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EPL을 대표하는 유니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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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출범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English Premier League), 통칭 EPL은 브리튼 제도와 아일랜드 일부를 아우르는 영연방의 가장 큰 행정구역,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프로 축구 리그를 의미한다. 전신으로는 1988년부터 존재하던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 풋볼 리그 퍼스트 디비전(Football League First Division)이 있었고, 이 리그는 EPL이 출범한 후 2부 리그로 강등된 뒤, 풋볼 리그 챔피언십(Football League Championship)이라는 이름으로 개명되어 지금까지 잉글랜드 2부 리그로 이어지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1992년에 EPL이라는 새로운 리그가 생기면서 기존 1부 리그가 2부 리그로 격하되었다는 얘기다.

EPL이 출범한 이유는 당시 잉글랜드 축구계의 절박한 상황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89년 4월 15일, 96명의 리버풀 팬이 압사한 힐즈버러 참사 이후, 5년간은 잉글랜드 모든 팀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시키는 강력한 징계로 축구계에서 몰락해가던 잉글랜드 축구계는 벼랑 끝에서 체질 개선에 나선다. 참사의 원인 중 하나였던 경기장 입석을 폐지하고, 압사의 원흉인 철조망 제거, 철저한 출입 시설 관리로 끔찍한 상처를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텔레비전 중계권을 둘러싼 오랜 갈등도 해결되어 남은 건 대승적 차원의 리브랜딩 뿐이었다.

산업 혁명과 노조가 낳은 최고의 생산물인 축구 본고장에서 마침내 훗날, 가장 거대한 리그가 될 EPL의 탄생이 도래한 것이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낡은 구장 정비, 대륙에서 건너온 스타 플레이어, 스물 두 개의 팀, 광기 어린 관중, 잘 다려진 채 라커룸에 걸린 선수들의 유니폼. 서론이 길었던 이 글은 초창기 프리미어 리그 10개의 유니폼에 관한 이야기다.

‘축구 역사상 가장 멋진 유니폼’, 혹은 ‘EPL 최고의 유니폼 10’이 아닌 ‘90년대 EPL을 대표하는 유니폼’의 글을 쓰는 대의명분은 아마 정돈되지 않은 리그 초창기의 모습과 발전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일 거다. 무지막지하게 넓은 암홀에 엉성한 유니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유니폼 칼라 깃,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되어버린 빛바랜 스타 플레이어들.

낡은 사진을 꺼내어 보듯, 당시 시즌 리뷰 영상과 사진을 더듬어가며 취향이 드러나는 10개의 유니폼을 선정했다.

 

1. Crystal Palace 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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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크리스탈 팰리스(Crystal Palace) 94/95

팰리스의 고유한 적/청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유니폼이다. 이후에 나오는 유니폼과는 다르게 스트라이프 너비도 넓고, 개수도 적다. 게다가 목 부분에 벌어진 칼라가 시원해 보인다. 스폰서와의 조합도 무척 좋다.

스폰서 : TDK

카세트와 비디오테이프로 유명한 일본의 전자회사로, 나이 꽤나 잡순 사람들이라면 TDK 카세트테이프를 연필로 돌린 적이 있을 듯하다. 90년대, 오랜 시간 크리스탈 팰리스와 스폰서십을 지속했다.

베스트 드레서 : 크리스 암스트롱(Chris Armstrong)

프리미어 원년 23골을 기록하며 팀 내 톱스코어러로 자리매김한 크리스 암스트롱은 잘생긴 얼굴과 건강한 피부색을 지닌 당시 얼마 되지 않던 ‘베이비 벤틀리’ 스타 플레이어였다. 암스트롱은 마리화나 양성 반응으로 치료 기간을 날려 먹고도 이 유니폼을 입고 18골이나 넣어버렸다.

 

2. Blackburn Rovers 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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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블랙번 로버스(Blackburn Rovers) 94/95

축구를 잘하는 팀은 유니폼도 멋있게 느껴진다. 이 유니폼도 당연히 그렇다. 이때가 바로 블랙번이 잉글랜드를 제패한 시즌이다. 전면에 내세운 블루/화이트 톤이 베이스지만, 앞섶을 여미는 단추 안쪽에는 붉은색으로 된 엄청난 디테일이 숨어있다. 블랙번은 언제나 포인트 컬러로 붉은색을 쓰는데, 2000년대 중반엔 프리미어리그 구단 최초의 붉은색 마킹도 시도한 적이 있다. 유래는 미루어 짐작건대 장미전쟁의 주역 랭커스터 왕가의 심벌, 붉은 장미에서 오지 않았을까. 랭커셔 주를 상징하는 붉은 장미는 블랙번 로고에도 똑똑히 박혀있다.

