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OTAKHEE의 괴물같은 트랙, “Heavyweight Dancer”

이제 장인의 길에 들어선 듯한 프로듀서, 오타키(OTAKHEE)가 신보 [Heavyweight Dancer]를 발표했다. 현재 그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앨범 첫 번째 트랙인 “Heavyweight Dancer(Droppin Hits)”가 공개된 상태로 해당 곡으로 앨범의 무드를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약 1년 전, 스톤즈 스로우 레코즈(Stones Throw Records) 소속 베테랑 MC, M.E.D와 함께 앨범을 발표하며 마니아들에게 놀라움을 던진 그가 이번 트랙에는 피처링으로 디클레임(Declaime)의 이름을 무심하게 올려놓았다. 오타키의 음악을 이제 굳이 정형화된 장르에 끼워 맞춰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현재 바이닐로 구매할 수 있는 그의 새 앨범 [Heavyweight Dancer]는 오는 20일, 디지털로도 발매된다. 군침 도는 이번 앨범을 미리 들어본 GQ 피처 에디터, 유지성의 리뷰를 하단에 싣는다.

OTAKHEE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첫 곡 ‘Heavyweight Dancer(Droppin Hits)’부터 혼란스럽다. 이것을 뭐라고 부를 수 있나. 흔히 ‘네 박자 음악’이라 칭하는 댄스 음악인가, 아니면 브레이크 비트 쪽의 계보를 따져봐야 하나, 디클레임 (Declaime) (aka Dudley Perkins)의 랩이 있으니 힙합이라 말할 수도 있나? 어쨌든 킥과 스네어를 이렇게 비워 놓고도 충분한 ‘그루브’를 만들 수 있구나, 라는 결론. 리듬을 이끄는 하이햇과 다양한(대부분 신시사이저에서 나온 듯한) 소리들이 서로의 사이를 마구 쪼개 비집고 들어가는데, 결국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리듬의 구조라는, 잔뜩 과장시킨 베이스로 귀를 압도하는 것이 춤곡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확신에 도달하게 된다.

티오 패리시(Theo Parrish)의 역작 <American Intelligence> 의 Fallen Funk’가 떠오르는, 조지아 앤 멀드로(Georgia Anne Muldrow)가 보컬로 참여한 ‘Computer Rock’를 지나며 점점 얽힌 고리가 풀린다. 무엇보다 몸을 가만히두기 어려운 노래. American intellegence의 싱글 ‘Footwork’는 곡의 특성과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춤 모두 Juke/Footwork 신의 그것과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아주 일부의) 논란이 됐지만, 티오 패리시는 자신이 자란 도시 시카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고, “그런 춤 또한 똑같이 정확성, 에너지, 리듬을 필요로 한다”는 말로 직접 논란을 종결지었다. 오타키 또한 어떤 ‘템플릿’을 선택하고 거기서 전통적으로 쓰이는 요소들(악기든, 박자의 형태든) 그대로 구현하기보다, 일단 자신의 ‘내적 댄스’가 최우선 과제였던 게 아닐까. 그렇게 까다로운 뮤지션이자 음악애호가인 자신의 몸이 반응할 만한 복잡한 장치를 설계한 음악으로, Heavyweight Dancer는 고유하다.

단 한 곡도 편안히 박자를 짚어주는, “쿵, 쿵, 쿵, 쿵”을 따라 가기만 하면 되는 그루브는 없다. 들으며 머리와 목을 앞뒤로 규칙적으로 흔들기보다 입체적으로 돌리고 꺾게 된다. 춤추기 위해만든 음악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다 내려놓고 분위기에 취하기보다 머리가 깨어있는 채로 만끽하기 더욱 적절한 음반. 그러니 이것은 클럽의 댄스 플로어에 어울리는 동시에, 감상용 음악이기도 하다.

최근 명백히 댄스 음악의 주류를 차지한 일군의 테크노가 ‘정신 차리지 않고 춤추는 행위’, 이른바 ‘트랜스 상태’를 위해 BPM을 더욱 높이고 반복과 ‘덥’을 지향한다면, 테크노 근본주의자들이 만드는, 혹은 혹독한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출발한 테크노는 거친 것을 정면으로 꺼내 보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거친 면모를 저음에 한정하지 않고, 개별적 소리를 각각 드러내고 그것을저음에 파묻히지 않게 한다. 그래서 막상 눈감고 꿈꾸듯 춤을 추려다가도, 번쩍 눈을 뜨고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이야, 이건 완전히 전신을 두드려 맞는 기분이군.

이 음반은 순서대로 듣기를 권한다. 전작 <Psychedelic Weather>를 좋아한 사람이든, 오타키가 디제이로서 테크노와 하우스를 트는 것을 본 사람이든, 아직 그를 힙합 프로듀서로 기억하는 사람이든, 그 모두에게 고하는 선언 같은 ‘F**k You, We Will Dance’를 마지막에 만나길 바란다. 그리고 춤추라면서 뭐가 이렇게 안 신나느냐는 입장이라면 다른 클럽에 가보는 게 좋겠다. 서서히 고조되다, 완전히 숨죽이다, 다시 훅 치고 들어오는 이 호흡이 길고 변화무쌍한 곡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개 똑바로 들고,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글 ㅣ 유지성(GQ 피처 에디터)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