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ER 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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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브(Rave)는 분명, 섹시한 단어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90년대 레이브에 영감 받아 지금 서울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5명의 뮤지션과 2명의 비주얼 디렉터로 이루어진 크루, 얼터 이고(Alter Ego)다. 그중 그레이(Graye), 김준원(이하, 준원), MINII, 아파치(Apachi), 신세하(Xin Seha)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최근 1주년을 맞은 그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얼터 이고를 이끌어왔는지, 또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나갈 다큐멘터리는 어떤 그림일지 직접 들어보자.

 

얼터 이고는 어떤 단체인가.

MINII: 언젠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받은 적 있다. 그때 마침 몇 명의 멤버들과 함께하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여기에 그레이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준원은 파티 게스트로 시작해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다.

 

준원과는 그럼 전혀 몰랐던 사이인가?

MINII: 그냥 ‘맞팔’만 한 상태? 당시 준원이 오버도즈(OVERTHOSE)가 만든 믹스테잎에 참여했다. 그걸 들었는데, 내가 생각한 김준원의 기존 이미지를 깨는 곡이어서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파치: 서로 알기는 다 알고 있던 사이였다.

 

왜 얼터 이고인가?

MINII: 큰 의미를 두고 지은 이름은 아니다. 다들 개인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런지 ‘Alter Ego-또 다른 자아, 절친한 벗-’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첫 파티부터 지금까지 이태원에 있는 라운지, 피스틸(Pistil)과 함께 해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MINII: 3월이었나. 피스틸이 생기기 전, 케이크숍 대표와 미팅을 진행했다. 한국에는 애시드, 테크노, 하우스 DJ가 많이 없다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더라. 얼터 이고도 비슷한 흐름이어서 함께하게 됐다. 벌써 1년이 되어간다. 하하.

얼터 이고 ‘This is not documentary’ 파티 영상

 

꽤 많은 파티에서 신세하가 오프닝을 서던데, 플레잉 순서를 짤 때 고려하는 게 있나?

아파치: 제비뽑기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순서를 짜봤다. 하하. 보통은 MINII가 순서를 짜는데, 아직도 그 기준을 모르겠다.

MINII: 파티 콘셉트를 상상하면서 순서를 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세하가 오프닝을 너무 잘한다. 또, 아파치와 준원을 붙여놓으니 너무 잘 어울리더라. 음악적인 색깔도 잘 맞고, 키도 비슷하니까. 하하.

 

얼터 이고의 멤버들을 보면, 음악 외적으로도 통일감이 느껴진다.

MINII: 멤버들마다 의견이 좀 다르겠지만, 우리는 훵키한 성향도 있고, 어두운 면도 섞여 있는 것 같다. 파티 포스터 역시 처음엔 베이퍼웨이브(Vaporwave)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보기 불편해졌다. 여러 콘셉트가 나온 결과, 레이브(Rave)를 주제로 삼자는 의견이 나왔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고 있다.

 

레이브 얘기가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레이브 자체를 이해 못 하는 이들도 많다.

준원: 우리도 모른다.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시절의 레이브를 상상하면서 추상적인 걸 그린다. 앞으로 다가올 레이브를 각자 나름대로 하는 건데, 평론가 이대화 씨가 “이 음악들은 레이브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연히 아니다. 그 시대의 음악을 우리가 지금까지 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또, 하우스나 테크노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을 하려고 모인 것이다. 그렇기에 느릴 수도 있고, 힙합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한 공간 안에서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춤을 추자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다. 이걸 구체화하다 보니 90년대 레이브에서 모티브를 많이 빌려오게 됐다.

