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 TOKYO

배 도쿄(Bae Tokyo)는 인종이나 민족 또는 국가에 관계없이 파티, 디자인, 이벤트 등 여성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애틀랜타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현재 배 도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뿌리이자 일종의 발화점으로서의 의미일 뿐, 이제는 싱가포르, 한국 그리고 LA까지 그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넓히며 ‘배’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자매들을 하나로 엮고 있다. ‘배’의 정체성은 아무래도 그 구성원이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클럽 문화의 지형도를 바꾸고, 나아가 건강한 페미니즘을 안착시키는 데 있다. VISLA는 여성의 달인 3월을 맞아 배 도쿄의 설립자인 제이다(Jayda)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욘욘(YonYon)을 만나 그들의 지향점과 지금의 클럽 신(Scene)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배 도쿄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욘욘: 우리는 여성 아티스트가 자신의 활동을 밖으로 표출할 기회를 만들고, 그 공간을 공유하려고 한다. 일본뿐 아니라 외국 아티스트와도 적극적으로 협업을 이어가며 문화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2015년 11월부터 배 도쿄 파티를 시작했고, 다수의 파티를 기획하면서 숱한 여성 아티스트를 만났다. 디제이는 물론이고, 뮤지션, 포토그래퍼, 페인터, 디자이너 등 모든 스태프가 여성으로 구성됐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한곳에 모여 가족처럼 행사를 만들어나간다. 배 매니지먼트(Bae Management) 팀은 이들을 내외적으로 관리한다.

제이다: 콜렉티브보다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 가깝다. ‘콜렉티브’라는 단어에는 배타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왠지 ‘우리만을 위한 것’처럼 들리니까. 근 몇 년간 우리는 도쿄 안팎으로 많은 여성과 함께해오며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 발전했다.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디제이들과 배 도쿄라는 이름 아래 일을 진행 중이다.

 

배 도쿄 멤버들은 어떤 계기로 뭉치게 되었나?

욘욘: 제이다와 내가 어떻게 만났는지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클럽에서 일했고, 다양한 이벤트를 오랜 시간 기획해왔다. 어느 날, 클럽 관계자가 여자 아티스트들만의 파티를 진행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 파티를 성사시키기 위해 부킹을 진행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네가 하려는 일을 미국에서 시작한 친구’가 있다며 제이다를 소개해줬다. 그래서 같이 만들어보자고 했다. 당시 나는 이전부터 클럽에서 일을 해왔기에 여성 아티스트를 잘 아는 상태였다.

 

제이다가 결성한 배 애틀랜타(Bae Atlanta)가 배 도쿄의 전신이라던데.

제이다: 애틀랜타에 있는 내 친구가 ‘The Sound Table’이라는 바를 운영한다. 그곳에서 일본인 셰프가 라멘을 만들고 디제이들이 음악을 트는 ‘Ramen Freak’이라는 파티에 나도 참여하곤 했는데, 내가 튼 음악에 호감을 표시한 그가 내 취향이 묻어나는 파티를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디제잉을 막 시작한 지인에게 무료 베뉴가 생겼으니 여성이 중심이 되는 이벤트를 열자고 했고, 그분이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와서 셋이 함께하게 됐다. 이 세 명이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플랫폼을 넓히기 위해 무대를 도쿄로 옮겼지만, 일이 계획처럼 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그때는 나름의 방식이 있었고, 또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배 도쿄까지 온 것 같다.

욘욘: 내가 배 도쿄 멤버로 참여한 건 2016년 3월부터다. 2015년 겨울 경 제이다가 도쿄에 와서 파티를 열었을 때 계획처럼 잘 안 됐다고 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일본 클럽 신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 그 콘셉트를 듣고 나서 이걸 하나의 큰 무브먼트로 만들어나갈 자신이 있었다. 물론, 공들여서 천천히.

흥미진진하다. 배 도쿄 멤버를 소개해달라.

제이다: 매니지먼트 팀은 총 네 명으로 우선 설립자인 나, 디렉터 욘욘, 포토그래퍼와 액티베이션 매니저로 일하는 미스 잉글우드(Miss Inglewood), 액티베이션 매니저 이마니(Imani)가 있다. 액티베이션 매니저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을 돕는 역할이다.

욘욘: 애슐리(Ashley)는?

제이다: 아 애슐리! 도쿄에 살진 않지만, 배 도쿄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멤버다. 플라이어나 로고 등 배 도쿄에서 내놓는 시각적인 작업물은 모두 애슐리가 만든다. 그녀가 ‘배’만의 미학을 구축했다. ‘배’라는 콘셉트가 나오기 전에 이미 애슐리는 나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신인 디제이였고, 믹스테잎 커버아트 따위의 것들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나와 애슐리는 네일아트나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공통된 관심사로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녀가 나에게 무엇에서 시각적인 영감을 받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세일러 문’이라고 대답했다.

