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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SNEAKER LOVE : 서한영

스니커 러브(SNEAKER LOVE)는 말 그대로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 신발에 관한 이야기다. 발을 감싸는 제 기능 이상으로 어느덧 하나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스니커. 이제 사람들은 신발 한족을 사기 위해 밤새도록 줄을 서고, 야영하고, 심지어는 매장문을 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손에 넣고자 한다. 그들이 신발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VISLA와 MUSINSA가 공동 제작하는 콘텐츠, 스니커 러브는 매달 한 명씩 '신발을 무진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가 아끼는 스니커의 이모저모를 물을 예정이다. 애인보다 아끼고, 엄마보다 자주 보는 스니커,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2017 한해, 국내의 다양한 스니커 컬렉터를 인터뷰하며 스니커 신(Scene)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보인 스니커 러브(SNEAKER LOVE)가 어느덧 6화를 맞았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스타일리스트 서한영. 2NE1과 보아, 음악을 넘어 멋진 패션으로도 많은 이를 매료한 두 스타의 스타일은 모두 서한영으로부터 완성됐다. 쉴 새 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돋보일 수 있는 패션을 제안하는 직업 스타일리스트, 과연 타인이 아닌 본인은 어떤 스니커로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할까. 그녀가 들려주는 스니커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신발장이 어떤 스니커로 채워져 있는지 조심스레 들여다보자.

 

오랜 시간 스타일리스트로 일해 왔다. 근래 연예인뿐 아닌 스타일리스트 또한 여러 매체에서 다뤄지는데, 서한영이라는 이름은 여느 셀레브리티 못지않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느덧 스타일리스트 9년 차가 되었다. 지금은 도산공원 인근에서 아우워 베이커리(Our Bakery)라는 카페를 운영한다. 최근에도 이리저리 방송 요청이 많았는데,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에 함께 일하던 연예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스타일리스트 일을 점차 정리해 나가는 중이다. 멋모를 때 방송 출연도 몇 번 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점잖게 지내려고 한다. 하하.

 

오늘 가져온 스니커의 테마는 무엇인가.

딱히 사연이랄 것은 없고, 평소 내가 즐겨 신고 좋아하는 스니커를 가져왔다.

 

어린 시절, 어떤 계기로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서울 잠실에서 쭉 커왔다. 중학교 때 올림픽 공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스케이트보드나 어그레시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심지어 나중에는 그들을 따라서 어그레시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하하. 그게 나에게는 중학교 2학년 때 일어난 중요한 사건이지. 당시 20대의 언니, 오빠들의 옷차림을 보며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

 

스니커에 투자하는 시기는 대부분 학창시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아까 말했다시피 어렸을 때부터 또래 친구보다 주변 언니, 오빠와 자주 어울렸다. 중학교 졸업 후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주변에 스니커를 좋아하는 또래 남자 친구가 많이 생겼다. 보통 그 나잇대 남자애들이 스니커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지 않나. 어느 순간 남자애들이 멋진 나이키(Nike) 에어 포스 1(Air Force 1)이나 에어 맥스 95(Air Max 95)를 신고 다니더라. 물론, 당시 일반 나이키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희귀한 모델이었지. 그때 친구들 따라 이대에 있는 멀티숍 등을 다니며 스니커를 구매했다. 에어 포스 1과 반달 하이(Vandal High), 붉은색 삼선이 들어간 슈퍼스타(Suprestar)를 산 기억이 난다. 어릴 적엔 슈퍼스타를 너무 좋아해서 스무 켤레 정도를 모은 적도 있다.

 

당시 처음 구매한 스니커는 무엇이었나.

나이키에서 발매한 나일론 소재의 형광 반달 하이 모델이었다. 아마 고등학생 때 구매했을 거다. 벌써 16년도 더 지난 운동화지. 하하. 몇 년 전 본가에 갔는데, 그 운동화가 방금 벗어놓은 것처럼 고스란히 남아있더라. 그때는 발목을 잡아주는 밴드를 뒤로 빼서 신는 게 유행이었는데, 그 모양새까지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스타일리스트 활동 당시, 유용하게 써먹은 스니커를 꼽자면.