 

레이브가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

그레이: 레이브라는 게 약이나 이런 걸 떠나서, 개인적인 취향을 기를 수 있는 방식이 되었다. 클럽을 가서 취향을 기르고, 좀 더 취향에 맞게 찾아다니며 체화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사람 중에는 약물을 복용한 클러버도 있고, 아닌 이들도 있을 것이다. 뮤지션은 이들 모두를 챙겨야 한다. 이제는 레이브가 약물 복용 파티를 의미하는 시대가 아니고, 우리는 파티에 오는 모든 사람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신세하: 조금 다른 얘긴데, 우리가 레이브를 빌려온 거지 않나. 젊은 사람들이 춤을 출 수 있게 말이다. 우리의 시선에서 레이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까지 마친, 정석적인 교육을 받은 이들이 이태원에 모여 일탈을 시도하는 걸 수도 있다. 이런 걸 서울의 레이브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준원: 지역마다 문화적인 특색이 있다. 힙합만 해도 프랑스, 미국, 한국 힙합이 내용과 역사가 다르다. 그렇듯, 우리가 영향받은 게 90년대 레이브의 이미지인 거고, 그걸 토대로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거다. 그걸 재현하자는 게 아니다. 단지 멋있으니까.

그레이: 아마 표면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오래전 영국과 미국에서 레이브 파티가 유행할 당시에는 꼭 그곳에 가야 레이브를 체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그 공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레이브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분명 우리가 플레잉 하는 장소를 포함해 어디선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레이브를 즐기는 사람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90년대 당시 레이브 비슷한 걸 추구하던 이들이 없었나?

아파치: 있긴 있었다. 한창 테크노가 유행일 때. 가재발이나 달파란 같은 사람들. 그때는 프로듀서랑 디제이들이랑 서로 괴리가 좀 있었다고 형들한테 들었다. 레이브는 사실 파티 문화인데, 파티로 이어질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준원: 오히려 레이브를 언더그라운드에서 재현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신세하: 그러면서 춤추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났지. 테크노에 비보잉을 추고 막 그런 사람들.

그레이: 이수만이 당시 댄스 뮤직에서는 킥이 중요하다고 그랬다.

 

얼터 이고 컴필레이션 앨범 [Documentary] 

 

최근 [Documentary] 컴필레이션을 냈다. 소개 글에는 아카이빙이 목적이라고 쓰여 있다.

MINII: 우리의 다짐 같은 거다. 처음엔 으쌰으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의견도 많아질 거고, 충돌도 생길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재미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 그렇기에 아카이빙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그레이: 여하튼, DJ는 아카이빙을 많이 해야 하는 포지션이지 않나. 근데 누군가에게도 우리의 음악이 아카이빙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모두 공감했다.

준원: 제일 중요한 건 한국은 신(Scene)이나 문화가 유입되는 상황이지, 완전하게 모습을 갖추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클럽도 가보고, 외국인들과 이야기해보면, 한국에도 언젠가는 문화가 정착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는 게 느껴진다. 사실 모두가 그 일말의 희망을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파티 같은 건 기록에 잘 남지 않는다. 기록은 문서화된 형태고, 그게 쌓이면 역사가 되는 건데, 그렇기에 결국에는 녹음물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MINII가 그럴 거면 우리 음악을 만들어서 공개하자고 했고, 이러한 작업물을 계속해서 만들려고 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역사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이 될 수 있도록.

 

[Documentary]를 보면, 앨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친절해서 좋았지만, 과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레이: 공유하고 싶은 게 있었다. 하박국에게 부탁하는 건 너무 뻔하고, 제삼자의 관점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게 이대화였다. 원래는 내가 직접 쓰려고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아파치: 나는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가 하는 음악은 더더욱. 전자음악을 찾아 듣는 대중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불친절한 음악 아닌가. 그렇기에 코멘트로 대중에게 접근해서 유입 경로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원: 약간의 미화가 필요했던 거다.

 

그레이는 [Documentary]에 “맞닿음 (No Way Remix)“를 다시 수록했는데.

