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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마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패션모델을 위하여

인스타그램 시대가 도래하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예쁘고 날씬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 오늘도 거울을 보며 모니터 속 완벽한 비례를 자랑하는 디지털의 허상과 자신을 비교하는 이들에게 자존감을 되찾아줄 새로운 바람이 부는 듯하다.

프랑스에서 최근 인물의 신체 일부를 마르거나 비대하게 수정한 이미지에 ‘photographie retouchée’, 또는 ‘retouched photograph’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새 모델 보호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반응한 세계적인 포토 스톡 웹사이트 게티 이미지(Getty Images)는 사용자들에게 변경된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게티 이미지는 회사에 사진을 제공하는 포토그래퍼가 대상의 신체를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줄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몇 가지 규칙을 추가했다. 프랑스 보건복지부 장관 마리솔 투렌(Marisol Touraine)은 이번 법안에 관련해 “젊은 세대가 비현실적인 이미지에 노출될 경우 자존감 저하뿐만 아니라 심각한 건강 문제가 우려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의회는 이미 지난 5월, 모델 건강보호 법안을 시행하며 추후 패션 업계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내용에 따르면 자국에서 활동하는 모델은 2년에 한 번씩 건강진단서를 보건 당국에 제출해야 하며, 체질량지수를 비롯한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모델은 활동이 금지된다. 또한, 건강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모델을 기용한 에이전시는 약 1억원에 달하는 벌금형 혹은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거식증에 걸린 모델 이자벨 카로(Isabelle Caro)가 끝내 숨진 사건이 한 차례 패션 업계를 강타했다. 2007년, 거식증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직접 참여한 적도 있는 그녀의 죽음은 그간 모델과 에이전시 관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비인권적 행태를 조명하고, 이에 반기를 든 세계적인 움직임에 도화선을 지폈다. 몇 년 전부터 스페인, 프랑스 등 패션 산업의 중심이 되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지 콘텐츠에 최적화된 비정상적인 체형을 강요하던 디자이너와 에이전시가 정면으로 불어닥친 역풍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오랜 시간 마른 모델을 선호한 패션 지형도가 계속 바뀔 전망이다.

패션 기업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와 케링(Kering)은 지난 6일,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고용하지 않겠다며 프랑스 법안보다도 더 강화된 공동 헌장을 발표했다. 즉, 한국 기준 44(XS)에 미달하는 패션모델은 앞으로 기업이 소유한 브랜드와 일할 수 없다는 것. 두 기업은 회사가 고용한 모델에게 향후 6개월 이내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물론, 수정을 거친 사진에는 개정 법안과 동일하게 수정된 사진이라고 표시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로,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이미 2015년부터 비정상적으로 마른 모델을 기용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엘르에 실린 이브 생로랑(YSL) 화보를 비롯해 2016년 구찌(Gucci)까지 광고 금지 및 경고를 받았다. 거식증 및 폭식증 보호단체 ABC 대변인은 당시 미디어에서 저체중 모델을 아름다움이라 광고하는 일이 당연시되었다며 ASA의 결정을 지지했다.

Gucci / 2016 The Cruise Campaign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직접 무대에 서는 모델 역시 미를 향한 절대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모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Emily Ratajkowski)는 자신의 화보를 촬영한 프랑스 잡지, 마담 피가로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녀는 잡지 측에서 포토샵으로 수정한 화보 사진과 원본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나란히 공유하며 인상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전형적인 아름다움, 그 이상과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에 불안해한다. 나 또한 과거부터 이어진 그 불안들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나는 포토샵으로 내 가슴과 입술을 수정한 커버 사진에 크게 실망했다. 나는 패션 산업이 우리의 특징을 억누르는 대신 저마다의 개성을 축복하길 바란다”

디지털 문화에 힘입어 허상으로 자신을 휘감고, 또 실재하지 않는 그것을 환호하며 비정상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이상화된 아름다움에 한없이 가까워지려는 시뮬라크르 세계 속 사람들. 프랑스 모델 건강 보호 법안과 게티 이미지의 변화된 정책은 이 세계가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의 자성을 촉구한다. 그것은 패션과 예술 영역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상기시키는 괄목할만한 변화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지배적인 관점에 반하는 대안적 움직임은 이미 깨어있는 일부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주도해서 이끌고 있다. 비록 모발, 피부, 상처, 코의 모양 등 법률이 제한한 수정 가능 범위를 벗어나는 지점이 아직도 많지만, 그간 아름다움이라는 미명 아래 패션 업계가 재단한 기준을 고려한다면 한 발짝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소기의 성과. 시간이 흐를수록 패션과 광고업계의 행동에는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될 것이다.

Kwon
권혁인 / Kwonthe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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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Kwonthechef@visl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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