2008년, YG의 신인가수 그룹 2NE1을 스타일링하면서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무대에서 돋보이고 튀어야했기 때문에 패턴과 컬러 배합이 강하고 둔탁한 형태지만, 많은 디테일이 들어간 화려한 스니커를 찾아야 했다. 피에르 하디(Pierre Hardy)나 제러미 스콧(Jeremy Scott)과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의 협업 스니커가 제격이었지. 무엇보다 당시 세계적인 트렌드였으니까. 보아의 스타일링을 맡는 동안은 에어 포스 1 스카이 하이(Air Force 1 Sky Hi) 모델을 자주 선보였다. 무대에서 격한 춤을 추는데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디자인이 참 세련됐다.

 

이전 아디다스 컬렉터의 인터뷰를 빌리자면, 당시 아디다스 아시아 매출이 굉장히 높았다고 하더라.

공감한다. 내가 한창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던 시기에 마침 화려한 스니커가 많이 나왔고, 실제로 많이 팔렸다. 지금에 와 떠올리면 이걸 정말 신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마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스니커였지만, 그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신고 다녔다.

 

본인의 스타일링으로 특정 스니커가 붐을 일으키자 어떤 기분이 들었나.

모르겠다. 감히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하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바라본 스니커 유행의 변천사라면?

방금 말한 것처럼 과거 컬러와 소재, 디테일이 화려했다면, 지금은 점점 모던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복잡한 구조를 지닌 스니커가 득세하고 나서는 아디다스에서 자주 내놓았던 Y-3 등 미래형 스니커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근래에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스니커가 다시금 인기를 얻는 것 같다.

 

스니커를 구매하는 특정한 기준이 있나.

스타일리스트가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피로한 직업이다. 따라서 오래 신었을 때 발이 편한 스니커를 선호한다. 얇은 소재나 얇은 바닥의 스니커는 아무래도 활동에 제약이 많더라.

 

지금껏 스니커 러브에서는 나이키나 반스(Vans) 같은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 스니커를 주로 이야기했다. 오늘 가져온 스니커 중에서 유독 디자이너 하우스의 것이 눈에 띄는데, 최근 주목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오늘 신고 온 스니커는 루이비통(Louis Vuitton)이다. 최근 프라그먼트 디자인(Fragment Design), 슈프림(Supreme)과 협업하며, 이제야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접점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스트리트웨어와 잘 어울리는 스니커를 자주 선보였다. 내년에도 루이비통에서 지금의 거리 패션과 맞물리는 다양한 스니커를 많이 출시하더라. 시즌에 상관없이 꾸준히 지켜보고 있는 브랜드다.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스니커가 열풍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늘도 발렌시아가의 스니커를 한 켤레 가지고 오긴 했는데, 확실히 지금의 인기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얼마 전 발매한 트리플 S(Triple S)의 구매를 위해 매장에 예약까지 해놓았지만, 결국 사지 않았다. 예전보다 디자이너 하우스 스니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얼마 전 어떤 모델 친구가 해외에서 트리플 S를 구매했을 때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오히려 국내에 오니 너무 평범한 스니커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이유로 스피드 트레이너(Speed Trainer) 이전의 발렌시아가 스니커를 더 좋아한다. 분명, 멋진 스니커지만, 너무 수요가 많아지면서 그 매력이 떨어진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다.

 

본인만의 독특한 스니커 스타일링법이 있다면?

스니커가 옷에 가려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하. 그래서 스니커 안에 바지 밑단을 넣어 입거나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스니커를 돋보이는 스타일링을 즐긴다. 심지어 신발에 맞춰서 하의를 정할 정도다.

 

집에 몇 켤레 정도의 스니커가 있나?

최근 집을 옮기면서 집에 있는 신발을 세어봤는데, 운동화만 180족 정도 있더라. 다양한 디자인을 구매하기보다는 특정 모델이 마음에 들면 그 제품을 색깔별로 구매하는 편이라 신발장은 생각보다 단출하다.

 

신발 관리 팁을 하나 주자면.

