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취미

백윤범은 지난 1년간 서울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처음 손에 쥔 필름카메라 Canon QL-17로 부지런히 사진을 찍은 그는 2015년 8월, VISLA에서 주최한 서울 헤리티지(Seoul Heritage) 사진전에서 처음 자신의 취미를 공개했다. 그의 사진은 길거리 노숙자, 집창촌, 특정 종교의 열성 신자와 같이 주변에 있지만 쉽게 사진에 담기 힘든,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것들이었다. 그 이후로도 그는 자신의 발길이 닿고 시선이 멈추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들 중 일부가 지금 보다시피 ‘고약한 취미’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공개되었다. 도덕적 잣대나 예술적인 가치를 논하기 전에 냉장고에 있는 맥주라도 한 캔 시원하게 까서 함께 즐겨보는 게 어떨까. 다음은 백윤범의 말이다.

“나에게는 고약한 취미가 하나 있다. 바로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것이다. 나는 주로 길거리 부랑자, 술에 떡이 된 사람,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그 상황을 찍는다. 다들 제 갈 길 가기 바쁜 통에 무척이나 건조해진 거리에서, 이들은 내 눈을 끄는 부싯돌 불빛과도 같다. 누군가 왜 이런 사진을 찍냐고 묻는다면,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그 기대치에 맞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 그냥 이게 보이니까. 찍고 싶어서 찍을 뿐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사진을 찍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송이한테서 어디 깊은 철학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몇 번 이런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괜한 의무감으로 이어온 건 아니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이 사진들 모두 내 가슴 뭉클한 현재와 함께했다.” – 백윤범

백윤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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