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AKER LOVE: 권순환

스니커 러브(SNEAKER LOVE)는 말 그대로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 신발에 관한 이야기다. 발을 감싸는 제 기능 이상으로 어느덧 하나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스니커. 이제 사람들은 신발 한족을 사기 위해 밤새도록 줄을 서고, 야영하고, 심지어는 매장문을 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손에 넣고자 한다. 그들이 신발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VISLA와 MUSINSA가 공동 제작하는 콘텐츠, 스니커 러브는 매달 한 명씩 '신발을 무진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가 아끼는 스니커의 이모저모를 물을 예정이다. 애인보다 아끼고, 엄마보다 자주 보는 스니커,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2009년 넘버나인(Number (N)ine)의 디렉터 타카히로 미야시타(Miyashita Takahiro)는 장장 12년을 이끈 자신의 브랜드를 종료하며 이렇게 말했다. “변화가 없을 때, 이미 끝난 것이다, 더 이상의 넘버나인은 없다” 우라하라의 부흥기와 함께 일본 패션 신(Scene)의 컬트적인 존재로 자리한 타카히로 미야시타였기에 그의 브랜드 종료는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그러나 1년 뒤 그는 그 팬에게 아쉬워할 틈도 주지 않고 타카히로미야시타더솔로이스트(TAKAHIROMIYASHITATheSoloist.)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아마 이 소식을 가장 반겨한 한국인이 있다면, 오늘 스니커 러브의 주인공 권순환일 것이다. 넘버나인부터 솔로이스트까지,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궤적 하나하나를 좇아온 그는 패션에 관한 철학까지 그를 닮아있다. 피자 펍을 운영하는 솔로이스트 마니아, 권순환이 들려주는 솔로이스트, 그리고 그에서 파생한 스니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브랜딩 컨설팅 업체 델라셔스(Delacious)와 함께 그 산하 브랜드 슬라이스 피자 마켓(SlicePizzaMarket)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델라셔스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를 전개할 예정이며,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컨설팅도 진행하려 한다. 또한 린스드(Rinsed)라는 월간지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를 담아내는 잡지가 될 것이다.

 

지금 운영하는 피자 펍 슬라이스 피자 마켓도 간략히 소개해줄 수 있나.

슬라이스 피자 마켓은 2년 전부터 구상한 피자 가게다. 피자 전문점을 계획하며 뉴욕에 방문한 적이 있다. 뉴욕 본토의 피자를 먹어보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차이나타운까지 발걸음이 미쳤다. 동네가 너무 멋지더라. 당시 피자라는 일념 하나로 돌아다녔으니 차이나타운에 피자 가게가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다가 이런 가게를 구상하게 되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가끔 손님이 와서 뉴욕 차이나타운에 있을 법한 피자 가게 같다고 이야기해줄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의도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걸 느낀다. 가게 시그니처 메뉴도 마파두부 피자며 음료를 고량주나 칭다오 맥주로 구성해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브랜딩을 할 때면 항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것’을 주제로 삼는다. 지금 의류 브랜드를 예로 들자면, 많은 의류 브랜드가 보통 다른 데서 만든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을 내놓는다. 그런 브랜드가 물론 잘 팔릴 수 있지만,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게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일본에 방문해 멋진 가게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가게가 많다.

스스로 떳떳한 가게를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콘셉트를 가진 피자 가게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 컨설팅 의뢰가 들어와도 클라이언트가 다른 브랜드, 스토어 예시를 가져오는 것보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스토어를 운영하는 사람에 맞춰서 콘셉트를 가져가야지 그저 느낌에 맞춰서 콘셉트를 짜는 일은 여러모로 별로다.

 

독특한 패션 스타일링으로 이름을 알렸다.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내가 고등학교 때 나이키(Nike)의 스케이트보딩 라인인 나이키 SB(Nike SB)가 등장했다. 그때부터 스니커에 관심이 생겼지. 성인이 되자마자 압구정에 위치한 편집숍 쯔보(ZZUBO)에서 일했다. 스니커를 시작으로 스트리트 패션으로 관심사가 넓어졌는데, 당시 좋아하던 브랜드 대부분이 일본발 브랜드였다. 지금은 사라진 모티브(MOTIVE)부터 여전히 스트리트 브랜드 신(Scene)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이버후드(NEIGHBORHOOD), 더블탭스(WTAPS), 언더커버(Undercover), 넘버나인(NUMBER(N)INE) 등의 브랜드를 선호했다.

