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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공연기획자 3인이 바라본 한국의 페스티벌/내한공연 시장

혹시 ‘그린 그루브 페스티벌(Green Groove Festival)’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2년,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페스티벌이다. 당시 나는 에이콘(Akon)을 보기 위하여 방문했는데, 인생의 첫 페스티벌이었던 만큼 나름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를 전후로 한국에도 다양한 페스티벌과 내한공연이 펼쳐지는 듯하다. 유튜브 등의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서만 볼 수 있던 음악가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그 면모를 조금 더 살펴보면, 많은 페스티벌/내한공연 만큼이나 다양한 기획사가 존재한다. 이는 크게 대형 기획사와 중소형 기획사로 나눌 수 있다. 대형 기획사는 주로 페스티벌 혹은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음악가를, 중소기획사는 애호가와 대중 사이를 줄다리기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을 주최한다. 그들은 각자가 겨냥하는 특정 층에 맞추어 음악가와 장소를 선정한다. 이미 ‘지산 밸리 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처럼 한 지역에 완전히 자리 잡은 록 페스티벌부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나 ‘월드 뮤직 페스티벌’ 등 전자음악을 내세운 페스티벌, 이외에도 ‘서울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특정 장르에 초점을 맞춘 페스티벌이 존재한다. 여기에 올해는 혼네(HONNE)로 대표되는 단독 내한 공연 또한 성공리에 주최된 바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한국에서 페스티벌이나 공연 기획에 관한 관심은 나름 뜨겁다. 다양한 페스티벌 공고가 각처에 뿌려져 있고, 길거리에는 내한 공연 정보를 담은 포스터가 잔뜩 붙어 있다. 심지어 한 기획사에서는 ‘내한공연 기획자 육성과정’이라는 제목과 내용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이 세미나를 수강한 이들이 주최하는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특히나 외국 상징자본을 사용하는 페스티벌/내한공연 시장에서 급하게 많은 수의 페스티벌/내한공연이 생긴 만큼, 문제점 또한 상당할 터. 단편적으로는 우후죽순 생긴 괴상한 페스티벌이 있겠다. 올해 개최된 어떤 록 페스티벌은 스테이지에서 참치를 해체하는 공연 아닌 공연을 선보이기까지 이르렀고, 정부와의 협업으로 국악 페스티벌 또한 기획 중이라고.

앞서 언급한 사항은 외부에서 관객도 느낄 만큼, 관계자는 그 내부적인 상황을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VISLA는 한국 공연 시장의 내/외부적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관련 인물을 만나 그들이 느낀 현 공연 시장의 상황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중소형 공연기획사 직원 A와의 대화

중소 기획사는 아무래도 로컬과 깊은 연관이 있지 않나.

현재 활동 중인 프로모터, 혹은 중소형 공연기획사가 인디 음악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해서 로컬 뮤지션을 잘 알거나 이해하는 건 전혀 아니다. 그들에게는 로컬을 서포트하고 음악가를 발굴하려는 의지가 없다. 그저 자신들이 주로 들어본 음악가 혹은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이들을 서포터로 쓸 뿐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 일렉트로닉 프로듀서의 내한 공연에 아무 맥락 없이 본인 기획사가 케어하는 국내 음악가를 섭외하는 사례를 들 수 있겠다. 심지어 특정 아티스트는 그 기획사의 공연에 매번 출연한다. 좋은 프로모터는 좋은 공연을 기획하고 음악가를 무대에 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굴지의 로컬 뮤지션을 발굴하고 이들을 해외 라인업과 연결해주는 일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에 전혀 관심도 없고, 능력도 없어 보이는 이들이 대다수다.

‘열정페이’에 관한 글이 소셜 미디어에 자주 올라오는 곳이 또 중소 공연 기획사다.

