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AKER LOVE: 신재섭

스니커 러브(SNEAKER LOVE)는 말 그대로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 신발에 관한 이야기다. 발을 감싸는 제 기능 이상으로 어느덧 하나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스니커. 이제 사람들은 신발 한족을 사기 위해 밤새도록 줄을 서고, 야영하고, 심지어는 매장문을 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손에 넣고자 한다. 그들이 신발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VISLA와 MUSINSA가 공동 제작하는 콘텐츠, 스니커 러브는 매달 한 명씩 '신발을 무진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가 아끼는 스니커의 이모저모를 물을 예정이다. 애인보다 아끼고, 엄마보다 자주 보는 스니커,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스니커 시장의 두 라이벌,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두 브랜드의 스니커는 확연히 다른 개성만큼 각기 다른 팬층을 보유하며, 스니커 신(Scene)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껏 진행한 스니커 러브의 주인공이 대부분 나이키에 무한한 사랑을 표현한바, 혹여나 이에 아쉬움을 느낄 독자를 위해 이번엔 아디다스 컬렉터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모자 브랜드 몬키즈(Monkids)의 대표 신재섭은 스니커에 처음 관심을 가진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종류의 아디다스 스니커를 수집해왔다. 아디다스 스니커 일색인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은 물론, 스니커에 영감을 받아 모자를 제작하기도 하며, 아디다스 컬렉터로서의 면모를 물씬 드러낸 그는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아디다스의 매력을 드러낸다. 쉽게 알 수 없었던 아디다스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아래 인터뷰를 확인해보자.

 

오랜 시간 아디다스 스니커를 모아왔다. 아디다스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디다스는 그 역사부터 유구한 브랜드다. 수년 전 아디다스의 물류 창고에서 슈퍼스타(Superstar)에 나이키 스우시가 박힌 샘플이 발견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이 많았는데, 해외의 스니커 매거진에서 이 이슈를 전면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나이키 측에서 농구화를 제작하기 위해 아디다스에 샘플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 샘플 한 켤레가 아디다스 창고에 남아있던 거지. 기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나이키가 앞서있지만, 역사와 기술력은 아디다스가 조금 더 우수하다고 느낀다. 오래전부터 아디다스에서 많은 기술 향상을 시도했고, 그만큼 다양한 디자인이 나와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아디다스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다.

 

아디다스 스니커를 모티브 삼은 모자를 제작하기도 했다.

모자를 제작할 때 그 소재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아디다스와 퍼렐 윌리암스(Pharrel Williams)가 협업한 NMD 모델, 휴먼 레이스(Human Race)의 어퍼로 쓰인 니트를 모자에 옮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임팩트 있게 삽입한 텍스트도 재미있었고, 스니커의 여러 디테일이 흥미로웠다. 스니커의 어퍼, 혀 부분을 모자라는 틀에 적용했을 때, 기존 구조를 변형하면서 신발과 모자가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보통 스니커를 좋아하는 사람이 스니커와 모자의 매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나는 단순한 색상 매치보다는 어떻게 하면 신발의 특징을 모자에 옮길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캠프 캡은 5 패널이라 앞의 한 조각을 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를 4 패널로 변형해 머리를 감싸는 긴 조각에 글씨를 넣으니 NMD 휴먼 레이스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 이지 부스트 350(Yeezy Boost 350) 같은 경우에는 샘플로만 제작한 제품이다. 이지 부스트의 니트를 그대로 편직한 나름 대형 프로젝트였다.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신발에 쓰인 소재를 모자로 쓰려니 너무 덥더라. 조금 더 편안하게 착용할 방법이 있을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모자 브랜드의 디렉터이자 스니커 컬렉터로서 모자와 스니커의 유사성을 발견한 적 있나.

사실, 특별한 유사성을 찾기는 힘들다. 의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신발은 필수적인 요소지만, 모자는 옵션에 가깝다. 두 제품군이 액세서리로 들어가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스니커 마니아 대부분이 모자를 좋아한다는 점 덕분에 이런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다.

처음 스니커의 매력에 빠진 때는 언제인가.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어머니 손에 이끌려 시장에서 옷이나 신발을 사지 않나. 나도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가 1년에 한 켤레씩 신발을 사줬는데, 비를 맞으면 신발이 너무 쉽게 허물어졌다. 격자구조의 바닥이 드러나면서 착용하기 너무 불편해지는 거다. 새로운 신발을 살 기회인 거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지금은 사라진 라피도(Rapido)라는 브랜드의 신발을 처음으로 구매했다. 그때 처음으로 EVA 중창의 편안함을 느꼈다. 지금에 와 별 놀라운 기술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지.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편한 신발을 신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빈티지 아디다스 스니커도 많이 소장 중인지?

