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Playlist: Dance F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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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5월이 왔다. 날도 더워졌으니 긴 추위 동안 딱딱하게 굳은 몸을 가볍게 털어보자. 물론, 춤을 추려면 그에 걸맞은 음악이 있어야 한다. 앉은뱅이도 일으켜 세울 만한 음악 5곡을 소개한다.

“현대 음률 속에서 순간 속에 보이는 너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 아름다운 불빛에 신비한 너의 눈은 잃지 않는 매력에 마음을 뺏긴다오. 리듬을 춰줘요. 리듬을 춰줘요.” – 김완선, 리듬 속의 춤을 中

 

1. Sistar – Touch My Body

우후죽순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씨스타(Sistar) 언니들만큼은 내가 감히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몸매면 몸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모두 완벽하다. 그녀들의 노래 중에서도 “Touch My Body”는 도무지 춤을 안 출 수가 없는 비트다. 아, 특히 소유 언니가 추는 개다리춤이 제일 좋다. 유치원 때 추던 개다리춤이 저렇게 섹시해질 수 있는지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이 노래가 발표되고 조금 지나서 무대를 봤는데, 춤이 너무 예뻐서 금세 다 외웠다. 물론 내가 하면 전혀 다른 광경이 연출되지만.

이 노래의 안무를 따라 하면 다이어트도 된다. 엉덩이를 털다 보면 살도 빠지고, 흥도 나는 일석이조의 곡이다. 재작년 여름, 친구들과 속초에 놀러 갔을 때, 열심히 연습한 이 춤을 보여준 적이 있다. 친구들이 미친 듯이 웃는 거로 봐선 섹시하진 않았나 보다. 이제 여름이 왔으니 다시 몸을 튕겨봐야겠다. 나는 씨스타 언니들이 아니니 나한테 빠지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살은 빠지겠지.

글 / 이현지, 프리랜서 모델

 

2. Chuck Berry – You Never Can Tell

펄프 픽션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위대한 필모그래피에서도 흠잡을 구석이 없는 최고의 영화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이 우러날 만큼 모든 장면에 진한 향이 배어 있다. 커리어에 심한 기복이 있는 배우, 존 트라볼타지만, 우마 서먼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 댄스 신(Scene)만큼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여기에서 등장한 곡이 바로 척 베리(Chuck Berry)의 “You Never Can Tell”이다. 촌스러운 로큰롤의 멋, 이를 완벽히 소화한 우마 서먼과 존 트라볼타는 영화사에서 오랜 시간 회자될 만한 트위스트를 남겼다. 워낙 유명한 곡이지만, 그들의 춤사위와 함께 감상하면 감동 두 배.

글 / 문호진, 히키코모리 

 

3. Kllo – Under Lie

우리는 모두 잊지 못할 기억을 하나씩은 갖고 사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친구가 보여줄 것이 있다며 와인 한 병을 산 뒤, 제 손을 잡고는 상수 한강 쪽으로 향했습니다. 들뜬 여름 공기와 잡은 손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끌려갔는데, 막상 가보니까 어둡고 음침하더라고요. 그곳은 상하수도였습니다. 핸드폰 불을 켜고 어두운 수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널찍한 섬 같은 장소가 나왔어요. 우리는 그 섬에 도착해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춤을 췄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그때 갖고 있던 도킹스피커 덕분에 많은 노래를 들었고, 그때 우리가 들은 수많은 노래 중에서 가장 흥겨운 곡은 Kllo의 “Under Lie”였습니다.

비트가 센 것도, 시끄러운 노래도 아니었지만 이 노래는 서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린다거나 서로를 쳐다보면서 이상한 동작을 만드는 데 효과만점이었죠. 양손을 잡고 날아갈 정도로 서로 돌리다가 너무 신나서 ‘깔깔깔’ 웃게 하는 음악이요. 어디에서도 절대 춤추는 법이 없는 앉은뱅이 같은 친구의 손발을 휘적대게 한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죠. 우리는 아직도 그 저녁을 기억해요. 한없이 따스하고 한없이 즐거웠던, 다신 없을 그 저녁은 고스란히 이 노래에 다 담겨있어요.

글 / 밈미우, 아티스트

 

4. Cheryl Lynn – Got to be Real

망원동에서 ‘미자카야’라는 조그마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도쿄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8, 90년대 일본 훵크 음악을 주로 틀어놓습니다. 고맙게도 많은 손님이 찾아와주셔서 체력적으로 벅찬 순간들이 자주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기존 테마에서 벗어난 음악을 종종 틀며 흥을 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거나 흥이 나는 것들로 즉석에서 선곡합니다. 곡을 바꿀 때마다 손님들의 고개 혹은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Cheryl Lynn의 “Got to be Real”을 자주 선곡합니다. CB Mass 덕분인지 “점점 더 점점 더 다가와 봐, 빅 헤비우먼”을 외치는 손님들도 계셔서 새삼 뿌듯해집니다. 또한, 제가 알파치노를 굉장히 사모하는데, 영화 ‘칼리토’에서 칼리토가 게일이 일하는 스트립 클럽에 방문했을 때 흐르는 곡이 바로 ”Got to be Real”입니다.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그루브가 인상 깊네요. 별개로 젝키의 ”폼생폼사“를 고르고 싶었지만, 도쿄 선술집을 지향하는지라 가게에서는 틀어본 적도 없고, 뭐 어차피 무도 덕에 이미 전국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을 테니 과감히 패스합니다.

글 / 이한올, 선술집 ‘미자카야’ 대표

 

5. 이효리 – 10 Minutes

사람을 춤추고 싶게 하는 음악, 그 속도는 각자가 느껴온 것에서 차이가 생긴다. 나름대로 배짱 있게 중간 점을 찾겠다며 시대와 국적을 아우른 광대한 선택장애 속에서 2003년의 ‘이효리’가 떠올랐다. 사실 내가 춤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곡 때문이다. “10 Minutes”, 이 노래가 내 취향이었다. 스물다섯의 이효리는 관능적이었고, 음악은 더 뜨거웠다. 그녀는 나에게 ‘나쁨’과 ‘멋’이 공존하는 일명, ‘일진 언니’가 되어 있었다. 초콜릿색으로 곱게 태닝한 이 언니는 열여덟의 나에게 티셔츠를 허리 위에서 묶는 법과 카고바지 입는 법을 알려주었고, 힐 댄스를 힘이 넘치게 추는 법까지 가르쳐줬다. 춤을 추는 게 즐거웠다. 이제 와보니 그때가 내 무릎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나는 별 게 아니라면 별것 아니었을 ‘동경’이란 시작점에서 내 취향이 생겨났다.

영향을 주는 것, 또는 받는 것, 그럼으로 좋아지는 게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그건 즐거운 호기심이고, 자신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함께 춤출 수 있는 사람들이, 또 그런 공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가사 속 상황을 그려보고, ‘빙의’도 해보자. ‘뮤즈’가 앞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춤은 저절로 춰질 것이다. 의지와는 다르게 팔다리가 흐느적댈지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한 곡이지만, 앉은뱅이도 이때의 이효리를 보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겠지! ‘just one 10 minutes.’ 은밀하지만 솔직한 그 ’10분’이 나에게도 오길 바라며.

글 / 장미, 퍼포먼스 디렉터 &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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