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 x YOON HYUP 협업 컬렉션 발매와 간단한 인터뷰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 이제는 월드와이드라는 수식어와 함께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허프(HUF)가 뉴욕에서 활동하는 페인터이자 그래픽 아티스트 윤협(YOON HYUP)과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다. 허프, 혹은 윤협의 움직임을 꾸준히 봐온 팬이라면, 바로 작년 허프의 아시아 거점인 일본 시부야에서의 윤협 개인전, 그리고 나고야 스토어 1주년을 기념한 스페셜 컬렉션을 기억할 터.

여기에 이어 허프는 윤협의 독창적인 아트워크를 고스란히 담아낸 정규 협업 컬렉션을 발매했다. 세계적인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그리고 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티스트 윤협의 새로운 성과는 괜스레 우리의 어깨에 힘을 불어넣는다. 아노락 재킷과 후디, 티셔츠 모자는 물론, 둘의 공통분모인 스케이트보드의 가장 핵심적인 하드웨어인 스케이트보드 데크에까지 펼쳐진 윤헙의 아트워크는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리트 컬처, 그리고 한국의 뿌리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번 허프 x 윤협 협업 컬렉션은 현재 허프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공식 웹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곧 허프의 국내 공식 수입처 카시나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전 VISLA 매거진과 한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던 윤협에게 이번 허프와의 협업 컬렉션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와 함께 미국의 유명 스케이트보드 채널 베릭스(Berrics)에서 진행한 인터뷰 영상이 역시 확인해봐도 좋을 것.

HUF 공식 웹사이트
YOOn HYUP 공식 웹사이트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은 뉴욕에서 7년째 거주 중이다. 벽화, 페인팅 작업을 주로 하고 있고, 페인터로 활동한 지는 지금까지 14년 정도 됐다. 스케이트보딩이나 재즈, 훵크, 힙합(특히, Boom Bap)에서 받은 에너지로 그림을 그린다. 별도의 스케치 없이 즉흥적인 작업을 즐기며, 점과 선 요소를 사용해 추상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허프와는 어떻게 연결되었나?

정확히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2016년 허프의 뉴욕 스토어가 소호에 오픈하는 시기에 처음 연결된 것 같다. 허프는 세계 각 플래그십 스토어마다 상징적인 작품을 설치하는데, 당시 뉴욕 스토어에는 허프의 대표 아티스트 하로시(Haroshi)가 애플 작품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때 나와 친하게 지내고 있던 동료 작가 메구루(Meguru) 덕분에 그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벤트에서 자연스레 허프의 재팬 크루를 만났다.

그 후, 내가 다른 프로젝트로 도쿄를 방문했을 때 하로시를 만났고, 도쿄 허프 재팬 이벤트에서 허프 재팬 크루와 재회했다. 이후 그들이 뉴욕 출장을 왔을 때 나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동료 작가 코지(Koji)가 날 다시 한번 허프 재팬 직원에게 소개해 줬는데, 이게 인연이 되어 허프의 협업 제안을 받았다.

 

작년 일본 시부야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허프 나고야 스토어의 1주년을 기념한 라이브 페인팅과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본 취지는 나고야 스토어의 1주년 기념 컬렉션 제작이었다. 허프 재팬은 단순한 의류 컬렉션 발매와 함께 뭔가 재밌는 이벤트를 선보이길 원했다. 그래서 시부야의 갤러리에서 나와 아내의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전시를 열기로 했다.

나고야 스토어 1주년 프로덕트의 주제는 뉴욕의 역사적인 스케이트 스팟 ‘브루클린 뱅크(Brooklyn Bank)’였다. 1주년을 맞이한 나고야 스토어에 존경하는 아티스트 아리 마르코폴로스(Ari Marcopoulos)가 촬영한 브루클린 뱅크 사진이 있었기에 나 역시 이에 관련된 아트워크를 제작하고 싶었다. 평소 90년대 뉴욕 스케이트보드 신(Scene)의 팬이기도 하고 키스 허프나겔(Keith Hufnagel) 스케이팅의 팬이기도 해서 나고야 컬렉션에서는 한 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끝없는 아트워크가 나왔다.

