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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 자리 잡은 펍, 굿넥(GOODNECK).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문을 연 굿넥은 아직 국내에 생소한 축구 펍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굿넥으로 홍대 축구 팬들을 하나로 모으던 주인장, 조승훈이 최근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평소 화려한 스타일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편집숍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경한 길거리 문화를 굿타임즈 배드타임즈(GOOD TIMES BAD TIMES)라는 이름의 편집숍에서 풀어내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문화를 표현하고, 남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싶다는 그의 말은 직접 운영하는 숍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 연남동에 터를 잡은 두 가게의 오너, 조승훈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굿넥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어쩌다 보니 또래보다 군대에 늦게 갔다. 제대 후 복학했는데, 학교만 왔다 갔다 하는 게 싫어서 학업과 동시에 재밌는 걸 해보자 하는 마음에 굿넥을 오픈했다. 그러다 2년 만에 망했지. 하하. 그러고 나서 마음 잡고 같은 이름으로 축구 펍을 다시 열었다.

 

펍 운영 외에도 좋아하는 문화에 참여하고픈 욕심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 단순히 축구 펍이라고 말하기엔 국내에서는 생소한 문화니까.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축구를 주제로 한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다고 믿고 있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공부하고 현지 경험도 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우리가 좋아하는 길거리 문화와 함께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국에도 이런 펍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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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축구 펍 현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최근 연남동에 축구 펍이 한군데 생겼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생각보다 큰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주로 밤늦게 시작하는 외국 축구 중계와 거리감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 보니 운영에 어려운 점은 있다.

 

굿넥을 운영하기 이전엔 무슨 일을 했나.

패션이라는 굴레 안에서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브랜드 구상도 해보고, 학교도 다니다가 시간이 흘러서 여기까지 왔다.

 

흔히 ‘스지’라고들 하지 않나. 이쪽 바닥에서는 상당히 익숙한 얼굴인데.

어릴 때부터 노는 걸 워낙 좋아해서 주변 형들을 많이 따라다녔다. 그러면서 뭔가 하고 싶은 걸 찾았는데 정작 실행한 건 없던 시절이었지. 하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이 범상치 않은데, 본인을 어필하는 데 자신 있어 보인다.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름대로 패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이다. 이게 생업이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 몰랐다. 원래 본업을 두고 펍을 운영하려고 한 건데 순서가 바뀐 거지. 성공한 사람이 술집을 하거나 혹 다른 부업을 하지 않나. 내 경우에는 그 순서가 바뀌어서 부업으로 생각했던 일이 본업이 됐다. 그래서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을 순탄하게 진행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었다.

 

펍 내부 인테리어만 봐도 엄청난 축구 사랑이 느껴진다. 전부 어디서 구했나?

자기가 좋아하는 건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오타쿠지. 기회가 될 때마다 축구 관련 제품을 하나둘씩 모았다. 보통은 현지에서 사 오는 편이다. 이베이(Ebey) 같은 옥션도 많이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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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에서 연남동으로 옮긴 이유가 있다면.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옮긴 건가?

나는 대학교에서 잘렸다. 총 4번 잘렸지. 최종학력은 고졸이다. 하하. 펍을 한번 제대로 운영해보고 싶어서 옮겼다. 괴상한 소리이긴 한데,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 때는 한 번쯤 망해보고 싶었다. 하하. 그래서 내 마음대로 말도 안 되는 장소에서 운영한 거다. 그때 부족한 걸 많이 느꼈고, 연남동으로 와서 다시 마음 잡았지.

 

혜화에 있을 때, 장사가 잘 된 편 아닌가?

이전 굿넥의 정확한 위치는 대학로 옆 삼선동이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위치였지.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니까. 많은 사람이 굿넥을 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와야 가게 운영이 된다. 하하.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막상 굿넥을 떠올릴 때, 어떤 안주나 음식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자랑할 메뉴가 있나?

메뉴는 아직 하나밖에 없다. 치킨 윙. 하하. 생맥주는 항상 기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기에 맛 하나는 기가 막히다. 메뉴를 늘려갈 계획은 있는데, 안주가 없어도 맥주 한잔하고 가는 편안한 펍을 만들고 싶다.

 

지난 챔피언스 리그 때 가게 분위기가 뜨거웠을 것 같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마치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처럼 재밌게 놀았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지만, 굿넥이라는 닉네임에 사연이 있다고 하던데.

