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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101: 월드컵 특집, 축구컬처와 패션의 상관관계

101 수업: [미] (대학의) 기초 과정의, 입문의, 개론의; 초보의, 기본이 되는 수업

현대 사회에서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홍수처럼 넘쳐나는 사방의 광고와 유명인의 패션, 금세 바뀌어 버리는 트렌드의 유혹까지. 물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의복생활이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이나 유행에 의존해 소비한다면, 의복의 제대로 된 이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얼마 지나지 않아 질려버리기에 십상이다. 옷을 창작한 디자이너의 생각과 브랜드의 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특정한 제품을 구매한다면 당신의 옷장은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가득 찰 것.

이는 바로 이 수업의 목표이기도 하다. ‘101’이란 숫자는 새내기 대학생이 완전히 처음 접하는 과목의 옆에 붙는 숫자다. 말 그대로 기초 수업을 의미한다. ‘히스토리 101(History 101)’은 역사가 깊은 브랜드는 물론 특정한 제품과 인물을 아우르는 수업으로 더 이상 인스타그램 속 ‘OOTD’ 태그의 참고 없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했다. 이 거대한 행사에 앞서 패션계도 축구 문화를 향한 애정을 꾸준히 보여준 바 있다.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는 2018 A/W 쇼에서 아디다스(adidas)와 함께 축구에서 영감받은 의류와 스니커즈를 내놓았고, 최근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 추앙받는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또한 나이키(Nike)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와 협업한 축구 유니폼, 축구화 등을 선보였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코세(Koché)는 2018 S/S 패션쇼에서 파리 축구 클럽 파리 생제르맹(Paris Saint-Germain)과 협업해 축구 유니폼을 응용한 의상을 선보였다. 열성 축구팬의 상징인 팀 스카프도 패션 액세서리로 활용된다. 베르사체(Versace), 발렌시아가(Balenciaga), 지방시(Givenchy), 오프 화이트 등이 가상의 축구 클럽 엠블럼을 새긴 팀 스카프를 출시했다. 한때 촌스럽다는 이유로 패션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로고’가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아도, 디자인 자체에 매료되어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농구를 딱히 즐기지 않아도 에어 조던(Air Jordan) 신발을 착용하거나, 랄프로렌(Ralph Lauren)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폴로(Polo)라는 스포츠를 알게 되는 것과 같다. 축구 또한 대중문화와 하위문화를 아우른다. 흔히 스케이트보드와 힙합을 일컬어 스트리트 컬처를 지탱하는 문화라고 하지만, 이는 미국 중심의 해석이다. 유럽에서는 축구가 스트리트 컬처를 상징한다. 영국에서는 축구가 노동자 계급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광팬으로 구성된 훌리건 문화가 만들어졌다. 훌리건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과거 VISLA 매거진에서 훌리건을 다뤘으니 확인해보자. 이들은 1970~80년대에 이르러 고급스러운 스포츠웨어를 추구하는 ‘캐주얼(Casual)’로 발전했고, 90년대 스트리트 컬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결국, 90년대 복고풍과 스트리트 컬처가 패션계에 영향을 미치는 지금, 축구는 빼놓을 수 없는 서브컬처인 셈. 이번 101에서는 월드컵 시즌을 맞아 축구라는 문화와 패션을 소개하려 한다.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가 패션 시장을 좌우하는 시대

왜 이와 같은 유행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흥미롭다. 어떤 유행이든 다 이유가 있기 마련. 물론, 2018년이 월드컵의 해이긴 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로고 플레이와 인스타그램(Instagram)이 패션 시대를 정의하는 지금의 세태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소셜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다름’을 드러내기 위해 올리는 ‘착용 샷’은 지금의 패션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다. 베르사체, 오프 화이트, 버버리(Berberry)를 비롯한 럭셔리, 하이엔드 브랜드가 축구 스카프와 셔츠를 전격적으로 런웨이에 올려놓으며 그 공세에 합류했다.