내 첫 믹스테잎인 [Beginner’s Luck]의 아트워크를 확인해보면 지금 ‘배’와 유사한 색깔을 띠고 있다. ‘배’의 아이디어와 색감을 ‘세일러 문’과 ‘천사소녀 새롬이’에서 갖고 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 두 애니메이션의 색감과 콘트라스트가 촌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애슐리는 그 아이디어를 ‘배’에 깔끔하게 차용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비주얼의 원천을 모르는 이들도 “이거 쿨한데!”라고 말하곤 한다.

Bae Tokyo 파티 플라이어

배 도쿄가 추구하는 미학에 관해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제이다: ‘세일러 문’에서 영감 받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도 했고, 애슐리만의 스타일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첫 번째 ‘Bae Atlanta’ 포스터나 ‘Bae Tokyo’ 포스터를 보면, 세일러 문에서 느껴지는 풍경의 색감이 마치 세 가지 색깔의 옴브레 같다. 배 이벤트의 플라이어는 베이퍼웨이브(Vaporwave) 쪽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완전히 ‘여성 여성 한’ 느낌이라기보다는 더 넓은 범위의 관객을 위한 디자인에 집중했다.

 

여성 디제이가 의기투합한 집단은 일본에서 배 도쿄가 처음인가?

욘욘: 사실, 일본에도 여성 아티스트로만 구성된 파티 혹은 크루가 존재한다. 그 규모는 작은 것부터 명성을 떨치는 그룹까지 다양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클럽 관계자 혹은 음반회사에 의해 조직된 모양새다. 배 도쿄처럼 자발적으로 모여서 에이전시 역할까지 해내는 크루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도쿄에서는.

제이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건 내 고향 애틀랜타도 마찬가지다.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일할 때, 내가 인터뷰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남자였다. 파티에 놀러 가는 손님일 때는 몰랐는데, 디제이로 활동을 하고 나서부터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나와 이름을 올린 라인업이 죄다 남자 디제이라는 것이다. 이때 어떤 자극을 받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배 도쿄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가 진보한다고는 하지만, 음악 신 내부에도 ‘여자 같은’이라는 문법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 디제이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도 언제나 오프닝 아니면 클로징 타임이다. 도무지 좋은 시간대를 받기 힘들다. 대체 뭐하자는 거지?

막상 주목받는 여성 디제이는 성적인 측면이 과도하게 강조되지 않나.

제이다: 동감한다. 여성 디제이는 필요 이상으로 성적 대상화된다. 특히 아시아나 일본에서는 여성이 디제이로 성공하려면 정해진 틀 안에서 옷차림이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많은 이들이 ‘진짜’ 디제이가 아닌 모델 겸 디제이다. 이 부분을 나 역시 많이 고민해봤다. 관객의 시선을 받는 직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반대로 ‘진짜’ 디제이로 인정받기 위해 굳이 맨투맨과 헐렁한 청바지를 고집하고 싶지도 않다.

욘욘: 적어도 관객 앞에 서는 디제이라면 어느 정도 복장을 신경 써야 한다. 다만 캐주얼한 차림으로 부스 앞에 서 있다가 “너 디제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다. 그럴 때 “네, 힙합 디제이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원래 힙합 디제이는 힙합을 입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패션쇼를 하러 온 건 아닌데. 굳이 섹시한 복장을 피하는 이유 역시 같다. 성적대상으로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싫기도 하고, 외모로 실력을 평가받기도 싫다.

제이다: 타인의 시선 문제를 떠나서 ‘여자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정해져 있다는 것, 그 고정관념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쟤가 무슨 디제이야. 그냥 누구 여자친구겠지”라든지, 가볍게 입은 여성을 보고 ‘Hoe’라고 치부한다든지 뭐 많지 않나.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곱씹어보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페미니즘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배 도쿄가 여는 행사에 오는 관객은 주로 여성인가? 아무래도 그들이 더 편하게 느낄 것 같다.

제이다: 여성 관객이 편하게 즐기는 것 같다. 이상한 남자들에게 당할 위험도 없고, 무엇보다 안전하니까. 다만 일본인들은 클럽을 즐기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 행사에 오는 이들은 대개 외국인이거나 음악 신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 점이 조금 아쉽다. 평범한 일본인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페미니즘 관련 활동을 이어갈 때,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안으로 일본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 국가별로 생기는 문제는 다 달라서 그 나라 사람들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 외 여성 크루를 만나본 적도 있나.

제이다: 최근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그 나라에서 활동하는 ‘Attagirl’ 크루 멤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 음악 신은 아직 발전이 미비한 상태다. 그녀들은 그곳에서 척박한 땅을 개척 중이다. 반면 도쿄는 다양한 음악 장르가 사랑받고, 관련 파티 역시 활발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은 아직 대중에게 인식되지 않았다.