과거 열정페이와 임금 체납 사건이 화두였고, 이를 계기로 몇몇 회사가 한동안 사업을 중단하던 시기가 있었다. 사실 지금이라고 다를 건 없다. 특히 임금 체납 문제는 디자인 업무에서 더욱 악질적으로 변한다. 나름 체계화하고 규격화한 업무인 만큼, 짧은 영상 하나, 포스터 하나를 제작하면서도 소위 말하는 ‘후려치기’가 빈번하다. 포스터 붙이기, 간단한 디자인 작업, 사진 보정, 심지어 업무 초과 임금까지 부가적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돈을 제때 주지 못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지급하지 못한다면 일을 벌이지도, 시작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들이 진행하는 공연 기획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공연 기획은 단순히 음악가를 한국으로 데려와 공연장에 세우고, 호텔로 데려다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섭외하고, 호텔비를 내고, 공연장을 섭외하는 건 사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보다는 티켓값을 지급한 관객들에게 만족할만한 공연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공연 기획사가 존재하고, 공연 문화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 절약을 이유로 그 흔한 현수막도 하나 걸지 않는 공연 기획사가 많다. 공연장에 처음 들어선 관객의 설렘과 떨림을 이어나가기는커녕, 그러한 세부적인 부분에서 실망과 허탈함을 안기는 곳이 많다. 마찬가지로 공연장에서 벌어질 사건, 사고에 대처할 능력 있는 안전요원, 공연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스태프, 인원 통제, 프로모션 등 공연 기획자는 굉장히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이에 심드렁한 프로모터들이 태반이다.

공연을 기획할 때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당장 큰 공연을 앞두고 음악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거나,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아 업무량이 몰리는 경우가 잦았다. 한 번은 어떤 대표가 직원이 해야할 일을 해버리는 바람에 막상 본인의 일 ━ 장소 확인, 재고 확인 등 ━ 을 놓친 경우도 있었다. 가장 답답한 건 프로모션 의지가 전무하단 점이다. 적어도 다수의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음악가의 내한 공연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 제대로 하는 케이스가 너무 없다.

티켓값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둘 중 하나다. 싸거나, 비싸거나. 어쨌든 둘 다 뒤처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티켓을 싸게 부르면 많이 올 거고, 비싸게 받으면 돈을 많이 벌 거라는 단순한 계산에서 오는 실수다. 그렇지만, 티켓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면 공연의 질이 떨어지기 나름이고, 비싼 가격은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여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한국은 국내에서 잘 안 알려진 음악가의 경우, 예상 집객수를 적게 잡고, 이를 메꾸기 위해 티켓값을 상향 조정하는 경우가 잦다. 매우 경솔한 생각이다. 5천 원도 부담을 느끼는 게 관객이다. 공연 티켓값은 두 번, 세 번의 고민도 부족한 부분인데 이를 너무 간과하는 이들이 많다.

프로모터들의 비전문성에 관한 논란도 많았다.

국내 한 전자음악가의 말을 빌리자면, 당시 공연 기획자가 사운드에 대한 이해가 없어 공연장이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걸맞지 않은 형태였다고 한다. 전자음악에 최적화한 곳이 아니기에 사운드가 꽤 뭉개져서 들렸다고 한다. 모 공연 기획자는 음악가를 대접한답시고 길거리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거나, 제대로 된 숙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 사람과 관련된 소식은 종종 들린다.

속사정에 훤한 이들이 특정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공연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슬프게도 대부분 관객은 이런 사실들을 모른다. 음악가를 ‘딱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티켓을 사는 거다. 이런 소비자들이 있기에 기획사들은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이어나갈 수 있다. 내 주변에도 특정 기획사 욕을 하면서도 꿋꿋이 공연을 찾는 사람이 있는데, 답답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프로덕션/공연기획사 피디 B와의 대화

중소 기획사, 대형 기확사의 공연에서 차이를 느끼는가?