사람들은 모든 작업을 나 홀로 진행하는 줄 알지만, 협업의 모든 프로젝트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내와 팀을 이뤄 진행한다. 나고야 스토어 1주년을 위해 그래픽을 제작하던 당시 아내가 이번 컬렉션을 뉴욕, LA에서도 발매하자는 의견을 냈고, 허프 재팬을 통해 우리 의사를 전했다. 그 후 머지않아 뉴욕, LA 발매를 진행해보자는 답변을 받았다.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꾸준히 보여줬다. 이번 협업에 관한 허프의 특별한 요청사항은 없었나.

허프는 정말 좋은 파트너다. 협업 과정에서 내 그림에 대한 어떤 요구도 없었다. 내 주관적인 색과 표현 방법을 백 퍼센트 믿어줬다. 아티스트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에 뿌듯하다. 프로덕트 발매와 함께 전시도 열 수 있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

 

본인 역시 오랜 시간 스케이트보드를 탔는데, 스케이트보드가 자신의 예술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인터뷰 때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음악과 스케이트보드는 나의 중요한 영감이다. 1990년쯤부터 타오던 육사 보드를 버리고 1996년부터 진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보드 그래픽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스케이트보드 타는 시간을 빼고는 트랜스월드 스케이트보딩(TransWorld Skateboarding) 뒤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이나 CCS 스케이트보드(CCS Skateboard) 카탈로그 안에 있는 데크 그래픽과 로고를 따라 이것저것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 첫 스케이트보드 데크는 마이크 힐(Mike Hill)이 디렉팅한 에일리언 워크샵(Alien Workshop) 데크였다. 과한 느낌이 아닌 묘한 분위기의 입체물이 많이 등장한 그래픽에 매료되었고 그 후 2000년 초 돈 펜들턴(Don Pendleton)이 제작한 에일리언 워크샵 그래픽 시리즈를 보고 푹 빠져든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엘리 게스너(Eli Gesner)가 2003년 정도까지 디렉팅한 주욕(Zooyork) 그래픽을 통해서 뉴욕의 전설적인 소울 아티스트(Soul Artists) 크루도 알게 되고 스케이트보드가 그래피티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느낀 뒤 뉴욕에 호기심이 한층 더 커졌다.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션 클리버(Sean Cliver), 에드 템플턴(Ed Templeton) 등 스케이트보드 신에서 존경하는 아티스트를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자신의 그래픽이 입고 쓸 수 있는 머천다이징과 결합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자연스럽게 성사된 협업은 언제나 기분 좋다. 허프의 파운더 키스 허프나겔의 팬이자 나 역시 25년 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 온 터라 의미가 남다르다. 반면 개인적으로 내가 모르는 브랜드나 억지스럽게 이뤄지는 프로젝트는 진행하지 않는다. 나도 그 브랜드에 관심이 있고, 그쪽도 나라는 아티스트를 이해하는 파트너와 협업하지. 나에게 협업 프로덕트는 상품이라기보다 작품의 연장이다.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협업이 내 팬과 컬렉터를 실망하게 하지 않는 길이다.

 

이번 협업 컬렉션 중 가장 추천하고픈 아이템이 있다면?

모두 멋진 결과물이어서 하나를 꼭 짚어 말하긴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아노락 재킷이 마음에 든다. 만약 뉴욕 스케이트보드의 팬이라면, 브루클린 뱅크의 의류를 추천한다. 더불어 키스 허프나겔의 팬이거나 미국 동서부 스케이트보드 신의 팬이라면, 허프 로고가 담긴 스케이트보드 스팟 그래픽을 마음에 들어할 수 있겠지. 얼핏 보면 패턴으로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샌프란시스코와 LA, 뉴욕의 역사적인 스케이트 스팟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스팟은 키스 허프나겔이 등장한 스케이트 비디오에 한 번씩 나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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