2007년도지 그때가? 하하. 너무 오래됐다. 당시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공식 서포터로 활동하고 있었다. 처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이 방한할 때 서포터가 창단됐다. 물론 나도 지원해서 깃발도 돌리고 응원가를 연습했는데, 경기 전날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더라. 그래서 개인적으로 벤치 뒤쪽 편 좌석 표를 구했다. 그때 뭐에 꽂혔는지. 경기도 제대로 안 보고 벤치 뒤에 서서 뒷사람에게 욕먹어가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hristiano Ronaldo)를 하염없이 불렀다. 뭔가 통했는지, 그가 나를 보며 느닷없이 큰소리로 제스쳐와 함께 ‘Good neck!’을 외쳐줬다. 호날두니까 그렇게 해줬던 것 같다. 하하. 별일 아닐 수 있겠지만, 굿넥을 제2의 이름처럼 쓰면서 사는 이유가 또 있다. 지금은 좀 잘하는데, 그때는 호날두가 영어에 서툴렀다. 하하. 사실 ‘Good neck’은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일단 호날두가 영어를 틀렸다는 것 자체가 재밌고, 그 말이 마치 내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져서 계속 쓰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매일 축구만 했으니까. 그때는 그래도 또래 친구들 좋아하는 만큼 좋아했지, 유별나다는 소리까진 못 들었다. 중요한 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그랬겠지만, 나 역시 월드컵에 열광했다. 그때 유난히 감흥이 컸던 것 같다. 4년 뒤, 2006년 월드컵 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했고, 남아공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2010년에는 직접 가고 싶은 열망까지 생겼다. 축구라는 스포츠에 점점 물 들었던 거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된 계기라고 한다면, 어릴 적부터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을 엄청 좋아했다. 그 이후엔 호날두에 빠졌다. 유로 2004 결승전에서 그리스에게 졌을 때 서럽게 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 그때부터 완전히 매료되었다. 박지성이 입단하고부터 맨유는 국민 구단이 되지 않았나. 그때 한국에 오거나 만날 기회가 있으면 공항까지 따라다녔다. 빠순이 같은 마음이었다.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웠고, 열정이 커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하. 그건 진짜 열정 맞다. 잘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나 박수받을 일은 아닌데, 진심으로 재미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7번 축구 선수 네 명이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데이비드 베컴, 나카타 히데토시, 그리고 박지성. 내 꿈 중 하나가 네 선수를 모두 만나서 사진을 찍고 사인받는 거였다. 지금은 거의 이뤘고, 축구로 인해 이런 역사가 생기는 게 너무 즐겁다.

 

평소 일산에서 축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 근데 요샌 좀 쉬고 있다. 사실 팀이라기보다는 모임 같은 건데, 우리끼리 FC 솔밭마루라고 부르고 있다. 하하. 이전에는 위켄드 보이즈(Weekend Boys)라는 팀에서 뛰었는데, 최근 잠정적으로 해체했다.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나.

안정환 같은 포지션이랄까. 하하. 사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Dimitar Berbatov)처럼 산책만 한다. 참가에 만족을 두고 설렁설렁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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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사커 클럽(Chinatown Soccer Club)은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팀 멤버들이 속한 독특한 축구 클럽이다. 어떻게 이들을 알게 되었나?

차이나타운 사커 클럽(Chinatown Soccer Club)을 알게 된 건 팀에 속한 펩킴(Pep Kim) 형 덕분이었다. 훌륭한 예술가, 능력 있는 뉴요커들이 많이 뛰는 팀인데, 알고 보니 뉴욕에 비슷한 성격의 축구팀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이 생겼더라. 미국은 축구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국가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워낙 다양한 문화가 얽혀서 그런지 남의 문화도 자기네 문화로 만드는 능력이 엄청나다. 나도 한국에서 조기 축구를 15년 했는데, 그 열정이 반의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출근 전에도 나와서 한다고 들었다. 일주일에 세네 번씩 찬다고 하더라. 여성 멤버도 있고, 퇴근하고도 축구하고, 응원하고 그런다. 진짜 문화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새로운 문화를 만드니 뭘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 같았다. 축구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취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어떤 자부심을 배워갔다.

 

그들과 직접 경기를 뛰었을 때 감흥은?

뭐 그냥 친구들끼리 하는 거랑 다를 바 없다. 이전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한 친분도 있었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고 온 뒤라 그런지 더 반겨줬다.

 

팀의 마스코트 같은 중국인 아저씨가 보이던데.

아, 그 레전드 아저씨! 축구 존나 잘한다. 하하. 미스터 강이라고 불린다. 그 아저씨도 대단하지만, 래리 클락(Larry Clark)의 “Kids”라는 영화에도 나왔던 레전드 스케이터, 피터 비치(Peter Bici)와 함께 공을 차고, 술 마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슈프림 뉴욕 스토어 매니저도 만났다. 모두 축구라는 스포츠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K리그에도 관심 있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K리그를 어떻게 보는가.

