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onths ago
INTERVIEW

PRIMARY x ANDA

음악 대부분은 개인 취향의 호불호 안에서 논의되지만, 간혹 그 호불호를 뛰어넘어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통념과 감응하는 것들이 있다. 역사나 문화와 마찬가지로 음악 또한 특정 개인의 취향과 특수성을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보편성의 차원을 논하게 될 수밖에 없는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른바 ‘시간이 흘러도 세련된 음악’이란 표현은 이 맥락을 짚을 수 있는 음악가와 그 창작물에 허용되는 가장 큰 찬사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음악이 바로 잘 만든 동시에 좋은 음악으로, 우리는 이를 통칭하는 개념어를 하나 알고 있다. 바로 ‘클래식(Classic)’이다. 잘 만들기만 한 음악은 알맹이 없는 공산품에서 더 나아가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고, 좋기만 한 음악은 결국 개인적 호불호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클래식은 개인의 일시적인 호불호와 시대를 초월하여 그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악을 말한다.

프라이머리는 이 ‘맥락’을 알고 있다는 듯 단순 간결한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다. 그의 음악은 복잡한 동시에 역설적으로 간결하다.

그는 어떤 건축물이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것처럼 음악을 창작하는 듯하다. 특유의 코드 진행부터 리듬, 기타 리프와 건반 보이싱, 폴리 신스, 베이스라인까지 이 모든 요소는 허투루 쓰인 것 하나 없다. 여기서 특정 레퍼런스를 유추할 수는 있지만, 이는 프라이머리라는 창작자 내부의 언어로 번역되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인 듯, 실제 언어처럼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기능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꽂히는 간결한 말과 행동의 기저에 사실 수많은 의미 구조가 존재하듯, 음악이 사람들의 귀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레퍼런스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순한 모사, 모방을 초월하는 경지에서 창작자 본연의 콘텐츠가 묻어나야 한다. 그래서 간결함은 아무나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다. 프라이머리의 음악, 그 단순 간결한 멜로디 라인에는 ‘영감’이라는 모호한 언어로 대변되는 전통적 창작을 향한 어떤 막연한 환상을 뛰어넘은, 현대 음악을 현실적으로 마주하고 이를 디자인하려는 이의 통찰이 묻어난다.

무명이지만 재능 있는 퍼포머에게 프라이머리의 존재는 자전거와 같다. 빈지노가 ‘Daily Apartment’로 단번에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씨스루’가 아직도 자이언티의 손꼽히는 명곡으로 남은 것처럼, 프라이머리를 타는 순간 그들은 더 빠르고 멀리 나아갈 동력을 얻는다. 종이 상자를 쓴 뒤로 프라이머리의 음악은 언제나 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그 역시 미디어의 날이 날카롭게 서 있는 이들과 협업하며 세상에 그들을 소개하는 중개인의 역할을 즐기는 듯하다.

그리고 프라이머리는 지금 안다와 함께 색다른 좌표의 음악을 꺼내 들 준비를 하고 있다.

 

리드기타를 잡던 세션 지휘자에서 종이상자를 쓰고 맥북과 패드를 만지는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하기까지 수많은 깨달음의 순간을 지나왔겠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일화나 계기, 어떤 단상이 있다면 들려주기 바란다.

프라이머리: 시대적인 반영이 아닐까. 그 당시에는 밴드와 연주하는 방식에 끌렸다. 당시에는 샘플링 사운드가 주인인 시대였고, 이걸 악기와 버무려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때 주변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의 작업이었으니까. 요즘은 반대로 또 다른 재미를 찾으려 한다. 기존 방식을 몇 년간 반복하다 보니 나름의 공식이 생겼고, 그때부터 작업이 지루해졌다. 어찌 보면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다가 지금의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 같다.

 

협업을 시스템화했다. 다른 이들의 협업이 대부분 완제품 카레에 토핑 얹어내는 수준이라면, 프라이머리의 협업은 육수부터 고명까지 고민의 흔적과 그 시너지 효과가 곳곳에 묻어나는데, 창작의 어느 단계부터 협업을 염두에 두는 건가?

