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두 대가 들려주는 새로운 경험, ‘Steve Reich is Calling’

처음 휴대폰을 썼던 순간을 기억한다. 위아래로 여닫는, 당시 최신 사양이던 조그마한 슬라이드 폰은 초등학생인 내 손에도 꼭 맞았다. 이후 나는 이름 모를 폴더폰과 노키아 익스프레스 뮤직, 옴니아 2를 거쳐 아이폰에 정착했다. 아이폰과 여타 휴대폰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휴대폰 벨 소리를 한 번도 바꿔본 적 없다는 점. 좋아하는 음악의 하이라이트로 하루가 멀다고 바꾸던 벨소리는 아이폰과 함께 ‘Opening (Default)’라는 이름의 마림바 사운드로 굳어졌다. 나뿐 아니라 길거리와 주변인, 심지어 미디어 속에서도 아이폰의 벨 소리는 같은 소리를 재생한다.

이제 무슨 말을 할지 감이 오는가. 그렇다. 슬슬 질릴 때가 됐다. 그렇다면 이어폰 혹은 스테레오 스피커를 사용하여 http://stevereichiscalling.com에 접속해보자. 당신의 아이폰 벨 소리는 또 한 번 힘을 얻을 것이다. 뉴욕 출신 테크놀로지 기반의 아티스트, 세스 크란츠러(Seth Kranzler)가 만든 사운드 아트, ‘Steve Reich Is Calling’은 단순히 두 대의 아이폰이 시차를 두고 울리는 작품이다 – 구조상으로 페이저 이펙터와 같다 -. 사이트에 접속하면 두 대의 아이폰이 보이고, 사이트를 닫을 때까지 ‘Steve Reich’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게 작품의 전부다. 시작 지점이 다른 만큼, 재생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벨 소리의 격차는 벌어지고 결국 전혀 다른 소리로 들리기까지 한다. 색다른 경험이란 말을 붙이기에는 너무나도 간단한 과정이지만, 뜻밖에도 사이트를 쉽사리 끌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Seth Kranzler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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