스폰서 : 매큐언 라거(McEwan’s Larger)

윌리엄 매큐언(William McEwan)이 창립한 스코틀랜드 주류 브랜드로. 쌉쌀한 맛의 스코티시 에일이 유명하다. 90년대 라거(Larger)를 주축으로 영국 본토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축구 명문 팀 레인저스를 비롯한 90년대 초 뉴캐슬 유나이티드 유니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베스트 드레서 : 팀 셔우드(Tim Sherwood)

선수 시절, 가장 유명한 일화는 당시 블랙번의 감독 케니 달글리시가 지네딘 지단을 영입하려 하자 구단주가 반대하며 “팀 셔우드가 있는데 지단이 대체 왜 필요하단 거야?”라는 말을 한 것. 당시 셔우드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근래 EPL 팬들은 장발을 휘날리며 과감한 태클을 시도하는 셔우드를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94/95시즌 셔우드는 10개의 경고를 받을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는 미드필더였다. 근면 성실함의 보상으로 그는 블랙번의 주장 자격으로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3. Tottenham Hotspur 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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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 92/93

토트넘의 전통적인 컬러, 흰색 바탕에 네이비 포인트로 마무리한 디자인이다. 90년대 토트넘 유니폼의 정수라고 한다면 이것과 94/95 시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엣것이 좀 더 우직한 맛이 있다면 후자는 세련미가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이 시즌 유니폼이 주제에 더 맞을 것 같아 선정하였다.

스폰서 : 홀슈텐(Holsten)

한국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독일의 맥주회사 홀슈텐이다. 80년대 초반부터 토트넘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90년대, 잠시 HP에게 돌아선 기간을 제외하면 2002년까지 꾸준한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90년대 초에 보여준 엄브로와의 케미스트리는 세련미로 흠잡을 수 없을 정도. 당시 토트넘이 구가하던 아기자기한 축구의 색깔과도 어울린다.

베스트 드레서 : 테디 셰링엄(Teddy Sheringham)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하던 92/93 시즌 토트넘이지만, 이견 없이 테리 세링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셰링엄은 프리미어리그 초대 득점왕을 차지했고, 후반기에만 14골을 맹폭했다. 공중볼에도 강했지만, 활어 같은 골문 앞 움직임으로 노년까지 활약하셨다.

 

4. Newcastle United 96/97

Newcastle United v Southampton, Soccer.

유니폼 : 뉴캐슬 유나이티드(Newcastle United) 96/97

뉴캐슬 96/97 시즌 유니폼은 90년대 프리미어 리그뿐만 아니라 종종 역대 최고의 축구 유니폼 명단에도 오르내린다. 세련된 차이나 칼라와 더불어 스타 플레이어가 대거 활약한 시즌이라 이래저래 인기가 높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마지막 역전 우승을 허용했지만, 시즌 중반부터 줄곧 1위를 지켜오며 다이나믹한 경기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폰서 : 뉴캐슬 브라운 에일(Newcastle Brown Ale)

뉴캐슬 지역 대표 맥주로, 몇 년 전부터는 한국에서도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캐슬 브라운이 하이네켄에 인수되면서 좀 더 글로벌한 판매망을 가진 덕분인데, 그 당시 뉴캐슬에 양조장이 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재는 이름과는 별로 상관없는 요크셔주에서 생산되고 있다. 뉴캐슬 사람들의 지역 사랑은 유별나기로 소문이 나있는데, 지역 맥주 회사가 고향 팀에 스폰서로 붙어있었으니 그 감격이 오죽했으랴.

베스트 드레서 : 다비드 지놀라(David Ginola)

엄청난 기술을 가진 이 프랑스 선수는 잘생긴 외모에 걸맞은 화려한 플레이로 단숨에 잉글랜드를 정복한다.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만 선정되는 피파 시리즈의 표지모델로, 파파97 표지에선 이 유니폼을 입고 드리블을 하는 지놀라를 찾아볼 수 있다. 페렌츠바로쉬를 상대로 기록한 발리슛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과 미학의 정수다.