실제 공연에 가보면 공연장에서의 사람들의 태도와 분위기가 양측이 좀 다르다. 대형 기획사 공연을 가면 대부분 관객이 음향 시스템에 문제가 명확히 있는 데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걸 ━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보고 놀랐다. 대형 기획사의 이름값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중소형 기획사와 비교하면, 상당한 이해심(?)이 발동한다. 위화감에 제압당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중소 기획사가 주최하는 공연에는 온갖 잣대를 다 들이대면서 으스댄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당시 중소 기획사 공연의 음향 질이 나았으면 나았지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두 공연을 운영한 음향 엔지니어팀이 같았다. 모두 음악가의 테크라이더를 100% 따랐으며, 현장 음향 리허설도 음악가 투어 엔지니어를 통해 확인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관객은 일단 두리뭉실하게 “음향이 X같아”라며 잘난척한다. 이 부분에서 딴지를 거는 일이 으스대기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어떤 사람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남들의 평가로 재단한다. 웃기지 않나? 작은 규모의 공연을 얕보는 경향이 알게 모르게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광고 현수막이나 안내 보드, 무대 LED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고 좋은 질의 공연이라고 말할 순 없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중소 기획사가 만드는 콘텐츠의 질이나 큐레이팅 능력이 대형 기획사와 비교해서 부족하진 않다. 차이가 있다면 음악가의 투어 옵션과 조명의 개수, 무대의 크기, 후원사 유무 등 실제 음악과는 크게 상관없는 요소다. 특색있는 공연을 펼치는 중소 공연 기획자들이 내한공연시장의 밑바닥을 성실히 다지고 있었기에, 대형 기획사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형 기획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관련 업계에 알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 큰손들 왜 있지 않나. 그들이 공연을 준비 중인데, 음악가를 공유할 수 있냐고 연락 올 때가 있다. 상대측에 원하는 조건과 지급 가능한 재화를 물어보면, 대부분 섭외비와 기획비를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폰트와 아트워크 형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제안이지만 거절한다. 이는 광고 대행이지, 공연 주최가 아니다. 대형 기획사는 공연으로 포장하여 자신들의 또 다른 상품을 파는 게 목적이다. 그들에게 음악가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를 포장하기 위해 문화를 비롯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자본이 많으니 대중매체 광고를 쉽게 뿌릴 수 있고, 댓글 조작이 가능하고, 소비자를 선동할 수 있다. 그렇게 내한 공연에 경쟁이 붙고, 비싼 표 가격이 책정되고, 결국 안 팔리게 되어 공짜 티켓이 돈다. 이 모든 게 처음부터 공연이 아닌, 광고 대행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렇게 망가진 생태계를 다시금 중소 공연 기획사들이 특색있는 공연으로 체력을 올려놓으면, 또 대형 자본이 와서 휘젓는다. 이와 같은 사이클이 벌써 10년 정도 된 것 같다. 최근엔 다행히도 소비자들이 공연과 광고 대행을 구분하는 눈이 예전보다 예리해졌다. 위안이라면 위안이지. 이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

대형 기획사가 음악가의 섭외비나 투어 옵션 비용을 너무 올려놓았다는 비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책임감 있고, 실력 있는 프로모터들은 대형 기획사가 투어 비용을 올려놓아도 외국 뮤지션 측을 충분히 설득해 현지 투어 가격만큼 맞출 수 있는 기술이 있다. 그러므로, 섭외비나 투어 옵션 비용이 대형 기획사의 개입으로 불어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다시 낮추면 되니까. 다만 대형 기획사의 공연에 기용되는 에이전트는 당연히 대형 기획사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 대형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공연 티켓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다. 결국,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뮤지션도 직업인 만큼, 많은 돈을 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더 좋은 음악이 나올 환경을 만들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렇게 불어난 그 섭외 비용이 전부 음악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음악가는 최근 전 세계 투어를 돌며 매진 행진을 이어가는 데도 합당한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매니저나 에이전시 측에서 돈을 빼돌리냐며 의심하더라.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비정규직 직원에게 임금을 체납한 적은 없는가?

