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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10선

뮤지션이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는 건 사실 꽤 과감한 결정일 것이다. 멋진 아티스트, 애니메이터와 협업으로 예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리스크만큼이나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적은 작품이 발표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음악계에서 꾸준히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는데, 국내 시장에서 눈이 가고 마음 가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10선을 소개한다.

 

박재범사실은

흑백 베이스에 포인트 컬러, 빈티지의 느낌을 가미한 애니메이션이 박재범의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곡의 분위기에 아련하게 녹아든다. 헤어진 연인과의 관계를 회상하는 가사와 아늑한 톤의 비주얼은 모태 솔로도 연애해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것. 한글의 움직임까지 보기 드물게 세련된 이 뮤직비디오는 애니메이터 엘렌이 한 컷 한 컷 작업했다.

 

트와이스(Twice) – Candy Pop

모에화: 인간, 동식물, 무생물뿐 아니라 모든 사물을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소년, 소녀의 형태로 표현한다. (네이버 오픈사전 참조)

일본 공략용 뮤직비디오지만, 공식 뮤직비디오에서 모에화를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JYP의 싱크로율이 매우 놀랍다. 모에화된 일러스트뿐 아니라 아이돌 시장의 거대한 자본을 화끈하게 보여주기에 더욱 황홀하다. 이러한 흐름을 남성 아이돌 팀에게도 적용해 GTA 5 스타일 일러스트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보면 어떨까.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 불면증

당시 다이나믹듀오의 장기집권의 시작을 알린 트랙 “불면증”이다. 1집의 타이틀 곡답게 뮤직비디오에도 과감한 실험이 이뤄졌다. 2D, 3D 애니메이션도 아닌 무려 클레이 애니메이션인데, 심금을 울리는 이 작품은 박원철 감독의 2001년 작 “Mouse Without a Tail”을 뮤직비디오 버전으로 재편집한 것.

 

조PD – 비애

데뷔 당시의 충격 이후 음악만큼이나 혁신적인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인 조PD의 1집 앨범 [조PD in Stardom]의 수록곡 “비애”를 소개한다. 서글픈 곡의 분위기에 맞게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그 시절, 한국 뮤직비디오의 주를 이루던 유명 배우를 기용한 신파 러브스토리와는 결을 달리한다. 아마도 라디오헤드(Radiohead)의 “Paranoid Android” 뮤비를 떠올릴 법한데, 조PD의 것 역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섬데프(Somdef) – Ring Ring Ring (Feat. Verbal jint, Paloalto, DPR LIVE,  Car, the garden)

작년 3월에 공개된 이 곡은 수려한 비트, 화끈한 피처링 라인업(버벌진트, 팔로알토, 디피알라이브, 카더가든)과 함께 센시티브한 뮤직비디오까지 삼박자를 갖췄다. 당시 화제를 모은 다양한 이모지를 그래픽 소스로 활용해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섬데프와 피처링진을 이모지 캐릭터로 새롭게 디자인해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표현해 재미를 더했다.

 

실리카겔(Silica Gel) – 낮잠

원색적이고 러프한 스타일의 그림체로 두각을 드러낸 아티스트 해일(HAIL)의 애니메이션. 실리카겔이 표현하는 여유로움의 정서, 칠한 분위기와 해일의 조금은 엉뚱한 스타일이 썩 잘 어울린다. 취향에 따라 기괴하거나 귀여울 수도 있는 이 뮤직비디오는 왠지 중독적이다.

 

XXX – 승무원

프랑스 아티스트 마티스 도비에(Mattis Dovier)가 만들어낸 흑백 도트의 기괴한 영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토 준지의 만화를 연상케 하는, 비행기 내에서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한 해프닝을 상상해서 그려낸 이 뮤직비디오는 프랭크(FRNK)의 비트, 마티스 도비에의 영상 그리고 김심야의 랩. 이 세가지 요소가 멋지게 하나를 이룬다.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 – Boy Cosmic

뮤직비디오 이상의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과 퀄리티. 로바이페퍼스 “Boy Cosmic” 뮤직비디오다. 독보적인 스타일의 스피노(Spino)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엘렌이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인간의 성기를 표현한 듯한 영상 속 피조물 때문이었을까. 영상물 등급 위원회에서 19금 판정을 받았다. 몽환적인 사운드가 영상의 스케일을 더욱 확대하는 듯한 둘의 조화는 왠지 모를 성스러움까지 느껴지게 한다.

 

피제이(PEEJAY) – 나비야 (Feat. Ziont)

국내 최초로 세계 3대 뮤직 마켓으로 손꼽히는 ‘SXSW’ 뮤직비디오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뮤직비디오다. 사립 탐정이 된 자이언티가 고양이를 찾아 해메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자이언티의 특별한 음색과 뮤직비디오의 아름다운 색감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애니메이션의 OST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감각적인 화면 전환과 피제이의 관록이 느껴지는 프로듀싱까지, 요즘 너무 흔하게 쓰이는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진정으로 어울릴 법한 하이 퀄리티 하모니를 감상해보자.
 

서사무엘(Samuel Seo) – Sandwich (Feat. 정인)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쉽고 즐거운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일보다 불편하고 버거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무거운 감정을 노래한 서사무엘의 “Sandwich”가 오늘의 마지막 뮤직비디오. 영상에서 서사무엘은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 복잡함의 중심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 저채도, 보랏빛 톤 그리고 조금은 투박한 선으로 세상살이에 체념한 듯한 감각을 표현한다.


글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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