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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SAEMTATTOO

타투(Tattoo)는 인간의 내재된 표현 욕구에 기원한다. 생물학적 존재에 불과했던 인간이 사회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타투가 계급의 구분과 종교적 역할을 했고, 현대에 와서는 미학적, 장식적인 의미가 더욱 도드라졌다. 그 의미는 계속해서 변해왔고, 최근까지 위화감을 조성하며 특정 집단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타투의 퇴색된 의미를 되찾는 일은 한국 타투이스트의 과업일지도. 최근 한국계 미국인 타투이스트 샘(Saem)을 만났다. 미국의 올드스쿨 타투(American Traditional Tattoo)를 고집하는 그는 현재 와일드로즈(Wildrose Tattoo)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샘(Saem)이다. 지난 5년 동안 와일드로즈에서 올드스쿨 타투를 다루고 있다. 반갑다.

 

본격적으로 타투이스트의 길을 걷게 계기는 무엇인가?

큼직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고향인 시애틀에서 어렸을 적부터 스케이트를 같이 타던 동네 친구가 블랙 앤 그레이(Black and Grey, 미국 교도소에서 유래된 타투로, 검정 잉크를 물에 희석한 비율로 농도를 조절해 작업하는 타투 장르) 타투를 내 팔에 그려줬고, 그때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본격적으로 타투를 직업으로 삼게 된 건 수습생이 되고 나서다. 미국에서 2년 정도 수습 기간을 끝마친 뒤 휴식차 서울에 오게 되었고, 선렛 타투(Sunrat Tattoo)에서 3년 동안 지냈다. 이후 미국과 대만 등 여러 곳을 다니다 와일드로즈에 4년 전 정착했다.

 

도안 혹은 플래시(Flash) 작업물에서 내공이 쌓인 드로잉이 느껴진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있나?

없다. 그렇지만 항상 올드스쿨 타투(Amercian Traditional Tattoo)를 좋아했고 그림을 취미로 그려왔다. 게스트 워크로 세계 여러 군데를 여행하다 보면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나게 되는데, 이게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들과 함께 도안을 그려보기도 하고.

 

도안을 그리기 위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클래식 레퍼런스(Classic Reference)는 언제나 내 영감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1900년대 초반 서커스 피닝(Circus Pinnings)은 당시 서커스 공연의 포스터 역할을 했는데, 아메리카나(Americana, 미국의 자동차, 무기, 국기 등을 소재로 하며 역사 문화적 의미가 짙은 예술작품의 집합으로, 당시 미국인의 애국주의를 고취하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 같은 것들은 지금 봐도 멋있을 정도로 정교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사실 정해진 레퍼런스를 두지 않고 빈티지풍이 물씬 나는 옛것들을 많이 찾고 이를 편하게 그려보는 편이다. 이후에는 그것을 타투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승화시킨다.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올드스쿨 타투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렸을 적에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타투라는 단어를 들으면 배, 독수리나 해골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건 올드스쿨 타투가 영원하다는 걸 의미한다. 책도 마찬가지지만 고전은 유행을 타거나 시간의 제약도 없다. 그저 영원하다.

 

올드스쿨 타투에서 주로 다루는 모티브(독수리, 흑표, 대검 ) 떠올릴 , 다른 장르보다 정형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올드스쿨 타투이스트 사이에서 본인의 타투가 지니는 고유한 성질이 있다면 무엇인가?

타투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도안을 보고 타투를 새겨도 아티스트만의 색깔이 묻어나온다. 그저 도안에 맞게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 영혼을 담는 창작이다. 이를 끊임없이 상기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추구하게 된다.

올드스쿨 타투의 고전 모티브 특히 선호하는  가지를 고른다면?

단연코 독수리를 꼽겠다. 해골도 좋아하지만 독수리가 존나 멋있다.

 

올드스쿨 타투의 역사적으로 독보적인 레퍼런스가 있다면 단연코 세일러 제리(Sailor Jerry)가 빠지지 않는다. 그를 제외한 다른 롤모델이 있다면?

짐 로잘(Jim Rosal). 물론 퍼시 워터스(Percy Waters)도 있다.

국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선렛 타투 견습생 시절부터다. 잉크밤(Ink Bomb) 기획하는 등 국내 올드스쿨 타투 신(Scene)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선렛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견습 일련의 과정이 궁금하다.