 

5. Queens Park Rangers 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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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퀸즈 파크 레인저스(Queens Park Rangers) 94/95

가로줄 무늬 유니폼이 어깨가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던가. 그래서인지 90년대 QPR 선수들의 사진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건장해 보인다. 그건 분명 90년대 특유의 거대한 암홀과 지금과는 달리 조금 넉넉한 치수를 선호하는 경향도 섞인 결과일 것이다. 이 시즌, 아쉽게 토트넘에 밀려 런던 최고의 클럽 자리를 한 끗 차이로 내주었지만, 시즌 중반까지 부진하던 성적을 뒤집은 레전드 출신 레이 윌킨스 감독의 선임이 시즌 8위라는 성공적인 성적을 만들어냈다.

스폰서 : 컴팩(Compaq)

80년대 설립된 미국의 컴퓨터 회사로 당시 팽창하고 있던 개인용 PC/IT 업계의 위상을 나타내준다. 훗날 HP와 합병되어 HP의 스테디셀러 랩탑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컴팩의 광고가 한국에도 방영되었다.

베스트 드레서 : 레스 퍼디낸드(Les Ferdinand)

이 시절의 레스 퍼디낸드 사진을 보면 너무 멋져서 남자가 봐도 질투가 날 지경이다. 깍두기 머리에 다부진 몸집은 축구 선수보다는 잘 훈련된 군인을 연상시킨다. 당시의 퍼디낸드는 거의 무결점 플레이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감한 피니시, 절묘한 위치 선정, 스피드와 파워 도무지 처지는 게 없는 이 남자의 9번 유니폼을 갖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 QPR 팬들에게 퍼디낸드 경(Sir. Les Ferdinand)이라는 작위를 받으며 끔찍한 사랑을 받은 퍼디낸드는 이 셔츠를 입고 리그에서 24골을 집어넣었다.

 

6. Arsenal 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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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아스널(Arsenal) 99/00

아마도 현재의 로고로 바뀌기 전 마지막 시즌일 것이다. 유니폼 자체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궤를 따르고 있고, 왼쪽 가슴의 팀 로고도 그러하니 기품이 있어 보인다. 새로 영입한 프랑스 선수들과 벵거 스타일 축구의 결합으로 더 큰 미래를 내다보던 시절이다.

스폰서 : 드림캐스트(Dreamcast)

일본 게임 회사 세가(Sega)의 두 번째 CD 포맷 게임기다. 바로 전 세대 기기, 세가 새턴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참패하고 나서 세가가 발매한 야심작이었지만, 두 번째 라운드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2에 패배하고 만다. 드림캐스트를 마지막으로 결국, 세가는 가정용 콘솔 시장에서 철수한다. 세가는 아스널뿐만 아니라 데포르티보와 삼프도리아, 생테티엔도 함께 후원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보여주었다. 장렬히 전사한 드림캐스트와는 별개로 아스널의 준수한 성적 덕에 유니폼은 팬,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높다.

베스트 드레서 : 티에리 앙리(Thierry Henry)

니콜라스 아넬카의 대체자로 유벤투스에서 건너온 앙리는 아스널 팬들의 기억 속에서 아넬카라는 이름을 지워버렸을 뿐만 아니라, 아스널의 득점 기록에서 이전 모든 공격수의 명패를 끌어내렸다.

 

7. Middlesbrough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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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미들즈브러(Middlesbrough) 96/97

똑똑히 기억하는데 어릴 적, 그러니까 2002년 월드컵 때 티비에서 ‘통계적으로 축구에서 빨간 옷을 입은 팀이 승률이 가장 좋다’라고 소개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을 소개했다. 96/97의 미들즈브러는 그 통계를 깎아먹는 팀이었다. 파브리치오 라바넬리 – 주니뉴 파울리스타 – 에메르손으로 이어지는 트리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F.A.컵과 리그컵 동시 준우승, 프리미어 리그 강등이라는 미증유의 업적을 남긴다.

스폰서 : 셀넷(Cellnet)

영국의 대표적 통신사인 o2의 전신이다. 2002년, o2로 리브랜딩 한 후 아스널의 스폰서가 된다.

베스트 드레서 : 주니뉴 파울리스타(Juninho Paulista)

EPL의 첫 번째 브라질리언 슈퍼스타 주니뉴 파울리스타를 빼놓고 이 시즌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작은 체구의 남미 선수들은 잉글랜드 축구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던 당시, 자기 사이즈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유니폼을 입은 이 브라질 선수는 세련된 개인기와 기동력으로 수준 높은 기술 축구가 무엇인지 EPL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타인티스 더비에서 일어났던 필립 알베르와의 언쟁은 피겨로 제작되었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8. Norwich City 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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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노리치 시티(Norwich City) 94/95

