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꿈을 그린 화가, Shigeru Komatsuzaki

공상과학이나 1960~70년대 고전 프라모델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 번쯤 위 화풍의 그림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뭔가 빈티지하면서도 세밀히 그려진, 독특한 색감의 위 그림은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코마츠자키 시게루(Shigeru Komatsuzaki)의 작품이다. 일본 쇼와 시대 활발히 활동한 코마츠자키 시게루, 당시 플라스틱 모형 상자와 각종 소년 잡지를 통해 상상력 넘치는 그림을 선보이며 무수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어린 시절 코마츠자키 시게루는 화가를 업으로 삼기로 하고 당대 일본화의 일인자로 불리던 슈소우 훗타(Hotta Shuusou) 아래서 수학하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지만, 자연 풍경을 그렸던 스승과는 달리 코마츠자키 시게루는 이때부터 군함이나 전차 등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슈소우 홋타를 떠나 홀로 그림을 그리던 중 일본 군부가 전시 포스터와 삽화를 그려달라고 요청, 시게루는 군부 아래서 오랜 시간 일본군의 사기를 높이는 전쟁 포스터를 제작했다.

 

전쟁이 끝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스승을 찾은 시게루는 스승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전쟁 중 군부를 위해 일했으니 너 역시 전범자라는 것. 이에 시게루는 몇 년간 붓을 손에 놓을 정도의 크나큰 후회와 상실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시름에 빠져 있던 어느 날, 한 어린이가 로켓 그림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새로운 시대의 어린이를 위한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이게 그 동안 전쟁에 일조한 자신의 죄를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참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그는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 어린이를 즐겁게 할 공상과학 관련 그림을 꾸준히 그려냈다.

거대 로봇과 괴수, 전함과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자동차 등 지금에 와서도 감탄할만한 놀라운 디테일의 삽화가 두 눈을 즐거이 한다. 몇 십 년간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려 일본 공상과학 출판을 지배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1995년 그가 거주하던 집에서 일어난 화재로 상당량의 작업물이 전소되어 남아 있는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시게루의 삽화가 삽입된 고전 프라모델 박스가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 상당히 비싼 값에 거래된다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 예술가, 혹은 전범자 시게루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혼란한 시대 속 예술가로서의 인생 격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과오에서 창작된 참신한 예술은 보는 이에게 복잡한 여운을 남긴다. 아래의 링크를 통하면 코마츠자키 시게루의 더욱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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