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프로듀서 SORIMSA 첫 번째 EP [DISCOVERY] 발표 / 미니 인터뷰

베이스어택(Bass Attack) 크루 소속 디제이/프로듀서 소림사(SORIMSA)가 스팽킹 독(Spanking Dog) 레이블을 통해 첫 번째 EP [DISCOVERY]를 발표했다. 그간 명월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베이스 뮤직을 선보인 그가 프로듀서로서 처음 시험대에 오르는 [DISCOVERY]는 ‘디제이가 프로듀서로 역량을 발휘할 때 어떤 사운드가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재미있는 대답이 될 것이다. 그간의 디제이 커리어에서 갈고 닦은 감각을 바탕으로 소리를 수집하고 선별해서 다양한 틀에 맞춰 배열하는 과정이 5개의 트랙에 오롯이 드러나 있다.

자칫 클리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동양적인 사운드가 새롭게 들리는 이유는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콘셉트를 정하고 작업에 착수한 의도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본인조차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한 발견이기 때문. 그 과정에서 소리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얻었다. 자아를 찾기 위한 그간의 시간을 다섯 곡에 담아 ‘DISCOVERY’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소림사와 간단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앨범의 주제를 정하고 나서부터 소리를 쌓아 올린 일련의 과정을 듣고 싶다.

이번 앨범은 ‘Discovery’라는 제목처럼 나 자신을 발견하고픈 욕구에서 비롯된 작업물이다. 굿판이나 사찰을 돌면서 온종일 필드 레코딩 작업을 하거나 평소 텍스처 작업으로 만든 어두운 소리를 그대로 나열했다.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리란 동양적인 세계관에 가까운 것이었나?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영감인지 궁금하다.

결과적으로 핵심 테마가 되었지만, 처음부터 ‘동양적’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만들지는 않았다. 다만 유럽 뮤지션의 결과물을 그대로 답습하고 싶지 않았기에 외국에서는 희귀하게 들릴지라도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소리를 모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정한 색깔이 느껴지는 것 같다.

SORIMSA – Chinese Dub (1min ver.)

이전부터 국내외를 통틀어 동양의 문화와 사운드를 연구한 뮤지션의 결과물이 지속해서 발표되어왔다. 그래서 더 경계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동양의 퓨전미학을 가미한 음악 스타일은 이미 많이 나왔기에 따라 하거나 얻고 싶지도 않았다. 앨범 작업에 착수하면서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았다. 동경을 통한 아이덴티티의 발전은 외려 카피보다 진부하다고 느껴서인지도 모르겠다. 요리사를 보더라도 한국의 음식으로 정말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저 그런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는 주어진 재료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동양적인 사운드라는 말은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서 수집한 소리를 베이스 뮤직의 틀을 거쳐 완성하는 과정이란 프로듀서의 입장에서도 즐거운 경험이 아니었을까. 어떤 방식으로 트랙을 구성했나?

우연의 일치로 여러 가지 방향성이 나왔다. 내 작업과 뼈대를 유지한 채 우연의 결과물에 중점을 두었다. 앞서 말했듯, 굿판이나 사찰에서 모은 소리가 자연스럽게 주제로 묻어나왔다. 기본적으로 디제잉을 하다 보니 다양한 장르에 내 음악을 브리지로 사용하고 싶었는데, 하프타임(Halftime), 다운템포(Downtempo), 그라임(Grime), 덥스텝(Dubstep) 등 BPM 100부터 174까지 내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장르로 완성되었다. 이 부분은 대단히 만족한다.

 

“GiveMoonpie”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자 보컬 샘플은 어디에서 따온 건지 궁금하다. 그녀는 뭐라고 말하는 건가?

태국 전통악기와 리즈베이스의 결합을 메인 테마로 구성했다. 자료를 모으다가 태국 여성의 안내멘트를 그대로 샘플링했다. 태국의 색과 베이스라인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도록 나열해서 태국어를 아는 이들을 집단 멘붕시키는 게 목표였다.

SORIMSA – Kowtow (feat. Khundi Panda)

“Kowtow”라는 트랙의 이름이 재미있다. 절하는 풍습을 의미하는 몽골 말이라고 사전적 정의가 나오는데, 쿤디판다와 곡의 주제를 두고 어떤 의사소통을 했나.

우연히 쿤디판다와 연락이 닿았고 재미있게 작업을 진행했다. 원래 제목은 “Kowtow”가 아니었지만, 훅의 메시지가 ‘Kowtow’라는 주제와 이어지는 것 같아서 이 제목으로 발표했다. 절이라는 풍습을 오히려 아첨하는 사람들로 해석한 디스 곡이다.

 

소림사라는 예명은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가까운 이름인가?

아무 생각 없이 지었는데, 사람이 정말 이름 따라 가는 것 같더라. 중국의 소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새 중국 음악, 영화의 소리를 따는 내 모습을 보면서 놀랄 때가 있다.

SORIMSA – GiveMoonpie

본인 음악에 영감을 준 여행지 리스트가 있다면?

크로아티아, 제주도, Deepmedimusic.

 

다양한 필르머와 함께 영상을 완성했다. 각 필르머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지 궁금하다. 혹시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도 있나?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유 주제를 던졌다. 이 노래를 듣고 느낀 대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서인지 정말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916 비디오의 “Kowtow”는 절대 아첨할 수 없는 기괴한 영상이었고, 오랜 시간 많은 작업을 함께한 아덴만(ADENMAN)은 따로 주문한 적도 없는데 내가 의도한 글리치(Glitch)를 잘 살려서 “GiveMoonpie” 비디오를 완성했다. 나이니스트(Nineist)의 “Chinese Dub”은 곡과 내 닉네임을 완벽히 연결하는 영상이었다.

SORIMSA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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