그레이: 내가 댄스 튠을 만들어놓은 게 거의 없다. 맞닿음 리믹스는 내가 엄청 미루다가 냈는데, 사실 컴필레이션을 위해 낼 곡이 없었다. 물론, 작업할 시간과 곡은 있었지만,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라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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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 Before We Die”는 정글 같기도 하고, 대중에게 익숙한 트랩의 냄새가 느껴지다 보니 가장 부담 없이 다가온 곡이었다.

준원: 어쨌거나 사람들의 몸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리듬이 갑자기 바뀌면 당황하지 않나. 그런 연결고리를 좀 찾고 싶었다. 멤버들이 어떤 리듬을 좋아하는지 알기에, 나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다른 신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려고 한 거다. 그러다 보니 사운드는 원래 좋아하던 웨어하우스를 가져오고, 리듬만 다른 장르에서 빌려왔다. 되게 편하고 재밌게 만들었다.

 

“Float”는 왠지 우여곡절 끝에 나온 곡 같다.

MINII: 어려웠다. 나는 곡을 써본 적이 없으니까. 멤버들 곡에 퀄리티를 맞출 순 없어도 최선을 다했다. 처음엔 그레이와 함께하려고 했는데, 처음 내는 곡을 그런 식으로 해버리면 분명, 나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아파치: 되게 DJ가 만든 듯한 트랙이 나왔다.

 

이전에 작업한 “nodancerinhere”도 DJ가 만든 듯한 트랙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데 간단히 소개해 달라.

MINII: 예전 여자친구가 먼저 잠자리에 들고 나서 혼자 재즈 채널을 보고 있었다. 그중 ‘Hubert Laws’라는, 플루트를 부는 뮤지션의 곡이었는데, 그 곡이 너무 좋아서 바로 샘플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한 번은 파우스트에 놀러 갔는데, 거기서 ‘떡 춤’을 추며 노는 애가 있었다. 아디다스 저지를 입고 떡 춤을 추는데, 웃기더라고. 그 모습에서 “nodancerinhere”라는 제목이 나왔다.

 

“Float”에 대한 각 멤버들의 솔직한 평도 궁금하다.

MINII: 이건 나도 궁금하다.

아파치: 열심히 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신세하: 아무 생각이 없다. 하하.

준원: 필요한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악기 같은 것들이 되게 날것의 상태다. 프로듀싱을 많이 하다 보면 날것을 쓰는 게 두려워질 때가 온다. 근데 MINII는 날것을 써도 만족하는 단계다. 사실, 되게 귀한 시간이다. 다신 안 올 그런 시기라 나중에 가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질 곡이다.

그레이: 같은 생각이다. 음악 만드는 게 가장 재밌을 때다. 음악을 만드는 이로서 기준을 계속 세워야 하는데,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가 더욱 커진다. 근데 MINII는 원래 성격이 시원시원하니까 잘할 수 있겠지. 가장 나중에 들었을 때 더 재밌는 곡이다. 하지만 한참 더 만들어야 한다.

 

곡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MINII: 처음부터 곡을 만들 생각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그리던 그림 중 하나다. 얼터 이고 같은 단체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 디제잉을 하면서 프로듀싱까지 직접 하고 싶었다. 지금이 딱 좋은 시기다.

 

신세하의 “Arat Baerang Hills”는 가장 듣기 편하다고 해야 하나. 

신세하: “Arat Baerang Hills”은 첫 스케치에서 멈춘 트랙이다. 스케치를 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더는 손댈 수가 없었다. 그러다 컴필레이션 발표 스케줄이 조금 밀려서,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다. 사실 다들 얼터 이고, 얼터 이고 하지만, 그 얼터 이고도 개인적으로는 신세하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맞닿음”도 하우스 리듬을 차용했던 거고. 이 둘을 분리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른 멤버들도 트랙을 만들지만, 내 목소리가 들어가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는데, 제대로 다 구현하지 못한 트랙이다. 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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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신 안에서 리믹스는 굉장히 중요한 문화인데, 한국 뮤지션들이 서로 리믹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준원: 우리는 다 리믹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서로의 걸 리믹스하기도 한다. 자기가 틀고 싶은 스타일을 만들거나 듣고 싶은 스타일로 바꾸는 거지. 리믹스가 프로모션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문화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습관에 더 가깝다. 한 곡이 여기저기 퍼져서, 다른 형태로 재해석되는 문화가 활발해져야 취향이라는 게 생기고, 그 취향이 더 명백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문화보다는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다. 특정한 음악을 좋아해서 어떤 클럽에 가는 모양새는 아니니까. 이걸 문화로 만들려면, 작은 움직임들이 계속 생겨야 하는데, 리믹스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사실 최근 동향을 보면, 많은 재밌는 시도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기획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만큼 한국은 문화에 취약한 땅일까.

