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훵크의 선지자, Hiroshi Sato의 [Orient] 재발매

새해가 밝았음에도 잔뜩 흐린 하늘은 갤 기미가 없다. 잿빛 하늘 아래 외제 미세먼지를 마시느라 꽉 막힌 여러분의 기관지를 뚫기 위해 상쾌한 음반 하나를 가져왔다. 일본 신스팝(Synth Pop)을 이끈 건반 연주자 사토 히로시(佐藤 博), 그가 쉴새 없이 다작하던 시기에 내놓은 79년 작 [Orient]가 레이블 위원트사운즈(Wewantsounds)를 통해 2월 2일 재발매된다.

1947년 일본 시골 절간의 장남으로 태어난 사토 히로시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좋은 십 대 소년이었다. 창고에서 엘비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음악의 꿈을 키운 그는 수년 후 교토로 거처를 옮겨 본격적으로 건반과 베이스 기타를 비롯한 악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사토는 그곳에서 처음 우에다 마사키(上田 正樹)를 만났다. 그리고 팀 팬 앨리(Tin Pan Alley)에서 한때 활동하며 YMO(Yellow Magic Orchestra)로 유명한 호소노 하루오미(細野 晴臣)와도 친분을 쌓았다. 음악으로 통한 동료, 우에다와 호소노는 후 [Orient] 작업에 참여해 음향을 통통하게 살찌운다.

[Orient]의 “Picnic”은 앨범 내 가장 잘 알려진 곡임과 동시에 70, 80년대 일본식 훵크 음악(J-Funk)의 진수다. 하지만 이 트랙은 사토 히로시 음악세계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음반 매장에서 [Orient]를 찾으려면 익스페리멘탈 신스팝(Experimental Synth Pop) 박스를 봐야 할 만큼 다양한 시도들이 앨범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있어야 할 그 박스에 없는 찾기 힘든 음반임이 문제다.

그는 야마시타 타츠로(山下 達郎)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이 꼽은 최고의 건반 연주자였다. 장르의 경계는 모호하나 작년 유행의 급물살을 탔던 ‘시티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분야 바이닐 뒷면을 잘 살펴보라. 열 음반 중 적어도 하나에서는 사토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수요가 높은 안리(杏里), 카도마츠 토시키(角松 敏生)의 앨범에서도 역시 자주 보인다. 하지만 묘한 일이다. 그의 이름은 동명의 축구선수에게 묻혀 위키피디아(Wikipedia) 페이지도 없고 사토의 이력을 보면 충분히 실렸을 법도 한 HMV의 일본 100대 팝 아티스트 목록에서도 찾을 수 없다. 실제로 사토 히로시는 유명한 인물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토 히로시가 일본 음악계의 최중요 인물 중 하나로 40년 이상 활동했음은 이견 없는 사실이다.

사토 히로시는 손수 이런저런 장비를 옮겨 느지막이 마련한 요코하마(横浜市)의 스튜디오를 사랑했다. 음악을 아이처럼 순수하게 사랑한 그는 숨을 거둔 2012년의 어느 날에도 역시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정좌한 채 발견된 사토 히로시. 요코하마에서 그는 혼자였으나 외롭지는 않았다 전해진다.

사토 히로시의 [Orient]는 위원트사운즈 공식 밴드캠프 계정에서 선주문할 수 있다. 바이닐과 CD 둘 다 발매될 예정이니 턴테이블의 유무는 문제가 아니다. 또 아름다운 겉표지도 본 앨범을 구매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Wewantsounds 공식 밴드캠프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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