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onths ago
INTERVIEW

VERDY

베르디(Verdy)는 지금 일본 스트리트 패션 신(Scene)에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주역이다.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베르디의 그래픽과 함께 알려진 대표적인 문구, ’Girls Don’t Cry’, ‘Wasted Youth’는 어디서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하다. 그는 간결하고 키치한 텍스트 디자인을 앞세워 일본의 거리 문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중. 자신의 길을 만드는 일은 결국 자신에게 달렸다는 식상한 말도 베르디가 그려낸다면 그 말에는 힘과 활력이 깃든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VK 디자인 웍스(VK Design Works)라는 디자인 팀의 멤버로 활동하는 베르디라고 한다. 동시에 ‘Girls Don’t Cry’나 ‘Wasted Youth’를 비롯한 나만의 작업도 이어가는 중이다.

 

혹시 축구 팀 베르디와 관련 있나?

도쿄 베르디(Tokyo Verdy)라는 일본의 유명 축구 클럽이 있다. 부모님이 그 팀의 굉장한 팬이다. 나는 오사카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은 도쿄 출신이어서 베르디가 도쿄 연고의 축구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베르디의 유니폼이나 굿즈를 내게 입히곤 했다. 그 영향인지 어린 시절부터 베르디로 불렸다. 이후 당시의 친구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함께 진학하면서 베르디라는 별명이 굳어졌다. 베르디는 포르투갈어로 녹색이라는 뜻도 있는데, 그 의미가 썩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는 머리를 녹색으로 염색하거나 녹색 티셔츠, 녹색 반스(Vans) 신발을 착용하며 베르디라는 별명을 정착시켰다.

 

베르디는 영어로 인텔리전트, 완벽한 남자라는 슬랭이기도 하다.

그건 몰랐다. 완벽한 사람은 전혀 아니다. 하하.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는 펑크 록 밴드의 그래픽 아트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부터 펑크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그때부터 밴드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런 일은 어쨌든 밴드의 아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이기에 밴드가 원하는 걸 그려야 한다.

만약, 가까운 친구로부터 아트워크 의뢰를 받았다면, ‘그것보단 이렇게 하는 편이 좋아’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발생하기 쉽다. 지금도 밴드와 함께하는 작업은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들로 한정 짓고 있다. 그 외의 작업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 뒤 그 결과물을 밴드나 브랜드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2월 개인전 ‘Wasted Youth’를 열었다. 그 전시의 의도나 콘셉트에 관해 설명해줄 수 있는지.

매번 밴드와 작업을 하거나 그 연장선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개인전을 진행해왔다. 언젠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지금 이상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고민해봤다. 그때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게 나의 예술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온 거다. 그때 ‘Wasted Youth’라는 타이틀을 떠올렸다. ‘Wasted Youth’는 ‘쓸모없이 버려진 청춘’이라는 의미지만, 사실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콘셉트에 착안했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버드와이저(Budweiser)의 캔에서 핀 튤립과 그 아래의 꽃잎을 표현한 그림이다.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이 모두 완성되었을 때쯤 누가 보더라도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받을 자신이 있었다. 전시 장소를 구상할 때도 평소처럼 매번 전시를 진행해오던 갤러리라면 나의 오랜 고객이나 나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 외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카페라면 더욱 편하게 입장해서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오는 장소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어서 이번 2월에 처음으로 카페에서 전시했다.

 

지금 소속된 VK 디자인 웍스는 2008년부터 동료 K.I.T와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유닛으로 시작한 움직임이다. 관서 지방에서 시작한 비즈니스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도쿄까지 확장한 건가? 2008년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오사카에서 K.I.T와 함께 여러 작업을 해왔다. 섬머 소닉 페스티벌(Summer Sonic Festival, 매년 여름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이라든지, 꽤 유명한 밴드와도 작업했지만, 항상 패션에 열정이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을 확장해서 패션계에 종사하며 여러 매체에도 이름을 알리고 싶었지만, 전혀 기회가 오지 않아 이 상태로 계속 작업을 한다고 해도 언젠가 포기하거나 도쿄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위험요소를 안고서라도 도쿄에 가기로 했다. 이런 결심으로 5년 전에 도쿄로 베이스를 옮겼다.

 

도쿄에 간 계기가 ‘Wasted Youth’의 철학과 맞닿은 것 같다.

실패해도 오사카로 돌아가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오사카에만 남는다면 결국, 일본의 본진에 가지 않았다는 게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핑곗거리로 남을 것만 같았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도쿄를 비롯해 LA, 뉴욕 등 기회만 온다면 항상 떠나야 겠다고 결심했다. 기회는 자신이 획득하는 것이다.