아파치: 서울 문화에서 현재 빼놓을 수 없는 게 케이크숍이지 않나. 케이크숍은 한국 역사에 남을 클럽이다.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에도 참여하는 거로 알고 있다.

신세하: 얼터 이고가 하나의 채널을 얻는 건 아니다. 각자가 하나의 채널을 맡아 진행하는 형식이다.

아파치: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 음악을 틀어도 되고, 이야기를 계속해도 되고. 자유롭게 맡기려는 것 같다. 사실 이런 것도 하나의 역사 아닌가. 계속해서 채널이 쌓일 것이고, 그게 쌓이다 보면 또 재밌는 무언가가 생겨날 거다.

준원: 한국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만들어진 국제적인 단체라 반갑다. 한국인들이 이와 같은 움직임을 먼저 만들어서 지속했다면 당연히 더 좋은 일이겠지만, 새로운 시도에 앞서 머뭇거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열정을 가진 이들이 더 달려들고, 빠른 결과보다는 꾸준히 그 열정을 이어가는 사람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케이크숍만 해도 처음부터 줄지어 들어가는 클럽은 아니었다. 이곳과 경쟁하는 클럽도 나타나고, 단지 성공적인 시나리오만 보고 그걸 베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업주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쟁이 사람들에게 취향이라는 걸 이해하게끔 할 것이고, 그러면서 신이 강해질 거라고 본다. 또한,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를 통해 디제이와 프로듀서가 스튜디오에서 서로 만나서 공유하고, 미워하며 경쟁하는 과정들을 기록한다면 역사도 더 깊어질 것이다. 이 기록은 나중에 적절한 미화를 덧붙여 전달되어 어린 친구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할 것이다.

 

이제는 과도기가 끝나고, 새로운 것들이 계속 등장하는 시기 같다. 새로운 베뉴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도 하고.

아파치: 죽어 나갈 팀은 죽어 나가고, 살아남는 사람은 살아남는 거다. 좋다. 근데 재밌는 게, 소비하는 층은 다르지 않다. 지금 파우스트에 가는 사람들은 다 예전에 케이크숍에 다니던 사람들이다. 사람은 같고, 장소만 달라지고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한국에서 이 문화를 소비하는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이걸 해결하려면 우리가 결혼해서 애를 많이 낳는 수밖에 없다. 하하. 외국은 언더그라운드라고 해도, 이를 소비하는 인구가 많지 않나. 신이 너무나도 작다. 그 안에서 또 나눠 먹어야 하고.

 

개인적으로 한국 언더그라운드는 어떤 허상 같다. 유입되는 인구도 적고.

준원: 그래서 외국인들이 계속 들어오는 게 좋은 현상 같다. 유럽은 한국만큼 신의 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이 가장 트렌디하다. 대신에 유럽은 EU가 있다 보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오고 가며 발전하는 게 있다. 한국은 북한을 빼면 섬나라와 같지 않나. 외국인들이 섞이는 게 문화 발전에 도움되는 것 같다. 물론 로컬이 가장 중요하다. 왕 자리를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뿌리를 잃는 거니까. 대신에 소비층은 외국인도, 한국인도 다 섞여있는 게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레이: 옛날에는 언더그라운드 문화라는 게 정해져 있지 않았나. 근데 우리는 즐길 게 너무 많은 세대다. 전자음악도 많은 카테고리가 있고, 얼터 이고만 해도 비슷하면서도 취향이 다 다르다. 나중에 우리에게 영향력이 생기면, 언더그라운드 신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언더그라운드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옛날처럼 특정한 하나에 꽂히는 게 아닌, 문명의 끝으로 가고 있단 생각이 든다. 다양한 취향을 공유하는 그런 문명 말이다.