 

오늘 가져온 스니커의 테마는 무엇인가.

타카히로미야시타더솔로이스트(TAKAHIROMMIYASHITATheSoloist.)의 스니커를 준비했다. 그가 처음 브랜드를 전개한 넘버나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이자 스니커다.

 

솔로이스트, 언더커버 등 스트리트웨어와 하이엔드 브랜드로 이어진 일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상기한 브랜드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세상에 멋진 브랜드는 많다, 사실 일본 브랜드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진행한 디올 옴므(Dior Homme), 생 로랑(Saint Laurent) 그리고 앞으로 에디 슬리먼이 전개할 셀린느 옴므(Céline Homme)도 기대 중이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건 그 옷이 나한테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다. 옷 자체는 엄청 멋지고 예쁘지만, 유럽권 브랜드는 유럽인의 체형에 맞게 디자인되어 나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나에게 잘 맞는 일본 브랜드를 좋아한다. 사이즈뿐 아니라 착용했을 때 조화가 중요하다. 요즘 세대는 점점 서구적인 체형으로 바뀌고 있기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스타일에 스니커를 매치할 때의 주안점이 있다면.

조화를 가장 우선시한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스니커가 주를 이루는데, 보통 어떤 경로로 스니커를 구매하나.

일본에 직접 방문하거나 일본에 있는 친구를 통해서 구한다. 또는 인스타그램(Instagram) 같은 소셜 미디어에 나와 취향이 비슷한 해외 친구가 몇 있어서 가끔은 그 친구들을 통해 구매하기도 한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솔로이스트는 매니악한 브랜드이기에 시즌이 지난 것 중 인기 제품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솔로이스트 마니아층이 그리 넓지 않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해 전 세계 미야시타 팬과 팔로우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 있는 친구와 거래한다. 오늘 착용한 바지도 호주에 사는 사람에게 구매했다.

 

솔로이스트, 언더커버 모두 독자적인 스니커를 제작하거나, 반스(Vans), 나이키, 컨버스(Converse)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역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들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스니커와 협업 스니커 중 어떤 제품이 더 매력적인가.

솔로이스트 제품은 스니커 라인업을 전부 협업 형식으로 발매한다.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언제나 옷을 제외한 액세서리 제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다. 미야시타 본인은 옷을 제작하는 사람이기에 모자나 스니커, 안경 등과 같은 액세서리는 그 제품에 특화된 브랜드와 함께 제품을 제작한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보인다.

 

스니커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국내에서 솔로이스트의 로거 부츠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연예인 이규한 씨가 판매한 제품이었다. 얼마 전 이규한 씨가 가게에 방문해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었는데 그 역시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광팬이라고 하더라.

 

피자라는 음식을 스니커에 비유한다면, 어떤 스니커가 떠오르는가.

이전 반스에서 발매한 피자 패턴의 슬립온(Slip On)을 구매했다. 사실 그렇게 화려한 패턴을 삽입한 스니커를 좋아하진 않는데, 단순히 피자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소장용으로 구매했다. 아마 실제로 착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본인만의 확고한 개성이 강하다, 패션 스타일링에 대한 팁을 주자면,

많은 사람이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브랜드를 쫓기 바쁘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패션뿐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뒤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 영화나 음악, 음식 등 자신을 둘러싼 전체적인 문화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을 찾는다면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짧지 않은 시간 국내의 패션 신을 바라본 입장에서 지금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나.

이런 얘기를 할 입장인가 싶기도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큰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도 더욱 다양해지고,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굵직한 브랜드도 많이 생겼다. 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국 콘텐츠가 다채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패션에 관심을 두었을 때는 국내 콘텐츠가 많이 부족했다. 지금 한국은 훌륭한 숍도 많고 브랜드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요즘 나보다 많게는 열 살씩 차이 나는 친구들을 보면 한국 패션에 기대가 커진다.

