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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s ago
FEATURE

아프리카에 뿌리내린 스케이트보드 문화, Ethiopia Sk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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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토양에 뿌려지냐에 따라 스케이트보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열매를 맺는다. 서구권 유스 컬처를 대표하는 스케이트보딩, 미국 서부에 뿌리를 둔 이 거친 문화가 뜨거운 아프리카 땅에 당도해서는 지역 사회를 연결하고,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건강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이것은 하나의 문화로서 여타 스포츠와 한 범주로 묶어둘 수 없는 스케이트보드 고유의 성질이기도 하다. 스케이트보드는 케이프타운 근처에서 노숙하던 한 청년의 삶을 뒤바꾼 계기였고, 중동 국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존중받지 못한 여성 인권을 지키고, 어린 소녀를 강인하게 기르는 교육의 밑거름이 되었다. 기다란 나무 판자때기에 바퀴 네 개 달린 이 장난감은 시련의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미소를 되찾아주었다.

베를린 출신 사진작가 Daniel Reiter는 커피의 땅, 에티오피아에서 자라나는 청소년 스케이트보딩을 주목했다. 그는 33년 만에 처음 어머니를 만나는 친구를 돕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찾았다. 낯선 아프리카 땅을 여행 중 에티오피아 스케이트(Ethiopia Skate)라는 비영리단체를 알게 되면서부터 Reiter는 에티오피아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단체를 설립한 Abenezer Temesgenr는 에티오피아에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뿌리내린 지 약 10년이 지났지만, 열악한 조건으로 아직 그 시작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에티오피아 스케이트는 아이들이 보드를 마음껏 탈 수 있도록 각종 장비와 시설을 무료로 제공한다. 국제적인 지원에 힘입어 에티오피아 스케이트는 완전한 비영리단체로 거듭났다.

Reiter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에 사는 어린 스케이터들을 촬영하면서 스케이트보드가 가진 힘을 직접 체감했다. 아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직접 본 그는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케이트보딩을 쉽사리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할 수 없듯, 스케이트보드를 기반으로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아프리카 비영리단체의 움직임은 단순한 체육 시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회적인 운동에 가깝다. 이들은 스케이트보드로 말미암아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나가려고 한다.

 

 

정말 스케이트보드 하나로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물론,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지금 세대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감상에 젖어 희망을 얘기하기엔 현실이 너무 비루하니까. 한국에서도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가난하고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나라, 열악한 교육-보건 시설, 서구권 열강이 벌인 땅따먹기 싸움에 희생된 땅.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랜 시간에 걸쳐 퇴적되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죄가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원죄를 진 채로 살아간다.

슬프게도 우린 뼈마디가 앙상한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에 너무 익숙하다. 배가 곯은 아이들이 웃고 있는 끔찍한 사진을 TV 광고처럼 바라보지는 않았나.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천지에 널렸지만, 이 검은 대륙만큼은 피해갔다. 아이들은 웃을 힘이 없다. 그래서 이 세계에 들어온 스케이트보드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워낙 뭘 가져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었으니. 이곳에서 스케이트보드는 더욱 근원적인 지점에서 인간 의지를 발현할 수 있게 한다. 그들에게 질 좋은 음식과 옷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일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게 할 수는 있다는 말이다.

 

 

척박한 토양에 뿌리내린 작은 씨앗이 세대를 거치며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분명 아프리카 커뮤니티를 둘러싼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한 꺼풀 벗겨내고, 다음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대다수가 상황을 내버려둘 때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이들은 쉽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모양이다. 가장 순수한 동기, 가장 원초적인 희망이 지금 아프리카에서 싹 트고 있다.

에티오피아 스케이트는 로컬 스케이터들이 꾸준히 외국 스케이터와 교류하며 독자적인 유스 컬처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스케이트보딩은 이제 시작이다. 에티오피아에 사는 스케이터도, 에티오피아도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내는 일은 국가의 의무다. 에티오피아의 어린 스케이터들은 용기 있게 시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난다. 이것은 비단 스케이트보드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Ethiopia Skate 공식 웹사이트

Kwon
권혁인 / Kwonthechef
Web: http://instagram.com/kwonthechief
E-mail: Kwonthechef@visl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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