사실 패션과 축구는 크게 관련 없을지도 모른다. 스타 선수 대부분은 어린 나이부터 팀에 소속되어 연습에 몰두하기에 자신만의 패션을 연구하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후 이들이 보상으로 받는 금액은 천문학적이지만. 다른 면에서 그들에게 패션은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되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많은 스포츠 스타가 패션에 손을 뻗어 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소속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Paul Pogba)는 본인의 아디다스 서브 레이블을 갖고 있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데님 브랜드를 런칭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떨까? 각자의 생각에 맡기겠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자연스러운 흐름이 축구스타와 패션이 만난 전통적인 패러다임이었다. 이럴 때 스포츠는 허영심이 집약된 매개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좌: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 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응원 스카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축구와 패션은 새로운 접점을 찾은 듯하다. 최근 파리와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축구 스카프와 축구 유니폼은 다양한 사람들의 스타일로 대두됐다. 고샤 루브친스키, 그리고 베트멍(Betements),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선도한 유행이었다. 당시 두 디자이너는 자신의 컬렉션에 팬들이 평소 팀을 향한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입는 것처럼 축구 스카프를 포함했다.

 

트라이벌리즘(Tribalism)

최근 트라이벌리즘은 뚜렷한 경향성을 보인다. 티셔츠 앞에 ‘구찌(Gucci)’를 커다랗게 새긴 티셔츠도 트라이벌리즘의 표본이다. 슈프림(Supreme) 박스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은 길거리 스쳐 가는 이름 모를 이에게,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몰라도 동질감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축구 유니폼 또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축구 유니폼을 통해 표현된 트라이벌리즘의 개념은 디에고 마라도나(Diego Maradona)가 SSC 나폴리(SSC Napoli)에 소속되었을 당시의 유니폼에 영감받아 이탈리아 디자인 듀오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가 런웨이에 올렸던 2016년 가을 알타모다(Alta Moda) 컬렉션으로 대표된다.

돌체 앤 가바나가 이 유니폼을 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는 당시 남쪽과 북쪽의 사회 격차가 심했다. 산업화를 바탕으로 기업이 주도하는 북쪽과 달리 거친 땅의 시골이 대부분이었던 남쪽은 축구 경기에서 또한 격차가 나타났다. 지금 명문 축구 클럽에 해당하는 AC 밀란(AC. Milan), 유벤투스(Juventus), FC 로마(FC Roma), 인터 밀란(Inter Milan)이 이탈리아의 최상위 리그인 ‘세리에 A(Serie A)’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외에는 그 어떤 남부 팀도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1984년 마라도나가 SSC 나폴리에 합류하며 이탈리아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는 입단한 지 단 두 시즌 만인 1987년에 SSC 나폴리의 우승을 가능케 했다. 마라도나의 놀라운 저력은 무려 일곱 시즌 동안 계속되었고, 결국 나폴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기를 선물한다. 그는 이탈리아 남부에 축구 그 이상의 기쁨을 주었다. 나폴리 그리고 이탈리아 남쪽의 자존심을 세워준 셈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유산은 도시 전역의 벽화와 포스터를 통해 살아 숨쉬고 있다.

 

축구 유니폼 디자인의 황금기 90년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축구 유니폼 역사를 훑어보면 90년대 특유의 화려한 프린팅에 놀라게 된다. 난해하고 복잡한 패턴의 그래픽은 마치 약물을 복용하고 만든 디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쯤 되면 90년대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해진다.

80~90년대는 애시드 하우스(Acid House)의 황금기였다. 애시드 하우스는 하우스 장르 음악 스타일 중 한 갈래로, 1960년대 사이키델릭으로 회귀하는 사운드가 특징이다. 흥미로운 점은 90년대 유니폼 패턴에서도 애시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축구 광신도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훌리건 또한 애시드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애시드 하우스는 60년대부터 시작해 80년대에 붐을 이뤘으며, 1987년부터 애시드 하우스 신(Scene)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집단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 다른 음악적 움직임과 차별화된다. 흑인, 백인, 게이, 스트레이트, 악명 높은 훌리건까지.

