가 프랑스에서 13년을 살아서 그런지 파리지앵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쇼핑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당신은 분명 유니크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쇼핑몰, 화보, 뮤직비디오를 가리지 않고 너무 많은 일을 하면서 이미지를 단시간에 소비하는 듯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공장처럼 찍어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하하. 일을 갓 시작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때, 프리랜서로 명확한 기준도 서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닥치는 대로 했던 것 같다. 지금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들도 초반에 가리지 않고 찍었던 것들이 다수다.

거절하는 방법을 알게 된 지금은 어떤가?

두어 달 정도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어떤 확신이 생겼다. 내가 기준을 제대로 세워야 프리랜서로서 내 커리어가 확고해질 것 같았다.

모델이 되고 나서 친해진 동료는 누구인가.

황해인 언니. 언니랑 같이 섭외될 경우 브랜드 스타일이 잘 안 맞아도 일부러 할 정도로 친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지난가을에 찍은 야광 토끼의 뮤직비디오. 아마 내년 1~2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되게 특이한 콘셉트였는데, 홍콩 영화가 떠오르는 그런 분위기였다. 연기도 그렇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였다.

사실, 이국적인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다. 모델로서 오히려 방해되는 부분이 아닐까.

내가 좀 독특해서 그런가. 화보에서 내 캐릭터가 드러나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패션, 포토그래퍼, 장소, 배경, 그리고 내가 앙상블을 이루며 완성되는 게 룩북 아닌가. 그들이 나를 섭외하는 이유에는 김용지라는 캐릭터까지 함께 녹여내고 싶다는 의도가 바탕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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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에이전시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어서 회사가 원하는 만큼 내가 일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물론 회사에 속하면, 돈을 많이 벌거나 더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프리랜서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이 당신과 같은 프리랜서 모델이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나?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일이 들어오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등장 이후, 전 세계의 모델이 더 많은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앞서 모델 활동 외에도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떤 영상인가?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게 내 최종목표다. 우드키드(Woodkid)를 보면서 영상 감독의 꿈을 키워왔다. 나에게 있어 그는 아이돌 같은 존재다. 음악, 비주얼, 그래픽 디자인 모두 직접 해내는 사람이다. 항상 많은 자극을 받는다.

Woodkid – “Iron”

최근 재밌게 본 뮤직비디오가 있나.

CL의 “Hello Bitches”. 평소 댄서들을 항상 동경해왔는데,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표기한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정말 카리스마가 엄청나더라.

영화를 즐겨 본다고 들었다. 올해 본 것 중 최악의 영화는?

사도. 너무 불필요한 장면이 많았다. 영화도 너무 신파적이어서 보기 부담스러웠다.

그럼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오해의 소지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퀴어(Queer) 영화를 좋아한다. 또 틴에이지 감성이 물씬 나는 것도 즐겨 본다. 반항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도 좋아한다. 마치 파이트 클럽(Fight Club) 같은…

무슨 음악을 듣나?

흑인 음악. 중학교 때부터 즐겨 들었다.

자주 듣는 노래 좀 공유해 달라.

유명한 힙합은 거의 다 듣는 편이다. 그리고 자주 듣는 곡은 Erykah Badu의 “The other side of the game”, 그리고 Avan Lava의 “Sisters”.

누군가 당신에게 ‘힙스터(Hipster)’라고 한다면?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있다. 그런데 기분이 나빴다. 겉모습으로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힙스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나. 남을 칭찬할 때 힙스터라고 하지는 않잖아?

‘VISLA X Yoonkee’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라. 어떤 경로로 구매한 건가?

구노 오빠가 선물해줬다. 내가 워낙 개를 좋아해서. 하하.

자기 전에 뭘 하나?

‘강사모’에 들어간다. 지금 사는 집이 오피스텔이라 개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들어가서 확인한다.

애견인이 많아지면서 유기견 또한 그 숫자가 매우 늘어났다. 사회적인 이슈 아닌가.

나는 아직 직접 어떤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물보호단체 ‘생명공감’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동향을 계속 살피고 있다. 사람들이 작은 강아지를 선호하다 보니 업자들은 계속 새끼를 낳게 하고, 안 팔린 강아지는 키우는 데 돈이 드니 곧바로 안락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강아지가 크면 인기가 없어지니까 그냥 죽이는 거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강아지는 넘쳐나고, 수용할 시설과 비용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다.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만, 제도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토이’ 강아지만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애견인들이 단합해서 더욱 큰 보이콧을 펼칠 필요도 있다.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서 민원을 넣으면, 그제야 정부 차원에서 조사한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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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자주 하나? 매일 들어가는 계정을 하나 알려 달라.

@universe.animals 귀여운 강아지 사진이 엄청 많다! 개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좋아할 거 같은데. 하하.

모델에 발을 들였고,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는 목표가 남아 있다. 또 하고 싶은 건 없나.

세계일주. 본격적인 모델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도 세계일주를 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일정이 빡빡해지면서 원래 계획보다는 조금 미뤄졌지만, 이른 시일 내에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현지 포토그래퍼와 새로운 콘셉트의 촬영을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

진행 ㅣ 권혁인 최장민
텍스트 ㅣ 권혁인
사진 ㅣ 오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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