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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ay Everyday #1

eBay. 인터넷 쇼핑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곳은 동시에 헌 옷의 보물창고이자 우리네 지갑의 블랙홀이기도 하다. 오늘도 수많은 동네 바보들이 ‘사긴 사야 하는데 막상 사자니 좀 거시기하고, 솔직히 옷장에 비슷한 게 없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이 좋은 제품을 남이 사 가는 걸 눈 뜨고 보고 있자니 묘하게 속상한 계륵’ 같은 제품들을 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다.

이 물욕을 끊을 방법은 결국 내가 사고 말거나, 혹은 누군가 나보다 먼저 사 가는 것. 생판 모르는 일본의 돈 많은 빈티지 가게 사장이 역사적 가치니 뭐니 하며 두 배치기 하는 꼴을 보는 것보다 그래도 그냥 헌 옷이 싸서 좋아하는 옆집 친구가 좋다고 샀다가 엄마한테 혼나는 모습을 보는 편이 왠지 모르게 흐뭇하니까.

그렇다고 헌 옷을 주변 사람에게 빨리 사가라고 추천하긴 뭐 하니 이 시대 바보와 한량의 소굴 VISLA의 지면을 빌어 간곡히 빠른 구매를 앙망하는바. 엄선과는 그다지 거리가 멀지만 부디 누군가 구매하여 하루빨리 ‘Sold Out’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10월부터 11월 중, 묘하게 갖고 싶었던 제품 몇 가지와 동시에 eBay의 악마 같은 ‘Similar items’까지 일부를 모아보았다.

 

1. Vintage Nike Block Letter Vintage Tube Socks Boot Mix 3 Pairs 80’s 90’s

언젠가 헤인즈(Hanes)와 슈프림(Supreme)이 쿵짝을 맞춰 팬티와 함께 양말을 내놓은 순간 느꼈다. ‘어 이거 완전히 빈티지 양말 아니냐!?’. 아마도 해당 제품을 보고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의 옛날 양말에 쓰이는 ‘Block Letter’ 감성을 느낀 사람이 감히 나만은 아니리라. 옛날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양말은 나름 충실하게 eBay에 매물이 올라오는 하나의 헌 옷 장르인 동시에 실제 꾸준하게 바보들이 구매해가는 스테디셀러인 것 같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름 헌 제품의 소굴이라곤 해도 어떻게 남사스럽게 남이 신던 양말을 팔 리는 없으니 안심하자. 대부분 새삥이다. 정말이지 나이키, 아디다스, 헤인즈, 챔피온(Champion), 윌슨(Wilson)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에 걸쳐 꽤 많은 수량의 NOS 제품이 즐비하다. 경험상 대략 한 짝에 $10-20인데, ‘유니클로에서 만원에 세 켤렌데?’라고 하면 좀 비싸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인필드 디자인 같은 브랜드의 양말 가격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실제 착용해 본 결과 옛날 스포츠웨어 브랜드답게 퀄리티는 단단하고 튼튼하다.

물론 네이버에서 2010년산 나이키 양말 존나 뽀송뽀송하고 짱짱한 거 세 개에 11,500원에 판다는 식의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7개의 새삥 양말을 $420에 판다. 평생 신는다고 생각하자.

2. Vintage 1960’s Blue Hen Conference Champions Letterman Varsity Jacket Men’s M/L

버트윈(Butwin)은 헌 옷 장사하시는 양반들이 보통 ‘데롱(De Long)’, ‘골든 베어(Golden Bear)’쯤의 브랜드와 함께 ‘바시티 재킷 잘 만드는 존나 개 쩌는 장인급 헤리티지 브랜드’로 소개하지만, 어쩌면 이태원 국일사 내지 2000년대 중반 스타장닷컴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 사실 이쪽이 오히려 더 멋있다 ─.

실제로 100년 전 미 공장지대에서 물통 만들던 회사조차도 ‘100년 전통의 가방/피혁 브랜드’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브랜딩에 통달한 섬나라 친구들의 각고의 노력과 혼이 담긴 구라 덕분에 이쪽 역시 오늘날 전통의 ‘MADE IN USA’ 스포츠웨어 브랜드로서 명성이 자자한데, 실제 웬만한 빈티지 쇼핑몰에서 버트윈이나 데롱의 라벨이 붙어있고 시보리 좀 짱짱한 바시티/어워드 재켓의 경우 10만 원 넘어가는 게 예삿일이다.

 

바시티의 정석. (좌) Golden Bear (우) De Long 

여하튼 미국인 입장에서는 옷장에 걸려있는 그네들 아빠 세대가 젊었을 때 입던 국일사 제품이니까 의외로 eBay를 쑤시다 보면 합리적인 가격대가 자주 보인다. 심지어 국내 제품 대비 훨씬 예쁘기까지. 그런 의미에서 바시티/어워드 재킷이야말로 약간 수고를 해서라도 eBay에서 살 만한 제법 마진 좋은 제품이 아닌가 싶다.