프라이머리: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협업해야 하는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특정한 콘셉트가 떠오르면, 처음부터 플레이어를 결정하고 시작하는 편이다. 싱글 작업보다는 앨범 단위의 작업을 선호하기에 어느 정도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통일된 콘셉트의 음반을 구상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다만 프라이머리 스쿨을 진행하면서 ‘누구와 협업하냐’보다도 ‘어떤 콘셉트의 앨범을 만들 것이냐’의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유명한 뮤지션이나 세일즈를 염두에 둔 작업 방식에 흥미를 잃은 뒤로는 명확한 콘셉트에 더 공을 쏟는다.

 

될성부른 떡잎 알아보는 눈과 귀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났다. 프라이머리의 악기로 선택된 퍼포머 중엔 시간이 흐르며 독창적인 색을 보여준 이들이 특별히 많았다. 이른바 될 놈을 인지하는 건 직관적인 안목인 건지 아니면 나름의 논리를 바탕에 두는 건지 궁금하다.

프라이머리: 함께 일해본 적 없는 뮤지션이나 새로운 아티스트에 호기심이 많다. 비교적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듬어지지 않은 특유의 감성이 있다. 그 연령대의 뮤지션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나도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라 그런지 어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이 트이곤 한다. 지난 [Pop] 앨범만 해도 아이돌에게서 숨겨진 재능이나 음악적 욕심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이돌이 지닌 이미지 때문에 그들의 음악적 역량까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악적 욕심에 호기심이 생겼고, 새로운 면을 내가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손색없는 아티스트의 면모를 지닌 아이돌도 있었다. 다만 그들은 다양한 모습을 다 끌어내기 힘든 상황이니 이렇게 협업의 방식으로 해소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프라이머리 스쿨이 등장한 시기의 힙합과 지금의 힙합 신(Scene)에는 큰 갭이 있다. 그런데도 트렌드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행보를 보이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프라이머리: 내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힙합’이라는 장르는 소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LP를 사고, 킥과 스네어 소리 하나하나 발굴해서 다듬고 라이브러리를 만들면 그것이 곧 독자적인 스타일이고, 색깔이었다. 곡을 잠깐만 들어도 이게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것인지, 닥터드레(Dr. Dre)인지, 하이텍(Hi-Tek)인지 알았지. 지금의 힙합 신은 프로듀서로서는 그다지 재미없는 게임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플레이어의 재능이 워낙 특출나서 오히려 프로듀싱의 색을 옅게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잘 만든 음악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음악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을까?

프라이머리: 기술적으로 잘 만든 음악은 들으면 바로 안다. 프로듀서의 능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니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은 비록 테크닉이나 편곡의 수준이 떨어지더라도 와닿는 힘이 있다. 반면에 애매하게 흉내 내는 이들의 음악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 감각이나 본질적인 부분은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음악과 영상스토리텔링 미디어의 결합이 필수적인 시대다. 특히 한국의 대중음악 생태계는 이와 같은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여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인 아이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대중들에게 음악이 더는 예전의 음악처럼 소비되지 않는 시대에 예전부터 음악을 만들어 온 한 명의 음악 노동자로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프라이머리: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문제다. 나는 음악을 소비하는 매체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창작자를 포함한 음악 시장 전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CD나 카세트테이프를 소비하던 시대에는 마니아 계층을 노린 음악 장르가 대중음악과는 별개의 것이었고, 그만큼 독자적으로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던 건 그 피지컬 음반을 구매하는 팔로워가 꾸준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트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할 수 있었고, 그게 곧 언더그라운드의 자부심이었다. 어찌 됐든 뮤지션이 살아남을 출구가 있다는 말이니까.

어정쩡한 대중성을 확보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뚝심 있게 유지하는 음악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MP3를 지나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나 역시 앨범을 만드는 입장에서 절실히 체감했다. 이전에는 큰돈은 아니었지만, 분명 앨범 하나를 만들면 다음 걸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이 주어졌는데, 그 길이 이제 막혔다. 스트리밍이 대중화되고 나서는 앨범과 싱글의 차이도 없어졌다. 앨범에 12곡을 꽉꽉 채워도 하루에도 수많은 음악이 쏟아지는 지금 시장에서 리스너는 입맛에 맞는 몇 곡만 소비할 뿐이다. 그러니 뮤지션 역시 앨범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이전에는 한, 두 곡짜리 싱글을 낸다는 게 생소했지만, 지금은 풀렝스를 고집하는 뮤지션 쪽이 더 희귀한 케이스니까. 뮤지션이 한 곡, 한 곡에 치중하게 됨과 동시에 유튜브가 발전하면서 뮤직비디오와 음악 또한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래도 프라이머리는 여전히 앨범 단위의 작업을 선호하는 프로듀서가 아닌가.

