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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s ago
FEATURE

네 명의 프로듀서가 재조합한 ‘자유리듬’ 작업기

[자유리듬] 발매 초읽기에 들어서던 지난봄 무렵, 앨범 작업기 인터뷰에서 윤석철은 앨범과 동명의 트랙 “자유리듬”을 두고 “그저 자유롭게 연주하고 싶어서 만든 곡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전위적인 선율과 쉴 새 없이 충돌하고 휘어지는 시퀀스, 절정에 다다를수록 장르의 정체성마저 상실한다. 애당초 질서에 규격화된 음악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자유리듬”은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게 한다. 현란하게 치장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온전하게 옮겨놓는 것이다. 윤석철의 발랄한 가치관이 투영된 곡인 만큼 “자유리듬”은 듣는 이에 따라 심오하거나 혹은 명료하거나,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윤석철의 정체성이 온전히 드러난 트랙 “자유리듬”이 약 9개월 만에 윤석철과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발군의 프로듀서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2월 16일에 발표된 [자유리듬 Remix] 앨범은 윤석철 본인을 비롯해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무드슐라(Mood Schula) 그리고 피제이(Peejay)까지 모두 네 명의 뮤지션이 각기 다른 지점에서 곡의 본질을 탐구하고 완전히 새롭게 결합해낸다. 이제, 그들의 자유리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석철 – 자유리듬 Video Edit
(Directed by Visualozik)

 

자유리듬 – J14 Mix by 윤석철

“자유리듬”을 만든 모티브는 아무래도 무드슐라의 영향이 크다. 그는 늘 새로운 걸 보여줬다. 어떤 날은 아프리카 하이텍(Africa Hitech)의 곡들을 들려주며 “이게 바로 풋워크(Footwork) 음악이다”라고 알려줬지. 무드슐라는 늘 내가 접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로 데려간다. “자유리듬”은 그간의 경험에서 떠오른 추상적인 생각들이 모인 곡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 앨범을 내면서도 애착이 간 트랙이 “자유리듬”이었다. 사실, 리믹스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곡을 낸 건 아니었다. 우연히 한 친구로부터 “자유리듬” 리믹스 앨범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또 괜찮게 나올 것 같더라. “그동안 이래저래 형들을 도운 게 있으니 나도 한번 부탁해볼까?” 정도로 구상만 하고 있다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 결국, 시작했다.

그저 재미있을 것 같은 마음에 가볍게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하다 보니 아, 이게 장난 아니구나 싶더라. 무드슐라나 소울스케이프 그리고 피제이까지 다들 한 가닥 하는 프로듀서들과 함께하는데 어떻게 힘을 빼고 하겠나. 형들을 처음 만나 음악 하던 시절과 지금 내 모습이 겹치면서 여러 가지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의미도 발견하게 됐다고 할까. 형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곡 제목도 1월(January) 14일에 작업해서 “J14”로 정했다. BPM도 다른 이유 없이 114로 맞췄다. 원곡보다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완전히 무(無)에서 시작했다. 악기가 아닌 것들, 이를테면 클립이나 브러쉬, 탁구공, 휴지, 카페트 등 집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와 동네 화방에 가서 산 것들로 사운드를 만들었지.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어떤 소리가 날지 모르니까. 사실, 흥행에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다. 형들이 곡을 늦게 줘서 조바심이 나긴 했지만,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세상에 [자유리듬 Remix] 앨범이 나왔다. 나는 이거 하나만으로 만족한다.

 

 

자유리듬 – Timeout Mix by DJ Soulscape

나는 음반을 제작하고 파티를 만들고 레코드숍 rm. 360도 운영하는, 뭐 이것저것 하는 힙합 디제이다. 석철이는 색소폰을 연주하는 손성재 형이 소개해 줬다. 진짜 특이한 친구니까 따로 만나보라고 하더라. 아마도 대학로에서 처음 만났던 것 같다. 그때 석철이는 이미 스탠다드 재즈라든지 기존의 반복되는 것들에 싫증 난 상태였고, 그래서인지 음악을 굉장히 많이 찾아 듣던 시기였다. 얘기를 나누고 나서 내 작업실로 불러 재즈 훵크, 스프리쳐 재즈, 블랙 재즈 그리고 당시 한참 석철이가 듣던 제이딜라나 디제이들이 플레이하는 음악을 들려줬다. 연주자 입장에서 그걸 바로 흡수하면서 또 새롭게 파고들더라. 석철이가 결정적으로 발전한 터닝포인트는 ‘무드슐라’와 작업하면서부터다. 또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피제이’와 작업하면서 팝(Pop)적인 감각을 찾아낸 게 아닌가 싶다. 그 시점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석철이와 많은 세션을 진행했지만 딱히 곡 작업을 함께한 적은 없다. 오히려 다른 프로듀서나 뮤지션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면 “자이언티가 윤석철이라는 뮤지션을 모르네? 같이 작업하면 분명 뭐가 나올 텐데”. 뭐 이런 막연한 생각을 전하고 이어줬지. 그게 바로 디제이의 역할 아닐까. 다만 “Love Is A Song”은 좀 얘기가 다르다. 주변에서 내가 커버를 부탁한 거로 아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석철이가 와서 먼저 제안했지. 심지어 이제는 그게 윤석철 곡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자유리듬”을 들으며 “석철이가 또 한 번 졸업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재즈는 가장 혁신적인 음악 아닌가. 실험적인 정신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듣는 사람에게도 “자유리듬”은 일종의 도전과 같은 곡일 것이다. 정형화된 구조가 아닌 새로운 감성을 입힐 수 있는 음악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Timeout” 역시 원곡의 멜로디 소스나 드럼 소스를 빼고 석철이 연주를 다시 조합해서 만들었다. 원곡을 계속 확대하면서 구조를 캐치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일정을 맞추는 게 어려웠지만, 출중한 프로듀서들과 진행한 프로젝트라 나름 뜻깊었다. 영 블러드 프로듀서들도 “자유리듬” 리믹스를 잘해낼 것 같다. 이를테면 주니어쉐프(Juniorchef), 프랭크(FRNK), 준원(June One) 등 많지 않나. 재즈 뮤지션이 곡을 건드리면 무조건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기에 이와 같은 시도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자유리듬 – No Communication Mix by Mood Schula

