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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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The Story of GOØDevil

The Story of GOØDevil

‘쇼미더머니’를 접한 이들에게 자메즈(Ja Mezz)라는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유행하는 패션과 핏발 선 눈으로 치장한 채 랩하는 참가자 사이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느긋하게 랩을 뱉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인상을 남겼고, 독특한 리듬감을 타고 흘러나오는 자유로운 가사는 그가 바라보는 지향점이 어딘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자메즈가 지난주, 드디어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GOØDevil]을 발표했다. 선과 악, 신과 악마, 예술가의 태도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는 그의 음악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수많은 언어를 토해냈지만 정작 음악 밖의 그는 인스타그램에 긴 글 대신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라는 한 문장만을 적어놓았다. 자신의 작업물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이들을 우리는 이미 수없이 보았지만, 확신을 가진 자의 언어에는 힘이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빚어낸 소리가 단순한 진동이 아닌 메시지와 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아는 뮤지션 자메즈와 앨범의 수록곡에 관한 인터뷰를 트랙별로 정리해보았다.

 

1.good vs.evil ft. 한요한

첫 정규 앨범을 여는 첫 번째 트랙이자, 앨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에 관해 영감을 얻는 순간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고, 그렇기에 앨범의 콘셉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이 곡이 첫 번째 곡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곡 전반부의 가스펠 무드와 후반부의 일렉 기타 솔로가 확연히 차이 나지만, 이 곡이든 앨범이든 굳이 전, 후반부로 엄격하게 나누고 싶지는 않다. 선과 악, 빈자와 부자, 남과 여 등 사회의 고질적인 편 가르기를 보며 우리 모두 마치 세뇌된 듯이 서로에게 달려들지 않나 하는 의문을 품을 때가 있는데,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분석과 설명이 아닌,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섣부른 판단은 잠시 보류하고, 흑과 백 사이에 실존하는 것들에 관하여 터놓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2. 춤 ft. Dean, Jinbo

대부분의 곡 작업에서 무언가를 의도하고 설계하지 않는 편이다. 최대한 주어진 상황과 느낌에 충실하게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이 곡의 제작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같이 놀다가 즉흥적으로 코러스를 만들어준 진보(Jinbo)와 우연히 피처링에 참여한 딘(DEAN), 그리고 1번 트랙의 연장선에 있는 밝은 피아노와 어두운 기타 리프의 조합까지. 전반적으로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영감들로 앨범을 채웠기 때문에 후반 작업이 굉장히 중요했다.

부스트놉(Boostknob)의 박경선 엔지니어와 함께 3달이 넘는 기간 동안 쉼 없이 믹싱하고 제이지(Jay-Z), 솔란지(Solange),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등과 작업한 미국의 O.G 엔지니어 데이브 커치(Dave Kutch)가 마스터링을 담당하면서 ‘소리’가 아닌 ‘스토리’, 즉 ‘말이 되는 사운드’를 완성할 수 있었다.

 

3. Cupid ft. Chancello

클럽에서 술을 먹을 때마다 매번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클럽에 큐피드가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가벼운 감정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의 감정만큼은 굉장히 진실하다. 누군가에게는 ‘Good’일 수도, 혹은 ‘Evil’일 수도 있는 이 감정 또한 정해진 답 없이 마인드맵처럼 꼬리를 물고 퍼져나간다.

 

4. Venus ft. 우원재, MRSHLL

2, 3, 4번 트랙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 곡의 대상은 모두가 될 수 있다. 오랜 믹싱이 마무리되면서 사운드가 완벽해진 순간, 이 곡이 어쩌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노래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이 곡은 더 이상 사운드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매 순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한다.

 

5. 사과 ft. Car, the Garden

사과의 다양한 메타포(Metaphor)를 차용한 곡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트랩(Trap)이었으나, 카더가든(Car, the Garden)과 작업하며 새로운 루프, 새로운 가이드가 탄생했다. 후반 작업은 그레이(GRAY)가 해주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곡의 아웃트로(Outro)가 리얼 밴드로 녹음되었다는 점이다. 옛날 방식 그대로 밴드 연주에 맞추어 랩을 동시 녹음했고, 즉흥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앨범 발매 3일 전까지 믹싱에 몰두해 결국, 완성도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6. LOVE in HEAVEN

6번 트랙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관한 개인적인 고찰 혹은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가 ‘What is love?’였던 만큼, 배우 김민희를 보며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천국의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많은 고민 끝에 만든 곡이다. 모든 행위에 사랑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사랑이어야만 한다.