개인적으로는 노리치 시티의 시즌 잔여 경기 전패를 기원하고 있지만, 90년대 노리치 시티 유니폼의 큰 팬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기의 노리치는 두려움 없이 실험적인 유니폼 디자인의 진보를 이끌어냈다. 바로 전 93/94 시즌을 비롯해 두고두고 최악으로 회자되는 몇 유니폼들을 비롯한 괴상한 유니폼마저도 이베이에서는 호가에 거래되곤 한다. 초록색과 녹색의 조화는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우며, 과감한 패턴의 삽입 등 실험 정신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형태의 미학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찾아보려면 노리치 시티의 유니폼을 공부하고, 창조적 파괴를 보고 싶다면 카메룬 대표팀 유니폼의 역사를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스폰서 : 노리치 앤 피터보로(Norwich and Peterborough)

노리치 앤 피터보로 빌딩 소사이어티는 17세기(!) 설립된 중부지방 최대의 주택금융회사다. 노리치와 피터보로, 두 지역이 그렇게 가깝지는 않은데 80년대 여러 인수 합병을 거치며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영국 역시 호황이 시작되던 90년대 무렵부터 공공/민간의 주택금융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스폰서에 자기 동네 이름이 박힌 축구 저지는 무조건 멋있다.

베스트 드레서 : 아데 아킨바이(Ade Akinbiyi)

영국 축구의 오랜 팬이라면 알 법한 이름이다. 굉장한 피지컬과 복근, 저니맨으로 유명한 아킨바이는 세컨드 리그에서 굉장히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했다. 컵 대회에서의 득점으로 몇 번 톱클래스 팀을 잡기도 했고, 노리치 시티 시절부터 단단한 몸과 훤칠한 키로 주목받았다. 축구 실력은 음….

 

9. Newcastle United 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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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뉴캐슬 유나이티드(Newcastle United) 93/94

누가 보더라도 딱 축구를 위한 유니폼이다. 직관적 디자인에 반했다. 거대한 스트라이프 중앙에 박혀 있는 별 모양의 스폰서, 투박해 보이는 유니폼 핏, 실제로 보면 아래 길이는 짧고 몸통의 폭은 커서 어떻게 입어도 이상하게 보인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때가 있으니까…

스폰서 : 뉴캐슬 브라운 에일(Newcastle Brown Ale)

스폰서의 로고가 직접 박히지 않고, 로고 안의 별 무늬만 크게 박혔다. 별 무늬 안의 실루엣은 도시의 시그니처 빌딩들과 도시를 관통하는 타인(Tyne) 강 다리를 의미한다. 블랙번을 설명할 때 설명한 매큐언(McEwan)과 합병되었던 시기로 어웨이 유니폼엔 ‘McEwan’이 박혀 있다.

베스트 드레서 : 리 클라크(Lee Clark)

앤디 콜의 ‘미친 시즌’이지만 트레인스포팅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은 빡빡머리, 리 클라크가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었다. 유스 시스템을 차근차근 거쳐 올라온 약관의 로컬 보이가 당시 정상급 미드필더 롭 리, 피터 비어즐리와 중앙에서 호흡을 맞췄다.

 

10. West Ham United 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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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 웨스트햄 유나이티드(West Ham United) 98/99

자홍색 몸통에 하늘색의 팔이 결합한 웨스트햄의 컬러가 잘 드러나는 셔츠다. 사실 스컨도프나 번리와 같은 팀에서도 사용하는 이 색깔의 기원은 아스톤 빌라가 최고의 팀이던 19세기 말. 그들의 색깔을 흉내 내기 시작한 때부터. 이 유니폼의 특징으로는 좁아진 암홀을 들 수 있겠는데, 암 홀 끝단이 짧아지고 밴딩 처리를 해서 몸과 더욱 밀착시켰다. 2000년대에 도래할 유니폼의 변화가 무엇인지 살짝 엿볼 수 있다.

스폰서 : 닥터 마틴(Dr. Martens)

노동자의 팀에 어울리는 노동자의 신발, 닥터 마틴이 스폰서로 자리 잡은 시즌이다. 당시 웨스트햄의 호성적과 함께 웨스트햄의 ‘닥터마틴 유니폼’역시 이베이와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인기 항목이다. 부츠로 가장 유명한 닥터 마틴은 부츠뿐만 아니라 구두와 스티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베스트 드레서 : 프랭크 램파드(Frank Lampard)

이모부 해리 래드납의 보살핌 아래 겨우 만 18살짜리 미드필더가 리그 전 경기를 출장했다. 이 시즌의 램파드를 시작으로 웨스트햄 유스 시스템에서 걸출한 선수들이 쏟아진다. 훗날 맨시티의 레전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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