 

이건 이번에 새로 나온 제품이다. 컨버스와 협업한 제품으로 미국 록밴드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추모한 제품이다. 여기 보면 왼쪽 러버 토에 ‘WE WILL ALWAYS’ 오른쪽에는 ‘LOVE YOU, KURT’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이번 시즌 메인 문구로 스니커와 함께 발매한 가방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 글은 커트 코베인이 죽었을 때, 그의 팬 중 한 명이 자신의 셔츠 후면에 적은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이 제품 외에도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타 스니커 브랜드와 비교해 컨버스와 많은 협업을 진행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까 언급했지만,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스니커, 액세서리를 제작할 때, 그 분야에 특화된 브랜드,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방식을 택한다. 안경 같은 경우에는 올리버 피플(Oliver People), 신발은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발매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일본의 신발 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Mihara Yasuhiro)에게 요청해 스니커를 제작했다. 타카히로는 이렇게 탄생한 스니커를 ‘협업 제품’이라기보다는 컬렉션에 자연스레 녹여낸다. 이 잭 퍼셀 또한 그렇고.

 

이 스니커는 풋더코처(Foot the Coacher)라는 일본의 풋웨어 브랜드 제품이다. 일본 구두 디자이너 타케가하라 토시노스케(Toshinosuke Takegahara)가 전개하는 브랜드로 타키히로 미야시타가 가장 많이 스니커를 의뢰하는 곳이기도 하다. 넘버나인을 진행할 때부터 스니커를 제작해준 곳으로 슈레이스를 사이드 라인에 위치한 버전과 중앙에 위치한 프론트 버전 두 가지로 발매했다. 이 제품은 프론트 버전이다.

미야시타는 스니커를 제작할 때, 완벽하게 새로운 디자인보다는 기존 제품을 조금씩 변형하는 것을 즐긴다. 여기서는 가죽의 러프함을 살린 디테일을 첨가했다. 이는 그 시즌의 솔로이스트 컬렉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가죽을 러프하게 절개한 의류를 선보였다. 스니커는 그 컬렉션과 합을 맞춘 거다.

 

이 제품도 풋더코처와의 협업 부츠다. 미야시타가 미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뉴욕을 대표하는 야구팀 뉴욕 양키즈(New York Yankees)의 팬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뮤지션 또한 미국에 잔뜩 포진해있다. 의류 또한 미 서부시대, 웨스턴에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 드러난다. 이 부츠는 기존 풋더코처의 디자인이지만, 웨스턴 특유의 솔(Sole)을 더했다. 솔이 달린 부츠가 많지만, 이런 형태로 나오는 부츠는 드물지 않나.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신발을 만들어냈다는 게 정말 놀랍다.

 

러닝화부터 부츠까지, 풋더코처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스니커를 발매하는 것 같다.

그렇다. 전체적인 종류의 신발을 제작하는 곳이다. 그 디자인도 정말 다양하다.

 

이 부츠는 본래 페코스, 스트랩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했다. 당시 솔로이스트 매니저가 착용한 사진을 보고 어렵게 구매했다. 이규한 씨에게 구매한 제품이다. 한국은 솔로이스트라는 브랜드가 그리 활발하게 거래되는 나라가 아니라 중고시장 역시 그리 크지 않다. 이규한 씨도 솔로이스트를 좋아해 그에게 의류도 몇 벌 구매한 적 있다. 지인 중에 이규한 씨와 가까운 사람이 있는데, 그분이 중개인 역할을 해줬다. 하하. 국내에서 솔로이스트를 구매한 일이 정말 드문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디서 솔로이스트를 구매할 수 있나.

청담에 위치한 10꼬르소꼬모(10corsocomo)와 신사동 에크루(Ecru) 두 숍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무래도 풀 컬렉션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제품은 내가 정말 아끼는 제품이다. 오늘도 나머지 한 족을 신고 나왔다. 블랙 컬러와 코냑 컬러 두 족을 전부 구했다. 모두 일본에서 구매한 제품이다. 이 신발도 풋더코처와 함께한 슈즈로 앞부분부터 이어지는 플레임 디테일이 그 특징이다. 근래 플레임 디자인이 유행이긴 하지만, 이 제품이 나왔을 때만 해도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타카히로 미야시타 같은 발상이다. 아마 한국에서 이 슈즈를 보는 일은 힘들지 않을까.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 제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주변 친구도 솔로이스트를 즐겨 입는지.