 

작년 한국의 편집 스토어 비이커(BEAKER)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감회가 어땠는지.

굉장히 즐거웠다. 한국 사람과 음식도 좋아하니까. 일본보다 패션이나 유스컬처가 더 꽉 조여져 있는 느낌이라 흥미로웠다.

 

Ph. 백윤범 

스트리트 컬처와 패션에 언제부터 흥미를 갖게 되었는가.

중학생 때, 우라하라주쿠 ─ 각종 스트리트 브랜드와 빈티지 숍이 밀집한 하라주쿠의 골목 ─ 에서 베이프(A Bathing Ape), 바운티 헌터(Bounty Hunter), 네이버후드(Neighbourhood), 언더커버(Undercover) 같은 브랜드가 유행했다. 그때부터 흥미를 갖기 시작해 꾸준히 그들의 잡지 인터뷰를 읽어왔다. 그게 펑크록으로 이어진 거지.

 

패션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라면?

내 경우는 ‘이 티셔츠는 누가 만든 걸까?’, ‘이 디자인은 누구의 작품이지?’라는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마침 ‘Wasted Youth’의 디자인이 완성되었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알아보길 원했다. 그래픽을 티셔츠로 제작하면 주변 친구들이 착용하고, 누군가는 이 디자인의 주인을 물어가며 결국에는 내 그림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 티셔츠를 제작한 것도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내 그림을 많은 이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캔버스가 티셔츠로 바뀐 것뿐이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브랜드인 것처럼 말해주니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된 거지.

 

본인의 디자인 하나하나에 많은 애착이 느껴진다.

물론이다. 패션 브랜드라면 정해진 시즌에 자사의 상품을 발매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는 하나의 그래픽에 테마를 가지고 작업한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만들지 않고, 떠오르면 금방 만들어내는 편이다. 각 테마의 작품이 서로 다른 브랜드다.

 

여태껏 작업한 작품 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처음으로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작품이 ‘Wasted Youth’다. 그 이후의 작업물이 ‘Girls Don’t Cry’로 이 그래픽은 내가 아내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이후의 새로운 작업으로는 ’Lazy Boys’라는 장난스러운 디자인도 있다. 이전과는 반대로 메시지나 감정에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게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간 너무 딱딱한 디자인 작업이 잦았다고 느꼈거든. 나는 본디 굉장히 장난을 좋아하고, 그다지 엄격한 사람이 아니기에 약간은 칠칠치 못한 내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Girl’s Don’t Cry‘라는 문장은 어디서부터 왔는지?

아내가 밴드 영국의 얼터네이티브 밴드 큐어(The Cure)의 “Boy’s Don’t Cry”라는 곡을 좋아한다. 아내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어 그녀가 좋아하는 곡과 나의 감정을 더해 완성한 작품이다.

 

처음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했을 때와 비교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더욱 많은 사람과 교류를 하는 지금, 작업 방식에 바뀐 점이 있나.

개인 작업에는 나 혼자만의 감정이, 두 명의 팀으로 작업했을 때는 둘의 기분이,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의 기분이 함께 담긴다. 대량 생산을 하더라도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작업하니 그 사람의 느낌과 많은 이의 감정을 담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은 개개인의 관계다. 이로 인해 내 작업은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스컬처(Youth Culture)가 세계적인 화두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예전에는 문화적인 정보를 얻는 창구가 잡지 정도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셜 미디어 덕분에 같은 시공간을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자연스레 비슷한 것에 영감을 받고, 그 과정에 속도감이 있으니 굉장히 흥미롭다.

 

최근 미국 LA와 일본을 오가면서 활동하는 것 같다. 각국의 유스컬처를 비교하자면?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다. 거기에서 비롯한 장단점 역시 꽤 닮은 부분이 있지. 내가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그 디자인의 주체가 일본인이라는 점이 큰 요소로 작용한다. 흔치 않은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거다. 거대해 보이는 미국의 패션 신도 사실은 굉장히 좁고, 인기 있는 사람이 그 좁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재능을 세계로 발산하고 있다.

도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은 해외로부터 온 사람을 꽤 개방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디자인 역시 객관적인 평가를 해준다는 점이 좋다. 도쿄의 모든 이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브랜드의 인기가 멋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것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적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인기를 끌고 잡지에 실려 있다면 멋있다고 느끼는 거지.