이것만 봐도 존나 바시티 재킷의 정석인 남/흰/노 컬러를, 그것도 1968년 풋볼계의 신성 클레이몬트 플라이트 B(Claymont Flight B)팀이 당대 최고의 대회였던 블루 헨 컨퍼런스 챔피언스(Blue Hen Conference Champions)에 출전하면서 실제 단체복으로 맞췄던 옷을 ─ 너무 진지하게 믿지는 말자 ─ 단돈 $48에 판다. 물론 직배송비가 $54.77라 겁먹을 수 있지만 미국 내 배송료는 $5-6 정도. 적당히 배대지를 이용한다면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시보리 짱짱하고 럭비 로고 존나 귀여운 야구잠바를 얻을 수 있다.

 

3. Vintage 1970’s Black Leather RED WING Classic 9109 Postman Oxfords Sz-10E USA

모두가 SK55 같은 걸 살 순 없다. 그러나 최소 비용을 통해서라도 빈티지 브라운 하나쯤은 찬장에 쟁여둬야 하는 게 워너비들의 숙명. 그런 의미에서 브라운 빈티지 중에서도 그나마 eBay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물건이라면 탁상 알람시계 ─ 슈프림과 함께 쿵떡쿵떡 했던 그것이 맞는 것 같다 ─. 그렇다면 이것은 또 나름의 히스토리를 가진 빈티지 브라운의 한 영역을 담당하는 제품군이라 할 수 있겠다. 빈티지 브라운의 한 영역을 대표하는 300 special DL 시리즈를 소개한다.

1955년, 아트어 브라운(Artur Braun)과 보도 푸터러(Bodo Futtrer)가 디자인했다고 알려진 최초의 300 Special DL 3은 멋 워너비들의 책장 한편에 응당 꼽혀있어야 마땅한 모델.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사학 자료 ‘Less and More’에도 당당히 실린, 나름 브라운 제품군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역작이다. 물론 빈티지 브라운 마니아 사이에서는 이후 면도기 디자인의 코어이신 프리츠 아이흘러(Fritz Eichler)라든가 전설의 디터 람스 선생이 함께한 제품군이라든가 여튼 뭐 다른 좆되는 제품들을 좀 더 높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나 같은 놈이 일일이 판단하기엔 너무 빡센 영역이니 패스.

 

4. CHAMPION BLUE BAR 70s vtg PURDUE UNIVERSITY SWEATSHIRT INDIANA L

북미 지역 운동복 대명사에서 지금은 헌 옷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챔피온 제품군 역시 eBay에서 살만한 가치가 있다. 비슷한 포지션에서 한때 즐겁게 찾아보던 70년대 컨버스 제품은 싹이 말라서 뭐 하나 올라왔다 치면 1) 치열한 비딩이 일어나거나 2) 즉구가 $300에서 시작하거나 3) 사이즈가 350mm인데 비해, 챔피온 쪽은 아직은 매물도 많고 가격도 적당하다. 물론 이쪽 역시 ‘Runners’ 태그가 달린 경우는 $400-500을 넘기 일쑤지만.

 

CT-70가 아닌 진짜 70년대 제품. US 14 1/2 $350(???)

이 태그 하나로 썩어가는 다이마루가 $300에 팔리는 중이다.

80~90년대에 나온 알통핏의 MADE IN USA 리버스 위브 제품은 사실상 국내 구제 사이트에서 훨씬 싸게 살 수 있으니 굳이 외국에서 살 이유가 없다. 그리하여, eBay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노려볼 수 있는 제품은 통칭 ‘블루바(Blue Bar)’라 불리는 70년대의 제품인 것 같다. 지금 당장 검색창에다가 ‘champion blue bar’만 치더라도 족히 수십 개의 제품이 나오는지라 가격대도 비교적 정상적(?)이다. 통상 티셔츠 기준 $30-50, 스웨트셔츠 기준 $60-80 정도면 나름 쌔끈한 걸 고를 수 있다. 국내 멋쟁이 빈티지 매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블루바 티셔츠를 6만 원대에 팔았던 걸 생각하면 이쪽은 확실히 남는 장사.

 

물론 예쁘고 멀쩡하면 비싸다. 각 $149.99

아무튼 소개하는 제품 전면에 보이는 로고는 ‘What We Make Moves the World Forward’라는 슬로건을 내건 퍼듀 유니버시티(Purdue University)라는 미 인디애나주의 공립 대학교로, 미국 내 모든 공립대 중 가장 많은 외국인이 등록되어있다. 특별히 공과대 경쟁력이 센 데다가 ‘Aerospace’ 학과에 가보면 ‘퍼듀를 졸업한 역대 우주인 명단’ 따위가 전시되어있을 정도인데, 사실 대학 티셔츠군에서 그리 매력적인 학교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겨자색. 색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헌 옷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나 선호하는 빛바랜 겨자색이다. 물론 오염은 있지만 빵꾸는 없다. 수소 봉제니 하는 뻔한 디테일 가지고 거하게 이빨 터는 국내 복각 브랜드의 평균 스웨트 셔츠 가격이 7-8만 원인데, 그 모든 디테일의 원류가 되는 제품이 $39.99라면 역시 합리적이다. 합리적이다. 합리적이다. 대체 왜, 40년도 더 된 타국의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 기념품점 수비니어 같은 옷을 굳이 왜 5만원 돈을 주고 사면서 ‘횡재했다’고 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할 말 없지만.