임금 체납은 그 유명한 대형 페스티벌 기획사가 한 번 곤욕을 치른 이후로는 많이 없어진 듯하다. 오히려 돈과 관련된 문제는 뮤지션 계약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보통 중소 기획사가 유명 음악가와 계약하려면 돈을 100% 완불해야만 홍보하고 티켓을 팔 권한이 생긴다. 하지만 누구나 알만한 대형 기획사 한 곳은 워낙 크다 보니, 계약금만 주고 홍보 및 티켓 판매를 진행한다. 이렇게 발표한 공연은 티켓 판매량에 따라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기획사는 돈을 아낄 수 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음악가와 관객에게 돌아간다. 특히 뮤지션은 그 뒤로 한국에서 공연하기 어려워진다. 대형 기획사 측에서 솔직하게 ‘판매가 부진하여 공연을 취소합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음악가 사정으로 취소되었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사연을 모르는 소비자는 기획사가 아니라 뮤지션에게 실망한다.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다는 건 매우 큰 손해 아닌가.

반면, 중소형 기획사는 공연이 한 번 취소되면 사업 자체를 폐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에, 작은 공연 하나하나 큰 책임감을 느끼고 일한다. 그러나 대형 기획사는 다르다. 어차피 인기 있는 음악가를 돈 많이 주고 섭외하면 된다는 식이다. 공연과 관객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 자체가 다르다.

초과 인원 티켓을 팔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먹으면 안 되는 독 사과다. 잘 팔리는데 조금만 더 팔아볼까 싶은 거지. 찬반이 갈리지만, 항상 더 팔자는 쪽이 이긴다. 100장 팔면 BEP를 넘긴다고 했을 때, 50장을 더 팔면 전부 수익이지 않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처럼, 돈 벌 수 있을 때 안 벌어놓으면 나중에 가서 말이 터지니까. 관객만 불편해지는 상황인 거지.

자원봉사자를 정당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하는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음악 하는 사람들도 세션이 필요하면 세션에  돈을 주고 맡기는 거 아닌가. 근데 왜 공연 진행에 관해서는 공짜로 사람을 쓰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들을 모아 교육하고, 통제하는 데 시간과 돈이 든다고 하는데, 그냥 전문가를 고용하면 되지 않나. 그들에게 맡기고 신경을 덜 쓰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다. 자원봉사자에게 맡기는 역할도 문제다. 그들은 우선 공연에 책임질 의무가 없는 이들 아닌가. 그렇다면 책임 소지가 없는 일만 맡겨야 한다. 행사장 장소 안내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입고, 화장실이나 공연장 위치를 물어보는 이들을 안내하는 일 말이다. 그 이상의 책임 소지가 있는 일 ━ 음악가 관리, 티켓팅, 주차, 무대 관리 ━ 은 전문가를 고용하는 게 맞다. 기본적으로 나는 자원봉사자 시스템에 반대한다.

인디 공연 기획자 C와의 대화

당신이 좋아하는 공연 기획사 혹은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면?

주변에서 크고 작은 공연 기획이 보이는데, 사실 큰 공연에는 관심 없다. 관심이 가다가도 티켓 값에 좌절한다. 물론 거침없이 믿고 예매하는 기획사의 공연도 있다. 여기에는 ‘해당 기획사가 예전부터 잘하고 있다’라는 믿음이 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프라이빗 커브(Private curve)의 초기를 생각하면, 처음에는 로컬 뮤지션의 공연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로컬 음악가와 좋은 유대를 유지하며 대중과 마니아 사이의 공연을 주최한다. 결국 다양한 취향을 어우르며 매년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주최하고 있지 않은가. 꾸준히 판매 성적을 보장하는 국내/외 음악가의 공연을 여는 곳이다. 매번 공연을 만들며 문제없이 성장한 대표적인 회사이자, 오랜 시간 ‘정도’를 걸어온 이상적인 공연 기획사다.

