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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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케이터의 압구정 피난처 코너 델리(Corner Deli),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의 영역을 표방하는 브랜드 루스리스(Ruthless), 축구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트리트웨어를 전개 중인 니벨크랙(Nivelcrack)까지 모두 세 브랜드의 디렉터가 만났다.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한 명의 디렉터가 브랜드를 꾸려 나간다는 점이다. 홀로서기의 막막함을 넘어 크고 작은 벽까지 이겨내며 그들은 여전히 혼자 자신의 브랜드를 가꿔가는 중이다. 그들이 구축한 자신만의 세계에서 무엇이 탄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홀로 만들기에 더욱 단단하고 곧게 나아가는 세 브랜드의 대표인 배형찬, 이의연 그리고 이신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세 명 모두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홀로 전개 중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이신재 :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혼자 하기에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

이의연 :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때 동료와 의견을 공유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니 그냥 혼자 시작했다.

 

코너 델리는 웍스아웃(Worksout)이라는 의류 디스트리뷰션 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지 않나. 회사를 설득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나?

배형찬 : 특별한 이유는 없다. 웍스아웃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인 징크(Zinc)라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설득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지금껏 회사가 자체적인 브랜드에 쏟은 에너지가 적었다고 판단해서 코너 델리를 수락한 건 아닐까. 나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이의연 : 조이리치(Joyrich)라는 브랜드에서 VMD와 매니저로 일했다. 루스리스를 시작하려고 결심한 뒤 퇴직금을 계산해서 적절한 시기에 나왔다.

이신재 : 이전까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고, 혼자 웹디자인을 공부했다. 니벨크랙과 함께 처음으로 사회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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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신재 : 축구를 워낙 좋아한다. FC 바르셀로나(FC Barcelona) 팬이라 7~8개월 정도 바르셀로나에 있는 회사에서 인턴까지 할 정도였다. 외국에서 일하며 르 발롱 FC(Le Ballon FC)나 FC 블레드(FC BLED)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는데, 축구를 패션과 연계해 새로운 창작물, 나아가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이외 비슷한 여러 브랜드를 보면서 내 브랜드, 니벨크랙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의연 : 어릴 때부터 옷을 만들고 싶었다. 그저 막연하게 꿈만 꾸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미대 입시를 준비하며 미술학원에 다녔다. 그때 주변 친구들이 슈프림(Supreme)이나 주욕(Zooyork)을 입기 시작하더라. 그런 와중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는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헬즈벨즈(HellzBellz)나 메리드 투 더 몹(Married to the Mob)같은 브랜드 의류를 찾아 입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나도 한국에서 비슷한 분위기의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형찬 : 코너 델리를 시작하기 전부터 옷을 만들고 싶은 욕심은 많았다. 스케이트보드 콘셉트 스토어는 그저 하나의 구색인 거지. 그걸 콘셉트로 코너 델리를 만든 거고. 코너 델리라는 브랜드로 숍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겠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루스리스를 시작할 당시 국내에는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의연 : 미스치프(Mischief) 정도가 있었다. 그래서 루스리스를 시작하기 전에 나도 미스치프의 옷을 사 입곤 했다.

 

지금은 비슷한 색깔의 브랜드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이의연 : 확실히 많아졌다. ‘쇼 미 더 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힙합 경연 프로그램, 여성 래퍼의 영향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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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브랜드를 운영하니 인건비는 절약할 수 있겠다. 그 외에 또 어떤 장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배형찬 : 장단점이 공존한다. 결단을 내리기 전, 직원들과 의논을 거쳐 최선의 결과에 도달하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얘기도 있지 않나. 방향성을 잃어버리거나 중간에 그치거나 어쨌든 최선의 선택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팀이 있다면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 복잡한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의연 :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반면에 혼자 계속 일하면 생각이 막힌다. 이제 브랜드를 운영한 지 4년 차인데 슬럼프가 종종 오는 편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브랜드 관련 피드백은 주로 어디서 얻나?

배형찬 :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대부분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니까. 전체적인 결과물로 평가를 받는 게 좋지, 단순히 디자인만 쓱 보여주고 피드백을 부탁하면 건설적인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 “네가 좋아하는 거 사 입어, 난 내가 좋아하는 거 만들 테니까.” 이런 마인드로 일하는 게 속 편하다.