챔피온은 하나 찾으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쪽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 조합 + 복각 브랜드에서 선호하는 대학 로고까지 고려해 나름 쌔끈한 50/50 티셔츠 제품을 엄선해 보았다.

 

[Similar Items]

Vtg CHAMPION Blue Bar 70s NOTRE DAME Football Jersey T-Shirt

전통의 NORTE DAME. 초/흰. 풋볼티 특유의 완장. 상태도 너무 좋다. 그리고 비싸다. 

70s vtg NOTRE DAME champion blue bar T SHIRT irish university

신품. 남/노에 폰트도 에쁘다. 그래서 비싸다.

Vintage 70’s Champion Blue Bar Notre Dame T-Shirt Size Large Fighting Irish 1955

NORTE DAME으로 달린다. $19.99

Vintage 70s Champion Blue Bar FARMFEST 1976 Ringer T Shirt Lake Crystal 

연식을 구라친 제품이 허다하지만, 이건 확실히 70년대의 것이다. 1976년에 열린 ‘Farmfest’ 티셔츠니까. 굳이 말하자면 ‘구룡포 과메기 축제’ 티셔츠 같은… 

GAMMA ALPHA NU

 Vintage 70s UNC Champion Blue Bar University of Northern Colorado Shorts

레깅스에 나이키 반바지 입고 달리기에 지친 그대여. 테크웨어로 닌자의 영역까지 못 갈 바에는 아싸리 70년대 히피 느낌의 러너가 되어보자. UNC 체육 교양 때 단체로 보급했을 법한 쇼츠. 허벅지 바깥쪽의 커팅이 너무나 우아한 이 제품은 셀러의 말에 따르면 ‘24인치부터 33인치까지(???)‘ 입을 수 있다고 한다.

 

5. VTG 70s DANNER Brown Leather Hiking Mountaineering Leather Boots 7 1/2

헌 옷에 관대한 친구들도 가죽 부츠는 학을 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세탁 문제인 것 같다. 그나마 다이마루는 뜨거운 물에 세제 콸콸 부어서 어떻게든 소독 비슷하게 가능하지만, 도대체 가죽화는 어떻게 닦아야 할까. 특히 그 내부, 전 주인의 발자국이 마치 인체공학적 디자인마냥 고스란히 남아서, 신을 때마다 발가락 형상을 더듬어야만 하는 그 내부 말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가격대가 훌륭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처럼 쌔끈하고 가벼운 등산화나 부츠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굳이 졸라 무겁고 방수도 제대로 안 될 것 같은 데다가 남이 신던 다 낡은 부츠를 굳이 살 이유가 없으리라.

다만 그런 단점이 헌 옷 계통에선 외려 장점이 된다. 바로 그 무식함. 대너(Danner)는 말해 뭐해급의 형님 브랜드지만 어째 일본에서 브랜딩한 이후로는 터프한 매력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아재들의 평. 그 말인즉슨 점점 예뻐지고 신기 편하며 세련된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는 이야기. 따라서 전통의 자취가 잔뜩 남겨진 빈티지 제품이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근자의 스테디셀러인 대너 마운틴 라이트 형상의 이 제품은, 나름 새삥 비브람으로 창갈이까지도 마친 듯하다. 인솔이나 라이닝에 관련된 정보가 누락된 점이 아쉽지만, 아마 고어텍스가 도입된 게 79년이라 했으니 분명 가죽이다. 인솔 쿠션도 분명히 두툼한 가죽일 테고.

‘잠깐 그건 전혀 장점이 아니잖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요새는 대놓고 ‘우리는 가죽 라이닝과 인솔을 쓰는 진짜배기 오리지널 라이트 마운틴입니다’라고 하는 시대니 $89에 오리지널 라이트 마운틴을 즐긴다는 건 분명 좋은 조건이 아닐까?!

 

[Similar Items]

Vintage Men’s DANNER Brown Leather Outdoor Hiking Mountain Light Ankle Boots 8 M

모양과 상태로 보면 이쪽이 훨씬 좋은 듯하다. 다만 70년대니 뭐니 하는 명확한 표기가 없어서 잠깐 주춤했지만, 슬쩍 보이는 인솔이 가죽인 동시에 샤프트 쪽 대너 로고도 생략된 걸로 봐서 70년대가 아닐까 싶다.

 

Vintage Danner Leather Mountaineering Hiking Boots Size 7.5

커버 이미지 │ 박진우

김선중
김선중 / K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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