그러나 미국인은 그 디자인을 평가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해서 내 디자인의 장점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래픽 하나만으로 대결하는 편이 수월하다. 나는 미국에 갈 기회가 생기면 마다하지 않고 가는 편이다.

 

언어의 장벽을 디자인으로 대결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국어를 못 해도, 한국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중국어를 못 해도 홍콩의 매장에 내가 제작한 물건을 놓을 수 있다. 요는 좋은 물건을 제작하고 마음에 맞는 숍을 만나는 거다. 지금 시대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지금 세계적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지내는 삶을 즐기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M.I.A,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등이 당신의 옷을 입는다. 이런 유명인과의 관계가 본인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나.

유명한 사람이건 평범한 사람이건 내가 디자인한 의류를 입는다면 언제나 기쁘다. M.I.A 같은 세계적 스타도 자신의 마음에 들면 입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않을 거다.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뮤지션 켈라니(Kehlani), 이규범(KB) 등 패션계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과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이들과의 교류는 어떤 계기로 이루어졌나. 더 나아가 작업, 협업으로도 이어지는 편인지.

KB가 도쿄에 왔을 때 ‘Girls Don’t Cry‘ 티셔츠를 보고 이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했다. 누군가 그게 나의 디자인이라고 연락해줘 연결됐다. 이후 미국의 콤플렉스콘(Complex Con)에서 협업 부스를 냈다. 켈라니는 친구가 소개해줬는데, 그녀가 일본에 방문했을 때 만난 뒤 자주 대화한다.

 

지난 ‘Wasted Youth’ 룩북에 존 로스(John Ross)가 메인 모델로 등장했다. 그와의 작업은 어떻게 성사되었나.

존이 어느 날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했다.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그 디자인을 의뢰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다. 마침 내가 미국에 방문하던 시기였고, ‘Wasted Youth’의 작품이 완성됐다. 이렇게 연락이 오니 존을 ‘Wasted Youth’의 모델로 삼고 싶었다. 존같이 빛나는 17살의 남자, 매일 좋은 일밖에 없을 것 같은 그에게도 나름의 걱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쓸모없이 버려진 청춘’이라는 테마에 알맞다고 느꼈다. 존이 16살 때 ‘Wasted Youth’의 첫 촬영을 했는데, 그 티셔츠와 함께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작업과 여가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나는 항상 끊임없이 디자인을 생각한다. 여가와 일을 구분 짓지 않는다. 언제나 재미있는 것만 하고 싶다. 이런 태도가 이어져 놀러 갔다가 일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내 삶은 일과 놀이로 이어져 있다. 하하.

 

소셜 미디어가 작업에 방해되는 일은 없는지.

작정하고 사용하면 귀찮지만, 인스타그램이 있기 때문에 나와 전 세계가 연결되고, 많은 사람과 작업을 할 수 있으며, 그래픽 한 가지를 게시하면 순식간에 모든 사람이 내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는 지금 이 시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매체다. 세계의 시차가 다르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두근거림이 있다. 어쩌면 하룻밤 새에 팔로워가 엄청나게 늘어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작업과는 엄연히 다른 일이다.

 

‘Don’t Bother Me Anymore’, ‘Girls Don’t Cry’ 등 당신의 그래픽은 간략한 문구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내가 느낀 감정을 기반으로 작성한 문장만 사용한다. 매 순간 진실하게 느낀 감정을 스마트폰에 적어두는 편이다. 이렇게 적어둔 문장을 여러 친구와 상담하고, 그래픽으로 제작했을 때 보기 좋을지, 다양한 요소를 고민하고 결정한다. 래퍼나 밴드가 가사를 쓰는 것처럼 나는 그래픽으로 내 기분을 표현한다. 티셔츠에 쓰이는 문구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WASTED YOUTH’ 그래픽 티셔츠 중에 팝아트적인 맥주 캔 속에서 튤립이 자라는 것(Romantic Anarchy)이 인상 깊다.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일본에서 튤립의 꽃말은 첫사랑이다. 꽃을 활용한 그래픽은 많은 이들이 멋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마침 슈프림(Supreme)에서 장미 문양의 디자인을 내놓았는데, 갑자기 일본에서도 장미를 활용한 그래픽이 인기를 끌더라. 왜 슈프림은 장미 이미지를 삽입했을까 찾아보니 장미는 뉴욕주의 꽃이고, 여성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등 다양한 의미가 있었다.

