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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도(道)를 거닐다, 김병덕의 [Experiment No. X] 발매 예정

성시완, 그 이름 석 자가 한국 대중음악계에 주는 울림은 크다. 1981년 MBC의 전국대학생 디제이 경연에서 대상을 탄 이듬해 1982년, 그는 한국 최초의 방송국 대학생 디제이가 되었다. 당시 명칭도 생소한 프로그레시브, 아트록부터 월드뮤직까지 아우른 선곡으로 말미암아 성시완은 대한민국 음악 마니아의 입술을 바짝 마르게 한 음악 전도사가 되었다. 멈추지 않고 1992년 그는 한국 최초의 아트록 잡지를 창간했으며 1993년에는 세계 등지의 프로그레시브, 아트록을 수입, 배포하고 국내 작품을 출판하는 시완레코드의 문을 열었다. 시완레코드는 한국 80년대 아트록 그룹 동서남북의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를 재조명하는 등 한국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디딤돌이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완레코드는 한국 음악인의 다양한 작품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SRMK 시리즈’를 내놓았다. 한국적인 아트록의 지평을 연 조윤의 [뫼비우스의 띠]와 실험과 서정이 버무려진 한의수의 [무(無)] 등 다채로운 선별의 ‘SRMK 시리즈’. 그의 카탈로그에 김병덕의 작품 석 점이나 수록된 것이 주안점이다. 음악인 김병덕을 해외에 꼭 알리고 싶은 시완레코드의 의지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렇게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김병덕은 누구인가.

부산이 고향인 김병덕은 10대 시절부터 밴드 활동에 뛰어들었다. 고등학생 때는 이미 가발을 쓰고 밤무대에 올랐으며, 밤업소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경력만큼 록, 재즈,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경험했다. 70년대 말 그는 부산에 음반 매장 먹통레코드를 열고 80년대 초 부산 최초의 재즈 클럽 멜팅 팟(Melting Pot)을 운영하는 등 지역 음악 발전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이력은 그의 위치를 새로운 음향의 최전선에 옮겨 놓았고 자연히 음악 세계도 드넓어졌다. 그리고 그의 관심 세계는 한국의 전통 음악과 악기, 그리고 현대음악가 안일웅의 전위적인 작풍을 포괄하기 이르렀다. 이윽고 여물어진 김병덕의 음악적 상상력은 1992년 [Experiment No. 2]를 시작으로 연거푸 뿜어 나왔다.

김병덕 3집 [Pot Concerto] 수록곡 “항아리 협주곡(Pot Concerto)”

“세상에는 많은 음악이 있다. 우리가 듣고 즐기는 것을 음악이라 일컫는다면 나는 음악을 하기보다 음도(道)를 한다고 생각한다. 음도란, 음을 통한 도의 접근을 말하는 것이다. 즉, 음에 내포된 느낌의 세계를 강력한 영적 에너지 파장이 있는 이가 의도적으로 전달함으로 듣는 이가 음에 집중하였을 때 같은 세계를 느낌과 동시에 음을 통하여 도에 접근하게 하려는 것이다.” – 김병덕, 1994

이 같은 철학으로 음도를 걷는 김병덕의 [Experiment No. X]가 대한 일렉트로닉스(Daehan Electronics)의 첫 출판물로 곧 발매될 예정이다. [Experiment No. 2]와 이후 앨범 [Pot Concerto], [New Trilogy]의 수록곡 중 8개를 선별해 담은 본 앨범의 디자인은 포스트 포에틱스(Post Poetics)가 담당했다. 엠비언트와 아방가르드 사이에서 음악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해 볼 기회. 라이트 인 더 애틱 레코즈(Light In The Attic Records)붐캣(Boomkat)에서 선주문 가능하다.

 

홍석민
shong12 / 홍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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