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듯 보이는 Drake의 ‘Plan’

지난 1월 19일,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Drake)가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본인의 새 EP [Scary Hours]를 공개했다. “God’s Plan”과 “Diplomatic Immunity” 두 곡으로 구성된 앨범은 발매 동시에 바이럴을 타고 크게 이슈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God’s Plan”의 파격적인 뮤직비디오에 있다. 영상 초반, 숨은 일화의 서문이라도 제공하듯 흑백 바탕에 흰 글씨가 등장한다. “뮤직비디오 예산 996,631.90달러(한화로 약 11억 원)를 전부 다 뿌렸다. 회사에는 말하지 마.” 그리고는 중년의 흑인 남성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는데, 그는 당당한 태도로 자신이 가진 것은 없지만 잘 먹고 잘산다는 말을 전한다. 잠시 후, 드레이크의 뒷모습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곡의 시작을 알린다.

이름하여 “God’s Plan”, 직역하면 신의 계획이다. 곡은 전형적인 트랩 비트가 특징이며 청자의 골반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잠시 그 진동을 멈춰 세우고, 곡에 관한 최소한의 트집을 잡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보자. “God’s Plan”은 과연 신의 계획에 대한 드레이크의 음악적 소회일까? 혹은 ‘드레이크의 계획’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일까. 그 구분에 대한 소규모 담론은 이미 온라인으로 형성되었는데, 특정 집단은 영상이 기획 단계부터 조작된 게 아닌지 진위를 따지고 의구심을 품었으며, 나아가 드레이크의 라이벌격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승승장구에 대한 반작용적 행위에 불과하다 평했다.

 

켄드릭이 최근 참여한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 최근작 “블랙 팬서(Black Panther, 2018)”의 사운드트랙이 큰 이슈를 양산한 것 역시 부정하기 힘들 것. 반면, 위 입장을 부정하는 목소리 또한 작지 않은데, 드레이크가 가난한 마이애미 대학교 학생에게 오만 불을 기부, 실업으로 급급하게 삶을 유지해가는 가족에게 두툼한 돈뭉치를 건네는 선행이 길이 남을 것이라 극찬했다. 이들은 다수의 공인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자나 빈자에게 구호금을 보내는 행위와 드레이크의 것을 동일시하면서 주장을 정당화했다.

드레이크의 기부 행위나 영상의 진정성에 대한 논의를 잠시 차치한다 하더라도, 토론 내용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가장 적절한 예로는 미국의 라디오 방송국 ‘HOT 97’의 아침마당 프로그램 ‘이브로 인 더 모닝(Ebro in the Morning)’이 있는데, 진행자 로젠버그(Rosenberg)는 친절을 망라하는 도의적 행위가 타인이나 사회에 부각될 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관한 흥미로운 논의를 이어간다. 진담 섞인 여담으로 유대교 율법 미츠바(Mitzvah)를 언급하면서, 참된 친절은 공여자나 수혜자가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말한다(실제로 드레이크는 자신이 유대인임을 밝힌 바 있다). 물론 풍자를 품은 비평이지만, 이 또한 유의미하다.

 

필자 역시 드레이크의 “God’s Plan”이 소설이나 희곡 따위에서 등장할 법한 감동적인 교훈을 담은 허구의 내용에 불과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영상의 감격스러운 장면들이 무리하게 각색한 듯한 인상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수혜자들을 직접 대면해봐야 실마리가 풀릴 노릇이지만, 유대교의 미츠바가 시사하는 바를 미루어봐도 드레이크의 선행을 극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지덕행 겸양위상(人之德行 謙讓爲上, 사람의 덕행은 겸손과 사양이 제일이다)’, 겸허의 몸가짐이 더 아름다워 보였을지 모른다.

Drake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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