K리그 진짜 멋있지. 아쉬운 부분이라면 젊은 층을 끌어올 수 있는 마케팅이 너무 부족한 점이다. 성남 FC 같은 팀은 그쪽으로도 힘쓰고 있다. 자신들이 부족한 걸 아는데 표현하는 방식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상업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 저번 주도 K리그를 봤는데, 응원문화 같은 건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전북은 매번 2만 명이 와서 열심히 응원하고 심지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 주변에도 축구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가서 보고 응원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펍에서도 2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축구를 열심히 보는 사람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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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굳혀진 축구 팬의 이미지가 있지 않나. 골수 팬이라는 느낌보다는 축구를 바탕으로 여러 문화와 접목하려는 콘텐츠 생산자에 가까워 보인다. 

지금 세계적인 트렌드가 그렇다. 이걸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세계의 흐름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나름 최대한 그 감흥을 표현해보고 싶다.

 

재미있는 축구 행사를 기획해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브랜드 행사도 우리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건데 아직 부족하다. 할 수 있을 때 빨리 올라가고 싶다.

 

일본은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내부적인 축구팀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유행이긴 하다. 전시 측면도 있지. 일본은 그런 액션에 특화되어 있으니까. 하하. 그래도 그 액션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무척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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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굿타임즈 배드타임즈(Good Times Bad Times)라는 숍을 오픈했다. 어떤 곳인가?

기본적으로는 편집 숍이다. 지금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많지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브랜드도 가져오고 싶다. 이와 함께 더 많은 독립 출판물을 다루려고 준비 중이다.

 

상호로 사용 중인 ‘Good Times Bad Times’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노래 제목이지 않나.

레드 제플린의 광팬은 아닌데 책을 몇 권 소장 중이다. 데뷔 앨범 첫 트랙이지 않나. 예전부터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뜻도 좋고 이름도 멋있어서 쓰게 된 거지.

 

숍 브랜드로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디렉터의 취향이 숍에서 드러나는 게 양날의 검 같기도 하다, 쉽게 자유로워지진 못할 것 같아서 ‘Good Times Bad Times’는 개인적인 브랜드로만 표현하려고 한다.

 

축구 관련 숍을 오픈할 줄 알았는데, 생소한 브랜드가 꽤 많다.

스케이트보드, 길거리 문화를 좋아하지만, 직접 건드리지는 않았다. 사실 타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었고. 그러나 그들의 문화를 보는 거에 매료됐다. 문화 자체를 리스펙트(Respect)하는 거지.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그들처럼 풀어보고 싶었고, 내겐 그 수단이 축구였다. 예전에는 나 혼자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알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나와 비슷한 포지션의 사람들이 축구와 예술, 길거리 문화를 접목하는 게 트렌드 아닌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렇게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이 분야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모든 문화는 그 시작점이 있지 않나. 축구 역시 그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축구 클럽들을 VISLA에서도 다룬 적 있지 않나. 아까 말했던 차이나타운 사커 클럽과 만났을 때도 내 행보를 관심 있게 보고 응원해준다. 동시에 나도 그들을 존중한다. 각자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류한다면 새로운 흐름이 생길 거다. 우리는 모두 하나니까.

생소한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 일은 힘들지 않았나.

다양한 브랜드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가 메일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했다. 거절당한 것도 많은데, 정말 들여오고 싶었던 섹스 스케이트보드(Sex Skateboards)와 라이프 어 비치(Life a Beach)와 연결이 되어서 만족스럽다.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강렬한 브랜드를 수입하고 싶었다.

 

입점 브랜드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독 타운(Dog Town)과 라이프 어 비치는 이미 상당한 이력을 가진 브랜드다. 한국에서 팔 법도 한데 제대로 전개하는 곳이 없었다. 값이 꽤 나가지만, 충분히 감수할만한 브랜드라고 자부한다. 이런 훌륭한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숍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 전개하는 브랜드 외에 관심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몇 개 있다. 아직 연락을 안 해서 말하기 그런데, 러시아 쪽 브랜드를 몇 개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 브랜드와 보이즈 오브 섬머(Boys of Summer) 등 키치한 인디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많다. 비슷한 취향의 출판물도 함께 전개하는 브랜드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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숍 내부에 갤러리를 구성해놨다. 갤러리야말로 새로운 도전인 듯한데.