이의연 : 의견을 공유할 동료가 없으니 답답하다. 그래서 영화를 많이 본다. 스스로 자극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브랜드 운영 초기에는 디자인에 관련해 결정을 못 내릴 때가 많았는데, 그때 친구들에게 시안을 보내준 뒤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디자인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는 웬만하면 혼자서 결정하는 편이다.

 

혼자 한다는 게 실제 업무 강도는 물론, 심적으로도 부담감이 클 것 같다. 

이의연 : 물론이다. 택배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게 특히 불편하다. 배송이 많은 날에는 아예 밖에 못 나갈 때도 있다.

이신재 : 남에게 일을 맡기는 걸 불안해하는 성격이다. 다만, 계속 혼자 생각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빨리 고갈된다. 이제 1년 남짓 지났는데, 지금껏 진행한 제품이나 컬렉션은 니벨크랙 시작 이전부터 생각한 것을 풀어내는 일에 불과했다. 아이디어는 주변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만약, 직원을 고용한다면 어떤 일을 맡기고 싶은가.

이신재 : 생산 파트 직원을 고용하고 싶다. 시장과 공장을 오가는 일만으로 하루가 지나가는 일이 허다하니 정작 디렉팅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의연 : 마찬가지다. 혼자 하면 확실히 생산이 느려진다. 그래픽 디자이너도 중요하다. 혼자서 처리하지 못할 디자인을 구현할 때는 정말 막막하다.

배형찬 : 전부 필요하다. 하하. 디렉터라면 지시를 내려야지. 숍, 배송, 공장 등 각각의 일을 처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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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1인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리는 게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신재 : 브랜드를 막 만들었을 때, 업체와 미팅하면서 혼자 한다고 밝혔더니 놀라더라. 칭찬에 뿌듯한 적도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에는 오히려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밝히지 않는다. 외국 거래처에 메일 보낼 때는 꼭 주어를 복수로 표기한다. 하하.

 

루스리스는 프로모션 영상, 파티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부지런하게 선보여서 그런지 사실, 혼자 운영하는 브랜드인 줄 몰랐다.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인가.

이의연 : 원체 남에게 부탁을 못 하는 성격이다. 이번 시즌 영상은 친한 동생에게 약간의 보수를 지급하고 부탁했다. 이전에는 룩북 촬영, 영상 스케치, 편집까지 전부 혼자 했다. 성취감은 크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브랜드를 키우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섣불리 드러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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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델리는 회사의 힘을 업어서인지, 시작부터 꽤 구색을 갖춘 컬렉션을 드러냈다. 

배형찬 : 그렇다. 이 친구들은 망하면 자기 돈을 잃는 거고, 나는 해고당하겠지.

 

회사에 보고한 목표매출액도 있었나.

배형찬 : 물론이다. 당장은 어렵지만. 시작했으니 잘 되게끔 노력하는 게 내 일이다. 작년 12월에 오픈하고 이제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다른 브랜드 시즌이 끝날 때쯤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2017년을 위한 밑그림이라고 보면 좋겠다. 아직은 큰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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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세계에 갇힐 때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나.

이신재 : 확실히 새겨들을 만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 난 타인의 의견에 열려 있는 편이라 주변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배형찬 : 나만의 세계에 빠지는 걸 경계하지만, 그게 장점이 될 때도 있다. 온전한 내 걸 만들 수 있으니까. 코너 델리도 전체 디자인을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민하면 할수록 늪에 빠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작업하고 묵힌 뒤 나중에 다시 열어 보는 방식을 택했다. 계속 꺼내 보고 다시 넣어뒀다가 느낌이 왔을 때 작업하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더라.

 

개인의 벽을 돌파하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할 것 같다.

배형찬 :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안 좋은 반응을 얻은 경우도 많았다. 너무 신경쓰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적당히 무시해가며 진행하는 편이 낫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최고지.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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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이 그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이의연 : DJ와 함께 진행하는 믹스 CD 작업은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음악과 패션은 떼어 놓을 수 없지 않나. DJ에게 어울리는 커버를 만들고, 믹스셋을 완성하고 또 파티를 진행하는 작업은 언제나 재미있다. 누군가는 쓸 데 없는 일이라고도 하지만, 문화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신재 : ‘축구’라는 소재를 각자 다른 디자인으로 풀어내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자 할 일도 정확히 분담하는 편이라 혼자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니벨크랙은 외국 브랜드와도 자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지.