그렇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지인도 있고, 나를 통해 솔로이스트를 알게 되어서 좋아하게 된 케이스도 있다. 옛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솔로이스트가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시기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옷만 제작하니까 너무 마니악해서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컬렉션 룩북에는 존재하지만, 숍에서 주문을 하지 않아 드롭되는 제품도 많아 라인업이 적게 나오는 시즌도 있었다. 인지도가 높아지고 판매도 늘게 된다면, 미야시타도 본인이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며 브랜드를 지속할 수 있을 테니까. 오히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넘버나인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솔로이스트는 그런 반향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타카히로 미야시타가 넘버나인을 전개할 때는 KOOKS Co,.ltd라는 회사 소속 하우스 디자이너였다. 계약 관계로 본인이 사장이 아닌 직원의 개념으로 디자인을 했기에 제약이 상당히 많았다고 하더라. 자신이 하고 싶은 디자인을 가져가도 회사 입장에서는 판매를 우선시했으니까. 미야시타 또한 이런 상황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넘버나인을 종료하는 09 F/W 시즌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감히 착용하기 힘든 의류를 선보였다. 어떻게 보면 회사를 엿 먹인 거지. 엄청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이후 1년 뒤 솔로이스트라는 브랜드를 출범했다. 솔로이스트라는 뜻 역시 이제는 본인 혼자 진행하겠다는 다짐을 내비친 거다. 디자인 자체도 회사의 제약이 없으니 판매보다는 미야시타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기존에 없던 패션을 새롭게 쌓아갈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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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니커는 샌드.W.맨(Sand.W.Man)이라는 프로젝트 스니커다. 미야시타는 논네이티브(nonnative)의 디자이너 타카유키 후지(Fuji Takayuki)와도 친분이 있는데, 그 둘이 합심해 샌드.W.맨이라는 레이블을 기획해서 스니커를 발매한다. 내가 보유한 제품은 리복(Reebok) 제품으로 이 제품 외에도 샌드.W.맨 이름을 통해 아이슬랜드 슬리퍼(Island Slipper)나 파라부츠(Paraboot)와도 협업을 진행했다. 레이블 이름에 맞게 모든 풋웨어는 샌드 컬러로만 제작한다.

단순히 스니커만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비메오(Vimeo)를 통해 샌드.W.맨을 주제로 한 영상을 선보인다. 영상은 스니커가 더러워지는 과정을 역재생해 보여준다. 솔로이스트의 첫 컬렉션을 보면 자연적인 컬러를 많이 사용했는데, 옷이 때타고 더러워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이 옷이나 신발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하지 않나. 미야시타는 이러한 오염까지 디자인 일부라고 여긴다. 솔로이스트 의류에서도 올이 풀린 디자인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찢어지면 찢어진 그대로 입는 거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미야시타 디자인 철학 중 하나다.

 

본인 역시 미야시타 철학에 동조하는가.

그렇다. 나도 더러워지면 더러워진 대로 입고 다닌다. 옷의 상태에 민감하면 솔로이스트를 입기 힘들다. 올 풀림도 어느 정도 진행되어 끝나는 게 아니라 한도 끝도 없이 풀린다. 하하. 나도 어렸을 때는 옷을 깨끗하게 입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상당히 무뎌졌는데, 아무래도 미야시타의 디자인 철학에 영향을 받아 생각이 바뀐 게 아닐까.

 

그의 디자인 철학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미야시타가 빈티지를 굉장히 좋아한다. 본인의 빈티지 컬렉션을 바탕으로 리메이크한 정규 컬렉션도 자주 등장한다. 빈티지 리바이스를 잘라 이어 붙인다든가, 빈티지 데님을 주제로 다양한 팬츠를 선보인다. 미야시타는 넘버나인 시절부터 빈티지 아카이빙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리메이크 셔츠도 리빌드 바이 니들스(Rebuild by Needles)나 올드파크(OLDPARK)가 소개하기 전부터 이미 솔로이스트를 통해 발매한 바 있다. 이제는 베트멍(Vetments)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리메이크 팬츠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솔로이스트에서는 이미 6, 7년 전에 이런 의류를 선보이고 있었다. 솔로이스트 컬렉션은 지금 당장 등장하는 시즌보다는 과거의 컬렉션이 관심받는다. 미야시타가 그만큼의 시간을 앞서나간다는 증거다.

