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emen X Konsole의 테크노 EP 앨범 [R E S E T] 발표 인터뷰

2012년 결성된 전자음악 레이블 헥사 레코즈(Hexa Records)의 중추적인 프로듀서 지멘(Zeemen)과 래퍼 콘솔(Konsole)이 함께한 테크노앨범 [R E S E T]이 지난 6월 26일 공개됐다. 프로듀싱과 믹싱 모두 지멘이 담당했으며, 아트디렉터 라픽(Lafic)과 이호수(eehosoo)로 구성된 비주얼팀 ‘Kopnikid’가 뮤직비디오 디렉팅을, 헥사 레코즈의 자넥스(Xanexx)가 곡 마스터링을 맡았다.

빠른 BPM으로 끊임없는 긴장 상태에 놓게 하는 애시드 테크노(Acid Techno) 본연의 사운드와 랩의 융합이 특징적인 [R E S E T]은 지멘 특유의 어둡고 중후한 텍스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트랙은 그 자체만으로 강렬한 테크노이면서 콘솔의 톤이 그 위에 얹혀 새로운 장르의 국면을 맞이하는 듯하다. 더불어 주목할만한 것은 2번 트랙 “Woo”의 후반부와 3번 트랙 “New Rhythm”의 초반부가 하나로 맞물리면서 앨범의 완성도를 한층 더 심화시켰다는 것. 또한 국내 테크노 디제이 소설(Soseol)과 모자이크(Mozaik)크루의 노브(NOV)가 다른 느낌의 리믹스로 참여했으니, 우선 타이틀곡 “R E S E T”의 영상을 감상해보자. 하단은 지멘, 콘솔과 나눈 간단한 인터뷰다.

 

 

이번 앨범을 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Zeemen(이하 Z): 2014년 12월에 발표한 1집 [Sixteen Days] 이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보컬 트랙에 갈증을 느꼈던 찰나에 콘솔과 연락이 닿았다. 생소한 장르와 다양한 비트를 만날 때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는 래퍼임을 직감하고 나서 그와 작업하기로 했다.

 

[R E S E T]은 어떤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나?

Z: 솔직히 이번 앨범이 전자음악 신(Scene)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거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이유는 레퍼런스가 없었다는 점이다. 오직 콘솔과 둘이 종일 대화하고 작업하면서 소소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다. 이번 작업을 기점으로 내가 추구하는 원초적인 테크노를 맘껏 만들어내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해볼 계획이다. 이제 뭘 해도 내 음악처럼 들리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트랙을 소개해달라.

Z: 타이틀곡 “R E S E T”. 콘솔이 빚어낸 유연한 멜로디 라인과 함께 나의 아이디어로 최단시간에 만들어낸 트랙이자 가장 마지막에 제작한 트랙이다. 반복되는 긴장감도 좋고 디제이가 플레이하기에도 쉽다. 둘 다 복용 중인 약이 있는데, 약을 먹지 않고 정신이 혼미할 때까지 작업해서 뽑아냈다. 어지러우면서도 재미있는 트랙이다.

 

“No Help”에서 트랩을 시도한 이유가 궁금하다. 같은 소스를 가지고 다르게 펼치는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Z: 처음에는 기존의 트랩과 테크노 비트를 조화롭게 한 곡으로 제작하려고 시도했으나 너무 뻔한 결말로 가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파리 계열 디제이가 이미 많이 시도한 방식이니까. 이질적인 트랩과 테크노 두 장르를 확실하게 나눠서 두 개의 곡으로 완성했다. 앨범 전체를 두고 보았을 때는 종합 선물 세트 과자 같으면서 좋더라.

 

 

케이크숍(Cakeshop) 쇼케이스에 관련된 계획을 듣고 싶다.

Z: 7월 27일 목요일, 허니배저 레코즈(Honey Badger Records)의 수장이자 동갑내기 친구 JNS, 이번 앨범에 멋진 리믹스로 참여해준 모자이크(Mosaik) 크루의 노브 그리고 10년간 함께한 헥사 레코즈(Hexa Records) 파트너 아파치(Apachi), 자넥스(Xanexx)와 함께한다. 쇼케이스에서 2년 만에 라이브 셋과 함께 콘솔과의 스페셜 라이브 세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콘솔은 이전까지 트랩이나 퓨처비트를 기반으로 랩을 해온 만큼 이질감을 느꼈을 것 같다. 새로운 시도로 배운 것들이 있다면?

Konsole(이하 K): 아무래도 트랩 기반의 앨범을 많이 내다보니, 최근에 발표한 팝 싱글이나 테크노 앨범을 듣고 주변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사실 나는 다양한 장르를 즐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게 [R E S E T] 앨범이고,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영감을 얻었다. 예를 들면, 지멘과 나는 항상 만나서 비트의 틀부터 작업했다. 힙합의 경우, 트랙을 만들 때 보통 프리셋이나 어떤 프로듀서의 킷 혹은 사운드 소스를 많이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소스를 하나하나 직접 프로듀싱했다. 지멘의 작업 과정은 마치 장인을 보는 듯했다.

이번 앨범에서 멜로디 라인이나 리듬, 톤 등 보컬로 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걸 시도했다. 내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 하나의 소스라 생각하고 일일이 조립해나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이번 앨범에서 어떤 걸 보여주는 데 집중했나? 감정이나 메시지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해달라.

K: 내가 겪은 특정 사건이나 평소에 자주 하던 생각을 모두 표현하고 싶었다. 예를 들자면 “R E S E T”의 경우 사운드, 가사, 이펙터 모든 게 내가 앓고 있는 병인 뇌전증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매번 발작을 일으키기 전 전조증상부터 시작해서 발작 이후 다시 정신을 차리기까지의 과정이다. 몸은 멀쩡하지만, 그 전 기억을 잃어버리고 리셋되는 경험을 반영했다. 무언가 뚝뚝 끊기는 느낌을 표현했다. 그게 목소리가 됐든, 비트가 됐든, 가사가 됐든 간에.

다만 표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예를 들면 트랙이 점점 산으로 가거나, 내가 무언가를 과하게 시도하는 따위의 것들. 그럴 때마다 지멘이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 혼자 만들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었다.

Zeemen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Konsole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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