착용 후 다시 박스 안에 넣어 놓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박스가 없다면, 습하지 않고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는 곳에 스니커를 보관한다. 신발을 아껴 신는 편이 아닌데도 한 디자인의 스니커를 닳을 정도로 신을 일이 없다 보니 크게 훼손된 신발이 없다.

 

협찬이 어려운 스니커 브랜드가 있나.

내가 스타일링을 맡은 친구 대부분 발 사이즈가 샘플 사이즈가 아니었다. 그래서 협찬받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보통 여성화의 샘플 사이즈가 240에서 250 정도로 나오거든. 덕분에 내가 가진 스니커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안 신을 것 같더라도 왠지 스타일링에 필요할 것 같아 구매한 스니커가 꽤 많다. 필요할 때 원하는 아이템이 척척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다 보면 지출이 은근히 많다. 돈을 모으기 쉽지 않지. 하하.

 

스니커에 얽힌 에피소드를 듣고 싶다. 

내가 어렸을 적엔 스니커를 크게 신는 게 유행이었다. 내 발사이즈가 230사이즈인데, 그보다 30사이즈 더 큰 오빠의 슈퍼스타를 신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런 일이 부지기수여서 오빠와 엄청 싸웠다. 오빠가 자기 신발을 왜 가지고 나가냐고 물어보면, 내가 신는다고 말하기가 창피해서 이상한 핑계를 대며 기어코 가지고 나갔던 것 같다. 집에 올 때는 다시 신발을 벗어서 손에 들고 오고 그랬다. 하하.

이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지만, 예전에 아디다스에서 아디다스 이지(adidas YEEZY)를 한 켤레 선물 받은 적 있다. 사촌 동생이 너무 갖고 싶어 하기에 그 스니커를 선물해줬는데, 며칠 후에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어떤 웹 스니커 커뮤니티에 이지 사진을 올렸는데, 가품 판정을 받았다는 거다. 설마, 아디다스에서 나에게 가품을 줬겠나. 이렇게 진품이 버젓이 가품이 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게 너무 불쾌했지. 옷도 사이즈별로 요척 ─ 옷 제작에 드는 원단의 양 ─ 이 나뉘는데, 심지어 스니커는 사이즈가 훨씬 더 다양하지 않나. 치수별 디테일의 차이를 무시한 채 페인팅과 글자 등 여러 가지를 비교하며 토론을 펼치더라. 신발에 대한 관심을 넘어 어느 순간 커뮤니티에서 진, 가품을 논의하는 문화가 생겼다. 모두가 전문가가 될 수도 있지만, 과도한 정보량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심각한 것 같다.

 

구매를 꺼리는 스니커가 있다면.

트리플 S를 결국 구매하지 않은 것처럼 수요가 너무 많은 스니커는 지양한다. 아무리 멋진 스니커라도 두 번 이상 착용하기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요새는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와 자주 협업하지 않나. 그렇게 나오는 스포츠 브랜드의 스니커도 아주 멋지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하우스 브랜드의 스니커를 구매하지는 않는다.

 

최근 인상적인 스니커 협업은 무엇이었나.

최근 오프 화이트(Off-White)와 나이키의 협업이 큰 이슈였다. 나는 그 브랜드를 런칭 때부터 좋아했고, 이번 협업 결과물도 놀라웠지만, 이상하게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A Cold Wall’과 나이키의 협업은 정말 대단했다. 그 어디서도 실물을 볼 수 없었고, 인터넷에서만 존재하는 신발 같았으니까. 내 주변에서도 이 스니커를 구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결국 구매하지 못한 스니커를 말해 달라. 

지금은 개인이 원하는 스니커를 너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아디다스의 ‘Mi adidas’ 시스템을 통해 특정 모델을 원하는 소재와 컬러를 입혀 제작한다거나 나이키 역시 ‘Nike iD’라는 이름으로 커스텀 모델을 제작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희귀한 스니커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내 입맛대로 스니커를 신는 것을 즐긴다.

서한영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 오욱석
사진 │ 유지민 
커버 이미지 │ 박진우
제작 │ VISLA / MUSINSA

* 이 기사는 무신사 매거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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