얼마 안 된다. 20대 초반만 해도 일본 야후 옥션을 미친 듯이 뒤져 구매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신제품 정도만을 모으고 있다. 현재 소유한 빈티지 아디다스 스니커는 70, 80족 정도다.

빈티지 스니커 마니아 대부분은 이베이(eBay)와 일본 야후 옥션 두 곳에서 원하는 걸 찾던데.

일본은 상당한 패션 아카이브를 지니고 있다. 이베이에서도 엄청난 양의 빈티지 스니커를 찾아볼 수 있지만, 대부분 신던 스니커다. 아웃솔이 절반 이상 날아가거나 어퍼 상태가 안 좋은 제품을 30달러, 50달러 선에서 판매한다. 반면, 일본은 새것과 같은 빈티지 스니커를 파는 셀러가 아주 많다. 스니커 컨디션에 예민하다면, 일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를 자체적으로 하다 보니 별주 모델 역시 많아서 특별한 제품을 찾는 이에게 일본은 더할 나위 없는 보물창고다.

 

아디다스는 협업할 때, 창작자에게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것 같다.

나이키에게 지지 않으려는 하나의 방편이 아닐까. 아티스트를 기용한 협업은 나이키가 먼저 시작했다. 정형화된 제품에 아트워크를 삽입한 제품을 주로 발매했고 매번 큰 인기를 얻었다. 아디다스는 이와 다른 방향으로 숍과 연계한 협업을 주로 진행했다. ‘A-Z’라는 프로젝트로 각 도시의 메인 스니커 숍과 협업 스니커를 제작했지. 예술적인 스니커보다는 소재나 컬러를 재구성해 같은 제품이라도 많은 변화를 준 제품이 많다. 스니커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노린 전략이다. 일본의 디자이너 쿠라이시 카즈키(Kazuki Kuraishi)와 함께한 프로젝트 또한 비슷한 성향을 띄는데, 이는 완벽히 일본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나이키가 일본 스트리트 신(Scene)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그 차세대 카즈키를 잡아 일본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가려 한 거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아디다스의 황금기는 언제인가?

이지 부스트 시리즈, NMD 등 새로운 스니커가 득세하는 지금이 아닐까. 북미 시장을 보면, 아디다스가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이지 부스트 출시 이후에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아시아 시장을 생각하면, 과거 빅뱅(BIG BANG)과 투애니원(2NE1)이 한창 아디다스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가 정말 최고조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교육 차원으로 서울 명동의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매장을 방문할 정도로 두 스타가 굉장한 광고 효과를 발휘했지.

최근 아디다스의 최대 이슈, 이지 부스트 시리즈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스니커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모아놓은 스니커다. 굉장히 상업적인 스니커지. 한정 발매라고 말하지만, 반복 출시되고 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라는 이름만으로 세계 각지에 굉장한 이슈를 몰지 않나. 나 또한 매번 응모하고 있지만, 계속 탈락하니 개인적으로는 흥미가 점점 떨어진다. 하하. 신발 구조를 보자면, 니트로 만든 운동화에 스티치를 넣은 디테일이 굉장히 재밌다. 부스트 아웃솔을 사용한 착용감은 말할 것도 없고. 한 가지 문제는 니트로 제작한 신발이니 내구성 면에서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다. 대신, 패셔너블한 스니커로는 두말할 필요 없지.

 

현재 진행하는 몬키즈라는 브랜드로 스니커 협업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다면, 캔버스 스니커의 대명사 잭 퍼셀(Jack Purcell)과 협업해보고 싶다. 주로 패턴 원단을 가지고 모자를 제작하니 항상 원단을 활용한 스니커에 욕심이 생긴다. 천으로 만드는 캔버스화가 제격일 것 같다.

 

선호하는 스니커 소재 역시 캔버스인가.

캔버스 스니커를 제작해보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니커 소재는 언제나 스웨이드다. 관리가 어렵지만, 관리를 안 하는 맛이 또 스웨이드의 매력 아닌가. 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신발의 색이 빠지고 지저분해지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하하.

 

모자의 연장선으로 신발 제작에도 욕심이 생길 법하다.

물론이다.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해보고 싶은 일인데, 시도조차 어렵더라. 제작 도구 구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고. 스니커를 만들고 싶지만, 수작업으로 스니커 만들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 구두 제법부터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다. 최근 성수동을 가보니 운동화를 샘플로 소량 제작해주는 곳이 있더라. 시간 날 때마다 들러서 배우려고 한다.