아파치: 대신 뿌리는 비슷한 거지. 중식 뷔페나 김치를 베이스로 하는 식당처럼 하하.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지만, 딱히 보여줄 게 많지 않다.

준원: 한국은 문화를 주로 수입하는 입장이라 그렇다. 영국 같은 경우는 수출을 목적으로 만드는 애들이 많다. 미국도 그렇고 어느 나라든 간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 국외로 나가는 경로가 바로 팝과 섞이는 경우다. 우리는 케이팝이 잘 되고 있지 않나. 이젠 수출을 목표로 경쟁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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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아카이빙이 답이지 않을까? 한국만의 무언가를 풀어내는 게 그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을 것 같다.

준원: 국제적으로 봤을 때 시장성을 찾아야 한다. 언더그라운드는 일정 규모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러면 다양한 국가로 퍼져야 한다. 경제학을 떠올려야 할 것 같다. 유럽이 잘 되는 이유가 그거다. 사용하는 통화도 같고 지리적으로도 붙어있다. 영국과 호주는 영어권 국가니 가능하고, 미국은 원체 자국 시장이 크기도 하고.

아파치: 사실 한국이 세계화에 적합한 이유가 독자적인 색이 너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지.

 

멤버들끼리 서로 취향을 잘 알고 있으니 기획적인 면에서 충돌은 크지 않을 것 같은데.

아파치: 아예 없다. 음악적인 뿌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MINII는 리더로서, 어떤 기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MINII: 이제는 밸런스를 많이 맞춘 단계다. 신세하는 균형을 잡고, 아파치와 준원은 헤더로서 역할에 충실하다. 그레이도 적절히 얼터 이고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롤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내 역할이다. 기획할 때도 예전엔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제는 거의 없다. 서로 믿음이 있고, 우리끼리 재밌게 놀자는 의도가 기본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색깔을 낼 때도 예전엔 일일이 정했다. 내가 생각하는 넥스트 레벨은 이런 걸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여주고 음악도 더 많이 내고, 프로덕트도 더 많이 찍는 것이다. 좀 더 상업적인 방향을 보고 있다.

아파치: 외국에 자주 갈 생각이다. 준원이가 계획하는 게 있다. 여기서 얘기할 순 없지만, 굉장히 놀랄만한 소식들이다. 긴 작업이겠지만. 최종 목표는 서울을 대표하는 사운드가 되는 거다. 외국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보이면, 우리가 하는 게 서울 사운드가 된다.

MINII: 기대해도 좋을 만한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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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 외에도 비주얼을 담당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MINII: 문(Moon)이라는 이름을 쓰는 호연이는 전체적인 아트워크를 맡는다. 나인이스트(Nineist) 형은 이걸 더 구체화하고, 기록물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작업할 때 회의를 같이 진행한다.

아파치: 음악만큼이나 우리 색깔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이 50%, 아트워크가 50%.

MINII: 우리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얼터 이고 음악에 대한 피드백은 어떤가.

그레이: 아쉬운 점은 음악이 너무 빨리 묻힌다는 점이다. 컴필레이션도 그렇고 리믹스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신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오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신세하: 그래서 꾸준히 해야 한다.

 

 

얼터 이고가 생긴 지 1년이 넘었다. 생각보다 주목받지 못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그런 것 같은가?

