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ap: adidas Skateboarding “Away Days” 서울 시사회

아디다스 스케이트보딩(adidas Skateboarding)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집대성한 거대한 아카이브, “Away Days”. 그들의 여정이 펼쳐질 공식적인 도시로 대한민국 서울이 선정된 건 분명, 한국 스케이트보딩에 있어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5월 22일, 용산 아이파크 몰 더 베이스(The Base)에서 열린 “Away Days” 서울 시사회는 수많은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역사적인 이날에 동참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스케이터들이 모였다고 할 정도니 이 영상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행사가 열린 이 문제의 아이파크 몰은 그야말로 미로 같은 곳이었다. 초행길인 방문자들에게는 최악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불편한 동선을 자랑한 아이파크 몰. 한번 엿 먹어보라는 건축가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짜증을 유발하는 건물 구조는 대형 몰에 대한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쉽게 만든 비디오가 아닌 만큼 관객 역시 힘든 여정을 겪어보라는 건지, 아무튼 기대감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에서 결국,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곧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스케이트보드 행사를 본 적이 있던가. 월드컵 응원이라도 온 분위기였다. “Away Days” 시사회는 두 파트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먼저 입장 창구가 있는 층은 “Away Days” 투어 사진 전시장, 간단한 흡연 장소 정도로 구성되었다. 본 게임은 그 위층이었다. 온통 잔디로 뒤덮인 바닥에 죽여주는 햇볕이 내리쬐었고, 어렵게 찾아온 이들에게 고생했다는 듯 각종 먹을거리와 마실 것들이 즐비했다. 아직 열지 않아 철조망에 둘러싸인 상영관은 왠지 모를 위용을 자랑했다. 그 안에 설치된 엄청나게 큰 스크린은 “Away Days”의 격에 걸맞았다. 이 모든 게 오늘이 스케이터를 위한 축제라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호사스러운 광경을 바라보며 스태프에게 상영 시간을 물으니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아있다고 했다. 오후 4시 반에 행사가 시작되었고, 우리가 5시에 도착했으니 그 간격은 생각보다 긴 셈. 딱히 불만은 없었다. DJ YTST, DJ Soulscape의 음악은 그 공백을 채우고도 남았으니. 기존 스케이트보드 행사와는 달리 서브 컬처 신(Scene)에서 한 가닥 한다는 이들이 다소 많이 눈에 띈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한 광경. 래퍼, 프리랜서 모델, 디자이너 할 것 없이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해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을 채웠다.

 

음식도 동나고, 뜨거운 햇볕에 지쳐갈 때쯤 상영관의 문이 열렸다. 때마침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Away Days”의 여정에 동참할 때가 된 것이다. 진행은 순조로웠고, 관객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사이 드디어 이번 원정길의 주인공, 아디다스 팀 라이더들이 행사장으로 올라왔다. 아래층에서 관객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눌 때 이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지만, 그들이 상영관으로 입장할 때 비로소 현실감이 들었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그들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니. 아디다스 한국 스태프들이 손에 깍지를 껴가며 이들을 보호하는 모습이 썩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입장하다가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목청 좋은 MC 프라임이 시사회 진행을 맡았는데, 혼자 우주에서 온 듯한 옷차림은 어딘지 행사와 어울리지 않았다. 어쨌든 순조롭게 “Away Days”의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그간 비밀에 부친 새로운 아디다스 팀 라이더는 한국의 피가 흐르는 큰형님 스케이터, 대원송(Daewon Song). 인자한 미소와 다부진 몸, 특유의 비니 각도가 마치 무협 배우 성룡을 연상케 했다. 아디다스 팀 라이더들이 모두 무대 앞에 서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팀 막내, 타이션 존스(Tyshawn Jones)는 비디오에서 볼 때보다 키가 훨씬 큰 것 같았다. 스케이터라기보다는 미국 대학 농구 유망주를 보는 듯했다.

https://youtu.be/1V1JLT5Qmj0

“Away Days” 공식 트레일러

선수 소개가 끝나고 대망의 “Away Days”, 그 막이 올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스케이터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이번 한국 시사회에 참여하지 못한 리빙 레전드,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한국에 오지 못해 아쉬움을 전달한 그의 짤막한 인사에 이어 본격적인 ”Away Days”가 관객을 인도했다. 엄청나게 큰 화면, 그리고 블록버스터 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사운드는 모두를 압도하기 충분했다. 아마 이날, 이 장소에 있던 관객이라면 한 시간 남짓한 “Away Days”의 열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Away Days”는 시작을 알린 루카스 푸이그(Lucas Puig)부터 마지막 파트를 장식한 슈퍼스타 데니스 부세니츠(Dennis Busenitz)까지, 전 세계 도시를 종횡무진 누빈 아디다스 스케이터들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빠른 편집으로 잡아낸 도시 경관은 현시대 스케이트보드 비디오가 도달할 수 있는 스케일의 한계치를 보여줬다. 각 파트에 걸맞은 BGM 역시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이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내공이었다. 아디다스 정도 되는 기업이 작정하고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만드니 웬만한 필르머들은 기죽을 만한 퀄리티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오랜 시간 로컬 스케이터들을 지원하면서 지속해서 스케이트보드 신과 공조한 아디다스의 대표작은 이제 한동안 “Away Days”로 기억될 것 같다.

뜨거운 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행사는 애프터 파티로 이어졌다. 대원송을 비롯한 스케이터들은 자신의 팬에게 친절히 사인해줬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Away Days”의 막을 내리는 무대는 DJ Kingmck이 맡았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관객은 샴페인과 맥주로 범벅이 되어 한바탕 춤을 추다 돌아갔다. “Away Days”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서야 기온이 제법 내려갔다는 걸 체감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는 않았지만, 마치 몇 시간 탄 듯한 피로와 어떤 성취감을 안은 채 귀가 버스에 올랐다.

사진 ㅣ 백윤범

“Away Days” 메이킹 필름, “Far & Away” 에피소드 1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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