 

존 무어(John Moore)라는 브랜드와 협업한 스니커다. 유럽 부츠 브랜드로 특이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 제품은 모든 소재가 러버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비 오는 날 착용하기 좋다. 처음 봤을 때는 과한 디자인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착용하니 괜찮더라. 이 또한 솔로이스트의 매력인 것 같다. 솔로이스트의 첫 컬렉션을 봤을 때 과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보면 볼수록 그 의도를 이해하게 되고, 입었을 때 생각만큼 튀지도 않는다. 앞코의 스트랩은 존 무어의 시그니처로 기존 가죽으로 제작되던 제품을 화이트 러버로 옮겨왔다.

 

솔로이스트 첫 시즌 때 발매한 스니커다. 넘버나인 09 F/W에 등장한 스니커와 닮은 부분이 많다. 스니커뿐 아니라 솔로이스트 첫 시즌과 넘버나인 마지막 시즌이 상당히 유사하다. 아무래도 넘버나인 09 F/W 시즌이 미야시타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보여준 무대라 솔로이스트와의 유사성이 많다. 의류의 형태나 디테일을 보면 알 수 있지. 내추럴 컬러를 특징으로 하는 부츠로 에이징을 위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가져온 신발에 슈트리와 같은 슈케어 용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신발 보관 팁이 있다면.

대부분 신발에 슈트리를 넣어둔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신발을 보관하면 뒤틀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슈트리를 끼워두면 본연의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더불어, 조금 건조한 환경에 스니커를 보관한다. 부츠 같은 경우에는 날을 잡고 로션이나 오일을 바른다.

 

최근 솔로이스트와 언더커버의 합동 컬렉션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감상했나.

두 디자이너가 함께 컬렉션을 진행했지만, 의류 디자인을 함께하지는 않았다. 미야시타와 준 타카하시(Takahashi Jun)의 인터뷰에 따르면 일체의 간섭 없이 함께 쇼를 진행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고 한다. 심지어 서로의 디자인을 전혀 공유하지 않기도 했으니까. 미야시타가 타 의류 디자이너와 친하게 지내지 않는데, 준 타카하시와는 상당히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의 배경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에서 출발했다.

 

아직 구하지 못한 드림 슈가 있다면 무엇인가.

구하지 못 할 것 같은 스니커가 하나 있다. 도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스콜록트(SKOLOCT)와 협업한 스니커로 17 S/S 시즌에 발매한 앵클부츠의 골드 컬러다. 정규 컬렉션으로 블랙, 와인, 실버, 화이트 네 가지 컬러만 발매했는데, 스콜록트와 함께한 뉴욕 팝업 스토어 당시 미야시타는 골드 컬러 앵클부츠를 착용했다. 아마 샘플 제품이지 않았을까. 아쉬운 대로 실버 컬러라도 구하려 했지만, 실버 컬러 앵클부츠를 판매한 숍도 몇 없었고 개인 매물로도 검정 컬러 외에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가장 애착이 가는 스니커는 무엇인가.

플레임 디테일이 들어간 락앤롤 슈즈, 솔로이스트 스니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제품이다. 블랙, 코냑 컬러 두 가지 전부 구매했다.

 

솔로이스트 외 즐겨 신는 스니커 브랜드가 있다면.

편한 신발을 좋아한다. 최근 유행하는 호카 오네오네(HOKA ONEONE)나 뉴발란스(New Balance) 스니커. 뉴발란스 990시리즈는 색깔별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컨버스의 척 테일러(Chuck Taylor)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구매했다.

 

만약, 타카히로 미야시타를 실제로 만났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질문이 있다면.

내가 질문을 할 정도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하. 만나면 그저 영광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미야시타가 등장한 CD나 책, 인터뷰 잡지를 수집하고 있다. 거기에 사인을 받아 소장하고 싶다.

* 이 기사는 무신사 매거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글 │ 오욱석
사진 │ 백윤범
제작 │ VISLA / MU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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