오랜 시간 음악 시장에서 저명이 높았던 분이 혼자 가게를 연 김밥레코드도 생각난다. 김밥레코즈의 대표는 오랜 시간 레코드사에서 일해온 경험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안전한 라인업을 큐레이팅해왔다. 해외에서는 주류에 속하지만, 비교적 국내에서 조명을 받지 못한 음악가를 섭외하는 식이다. 유행보다는 정말 좋은 음악을 제공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음악가를 잘 모르고 가더라도, 무조건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거대한 공연을 주최하는 기업의 대형 공연 기획을 생각해본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못 볼 거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로 총공세를 쏟아붓는다. 거대자본으로 화려하고 큰 공연을 만든다. 5일 연속 도심에서 릴레이 공연을 만들 수 있는 건 그곳 뿐이다. 물론 제일 기대했던 루디멘탈(Rudimental)이 취소된 일은 쓰린 기억이지만…  최근 이태원에 ‘언더스테이지’라는 공간을 만들어 국내 뮤지션의 장르별 큐레이팅 시스템을 도입한 일도 대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국내 음악가의 공연을 볼 수 있는데 편차가 있지만, 나쁜 피드백은 들어보지 못했다. 큰 공연을 진행하고, 가입 회원에게 혜택을 주는 부분은 평등이라는 개념과는 크게 상관없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세계적인 뮤지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궁금하다.

유행에 맞춰 음악가를 ‘잘’ 선정하는 기획사가 있다. 라인업이 좋아서 혹하고 보러 갔다가 언제나 찜찜한 기분으로 돌아온다. 클럽과 라이브 홀을 넘나들며 다양한 포맷의 공연을 시도했지만, 허술한 진행으로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기획사 초기에는 공연 시간 딜레이, 불안정한 사운드 문제가 많았다. 이 부분은 공연이 진행될수록 개선되긴 했다. 다만, 좋아진 케이스의 경우에는 음악가가 직접 사운드 엔지니어를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어디선가 들린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 처우다. 매번 후려치기 당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로컬 뮤지션과의 어중간한 관계도 그렇다. 새로운 국내 뮤지션을 찾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가장 최악의 에피소드는 그라임스(Grimes)의 첫 내한 공연 때, 웜업 디제이를 유명인이 방문했다는 이유로 플레이가 끝나자마자 대기실에서 쫓아냈다는 이야기였다. 기획사 초기의 일이라 현재는 로컬 뮤지션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대형 공연의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시간이 지날수록 페스티벌의 수요가 커지면서 도심형 페스티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두 번 진행하고 사라지는 공연 역시 많다. 얼마 전 ‘서울 소울 페스티벌’이 취소되지 않았나. 이외에도 갑자기 라인업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결국, 예산 문제다. ‘서울 소울 페스티벌’은 작년에 이미 서브 스테이지를 주차장에 만들면서 행사 진행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예정된 음악가의 공연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뢰에 금이 갈 뿐만 아니라 뮤지션 역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테니까. 또한, 라인업만 비대한 공연은 진행 과정에서 관객이 불편해진다. 라인업에 큰 예산이 들어간 만큼 진행에 투입한 예산은 적을 테니까. 왜 관객이 돈을 내고 보면서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번 놓친 음악가는 돈을 줘서 다시 부를 수 있지만, 돈을 내고도 불편함을 느낀 관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정정사항

“모 공연 기획자는 음악가를 대접한답시고 길거리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거나, 제대로 된 숙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 사람과 관련된 소식은 종종 들린다.” 해당 본문 답변 마지막 줄에 “이런 와중에 모 프로모터는 내한공연 ‘교육’을 시킨다고 앉아있으니 황당할 뿐이다” 라는 문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삭제한 사실을 밝힙니다.

글 / 진행 ㅣ 심은보

VISLA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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