 

배 도쿄를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선은 어떤가?

제이다: 이상한 말이지만, 배 도쿄 주요 멤버 중에는 오히려 일본인이 없다. 그래서 일본인 시선에는 “외국인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지”라는 식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의 시선이나 아이디어라는 점을 강조할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고 이 땅에서 무엇이 용인되고, 용인되면 안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인이 아니기에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하는가? 우리가 다 같이 싸워야 할 문제다.

욘욘: 일본 특유의 국민성일 수도 있다. “공기를 읽어라 – 분위기 파악하라는 의미 -”라든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와 같이 일본에서 흔히 쓰이는 말들은 일본인의 성격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드러낸다. 일본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행동이 마치 나쁜 것처럼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어떤 남성이 여성의 몸을 고의로 만졌을 때, 비명이 들려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다. 마치 “왜 소리를 질러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당하는 건 여잔데.

일본인에게 페미니즘은 낯선 말이다. 일본식 용어도 없다.

제이다: 그래서 다들 ‘쟤네는 뭐지?’하는 반응이다. 미국인인 나로서는 적응하기 힘들다. 특히 흑인 여성인 내가 소속된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하기에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 여성은 크고 작은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미국적인 사고를 하는 미국인이 일본에 오면 “대체 왜 다들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라며 의아해한다.

 

일반적인 파티와 배 도쿄 행사의 차이점이라면.

욘욘: 분위기가 꽤 다른 것 같다. 사실, 배 도쿄는 클럽 이벤트가 아니니까. 배 도쿄를 찾는 이들은 음악을 듣거나 춤을 춘다는 행위에 큰 비중을 두는 것 같지 않더라. 클럽을 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배 도쿄가 무엇인지, 어떤 콘텐츠를 다루는지 궁금해서 확인하러 오는 듯하다. 댄스 플로어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손님과 여러 아티스트가 주로 대화를 나누며 교류하는 편이다. 라이브 페인팅이나 쿠키를 판매하는 등 음악 외적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클럽 이벤트는 음악이 중심이 되니 선곡 또한 파티 콘셉트에 맞추지 않나. 배 도쿄에서는 틀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틀 수 있어서 선곡이 주는 압박감에서 해방된다. “Whatever you want, Just play music”.

제이다: 파티에 관련된 사람이 전부 여자라 큰 부담이 없다. 매니지먼트 팀이 기존 파티와는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언젠가 관객 중 한 명이 나에게 와서 무언가를 말했다. 스피커 볼륨이 워낙 커서 잘 안 들렸는데, 그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아당기며 “네 셋 좋았어”라고 하더라.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그런 행동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했다. 다만 확실한 건 ‘배’에서 형성하는 바이브에는 그 남자가 내 팔을 끌어당긴 것과 같은 상황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배 도쿄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는 머천다이즈 판매, 네일아트, 아트 퍼포먼스, 전시 등 다양한 기획이 돋보인다. 앞으로 진행할 이벤트에 관련된 내용도 귀띔해주길 바란다.

제이다: 서울 일정을 마치고 나서 도쿄로 돌아가 ‘Blossom Blast’와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Blossom Blast’란 매년 3월마다 도쿄 ‘UltraSuperNew’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인데, 우리는 3월 11일 – 인터뷰가 이뤄진 시점이 11일 이전이다 – 에 ‘Bae Tokyo Day’라는 이름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어떤 내용이냐면 ‘배’ 멤버인 ‘Chocoholic’이 신인 프로듀서를 위해 프로 툴(Pro Tools) 마스터링 수업을 진행하며, ‘여성과 자유’를 주제로 패널 토론도 진행한다. 클로징 파티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해, 싱가포르에도 ‘UltraSuperNew’ 갤러리가 개장했는데, 우리와 교류하는 ‘Attagirl’ 역시 싱가포르에서 ‘Blossom Blast’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언제나 ‘그녀들도 우리 자매들이야’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정말 뜻깊다.

욘욘: 새로 시도하는 기획은 보일러룸(Boiler Room)이나 SCR 라디오와 비슷한 포맷의 스트리밍 라이브 공연이다. 일본 언더그라운드 라디오 플랫폼 ‘Block Fm’과 협업해 ‘BaeTokyo Radio’를 개시했다. 스트리밍 라이브를 영상으로 송출하는 시스템인데, 확실히 음성보다 영상이 효과적이라는 걸 느낀다. 앞으로는 주제를 미리 정해서 시리즈물로 연재하고 싶다. 클럽 파티와는 다르게 디제이 부스 주변을 식물로 채우고, 그린 스크린을 활용해 배 특유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도 전달 중이다.