이신재 : 비용을 반반씩 나누고 그걸 또 재고로 나눠서 각자 판매 수익을 가져간다. 디자인만 조율하면 크게 어려운 건 없다. 콘셉트가 맞지 않아 틀어진 경우도 있는데, 억지로 진행할 필요 없다. 아무리 협업할 브랜드가 유명하다고 해도 우선순위는 언제나 내 브랜드의 정체성이니까.

 

세 브랜드 모두 색이 짙은 편이다. 걸 갱(Girl Gang), 축구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를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만큼 도전에 가까운데, 그 점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나.

이신재 : 오히려 그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축구 문화, 그에 관련한 스토리를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제품으로 만드는 게 니벨크랙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다.

이의연 : 걸 갱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만든 건 확실한 장점이다. 다만, 소비자군이 더 넓혀지지 않는 이유 또한 이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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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브랜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면?

이신재 : 인터 밀란(Inter Milan)이라는 이탈리아 축구팀의 유니폼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든 적 있다. 그 과정에서 팀 스폰서인 이탈리아 타이어 회사 피렐리(Pirelli) 로고를 패러디했다. 이후 이탈리아 기반의 한 잡지에서 제품 이미지와 함께 내 브랜드를 소개했는데, 그로부터 2주 뒤 피렐리에서 이메일과 편지 한 통을 보내더라. 소송 관련 내용증명서를 보낸 거다. 하하. 전량 폐기하고 이미지도 당장 내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때 굉장히 겁을 먹었다. 이렇게 브랜드가 사라지나 했지.

배형찬 : 난 오히려 그런 이슈를 기대하고 있다. 하하. 브랜드라면 어느 정도 노이즈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긴다면 그걸 이슈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라면 피렐리와 연락하는 사이라고 어필할 것 같다. 하하. 얼마나 재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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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혹은 소규모 브랜드에게는 소셜 미디어 또한 중요할 것 같은데, 각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본 경우가 있나?

이신재 : 지금껏 교류한 브랜드와 매거진 모두 인스타그램으로 연을 맺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가 됐지. 매출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이의연 :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제품 착용 사진을 게시하면 판매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큰 재미를 본 적은 없다.

배형찬 : 브랜드 정체성보다는 숍 자체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운영한다. 브랜드를 올리는 것은 두 번째 일이다. 굳이 코너 델리를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에 한정하고 싶지도 않고. 팰리스 스케이트보드(Palace Skateboards)는 분명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다. 그러나 에이셉 라키(ASAP Rocky)가 입는 순간 패션 브랜드가 되어버리는 거다.

 

반대로 그 폐해라면?

이의연 : 나 자신이 드러나는 게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루스리스 계정에 나만 나오는 게 지겨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어딜 가든지 괜히 조심스럽다. 하하. 어디서 실수라도 하면 그 여파가 내 브랜드에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배형찬 : 나는 가끔 그런 실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하.

이의연 : 안 그래도 주변에서 좀 싸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게 진짜 걸 갱 아니겠냐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브랜드에 옮겨내는 일은 재밌지만 분명 쉽지 않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동경, 이상 같은 것들이 현실로 옮겨지면서 맥 빠지는 일을 경험했을 것 같기도 하다.

배형찬 : 상대적인 것 같다. 명예나 돈을 향한 욕망이 강한 친구는 언더그라운드에 있더라도 어떻게든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그게 언더그라운드 정신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 갇히는 거다. 핑계에 불과하다. 이건 말 그대로 장사니까. 팔아서 내가 먹고사는 게 우선이지. 장사가 되게끔 만드는 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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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브랜드가 유행을 좇다가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다. 

배형찬 : 긍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뭘 하느냐가 중요하다. 슈프림(Supreme)을 예를 들자면, 패션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는 듯하다가도 뿌리를 잃지 않고 돌연 “Cherry”를 내지 않았나? 직접 보여줘야 한다.

이신재 : 난 조금 더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유행이 아니지만, 패션은 계속해서 소비된다. 난 그 둘을 조합해서 브랜드를 전개한다. 내가 갑자기 연예인에게 니벨크랙을 입히고 판매를 바랄 수는 있겠지만, 아직 돈보다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보람으로 먹고사는 게 좋다. 니벨크랙을 꾸준히 잘 운영하는 게 우선이다.