미국에서 견습 기간을 마치고 난 뒤 휴식이 필요해서 여러 행선지를 둘러봤다. 서울에 도착해서 몇 군데의 타투샵을 눈여겨보다가, 지인이 선렛 타투를 추천했고 스튜디오의 수장 태남과의 만남을 주선해줬다. 나는 그와의 첫 만남에서 준비한 여러 도안과 작업 결과물을 보여줬고, 그 이후로 선렛에 출근하게 됐다.

 

선렛 타투에서의 경험이 현재 본인의 타투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미국에서 타투하던 시절에는 동양적인 레퍼런스가 비교적 많지 않아 작업이 획일적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선렛에서 지내면서 올드스쿨 타투의 동양적인 색깔을 많이 고민하고 분석했다. 새로 얻는 동양적 소재는 올드스쿨 타투를 향한 열정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수습생으로 일하던 시절은 어땠나.

일반적으로 미국의 타투숍은 수습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그의 충성심(loyalty)을 검증한다. 누군가를 쉽게 팀 멤버로 들이지 않는다. 믿음이 큰 기준이다. 만약 누군가가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대부분의 숍은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2년 동안 수습생으로 있을 당시, 여러 자질구레한 일부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내부 청소나 쓰레기 버리는 과정을 모두 겪고 난 뒤에 미국에서 타투 라이센스를 따게 되었다.

지금도 한국과 미국 곳을 자주 왕래하며 활동 중이다. 두 국가의 전반적인 타투 신을 체험하면서 어떤 차이점을 느꼈나.

9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의 미국 타투 신이 현재 한국 타투 신과 비슷한 모습을 띤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타투를 하려면 타투숍을 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주방이나 거실처럼 적당한 장소만 있으면 된다.

또 다른 점은 타투를 배우는 과정이다. 한국에서는 먼저 석 달 치 강습비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타투를 가르친다. 그래놓고 3개월이 지나면 수강생을 내쫓는다. 그렇게 매몰차게 수습생을 내쫓고는 다시 줄을 세워 다음 수습생을 받아들인다. 수습생 예약 제도를 알고 난 뒤 마치 공장처럼 운영되는 한국 타투숍의 행태가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 수습생을 함께하는 동료로 간주해서 기본적으로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와일드로즈는 이런 치욕스러운 행위와는 거리가 먼 곳인가.

그래서 이곳에서 일한다. 다른 곳은 절대 안 간다. 더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시애틀에 자리한 리버티 타투(Liberty Tattoo)에 자주 간다고 들었다.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미국 PNW(Pacific North West, 미국의 태평양을 낀 북서 지역)에 자리한 최고의 타투숍이라고 자랑할 수 있다. 사실 워싱턴(Washington)주의 수도 올림피아(Olympia)에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하면 올드스쿨 타투를 다루는 곳이 거의 없는데, 리버티 타투는 유일하게 올드스쿨 타투만을 고집한다. 미대륙에서 동부나 서부 쪽의 타투 신은 이미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만, 시애틀을 비롯한 이외 지방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리버티 타투가 더 빛난다. 멤버 6명 모두 진짜 실력자들이다.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느낄걸?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동양 문화권에서 타투는 갱단과 연계가 있거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본인에게 이러한 대중의 시선과 문화적 차이는 어떻게 비춰지는가?

한국에서 5년 정도 살면서 굳이 타투를 들지 않더라도 타인의 외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별나다고 느꼈다. 아니 거의 집착에 가깝다.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서로를 판단한다. 특히 여름에 반팔 입고 돌아다니면 시선이 따갑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별 신경도 안 쓴다. 만약 누군가 금목걸이를 몇 개씩 주렁주렁 달고 다니면 모르겠다. 그건 확실히 튀니까, 하하.

 

그럴 때마다 한국을 뜨고 싶은가?

아니 전혀. 그럴 필요 있나.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인데. 소위 ‘눈치 문화’를 제외한 한국 문화 전반을 좋아한다. 여기 오래 살고 있는 거 보면 모르나?

 

 

타투 시술에는 책임감도 분명히 따를 것이다. 타투를 예술로 보든 그러지 않든 간에, 어떤 이의 몸에 자신이 새긴 무언가가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시술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나?

