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months ago
INTERVIEW

SAD ASIAN GIRLS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만계 캐나다인 에스더 판(Esther Fan)과 한국계 미국인 올리비아 박(Olivia Park)이 2015년에 결성한 페미니스트 콜렉티브, 새드 아시안 걸스(Sad Asian Girls)는 동양인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그들에게 강요되는 스테레오타입을 예술 형식을 빌어 이야기한다. 메시지를 간결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그들의 작품은 빠르게 매체의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인 작업물로는 동양의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자전적 영상 “Have You Eaten”과 서양 문화권에서 동양인 여성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비판하는 설치미술 작품 “ASIAN WOMEN ARE NOT ____”가 있다. 이번 기회로 VISLA는 새드 아시안 걸스 클럽에 살짝 비집고 들어가 동양인 여성이 말하는 페미니즘에 귀 기울여보았다.

 

새드 아시안 걸스란?

새드 아시안 걸스는 에스더 판과 올리비아 박, 우리 둘을 지칭하는 말이고, 새드 아시안 걸스의 팔로워나 작업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새드 아시안 팜므(Sad Asian Femmes)’라고 부른다. 영어에서 ‘팜므’란, 꼭 시스 젠더로서 여자(girls)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여성(femme)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포괄하는 단어다. 우리는 일반적인 남/여라는 젠더 구분에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을 찾고 있다.

 

어떤 계기로 새드 아시안 걸스를 조직했나? 구체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건이 있었다면.

우리는 유튜브에 ‘Sad Asian Girls Club’이라는 계정으로 “Have You Eaten?”이라는 비디오를 올렸다. 각자 어머니와 다양한 주제로 나눈 대화 내용, 이를테면 호모포비아, 인종차별, 미의 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비디오다. 이 영상은 PBS, 데이즈드(Dazed), 아이디 매거진(i-D Magazine), 나우디스(NowThis), 엘리펀트 매거진(Elephant Magazine) 그리고 스케반(Sukeban) 등 다양한 서양 미디어에서 관심을 보였다. 여러 매체에 의해 우리 작품이 널리 퍼져나갔고, 어느덧 국제적으로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미국 대학에서 젊은 동양인 여성(femme)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고 있다.

Sad Asian Girls – Have You Eaten?

새드 아시안 걸스의 목소리를 더 널리 퍼트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비주얼 아트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새드 아시안 걸스의 특권은 예술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는 둘 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RISD)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이 감사한 기회로 인해 새드 아시안 걸스는 프로젝트의 의도와 꼭 맞는 관객에게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닿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렷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써 아트 폼을 활용한다.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은 페미니스트 행동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터넷을 이용하면 길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 ‘무료’인 우리의 작업물을 퍼트리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최대로 활용한다. 물론, 오프라인 작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작업 과정의 많은 부분이 물리적 공간에 작품을 배치해서 촬영하고 온라인에 배포하는 일이니까. 그 외에도 인터넷으로 인간관계, 감정, 그리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

앞서 언급했듯이 새드 아시안 걸스는 꽤 많은 매체에서 소개되었는데, 프로젝트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도 미디어에서 연락이 오면 놀랍고 들뜬다.

 

대규모 프로젝트로 키울 의향도 있나?

그럴 의도는 없다. 우리는 항상 소규모로 작업했고, 진심이 담긴 노력과 흥미로 지속할 뿐이다. 대중에게 맞추려고 작업 내용 또는 그 과정을 바꾼 적은 없다. 단지 작업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메시지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드 아시안 걸스의 활동이 미디어 또는 수용자에게 어떤 피드백이나 비평을 받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우리가 모든 동양인 여성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작업의 표현적인 요소도 바뀌었다. 접근이 용이한 그래픽이 어떤 건지 알게 됐는데 예를 들자면, 이제는 압도하는 검은색보다는 하얀색을 더 많이 사용한다. 우리 이미지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새드 아시안 걸스의 작업과 교감하기 무섭다는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상 작업물 “Have You Eaten”은 실제로 에스더와 올리비아가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건지? 동양 문화권에 산재한 여성을 향한 고정관념이 영상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 그런데 미국에 존재하는 한국 커뮤니티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국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해서 놀랐다. 한국 그리고 미국에 있는 한국 커뮤니티의 공통점, 차이점에 관해 듣고 싶다.

