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this! 그리운 손주에게 보내는 할아버지의 그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이 꽃을 바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주하는 75세 이찬재 할아버지는 세 명의 손자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린다. 1980년대에 브라질로 이민 간 그는 부인과 함께 30여 년간 옷가게를 운영했다. 당시 맞벌이하던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 ‘아서’와 ‘알란’을 돌보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다고. 2014년, 딸 가족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이 씨 부부는 공허함을 느꼈다.

생업에서 은퇴한 뒤, 적당한 소일거리가 없던 차 뉴욕에 거주하는 아들 이지별은 아버지에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손자들에게 그림편지를 쓸 것을 제안했지만, 곧 거절당했다. 낯선 타인과 추억을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2015년, 친손자 아스트로가 태어나며 할아버지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세상의 빛을 본 새로운 생명을 품에 안았을 때 느낀 감정은 어떤 고집도 녹아내리게 했을 터.

이찬재 할아버지는 뉴욕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소셜 미디어 사용법을 배웠다. 아들에게 배운 인스타그램에 매일 하나씩 손으로 그린 그림을 카메라로 촬영해서 올렸다. 성장한 아스트로가 언젠가 이 그림으로 자신을 추억하길 바라며. 그는 하나둘씩 늘어가는 ‘좋아요’ 개수를 보며 소셜 미디어의 재미 또한 알았다. 할아버지의 그림에는 과거 회상부터 일상적인 물건까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여기에 손자들에게 건네고픈 메시지를 담아 하나의 그림편지가 완성된다. 어느새 그 그림에 감화를 얻은 팔로워들이 삽시간에 소문을 퍼트렸고, 미디어가 그를 찾았다.

현재 이찬재 할아버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0만에 육박한다. 담백한 그림만큼 군더더기 없는 말에 담긴 할아버지의 정은 보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삶의 지혜를 체득한 75세의 나이. 연륜에서 나오는 현명한 말과 따뜻한 조언까지, 그가 전하는 그림편지는 가족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직접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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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니? 할아버지한테서 말을 배우고 있지. 코 코 코 코…입!”

“얘들아, 내 꿈이 가수였다는 걸 너흰 모르지? 내가 10대였을 때 미국 가수들의 노래가 한국을 휩쓸었는데 그 노래들이 왜 그리도 좋았는지….흥이 날 때마다 부른 노래는 해리 벨라폰테의 <데이오> -바나나 보트 송-그 땐 몰랐는데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래였대. 무엇보다 그가 1957년 카네기홀에서 부른 <마틸다>, 잊혀지지 않은 건 노래보다 그의 세련된 진행솜씨였고 그에 반응하는 객석의 분위기였어. 자유가 무엇인지 음악의 힘, 삶의 여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해리 벨라폰테!”

“오늘 토요일 아침, 쌍빠울로 하늘은 온통 회색, 바람은 싸늘하다. 목도리 두르고 길을 나서니 길 가는 사람 모두 바삐 걷는다. 마음이 쓸쓸해진다. 알뚤 알란, 너희 살던 아파트 쳐다보며 나도 빨리 걷는다.”

“너희는 이 폭포 그림에서 뭘 보고 있니? 새들을 보아라. 안전한 자리를 찾으려는 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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