BAPE x adidas Superstar “B-Side” / Beauty & Youth x adidas Superstar 80s

오늘 준비한 신발을 소개해달라.

맨 위의 스니커는 아디다스의 오랜 파트너, 베이프(A Bathing Ape)와의 협업 제품으로 이 제품 이전, 검정 컬러링으로 발매한 이력이 있다. 이 제품의 경우 국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매장을 통해 구매했지만, 예고된 국내 발매 정보가 없었다. 발매처는 오직 베를린과 미국, 영국 세 군데였지. 서울에 발매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당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매장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본사에서 베이프 협업 제품이 100족가량 내려왔는데, 판매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거다. 마냥 잡아둘 수 없으니 구매하려면 빨리 오라는 말에 바로 달려갔다. 알고 보니 본사와 매장 사이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해 예정 발매일보다 빨리 풀렸던 거지. 졸지에 제품을 위해 기획한 행사도 취소됐다. 나로서는 굉장히 운 좋게 구매한 제품이다.

아래는 일본 대형 편집 스토어 뷰티 앤 유스(Beauty & Youth)와 협업한 스니커다. 어퍼 대부분을 가죽으로 제작했으며, 톤 또한 가죽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모델로 뷰티 앤 유스라는 숍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살린 제품이다. 아직은 새것 같은 컨디션이지만, 가죽 제품 태닝하듯 착용할수록 자연스레 색이 변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신으면서 어떤 변화를 거칠지 계속해 기대하게 하는 제품이다.

MONKEY TIME x Asics Gel Lyte V (Sand Layer) (좌)
Inventory Magazine x Converse One Star (우)

어쩐지 계속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소개하는 것 같은데. 왼쪽 제품은 방금 말한 뷰티 앤 유스가 전개하는 브랜드 몽키 타임(Monkey Time)과 협업한 아식스 젤라이트 5(Asics Gel Lyte V) 모델이다. 일본 내 예약판매를 통해 출시했는데, 일본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 구매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게 카시나(Kasina)에서도 발매하더라.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족 더 가지고 싶은 욕심에 아침부터 줄을 섰다. 그런데, 내 앞에서 바로 품절이 되었고 결국 구매하지 못했지. 마침, 그날 뷰티 앤 유스에서 나온 뉴발란스 1500(New Balance 1500) 모델을 착용하고 갔는데, 많은 사람이 내 신발에 주목해 괜히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하.

오른쪽 스니커는 다양한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주축으로 하는 캐나다 매거진, 인벤토리 매거진(Inventory Magazine)과 협업한 컨버스 원스타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모델이었지만, 자주 착용하다 보니 지금은 조금 낡았다. 이게 협업 모델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특별한 디테일은 깔창에 수줍게 새긴 프린팅이 전부지만, 스니커를 담고 있는 패키지 구성이 매거진의 스타일을 잘 담고 있더라. 그런 느낌이 재미있어 만족하며 신고 있다.

adidas APS / Mita Sneakers x adidas Consortium SeeULater

이 제품은 아디다스에서 발매한 APS라는 제품이다. 일반 스니커와 비교되는 기능적 특징은 이 노란색 플라스틱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아웃솔 뒤를 보면 열쇠 구멍이 있어서 열쇠를 끼운 뒤 돌리면 쿠셔닝을 조절하는 방식인데, 굉장히 직관적인 기술이면서도 매번 그 발상에 감탄한다. 아주 미세한 차이라 바로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시간 뛰고 나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을까. 하하. 이 제품 역시 국내 미발매 제품이라 해외에서 어렵게 구매했다.

이 제품은 일본 유수의 스니커 편집숍 미타 스니커(Mita Sneakers)와 협업한 제품이다. ‘SeeULater’라는 다소 재밌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일론을 사용한 등산화 콘셉트로 제작된 스니커다. 보유한 아디다스 스니커에 비해 꽤 최근에 발매한 제품으로 본래는 90년도에 처음 등장한 하이킹, 트래킹화다. 목의 시보리 등 다양한 디테일이 섞인 독특한 개성을 가진 제품이다. 일상생활에서 신기에도 부담이 없는 점이 매력적이다.

adidas Consortium Superstar “Made In France” (좌)
adidas Gazelle OG Pigskin (우)