 

싱가포르, 한국 그리고 LA까지, 월드 투어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욘욘: 국제 여성의 날, 3월 8일이 계기가 됐다. 이날은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날이다. 이때, ‘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봤을 때, 우선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와 함께 파티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이념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미 배 도쿄는 일본에서 활동하며 한국 뮤지션 미소(MISO), 싱가포르와 LA에서 각각 ‘A/K/A Sounds’와 ‘Ericalandia’를 섭외해온 터라 이번에는 우리가 나가볼까 하고 생각했다. 싱가포르와 서울 투어를 마쳤고, 이제 LA만 남았다. 이 투어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서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한다.

제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여성이 세계 각지에 있는데, 일본에서만 활동하는 건 의미가 없다. 같은 이념을 가진 친구들이라면 누구와도 협력해서 움직임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월드 투어를 진행하면서 여러 국가의 클럽 신을 경험했을 텐데,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 궁금하다.

제이다: 디제이로서 많은 국가를 돌아다닌 편은 아니다. 다만 일본인들은 춤에 인색한 것 같았다. 도쿄의 클럽 문화란, 그저 남자들이 여기저기 둘러 다닐 뿐이지, 댄스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바이브가 없다. 그렇지만, 장르에 관해서는 일본이 더 열려있었다. 싱가포르의 ‘Attagirl’은 음악에 굉장히 해박하지만, 그에 비해 싱가포르 대중은 음악을 잘 모른다. 그래서 왠지 더 존경심이 생기더라. 완전히 신을 개척하고 있다는 의미니까. 물론, 단편적인 인상이라 섣불리 말할 부분은 아니다.

욘욘: 현재 서울은 새로운 클럽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음악, 새로운 신에 돈을 투자하는 분위기가 점점 더 달궈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베뉴별로 다양한 느낌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디제이가 적어서인지, 한 디제이가 여러 베뉴에서 음악을 트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여기엔 장점도 존재한다. 우선 디제이의 팬층이 형성되기 쉽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기에 편하다. 일본은 클럽과 디제이 모두 그 숫자가 매우 많다보니 한 디제이가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도 짧고, 자신을 알리기도 어렵다. 일본에서 ‘DJ YonYon’이라는 이름을 알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일본은 잘 알려진 해외 아티스트는 많이 데려오지만,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는 잘 섭외하지 않는다. 우선 일본인이 대체로 클럽에 자주 가지 않는 편이라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도 일본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오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일본 신은 지루하다. 적극적으로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한국 클럽을 보면 참 대단한 것 같다.

여성 디제이가 일본과 비교했을 때 꽤 적다는 인상도 받았다. 정말 손꼽을 수 있을 정도니까. 내가 처음 케이크숍(Cakeshop)에서 플레이했을 때도 “여자 디제이네?”라는 식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일본은 여자 디제이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관객의 성향 역시 다르다. 일본 관객은 음악을 감상하는 차원에서 클럽을 방문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선곡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믹스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 같달까? 한국 관객은 곡이 바뀔 때마다 빠르게 반응이 바뀐다. 그래서 결국, ‘Turn Up’ 할 수 있는 튠으로 고르게 되더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관객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워서 서울에서 음악을 트는 게 더 재미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갈구하는 직업이 디제이 아닌가. 최근 영감을 준 음악이나 뮤지션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제이다: 요새 주로 베이스와 보그(Vogue)를 다루는 프로듀서의 음악을 듣는다. 방금 언급한 장르의 곡들은 대부분 프로덕션 퀄리티가 좋지 않다. 음질에 신경 쓰지 않은 곡이 많고 사실, 트랙의 퀄리티보다는 어떻게 춤을 추는지가 관건인 음악이라 클럽에서 틀 수 있을 만큼 좋은 퀄리티의 보그 트랙을 찾기가 힘들다. ‘Javascript’라는 프로듀서가 있는데, 보그 프로듀서 중에서도 상당히 깨끗한 음질의 곡을 내는 편이다. 물론 그가 본인을 보그 뮤지션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내는 많은 음악에 보그 요소가 녹아있다.

욘욘: 최근 리틀 심즈(Little Simz)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지난 12월에 [Stillness In Wonderland]라는 이름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꽤 젊은 MC지만, 현실적인 내용을 가사로 푸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앨범은 자신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다는 식의 세계관을 담았다. 그 이상한 나라라고 함은, 자신이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나라. 그녀는 자신의 이상을 꿈속에서 그리는데, 결국 이상에 불과하기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꿈은 꾸되, 결국 현실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내적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사운드 역시 일품이다. 재즈 샘플을 바탕으로 라이브로 녹음했기에 디지털 음악이 표현할 수 없는 세세한 디테일까지 표현되었다. 쿨한 사운드다.

진행 ㅣ 주가은
글 ㅣ 주가은 권혁인
사진 ㅣ 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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