프라이머리: 내 음악에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해야 내가 만족을 느낀다.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만큼이나 지금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음악과 직접 경쟁하고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엿보인다. 짬밥을 먹었어도 자기복제의 늪에 빠지지 않고 여전히 날이 날카롭게 서 있는데 그게 간혹 강박과 불안을 야기하지는 않는가?

프라이머리: 막상 작업할 때는 못 느끼는데, 일이 끝나면 한 번씩 번아웃이 온다. 강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열망인 것 같다. 물론, 뮤지션이라면 모두 어느 정도 강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 [Do worry Be happy] 이야기를 해보자. 앨범을 기획하면서 어떤 좌표의 레퍼런스를 두고 프라이머리의 소리를 주조했는지 궁금하다.

프라이머리: 패션을 비롯한 문화 전반의 흐름이 ‘레트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영향을 받아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8~90년대의 음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얼마 전,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데이비드 보위를 포함해 그 시절을 향유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나 뉴오더(New Order)와 같은 뮤지션의 음악까지 다시 감으며, 앨범의 결을 정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것과 지금의 사운드를 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번 협업의 파트너로 안다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보컬의 톤, 그루브와 같이 지각할 수 요소가 매력적이었는가? 아니면 감각의 차원을 넘어 안다라는 음악가 내부의 콘텐츠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프라이머리: 그 시절의 것을 옮기되, 보컬이나 전반적인 사운드 등 다방면에 그 무드를 녹여야 콘셉트가 온전해질 것 같았다. 그 부류의 음악에는 다면적인 매력이 있다. 굉장히 묘한 느낌. 안다 역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을 지닌 친구라 생각했기에 그녀가 이번 앨범의 콘셉트를 잘 설명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멋진 가수는 많지만, 아무래도 오묘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안다라는 캐릭터가 적격이었다.

 

Primary x Anda – Zeppelin M/V

청춘이라는 메인 콘셉트를 중심으로 앨범에서 활용한 사운드 그리고 피처링 뮤지션인 콜드(Colde), 신세하(Xin Seha)까지 전반적인 요소에서 명확한 시대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다. 참여한 아티스트와 어떤 시너지를 내고 싶었나?

프라이머리: 신세하의 묘한 목소리가 좋았다. “월명야”라는 곡에 나얼의 프로페셔널한 보컬이 들어가면 오히려 어색할 거다. 보컬을 비롯해 신세하라는 뮤지션에게서 풍기는 전반적인 무드가 이 곡에 적합했다. 콜드는 예전부터 눈여겨봤는데, 유독 그가 풀어내는 가사에 매력을 느꼈다.

 

안다는 이전까지 선보인 음악의 스펙트럼이 꽤 넓다. 그에 반해 이번 앨범에서는 콘셉트에 맞는 프레임에 치밀하게 자신을 밀어 넣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프라이머리라는 이름표가 붙어서일까? 그와의 작업이 본인의 보컬,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안다: 프라이머리는 이전부터 함께하고픈 프로듀서였다. 이번 앨범은 네 곡이 비슷하면서도 보컬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내 안에 있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섞고 싶었다. 프라이머리라는 프로듀서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가 큰 그림을 잡아줬고, 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안다라는 개인의 청춘을 노래하기 위해 작업 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안다: 노래를 징그럽게 부른다거나 감정을 너무 쏟지는 않는지 계속해서 점검했던 것 같다. 감정이 과잉으로 느껴지지 않게 최대한 비우려고 했다. 다만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에 스튜디오 공포증이 생겨서 고생했지. 그때마다 프라이머리는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왔고, 그 덕분에 나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가면서 도전했다.

프라이머리: 곡에 화음을 많이 넣지 않고 최대한 간결하고 러프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보컬의 저음부를 꽤 많이 걷어내서 아마도 기존의 안다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질 거다.

