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X1000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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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드 필르머 라이언 가셜(Ryan Garshall)이 이끄는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드 집단 GX1000은 소니(Sony)사의 비디오카메라 DCR-VX1000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필르밍 중이다. 그들이 거친 수많은 국가의 스팟과 스케이터는 GX1000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여러 스케이터에게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최근 오랜 시간 모아온 GX1000의 첫 풀 렝스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번 기획 기사는 GX1000을 감명 깊게 감상한 국내 스케이터 3명의 짧은 감상문이다.

 

GX1000 : Japan

 

한철희

인터넷과 미디어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지금, 스케이트보더는 수많은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보며 감동하고 더 많은 시간을 스케이트보딩에 할애한다. 과연 스케이트보드 영상의 어떤 점이 스케이트보더에게 영감을 주는 걸까?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본인이 좋아하는 스케이트보더의 파트, 영상미, 배경음악과 편집 기술 정도일 것이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GX1000은 이 모든 요소가 버무려진, 필르머의 철학이 묻어나는 가슴 뛰는 영상이었다.

제이크 존슨(Jake Johnson), 브라이언 델라 토레(Brian Delatorre), 요니 크루즈(Yonnie Cruz) 알 데이비스(Al Davis)처럼 핫한 스케이트보더가 등장하는 도심 속 스케이트보딩이 GX1000을 관통하는 코드다.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껏 지겹도록 봐오던 스케이트 파크, 미 서부의 캠퍼스는 결코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길거리만을 영상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영상의 하이라이트인 다운힐 파트는 심장이 쫄깃할 정도의 아슬아슬한 언덕을 비춘다. 굉장한 속도로 질주하는 스케이트보더를 뒤따라가며 촬영을 하는 필르머를 자신과 이입해 본다면 “홀리 앁!”을 연발할 수밖에 없을 것.

GX1000은 넓고 한적하거나 지정된 장소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게 이 문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영상은 샌프란시스코, 뉴욕과 같은 도시의 빼곡한 빌딩 숲에서도 인공적인 기물이 아닌 도심의 다양한 지형을 이용해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다며 끊임없이 종용한다. 심한 경사의 다운힐 신(Scene)은 스케이트보드의 본질인 롤링만으로도 얼마든지 스릴 넘치고 재밌는 스케이트보딩을 즐길 수 있다는 흐뭇한 생각을 들게 한다.

※음악도 좆됨.

 

GX1000 : SF Is Where The Heart is

 

박근범

필르머 라이언 가셜(Ryan Garshall)과 그 친구들의 행보는 어느 순간 스케이터 사이에서 항상 체크해야하는 비디오가 되었다. 이들은 4:3 비율과 필름 카메라, 큰 기교를 부리지 않은 영상과 기가 막힌 BGM 또는 침묵과 함께 세계를 누비고 있다. GX1000에서 사용하는 4:3 비율과 향수를 불러오는 로 파이(Lo-Fi) 영상미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비디오카메라 안에서 피사체가 되는 스케이터는 스팟의 창조적인 활용과 그에 뒤지지 않는 실력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앞서 말했지만, 비디오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다운힐 신이다. 여타 비디오라면 2~3분짜리 콘텐츠를 만들어버릴 정도의 무지막지한 시퀀스지만, 이 존나 쿨한 또라이 녀석들은 이 부분을 통째로 영상에 쑤셔 넣어버렸다.

GX1000에서 비추는 스케이트보딩은 멋있으면서도 이기적이다. 어떤 각도와 시각으로 스케이트보드를 대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달까. 같은 스케이트보드라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스타일과 영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누군가는 GX1000의 스케이트보딩을 두고 너무도 위험한, 도시의 질서를 지키지 않는 철부지의 영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고 항상 곁에 두고 꺼내 보며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심장을 뛰게 하는, 최고의 스케이트보드 영상으로 가슴에 담아 둘 수도 있다. 한 인간이 널빤지와 네 개의 바퀴로부터 탄생한 이 문화를 접하고 자신의 삶으로 만들었을 때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필르머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시의 거친 내리막길을 스케이터와 함께 다운힐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은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과연 이 녀석들의 어마 무시한 스케이트보딩을 감당할 필르머가 얼마나 있으랴…….

가장 멋있는 스케이터는 알 데이비스였지만, 그에 준하는 강한 임팩트를 준 스케이터는 제이크 존슨이었다. 꿀렁꿀렁 보드를 타고 높은 레일을 노 컴플라이(No Comply)로 훌쩍 넘어버리는 부분(22분 6초)을 주의 깊게 감상해보자. 아, 정말 이놈들은 재수 없을 정도로 멋있다.

 

GX1000 : NYC This is A Monument

 

김민욱

매회 나오는 GX1000 영상을 꾸준히 시청하고 있다. 인트로에 삽입된 테이프 감기는 소리는 마치 영화관에서 상영 전 소등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이번 GX1000의 풀 렝스 영상 역시 즐겁게 보았다. 내가 좋아하거나, 잘 만들었다고 느껴지는 스케이트보드 영상은 보고 난 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싶게끔 하는 영상이다. 영상미와 장소, 그 외의 기교는 나에게 결코 중요하지 않다. GX1000은 확실히 ‘날것’의 느낌이 있다. 저장 매체로 테이프를 사용하는 것부터 알 수 있다. 엄지손톱만 한 메모리 카드를 통해 전송, 복사하는 일이 훨씬 편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하지만, 발전을 거듭하는 고(高) 테크놀로지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로 분명 해결할 수 없는 감성이 있다. 불필요한 번거로움에서 발생하는, 뭐 그런 거…….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놓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그런 행위와 비슷하지 않겠나. 물론 GX1000에서 이런 고상한 감성을 찾기는 어렵지만, 테이프라는 아날로그 저장 매체만의 거칠고 따뜻한 모순적인 느낌은 확실히 색다른 감성이다.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딩의 매력, 스케이터와 필르머 사이의 열기를 담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방법이 있을까. 이번 GX1000은 “이걸 보고 나서 바로 스케이트보드 타야지”, “오늘은 누구와 보드 탈까”를 당장 고민하게 하는 영상이다. 아, 오늘은 좀 넘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GX1000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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