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우, 마오 사진전,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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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한국에서 큰 화제를 모은 사진전 ‘청춘길일’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사진작가 양승우가 일본 국적의 아내, 마오와 함께 다시 한국을 찾는다. 사진을 전공한 그녀와 연애할 때부터 서로를 촬영하며 쌓은 사진을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공동 전시로 선보일 예정.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지난 ‘청춘길일’에도 함께한 ‘갤러리 브레송’에서 10일간 전시한다. 다른 설명보다는 본문 하단에 옮긴 양승우의 작가 노트를 확인해보는 게 그와 아내, 그들의 사진을 이해하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되겠다.

전시 정보

기간 ㅣ2017년 1월16일 ~ 1월25일

장소 ㅣ 서울시 중구 퇴계로 163 B1(허주회관) 02)2269-2613 ‘갤러리 브레송’

양승우 인터뷰 보러가기

작가노트

꽃순이


벚꽃놀이 하면 우선 떠오르는게 먹고 마시고

다음날 속 쓰리고 머리 아픈 기억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와 갔을 때 처음으로 꽃이 아름답게 보였다

피어있는 꽃도 예쁘지만 지는 꽃도 죽이더라.



프랑스 몽상미셀 에서

염분이 들어있는 폴을 먹고 자란 양고기가 유명한데 비싸서 못 먹고

다음에 꼭 다시 와서 먹자고 약속했다.



옆방에선 화장실 물내려가는 소리

맞은편 방에선 금방이라도 피를 토하며 죽을 것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소리

창문 쪽에선 고양이 울음소리

그리고 내 심장 소리.

가끔 그녀가 와서 연애를 하면 아래층에 사는 할머니가 지진이다 라고 소리친다.

2층에 여섯 개 방이 있는데 가운데 202호가 내 방이다.

다다미 6개 깔려있고 샤워 시설은 없다.

나는 거기서 10년을 살았다



그녀는 나만 봐도 웃고 나만 졸래졸래 따라다닌다.

집에 같이 있으면 내 등짝에 딱 붙어 있다.

귀찮을 정도다.

하지만 워낙 내 마음대로 해왔기 때문에 집에 있을 때만큼은 잘해주고 싶다.

가끔 혼자 있을 때 이 작품 슬라이드를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그녀는 24살 때부터 나만 따라다니고 33살에 결혼하고 지금은 35살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가난한 무명의 사진작가다.



나는 그녀를 첫 데이트부터 지금까지 계속 찍어왔다.

만난 지 2년째 어느 날 지금까지 찍은 사진을 모아 내가 만든 사진집을 선물했다.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그녀에게 너도 나찍어라.

둘 중 한사람이 죽을 때까지 찍기로 했다.



양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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