 

이는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다.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유니폼이 다시 살아나고, 하나의 패션 경향을 형성한 이유는 ‘어글리 패션’이 유행하는 맥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난잡한 디자인이 그 당시에는 어떻게 멋진 패션으로 등장했는지 의아하지만, 단연 시대를 앞선 디자인임은 분명하다. 88년에 선보인 괴랄한 그래픽 패턴의 유니폼은 90년대 애시드 하우스 그래픽 패턴으로 흐름을 이어간다. 아래 영상을 보면 어떤 분위기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영국의 대중문화, 서브컬처의 많은 부분이 축구, 음악, 패션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축구와 패션이 연결되는 일련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50년대 테디 보이(Teddy Boy)와 60년대 초반의 모즈(Mods), 60년대 말의 스킨헤드(Skinhead) 그리고 70년대 말 모드의 부활(Mod Revival)이 있다. 캐주얼은 1980년대 초반 즈음부터 영국 전역으로 퍼졌다. 축구 응원 문화, 그중에서도 훌리건 문화에서 파생됐다. 하도 여기저기서 싸워대니 경찰의 표적이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 결과로 경기장 출입이 어려워지면서부터 80년대 말 애시드 하우스와 레이브(Rave), 매드체스터(Madchester)와 같은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문화가 득세하며 폭력적인 캐주얼 문화는 서서히 사라진다.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니폼 디자인

이번 한국 국가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 20년 전 유니폼 디자인을 부활시켰다. 1996년 한국대표팀 유니폼은 역사적인 유니폼 중 하나로 지금껏 한국이 유지해온 빨간색 상의와 파란색 하의 스타일을 뒤로하고 나이키의 클래식한 색 조합인 검정/빨강 컬러 배치에 상의 한 가운데 자리한 태극 문양 무늬로 다시 찾아왔다. 이는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컬렉터의 아이템이자 유니폼이다.

해외의 다른 팀 또한 이러한 물결에 합류한다. 특히 아디다스는 80~90년대의 유니폼을 본보기 삼아 러시아와 독일, 콜롬비아의 유니폼을 선보였다.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지속해서 선보이는 그들의 행보는 레트로 감성에 빠진 현재의 패션 흐름과 맞아떨어지며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이번 월드컵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화제를 모은 나이지리아 대표팀 유니폼 또한 같은 경우다. 1994년 월드컵에서 착용한 선명하고 밝은 초록색과 지그재그 패턴의 레트로는 물론, 나이지리아 국가대표팀의 마스코트이자 별명인 ‘슈퍼 이글스(Super Eagles)’에서 차용한 독수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정가 90달러의 홈/어웨이 유니폼 상의는 웹스토어에서 3분 만에 매진되었고, 매장에서는 3시간 안에 완판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아쉽게도 나이키는 재입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후 유니폼은 몇 배씩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디자인을 공개하고 6월까지 시판을 미뤘던 탓에 나이지리아 서부 라고스시에서는 정식 제품이 판매되기도 전에 ‘짝퉁’ 제품이 등장했는데, 나이키에서 판매하는 원제품이 매진되자 이 모조품 판매량 역시 올라가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발생했다. 정작 나이지리아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짝퉁이 더 잘 팔린다고.

 

축구와 패션이 주는 환희

최근 몇 년간 패션계에서 축구 문화를 다룬 역사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 중 안토니오 마라스(Antonio Marrs) S/S 2015 컬렉션은 과연 눈여겨 볼만하다. 현존하는 축구 구단의 유니폼을 기본으로 한 디자인이 위 영상에서 약 10분가량 등장하는데, 가히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영상 말미 디자이너와 모델 그리고 퍼포먼서가 함께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축구로 하나가 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클래식한 축구 유니폼과 안토니오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 축구 팬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재미가 쏠쏠한 컬렉션이다. 축구 관련 컬렉션에서 고샤 루브친스키와 버질 아블로가 스포트라이트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어쩌면 가장 본질적으로 축구 컬처에 접근한 컬렉션 중 하나다.

디자이너가 포착하는 청년 문화는 이미 동시대 패션을 선도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 지 오래. 축구도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음은 물론이다. 축구 경기를 만들어 내고 보는 행위, 열광하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 그것 또한 패션이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될 축구와 패션. 이 둘이 만들어내는 진한 환희와 스펙터클의 순간을 기대해본다.

글 │ 김나영
제작 │ VISLA, MU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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