 

7. 錬金術 ft. Dok2, MINO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묘사하는 연금술사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모습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여 생명(불로장생)을 만들어내려는 노력,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다른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등가교환의 법칙’, 그리고 연금술사와 힙합을 상징하는 ‘황금’을 향한 욕구까지. 가장 힙합이라는 장르에 가깝게 풀 수 있는 곡이기에 랩의 중요도가 높았다.

도끼(Dok2)는 황금의 이미지와 가장 잘 부합하는 래퍼이기에 피처링을 부탁했고, 송민호(MINO)는 개인적으로 그의 랩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아이돌의 삶 또한 포기하는 만큼 얻는 것이 있는 등가교환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부탁하게 되었다. 곡은 소위 말하는 ‘Rap Shit’이지만 뮤직비디오는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와 애니메이션 장르에 존경을 담아 3D 애니메이션으로 오마주했다.

 

8. Michael angel ø

미켈란젤로(Michelangelo)라는 이름부터 우선 존나 멋있다. 이름 안에 마이클(Michael)도 들어있고 앤젤(Angel)도 들어있는데, 듣자마자 바로 훅이 떠올랐다. 곡에서 등장하는 나머지 2명의 마이클(마이클 잭슨과 마이클 조던)도 마찬가지다. 둘 다 특유의 스텝 (문워크와 에어워크)가 있는 사람들이고, 한 차원을 뛰어넘은 거장들이다. 이러한 특징이 현재 나의 상황과 굉장히 맞닿아있었다.

나 또한 이 앨범을 작업하며 한 단계를 뛰어넘은 듯한 기분을 느꼈고, 미켈란젤로나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같이 내가 존경하는 예술가들과 시공간을 넘어 교감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들이 느끼는 바를 똑같이 내가 느낀 기분이라고 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음악적 영감인데, 그 순간 왜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같은 거대한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았다. 지금 나는 그들이 머무는 높은 산, 거대한 영감의 원천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에 있다.

 

9. I met Kanye West

9번 트랙은 8번 트랙과 동일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칸예 웨스트와 미켈란젤로라는 아티스트는 내게 그야말로 ‘신’과 같은 사람들이고, 칸예 웨스트의 가치관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의 음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즉 ‘네 자신의 팬이 되어라’라는 말에는 강력하게 동의한다. ‘I am a God’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 그리고 끊임없는 탐구가 칸예를 위대하게 만들었고, 나는 영감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 곡을 만들었다.

 

10. toruk makto ft. 박재범, Koonta, Skull

예술가는 언제나 관습과 통념에 반(反)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정-반-합(正-反-合)의 순리에서 나는 얼마나 ‘반’의 총대를 멜 준비가 되어있는가. 피처링진의 화려함과 독특한 사운드도 이 곡의 매력이지만, 이 곡에 담은 내 메시지와 태도가 많은 예술가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완성된 연금술과 함께 선공개했다. 독립적인 싱글이 아닌 앨범의 수록곡으로 들었을 때 “錬金術”, “michael angel ø”, “I met kanye west” 그리고 마지막으로 “toruk makto”까지, 이어지는 4곡의 주제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태도와 예술관, 리더의 역할을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11. hade$ 2 ft. Coogie, EK, Kor Kash, Tommy Strate

“hade$”는 “cupid”, “venus”와 함께 그리스 로마 신화에 영감을 받은 트릴로지(Trilogy)를 완성하는 곡이다. 앨범을 구상하면서 반드시 넣어야겠다고 판단한 구성인데, 이전에 공개한 “hade$”는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과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상반된 분위기의 “hade$ 2”를 만들었다. “toruk makto”에서 전달한 ‘예술가는 곧 리더’라는 메시지의 실천으로 실력 있는 루키들을 끌어주고자 했던 게 이 곡의 의도였고, 다들 정말 멋있는 가사를 들고 왔다.

 

12. HELL of a LIFE

가장 확고한 계획 중 하나는 앨범을 밝은 분위기의 트랙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명확하고 행복한 결말의 영화를 좋아하기에 메시지가 밝은 곡을 마지막 트랙으로 넣고 싶었고, 그런 무드를 만들어줄 적임자인 테림(TE RIM)을 소개받아 10개가 넘는 편곡 끝에 완성했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앨범 전체에서 이야기한 ‘진정한 예술가’의 해피엔딩을 말하고 있다. 예술가의 천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체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그 물결 속에서 자리를 지키길. We gon live a HELL of a LIFE.

Ja Mezz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 김용식
일러스트 │ 최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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