 

프라이머리와 안다가 느끼는 청춘의 시점에는 물리적인 시간의 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정의 성공을 거둔 프라이머리가 회상하는 청춘은 어떤 모습인지?

프라이머리: 나에게 청춘은 추억이다. 아직도 그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어서 지금 이런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청춘을 보냈고, 20대를 겪었기에 지금에 와 보이는 게 있다. 방황이나 열정, 불안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음. 꾸역꾸역 살다 보니 어디론가 와있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그런 시기. 정작 당시에는 몰랐다. 불안해도 열정이 그걸 덮었던 것 같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아, 그때는 내가 불안했구나” 하고 느낀다. 그래서 더 안 질려고 했던 것 같고. 예전의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 차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불안하기 때문에 더 몰입하던 시절 말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도 완벽해질 수는 없겠지만, 이 앨범이 그리는 청춘은 미숙한 상태를 대변하는 무언가이길 바랐다.

 

앨범 크레딧을 보면, 안다가 꽤 적극적으로 프로덕션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겪은 고충이나 새롭게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안다: 원래 말보다 글이 편하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가사는 스물네 살 즈음부터 혼자 숨어서 많이 써봤다. 그래서 프라이머리와의 작업에서는 꼭 나 스스로 가사를 쓰고 싶었다. 이 앨범을 준비할 시기에는 딱 그 자신감이 차 있을 때였다. 그런데도 멜로디에 가사를 붙이는 작업은 꽤 어려워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직설적인 표현을 선호했지만, 프라이머리는 이미지를 연상하게끔 하는 시적인 글을 원했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프라이머리: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안다가 가사를 굉장히 많이 썼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안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선호했지만, 나는 이번 앨범이 너무 현실적인 글보다는 모든 세대가 아울러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은유가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Dressroom”은 온전히 혼자서 가사를 쓴 곡이다. 그만큼 실제 삶에서 얻은 체험적인 성찰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 지난 연인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는 과정을 옷장의 빛바랜 옷을 버리는 행위에 비유한 점이 흥미로웠다. 본인의 이별 외에도 곡에서 더 은유하는 것들이 있었나?

안다: [Do worry Be happy]는 어떻게 보면 지금 현재의 나 자신을 그대로 프린트한 앨범이다. 그래서 가사에 그 당시의 감정, 현재 내 모습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했다. 이 노래는 실제 이별한 이야기를 적은 게 맞다. 그때는 작업하는 와중에도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과거의 꿈에 갇힌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떨쳐내고 싶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상태? 그때는 괴로워서 그 기억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는 실제 아픈 감정을 낱낱이 드러내려고 했다.

프라이머리: 다른 이야기지만, 원래는 ‘Dressing Room’이 옳은 표기라고 하더라. 그런데 ‘Dress Room’이 어감이 더 좋았다. 한국 사람이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드레스 룸’이라는 말이 더 옷장 같아서.

 

“The open boat”에서 그 배는 본인을 말하는 것인가. 그 배에 가득 찬 욕심이란 무엇일까?

안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딘가에 도착할 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손길을 내밀 때도 있고, 그저 순리에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음이라는 배에 탄 나 자신의 욕망은 너무나도 큰 나머지 매번 실수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솔직한 마음을 노래했다. 이 곡을 쓰면서 우연히 알게 된 동명의 책 ‘Open Boat’는 단편 소설로, 인간의 노력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어떤 운명론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살고 죽는 건 인간이 결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 책에도 영향을 받아서 내 이야기에 대입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프라이머리: 곡 제목처럼 청춘은 말 그대로 난파선이 아닐까 싶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일단 떠다니는 그런 것. “헤매다 보면 언젠가 육지가 나오겠지”, “발이 닿을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꿈을 품고 표류하는 거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시기, 그게 20대가 아닐까.

 


진행 / 글 │ 권혁인 이재헌
사진 │ 유지민
영상 │ 최세담
스타일리스트 │ 안다 – 김하연 / 프라이머리 – 김영진
헤어 / 메이크업 │ 안다 – 채현석 / 프라이머리 -김태현

*해당 기사는 지난 4월에 발행한 VISLA Paper 4호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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