타투를 받는 것은 고객의 선택이지만, 어떤 소재를 어느 위치에 둘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에서 타투이스트가 적확한 의견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즉 의견을 피력하는 행위가 내가 느끼는 책임감이다. 타투를 시술한 뒤 고객이 일 년 동안 행복해하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20년, 30년이 지나서 그 타투를 보더라도 여전히 좋아했으면 한다. 그래서 클래식한 타투에 더욱 끌리는 듯하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대로 도안을 짜고 타투를 그릴 수는 있지만, 완성된 타투를 보고 고객이 만족해야 하니까.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타투를 업으로 삼으면서 난감한 상황을 겪은 적은 없나. 시술 도중에 실수를 범한다든지 결과적으로 고객이 만족하지 않았다든지.

물론 있다. 약 일 년 전의 일인데, 한 고객이 손가락에 이미 그려져 있던 타투를 리터치하려고 찾아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손가락 마디에 굳은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리터치 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고객은 정확하게 그 굳은살이 배긴 부분에 타투를 받고 싶어 했고, 결국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시술이 끝난 뒤 그녀는 약간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내게 화내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맘에 안 든 거지 뭐. 이후 난 한 두 달 동안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굳은살에 타투를 새기는 이들은 흔치 않다.

그렇다. 굳은살이라니, 하하. 그래서 항상 고객이 원하는 타투 도안을 가져와서 보여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편이다.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종이에 그려진 그림에서 몸에 새겨진 타투로 옮겼을 때, 멋지게 나올 것 같지 않으면 거절한다. 한국이 가장 좋은 예일지 모르지만 많은 고객이 커버업을 원하는 편이다. 그런데 커버업 아이디어가 너무 구리면 구리다고 말하고 솔직하게 거절한다. 고객이 한두 달은 좋아하겠지만 그대로 진행하면 그 타투를 오랫동안 사랑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최대한 내 의견을 공유하는 편이고 그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최근 흥미로운 작업이 있었다면

최근 ‘Man’s Ruins’라는 도안을 받은 고객이 있었다. 총, 담배, 자동차로 구성된 도안인데 꽤 재밌었다.

 

‘Man’s Ruins’ 도안 아이디어는 본인에게서 나왔나.

클래식 레퍼런스에서 가져왔는데 내 방식대로 변형했다. 버지니아(Virginia)주 리치먼드(Richmond)에 자리한 홀딧 다운 타투(Hold It Down Tattoo)에서 했는데 이곳 역시 멋진 공간이다.

 

반면에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라 한다면 무엇일까

‘파라오의 말(Pharaoh’s Horses)’. 어려운 도안이다. 고객이 복부에 원했기에 더욱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했다.

유독 작업하기 어려운 부위가 있나?

갈비뼈 부분이 그렇다. 항상 좀 까다롭다. 고통도 크고, 작업자 입장에서도 피부가 움직이기 쉬운 부위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어떤 고객이 주로 당신을 찾나?

잉크로 몸을 거의 다 덮은 타투 콜렉터가 빈 공간을 부분적으로 채우려는 경우부터 팔을 한 번에 덮으려는 고객까지 다양하다. 후자의 경우 블랙 앤 그레이처럼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일부분씩 덮는 경우는 드물지만, 올드스쿨 타투는 사실 크게 하든 작게 하든 존나 멋있다.

 

보통 팔을 한 번에 덮는 슬리브(Full sleeve) 얼마나 소요되나?

고객이 한 세션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12시간에서 15시간이 되기도 하고, 더 빨리 끝날 수도 있겠지.

 

본인은  번에 끝내는 편인가?

고객에 따라 다르다. 풀 슬리브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타투하는 과정에서 어떤 실수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 달에 두세 번으로 나눠 작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서두르지 않는 이상 나 역시 서두를 필요는 없다.

 

시대를 거스르는 유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알게 모르게 올드스쿨 타투를 취급하는 스튜디오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다른 타투숍과 비교했을 와일드로즈만의 특징이 있다면?

와일드로즈라는 공간은 소속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통해 모든 걸 알 수 있다. 각 아티스트의 독창성이 모여 하나의 조화를 일궈내 와일드로즈가 완성된다.

 

본인이 와일드로즈에 어떠한 변화나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여기 있다고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와일드로즈에서 일하는 이들 모두 자신의 실력을 아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이 자신의 작업이다.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거지. 그게 존나 멋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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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이준용
사진 │김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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