이의연 : 브랜드를 운영한다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나도 그렇고. 어느덧 루스리스를 운영한 지 4년이 됐다. 지금은 짊어질 게 많은 상황이기에 처음보다는 볼륨을 더욱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더욱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버는 만큼 다음 시즌을 위해 다시 만들어야 하니 막상 수입을 체감하지 못 할 때도 있다. 생활할 때도  내가 괴리감을 느끼는 건 행복해지려고 시작한 일인데, 막상 돌아보니 정작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다. 내 삶을 누릴 수 없으니까. 내가 행복할 만큼 최소한의 돈을 벌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배형찬 : 돈을 좇는 사람이 그나마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는 목표를 두고 오르면 돈이 따라올 거라는 말을 하는데, 그나마 환경이 이루어져 있을 때 돈이 따라온다. 욕심을 내야 할 때는 확실히 내야 한다. 자괴감을 느끼기 전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확고히 갖춰야 한다. 우린 장사꾼이니까. 문화를 만드는 사람은 다른 곳에 있다. 나는 그 문화를 좋아하고 그걸 멋있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문화를 만드는 사람은 예전부터 그곳에 계속 있을 뿐이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360 Sounds, 휴먼트리(Humantree) 등 한국 스트리트 컬처를 위시한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 뒤로 약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뚜렷한 신(Scene)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배형찬 : 10년 전쯤, 신이 만들어질 때 어느 정도 거품과 함께 쉽게 활성화가 되었던 거다. 거기서 걸러질 사람은 걸러졌고 아직 남아있는 사람도 많다. 신을 일군 사람들이 책임감도 느끼고, 더 건설적인 움직임을 보였어야 했다. 이제는 우리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알아서 크루를 만들고 브랜드도 만들지 않나. 다양한 취향을 가진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세워져야 신이라는 게 만들어진다. 자신의 성공에서 멈추지 말고 더 튼튼한 토대를 세우기 위해 새로운 세대를 꾸준히 끌어 올려야 한다.

이신재 : 내가 브랜드를 막 시작했을 때, 신의 배타적인 측면을 자주 경험했다. 난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미리 알았다면 아예 발도 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해외에 타깃을 두고 시작한 것은 맞지만, 국내에서 일을 진행하려고 했을 때 오히려 장벽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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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니벨크랙은 외국 축구 관련 브랜드와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스트리트 컬처, 축구 문화에 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하다.

이신재 : 나도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으니 뭐라 콕 집어서 얘기하지는 못했다. 축구 문화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긴 했다.

 

굳이 세대를 구분 짓자면 약 10년 전 그때 만들어진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의 후발 주자로서 브랜드를 일구어나가는 중이다. 부담되거나 느낀 바가 있다면?

배형찬 : 앞선 브랜드를 보면서 배운 건 엄청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내가 어떻게 하느냐다.

이의연 : 누군가는 분명히 이 신에서 계속 돈을 벌고 있고, 그 아래 동생들은 쫓아가는데, 서로 밀고 당겨준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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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리스가 말하는 걸 갱 콘셉트에 비해 소셜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는 조금 간지럽다.

이의연 : 룩북과 소셜 미디어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판매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주변의 반응은 꾸준히 갈린다. 너무 세다는 의견도 있고, 더 세게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금씩 변화를 준 결과, 비교적 부드러운 이미지로 비칠 때도 있다.

 

 

세 브랜드 모두 무사히 정유년을 맞았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영감을 준 게 있다면.

배형찬 : 옛날 MTV에서 나오던 팝송을 듣고 있다. 예를 들면,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엔 싱크(N 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처럼 오래 전 보이밴드나 솔로 여가수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 새 시즌을 시작할 때 이런 뮤직비디오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펼칠 생각이다.

이의연 : 최근 톰 포드(Tom Ford)가 감독한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라는 영화를 봤다. 진짜 장난 아니더라. 보통 한 사람에게는 한 가지의 재능을 준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다 잘하니까 배 아픈 느낌까지 들었다.

이신재 : “디스 이즈 잉글랜드(This is England)”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영국의 초창기 스킨헤드에 관한 영화인데, 이번에 새로이 준비하는 제품 디자인이나 콘셉트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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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er Del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Ruthless 공식 웹사이트
Nivelcrack 공식 웹사이트

진행 / 글 ㅣ 오욱석 권혁인
사진 ㅣ 백윤범
커버 디자인 ㅣ 박진우
협조 ㅣ 코너 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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