작곡가, 비트메이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곡을 넘어서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고 책임지는 프로듀서, ‘무드슐라’라고 한다. 나는 그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하고 싶은 걸 한다. 매일 변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지. 늘 감정을 쫓고 확대하고 그려내려고 노력한다. 석철이와도 그 지점이 비슷했다. 여러 작업을 함께했지만, 대표적으로 “My Fxxxxx”가 그렇다. 당시 신(Scene)에서 게임을 하는 게 벅차고 지긋지긋한 느낌이 들어서 외도 아닌 외도로 한창 현대 무용단, 예술의 전당에서 작업하던 시기였다. 그때 예술을 감상하러 온 관객에게서 어떤 허영심을 느꼈던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억지로 감탄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기술보다는 개념적인 것을 표현하는 시대인데, 벽에 걸려 있는 예술품을 분석하고 지식을 늘어놓으려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즈음 석철이에게 “남부 힙합을 만들 건데, 미술관 화장실에서 나올 법한 멜로디를 연주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고 나서 몇 가지 멜로디 소스로 조합해서 만든 “My Fxxxxx”를 다시 석철이에게 들려줬더니 “Someday My Fxxxxx Will Come”을 만들어왔더라. 미친놈이지.

정규 앨범이 발매되기 전, 그러니까 지난봄쯤 “자유리듬”을 처음 듣고 나서 그에게 “너 앨범인데 왠지 내 느낌이 난다”라고 말했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한편으로는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지. 이를테면 “여대 앞에 사는 남자”처럼. 어쨌든 굉장히 도전적이고 기록에 남아야 하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 전자음악을 좀 알면 “자유리듬”에 더 몰입할 수 있다. 1970년대 활동했던 전자음악 선구자들, 그 이전 조류를 느낄 수 있다. 재즈 뮤지션이 그걸 좋아한다는 자체가 실험적인 거지. 그런 점에서 이번 리믹스 트랙을 어떻게 풀어낼지 오래 고민했다.

[자유리듬] 앨범은 한 획을 긋기 위해 만든 앨범이라고 느꼈다. 인지도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한 포인트를 잡으려고 만든 앨범. 큰 의미를 가진 음악을 리믹스하는 건데 심지어 곡 제목도 “자유리듬”이더라. 사실, 엄청난 압박이었다. 이건 마치 “형의 자유리듬은 어떤 거에요?”라면서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굉장히 고민하다가 우연찮게 여자친구와 영화 “도리를 찾아서”를 보고선 영감을 얻었다. 심해로부터 비롯된 어떤 정신 체계를 표현하고 다시 심해로 돌아와 물거품처럼 끝나는 스토리를 떠올리고 리듬으로 확장했다. 원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No Communication”이라는 제목 역시 ‘자유리듬’이니까 알아서 느끼길 바랐다. 리믹스 경연에 참가한 소울스케이프, 피제이 그리고 원곡자 윤석철까지 워낙 쟁쟁하다 보니 나름 경쟁심도 생겨나더라.

 

 

자유리듬 – Free Rhythm Free Mix by Peejay (Feat.정유종)

내가 어떤 프로듀서인지 스스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기본적으로 재즈와 힙합 기반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장르로만 나눌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힙합을 만들 때도 꼭 기존의 힙합 형식에 맞추거나 그걸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순간의 상황과 감정에 심취해서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편이다. 석철이와 작업한 “After Summerday” 역시 그랬다. 물론 구성은 존재했지만, 석철이가 아날로그 악기들을 만지고 놀다가 괜찮으면 즉흥적으로 넣었다. 하고 싶은 대로 놀면서 작업한 거지.

“자유리듬”도 처음 들었을 때 “진짜 하고 싶은 거 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역시 제정신은 아니야. 멋있는 곡이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뮤지션이 많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12분짜리 연주곡이지 않나. 듣다 보면 이리저리 변화하고, 이펙트(effect)가 있어서 길다는 느낌은 없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12분은 너무하잖아. 우선 “After Summerday” 작업을 같이한 데이브레이크(DAYBREAK)의 기타리스트 정유종과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작업하면서 건반으로 기타 가이드를 만들었는데, 이상하게 아쉬워서 유종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워낙 내 의도를 잘 캐치하는 친구라 바로바로 아이디어를 내며 만들었다. 뒤에 솔로 파트도 일부러 유치하게 했다. 제안받았을 때, 왠지 드럼 앤 베이스(Drum&Bass)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베이스는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곡 제목인 “Free Rhythm Free” 역시 “Free Rhythm”으로 읽을 수도 있고, “Rhythm Free”로 읽어도 무방하다. 큰 의미는 없다. 이건 ‘자유리듬’이니까.

윤석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ㅣ 이철빈
사진 ㅣ 홍성오
커버 디자인 ㅣ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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