앞서 말했듯이 표현에 대한 욕구가 엄청 크다. 한국에 있는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기회와 장소가 부족하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갤러리를 열었다. 이미 온라인으로 작업물을 어필할 수 있는 시대지만, 직접 눈으로 봐야 그 감동이 더 크지 않나. 나와 주변 친구의 작업물을 여러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했다.

 

갤러리에 특별한 운영 방침이 있다면?

내 취향을 최대한 담고 싶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가 모르는 것도 많고, 아직 만날 사람도 많으니까. 한국에도 숨어있는 아티스트가 분명히 있다. 재밌고 멋있는 거라면 모두 환영이다. 기회도 주고, 나도 자극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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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브랜드, 출판물도 가져오나?

국내 출판물은 계속 들일 생각이다. 브랜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 중이다.

 

여행도 많이 다니는 것 같던데. 거기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인가?

나름 이곳저곳 다녔는데, 어릴 때 바라보던 것들이 이제는 멀기만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세상은 정말 넓다. 멋진 사람도 너무 많고. 또한, ‘아! 우린 아직 좆밥이네!’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끼다가 그냥 비행기 타고 오는 거지. 하하.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라면.

러시아. 와, 진짜 여러 국가를 여행하면서 감흥이 조금 떨어진 것은 사실인데, 러시아는 진짜 이 나라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더라.

 

드나들기 쉬운 나라가 아니지 않나?

나도 몰랐는데, 이제 러시아는 비자 없이 들어갈 수 있다. 그전엔 러시아라는 국가에 접근하기가 꽤 까다로왔는데, 요새는 여행 가는 사람이 조금 늘었다고 하더라. 아무튼, 러시아에 도착하고 나니 공산국의 힘과 과거 초강대국의 아우라가 한껏 느껴졌다. 비행기 표, 물가도 싸고 특유의 나이브한 분위기 역시 좋다.

 

위험하다는 말이 많던데.

누구나 무섭게 생긴 사람을 보면 순간적으로 쫄기 마련이다. 근데 익숙해지면 점점 괜찮아진다. 브라질에 갈 때는 유서까지 쓰고 갔다. 하하. 위험하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별일 없겠지’라는 마음이 더 컸다. 혹시 “City of God”이라는 영화 봤나? 그 동네가 실제로 있다. 호시냐라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거대한 빈민가로 유명한 동네인데, 그곳에 있는 호스텔에서 일주일 정도 묵었다. 솔직히 존나 위험했지. 그래도 보다시피 지금 살아서 인터뷰하고 있지 않나. 요새 한국을 봐라. 내가 보기엔 한국이 제일 위험하다. 사실 러시아가 좋다고 해도 겨우 모스크바에서 딱 3박 4일 머물렀다. 지극히 일부분만 봐서 감흥이 더 컸을 수도 있다. 그 큰 나라에 잠깐 있었다고 러시아를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 의미 없는 일이다.

 

최근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가 러시아 패션을 알렸다. 패션 산업에서 러시아는 뜨거운 감자다.

전 세계적으로 뭘 좀 안다고 하는 사람의 취향이 러시아에 깔린 것 같다. 일단 양아치 문화가 뜨고 있지 않나. 그 친구들은 진짜 양아치다. 하하. 영어권 나라가 아니라 그런지 간판 같은 것도 매력적이다. 예술적으로도 많은 걸 이룩한 나라지 않나.

 

최근 유부남이 된 소감은?

그냥 좋다. 결혼하니까 이렇게 나와서 돈 벌려고 노력도 하고 있지. 하하.

 

제2의 김흥국을 꿈꾸는가.

나는 진심으로 축구를 사랑한다. 한국에도 김흥국 아저씨 같은 열정적인 팬이 많다. 열정만큼은 정말 뒤지지 않지. 그런데 직접 월드컵을 관람하며 다른 나라는 어떤지 보니까 축구 선진국이라는 나라인데도 그다지 멋있진 않았다. 젊은 친구들이 이런 부분을 더 재미있고 멋있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런 노력이 월드컵 성적에도 반영될 수 있고,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니까. 문화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정도 규모의 펍, 옷가게가 주목을 받는 게 이제 한국에서는 정말 쉬운 일이다. 사실, 별거 아닌데 인터뷰까지 할 이슈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나는 근 10년간 이런 숍을 꿈꿨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가게다운 가게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그렇다고 그곳이 다 승승장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사이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해졌다. 누구에게 평가받으려고 하는 일도 아니고, 결국 우리가 선택한 삶인데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다. 문화의 저변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난 모두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싶다.

사진 l 백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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