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Jack Radcliffe, 시간의 퇴적물

사진작가 잭 레드클리프(Jack Radcliffe)의 ‘Alison’ 시리즈는 자신의 딸 앨리슨(Alison)을 1975년부터 2007년까지 카메라에 담은 기록물이다. 딸이 태어나면서 부모가 된 잭 레드클리프는 앨리슨이 태어난 순간부터 그녀가 가족, 친구, 애인과 함께한 삶의 순간을 기록한다. 32년간 이어진 작업물은 앨리슨의 지난 인생을 망라한다.

나이가 들며 변해가는 앨리슨의 외모만큼 상황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누구나 그렇듯 머리가 커지며 부모보다는 또래와 어울리길 원했을 것. 부모가 찍는 자녀의 사진이 2차 성징 이후 단절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잭 레드클리프는 앨리슨이 겪는 수많은 변화를 검열하지 않고 솔직하게 기록한다. 부모의 시선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하는 일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Alison’ 시리즈는 솔직한 삶의 모습에 가깝다. 음악이나 영화와는 달리 구간 없이 순간에 읽히는 사진의 특성이 시리즈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사진 사이에 연속성이 느껴지며, 따라서 비어있는 시간까지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진에는 필연적으로 애수가 깃들어있다. 잊고 있던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는 것처럼 인생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뜨악하게 인정해야 한다. 인간이 사진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시간은 지나가는 게 아니라 이렇게나 쌓이는데 말이다.

Jack Radcliffe 공식 웹사이트 

이찬우
사진과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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