이어서 내 작품의 의미에 맞는 꽃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Wasted Youth’의 콘셉트에 일치하는 단어는 첫사랑이었다. 맥주가 상징하는 바는 술에 취해 실패할 때도 있는가 하면,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있으니까. 당신이 취하는 경험이 좋든 나쁘든, 그 모든 게 인생의 경험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렇게 탄생한 그래픽이 맥주 캔에 꽃을 꽂아놓은 작품이지. 비슷한 의미로 밑에 널브러져 있는 것은 마약이다. 그래픽은 그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에 모두 의미가 담겨있다. ‘그냥 멋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대충 디자인된 것이 아닌 그래픽, 그게 바로 나의 작품이다.

 

‘WASTED YOUTH’는 ‘쓸데없는 청춘’이라는 의미지만,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란 삶을 긍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안티 소셜 소셜 클럽(Anti social social club)은 한국어로 ‘자살’이라는 단어를 적은 파격적인 의류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허무주의적인 메시지가 쿨하다고 여기는 젊은이가 적지 않아 보이는데.

안티 소셜 소셜 클럽의 닉 러크(Neek Lurk)는 나와도 친분이 있다. 그가 만든 디자인을 딱히 고민해본 적은 없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무엇이든 앞과 뒤가 있어야 완전체가 되는 것처럼. 좋고 나쁨을 한정 짓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당시의 감정을 담은 디자인을 선보일 뿐이고, 지금 그 기분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말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현재 나와 다른 결의 안티 소셜 소셜 클럽 바이브도 멋있다고 생각하고,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다고만 느끼는 거지.

 

자신의 브랜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이나 가치는 무엇인가.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소비자가 입는 일련의 과정이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Girls Don’t Cry‘ 같은 경우에는 본래 아내를 향한 메시지지만, 그걸 입는 사람은 어떠한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울지 않아‘라는 생각과 함께 입길 바란다. 하루하루가 힘든 ’Wasted Youth’를 이겨내면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른다거나 쓸모없는 것은 없다 등등 각자 자신에게 또 하나의 의미가 되었으면 한다.

 

작품을 보면 캐릭터 그래픽 디자인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유명한 약국 체인 캐릭터 사토짱(Sato Chan)을 패러디한 캐롯츠(CARROTS) 협업 디자인이 흥미로웠다. 어떻게 성사된 협업인가. 

캐롯츠는 앤와(Anwar)라는 친구의 브랜드다. 그 친구가 일본에 왔을 때 사토짱을 보고 굉장히 좋아했다. 그렇게 일본 제약회사의 코끼리 캐릭터가 LA에서는 합법인 마리화나를 피우는 아이러니한 패러디 작품이 탄생했지.

 

현재 잘나가는 스트리트 브랜드인 슈프림(Supreme), 스투시(Stussy)는 디자이너보다 그 브랜드가 더 유명하다. 한 명의 아티스트라면 브랜드 이름을 키우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나.

브랜드로 알려지는 것도 좋고, 디자이너로 알려지는 것도 좋다. 딱히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베르디라는 존재를 모르더라도 내 작품을 좋은 그래픽이라고 말해준다면 그것으로 기쁘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학창시절부터 우라하라주쿠와 스트리트 패션의 유명인사를 동경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잡지에 실리거나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일도 재미있지만, 나는 이전부터 해온 일을 꾸준히 해온 것뿐이다. 명성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예전부터 일본에는 베이프나 언더커버, 오리지널 페이크(Original Fake)를 비롯해 지속해서 스트리트 컬처에 영향력을 발휘한 브랜드가 많다.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거나 존경하는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가 있는가.

바운티 헌터의 이와나가 히카루(hikaru iwanaga)와 많은 협업을 진행했다. 자주 만나서 얘기하는 사이이기도 하고. 고로 바운티 헌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도쿄는 그 어딜 가도 그 자체의 매력이 있는 도시다. 곳곳에서 그래픽 아트를 비롯해 다양한 영감이 가득하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것이 본인에게 영향을 줬다고 보나.

도쿄는 언제 어디서나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는 곳이다. 해외의 아티스트가 일본에 방문해도 도쿄를 벗어나는 경우는 희박하다. 덕분에 도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다음 추후 작업이나 협업 계획이 있다면.

여러 협업 계획이 있다. 일단, ‘Girls Don’t Cry‘ 그래픽의 반지를 만들 계획이고, 3월에는 ’Wasted Youth x Bounty Hunter‘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Wasted Youth’의 작품은 모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테마는 내 이야기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전부 경험이기에 계속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VERD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김나영, 주가은
글 / 번역│ 김나영, 주가은
사진 │ 김나영, VERD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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