이 제품은 나도 함부로 못 다루는 정말 귀한 스니커다. 신발 좀 모은다 하는 스니커 컬렉터는 스니커를 볼 때 그 생산지까지 따진다. 일본 옥션에도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한 슈퍼스타 모델을 30~40만 원대 가격에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스니커 역시 생산지에 관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지금에 와 기술 발전으로 많은 스니커 브랜드가 공장을 통해 신발을 제작하지만, 과거 아디다스는 프랑스의 신발 공방에 슈퍼스타를 의뢰한 적 있다. 시간이 지나고 신발 공장이 발전하며 이런 풍경이 자연스레 사라졌지. 그리고 몇십 년이 지나 그 공방에서 다시 슈퍼스타를 제작했다.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공정이 많아 총 수량 1,000족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걸 엄청 사고 싶었는데, 국내에서 워낙 적은 수를 발매한 터라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스니커 편집숍 패커 슈즈(Packer Shoes)를 통해 겨우 구매한 제품이다. 공방에서 제작한 슈퍼스타, 그 이름만으로 디테일이 굉장할 것 같지 않나. 오랜 역사를 가진 스니커라 이런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참 의미가 깊지.

이 제품은 빈티지 아디다스 가젤 모델이다. 꽤 오래전에 나온 모델로 지금 발매하는 가젤 시리즈 중에는 피그스킨을 사용한 모델이 없다. 밑창에 동그란 디테일이 있는 점도 최근 나오는 가젤과 다르다. 이 제품은 90년대 초반 발매한 모델로 이보다 몇 년 뒤 제작한 빈티지 가젤을 한 켤레 더 가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에 제작한 같은 스니커를 비교하는 일이 빈티지 스니커를 수집하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인상 깊었던 오프라인 스니커 숍은 어디였나.

뉴욕 유명 스니커 스토어 플라이트 클럽(Flight Club)을 갔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스니커와 유리 진열장에 모셔둔 프리미엄 스니커를 보고 어떤 웅장함마저 느꼈다. 아쉬웠던 점은 역시나 나이키 제품이 상품 대다수를 차지했다는 거다. 매장 초입에 퓨마(Puma)나 뉴발란스(New Balance), 아디다스 스니커가 진열되어 있긴 한데, 줄이 길지 않다.

 

아디다스 스니커 중에서 베스트 모델을 꼽아보자면?

글쎄,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특정한 모델보다는 당장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라. 그래도 캠퍼스(Campus)와 가젤(Gazelle)은 스니커 마니아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 신발 브랜드가 자사의 최신 기술을 복각 제품에 삽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이 꽤 재밌게 느껴진다.

비슷한 관점의 기사를 해외 스니커 매거진에서 다룬 적이 있다. 기사의 중점은 도대체 우리가 구매하는 신발의 단가가 얼마인지 역추적을 해보는 내용이었다. 반스(Vans) 스니커 한족의 제작 가격이 약 12달러 정도라고 하더라. 나 역시 반스 신발을 반으로 잘라봤는데, 그럴 수밖에 없더라. 와플 형태의 고무창에 중간에 얇은 스펀지와 부직포가 있고 그 위에 캔버스를 붙인 것이 솔 전부다. 자사의 기본 모델을 저렴하게 생산하고 나머지 생산비를 새로운 기술 개발과 광고, 물류비로 충당하는 거지. 나이키나 아디다스 측에서 한창 복각 모델을 많이 판매하고, 기존 모델에 새로운 기술을 융합한 제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보통 신소재의 솔 하나를 개발하는 데 우리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 돈을 메꾸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제품에 신소재, 신기술을 집어넣어 판매하는 수밖에 없겠지.

 

소장한 스니커 중 특별히 어렵게 구한 스니커가 있다면?

레트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금이지만, 재발매를 할 수 없는 제품이 몇 가지 있다. 그중 ZX500 RX라는 제품이 있는데, 이 스니커의 생산 과정이 꽤 재미있다. 과거 아디다스가 1980년대 올림픽에 참가했던 몇 국가의 스폰서로 참여해 흰색, 빨간색 위주의 트랙슈트를 캐나다, 구소련 등 국가에 공급했다. 대회가 끝난 뒤 그 선수들이 착용한 제품을 다시 회수해서 스니커로 제작한 제품이 ZX500 RX라는 스니커다. 그래서인지 살펴보면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 출처도 불분명한, 세간에 떠도는 일종의 ‘썰’이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전설 같은 느낌도 풍기고. 한때 이 스니커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해외 기사를 보니 360족 정도 발매했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플라이트 클럽에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서 냉큼 구매했다. 그 희열이 나를 꾸준히 컬렉터로 남게 한다.

* 이 기사는 무신사 매거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글 │ 오욱석
사진 │ 백윤범
커버 이미지 │ 박진우
제작 │ VISLA / MU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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