준원: 아무래도 대중문화와의 연결고리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케이크숍도 이제 파티 때마다 줄을 서지 않나. 음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메인스트림의 차이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고, 럭셔리한 대형 클럽이 아니더라도 줄을 서서 입장한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다. 메인스트림으로 케이크숍을 알게 되어 놀러 왔다 가도,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새로운 음악들을 교육받고 가는 곳이니까. 방송에서도 많이 비추고,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소비된다. 그렇다 보니 언더그라운드에서 멋을 잘 부리면 충분히 소비될 수 있다. 그러나 얼터 이고는 아직 수요 면에서 불리하다. 명확한 장르를 대변하는 파티가 아니다 보니 어필할 포인트가 딱히 없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이 더 끌렸고, 우리의 방식대로 이뤄낸다면 더욱 뿌듯할 것 같았다.

아파치: 사실, 상관없다. 우리가 유명해지면 얻는 게 뭐가 있나. 기껏 해봐야 대학교 행사다. 근데 우리는 EDM 트는 사람이 아니라, 섭외가 들어와도 반응이 좋을지 장담할 수 없다. 우선은 결과물이 쌓여야 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얼터 이고는 각자의 세계관 안에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하는 크루다. 모든 멤버가 그렇다. 유명세에 초점을 맞추면 개판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러면 오히려 더 멋없어지겠지.

신세하: 유명해지려고 했으면 초대장을 뿌리고, 사진을 많이 찍었을 것이다.

 

최근 전자음악은 구분이 모호해진 것 같다. 만드는 이들은 어떻게 느끼는가?

그레이: 더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하우스만 파다 죽을 거야’라는 분위기가 있지 않았나. 여러 가지를 섞는 걸 할 수 없는 형들이었다. 대신 장인 비슷한 게 되는 거지. 형들이 못하는 걸 우리는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근데 섞이는 게 너무 지겨워져서 나는 바이닐 플레잉을 준비 중이다. 나도 초반에는 트렌디한, 시대의 빠른 속도를 즐겼다. 근데 점점 지쳐서 이제는 바이닐로 넘어갔다. 바이닐로 플레잉하면 생각하지 못한 노래가 나와서 나도 놀라곤 한다. 이걸 즐기는 방식도 베뉴마다 다르다. 케이크숍에서 모르는 노래를 틀면 모두가 무시한다. 근데 미스틱 같은 곳은 모르는 곡이라도 즐긴다. 또, 바이닐로 플레잉하면 곡 선택에 신중해진다. 판을 사야 하니까. 솔직히 돈 아까운데, 그렇기에 더 신중하게 음악을 듣는다. 나는 평소 취미도 음악이다 보니, 바이닐을 모으는 것도 일종의 취미가 되어버렸다.

아파치: 나는 바이닐로 디제잉을 시작했다. 근데 CDJ가 더 재밌다. 나는 바이닐을 겪었으니 편한 걸 고른 거지. 성격이 급해서 빠르게 고르고, 빠르게 섞는 걸 좋아한다. 매쉬 업(Mash Up)에서 흥미를 느끼기에, 바이닐보다는 CDJ가 더 용이하다. 그래도 바이닐이 손맛이 있긴 하다. 비트매칭에서 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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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 이고가 그리는 마지막 모양새,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아파치: 서울 사운드. 우리가 서울의 사운드가 되는 거다. 제일 잘 나가는 집단, 뭐 이런 거보다는 아는 사람이 봤을 때 제일 멋있는 집단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모습이 세계적이었으면 좋겠다. 서울 하면 떠오르는 디제이가 없지 않나. 바로 우리가 되고 싶다.

MINII: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아파치를 브로딘스키(Brodinski)로 만들고 싶다. 그런 식으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레이: 개인적인 바람은 되게 어린 친구들에게 영향을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준원 키드, 아파치 키드, 신세하 키드, MINII 키드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

Alter Ego의 공식 웹사이트

진행 ㅣ 최장민 심은보
글 ㅣ 심은보
사진 ㅣ 한수연(Hansy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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