“Have You Eaten”은 실제로 우리 어머니들과 나눈 대화를 모아놓은 영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만과 한국에 관한 내용이다. 에스더는 대만계 캐나다인이고, 올리비아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양쪽 커뮤니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선 지리적인 위치 그리고 두 나라 ‒ 대만과 캐나다, 혹은 한국과 미국 ‒ 사람들이다. 한국은 주변 사람들도 전부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는 소수인종이 된다. 그래서 인종차별과 같은 개념이 미국에서 더 화제가 되는 거다. 이것이 미국에서 ‘상호교차성 페미니즘(intersectional feminis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이란 인종, 성적 지향, 계층, 성별의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페미니즘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은 미국보다 더 보수적이다. 한국에서는 게이, 트랜스젠더, 논 바이너리 정체성 ‒ 여성 혹은 남성이란 이분법적인 성별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성정체성을 일컫는 단어 ‒ 에 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 이 현상에는 많은 교육적/미디어 문제가 배어있다.

우리는 과거의 사고방식에 머무른 채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들과 함께 산다. 그들은 두 개의 성별, 하나의 섹슈얼리티, 그리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하나의 여성상 ‒ 순종적인, 예쁜, 날씬한 여성 등 ‒ 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에 고정되어 있다. 우리는 이런 이중성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과 미국 모든 부모가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젠더 이슈를 잘 알고 있어서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많이 열려있는 분들도 존재한다.

 

페미니즘은 현재 한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주목받으면서도 논란 역시 끊이질 않는 이슈다.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페미니즘 무브먼트를 알고 있나? 알고 있다면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서양 미디어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페미니즘 이슈를 이야기할 때 굉장히 대담하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속해서 증언하며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때 많이 느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더 많이 활동해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교육하는 과정을 거쳐 한국 문화에서 무엇을 정상적으로 바꿔놓아야 하는지, 여성이 어떤 걸 불편하다고 느끼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복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자신의 외모를 덜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친구를 대하는 방식, 모든 이가 이성애자라고 추정하는 태도 그리고 여성이 다른 여성과 경쟁하는 현상을 고민해보면 되는 일이다. 페미니즘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드 아시안 걸스는 에스더와 올리비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신적인 자가치료의 한 방편으로써 시작한 새드 아시안 걸스는 우리의 불만을 생산적인 형태로 토로할 기회를 제공했다. 서양에서 살아가는 동아시아인의 슬픔과 분노가 우리를 이어준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워나가는 중이다. 새드 아시안 걸스의 크리에이티브 목표를 의식하고 주의하며 만족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새드 아시안 걸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여성이 사회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길 바람과 동시에 새드 아시안 걸스의 활동이 그 대화의 시작점이 되길 원한다. 우리의 작업물이 다양한 배경에서 온 동아시아 여성(femme)에게 공감을 샀으면 좋겠다.

현재 작업 중인 프로젝트는?

우리는 올봄, 뉴욕에서 잡지(Zine)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론칭을 목표로 일하고 있다. 아직 진행 단계라 초기 계획을 달성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생각을 줄기 지어 나가는 중이다.

 

영감을 주는 동양인 여성(femme) 예술가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나 콜렉티브를 좋아한다. 예를 들자면 ‘BUFU’‘Yellow Jackets’가 있다. 올리비아가 좋아하는 예술가 중엔 ‘Angel Chen’, ‘Rupi Kaur’, ‘Ayqa Khan’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동양인이 강력한 행동과 발언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걸 자각하길 바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자리한 편견에서도 빠져나와야 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빠르게 국제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민자 공동체에서는 여러 문화와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걸 연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ad Asian Girls 공식 유튜브 채널

진행 ㅣ 주가은
글 ㅣ 주가은 권혁인
사진 ㅣ Sad Asian Girl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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