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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Polar Skate Co.의 새로운 풀렝스 *We blew it at some point* 리뷰

풀렝스 스케이트보드 영상은 왜 대부분 스케이터별로 파트가 나눠져 있을까? 한 명이 1절을 부르고 2절은 다른 사람이 부르는 래퍼들처럼 스케이터의 파트를 구분하는 게 일반적인 풀렝스 영상 문법이다. 내가 겪은 바로도 스케이터는 자기 영상이 흩어져 있는 것보다는 모인 상태를 선호한다. 본인의 스케이팅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원하기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통적인 풀렝스 영상은 파트의 구분이 뚜렷해서 파트 순서가 큰 의미를 가진다. 누가 첫 번째 파트를 맡았는지, 가장 조명을 받는 엔더(마지막 파트의 마지막 트릭)는 누가 차지했는지 중요해진다. 과거 외국에서는 파트 순서로 스케이터가 회사와 다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We blew It at some point”는 풀렝스 영상인데도, 파트 구분이 무의미하다. 1절, 2절처럼 나눠진 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앙상블처럼 여러 명이 뭉쳐서 하나의 소리를 내는 쪽에 가깝다. 로만 곤잘레즈(Roman Gonzalez) 이름이 나오고 15초 만에 음악이 꺼지고 데인 브래디(Dane Brady)의 컷이 나오는 것처럼, 어느 한 명이 한 파트를 독차지하지 않는다. 대신 각 스케이터의 클립이 잘게 나눠져서 섞여있다.

덕분에 “We blew it…”의 하이라이트는 한 명의 엔더가 차지한 게 아니라, 모두에게 정교하게 분배되어 있다. 폴 그룬드(Paul Grund)는 영상의 제목을 직접 말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제목이 뜨는 순간까지 메인 테마를 독점했다. 오스카 로젠버그(Oskar Rozenberg)의 프론사이드 앨리웁 노즈블런트는 중간에 나오지만 “One more time”이란 자막과 함께 뒷부분에 다시 나오며 하이라이트가 된다. 닉 보세리오(Nick Boserio)는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등장하며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데인 브래디는 엔딩 크레디트 뒤에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에밀 로랑(Emile Laurent)은 폴라의 로고가 나오기도 전의 긴 라인을 독차지한다.

같이 보드를 타는 친구로서, 하나의 팀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위해 편집자 폰투스 아브(Pontus Alv)는 이와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 예전 인터뷰에서 그는 파트 1, 파트 2, 파트 3과 같은 구분이 싫다고 밝혔고, 그 예로 반스(Vans)의 “Propeller”는 다 보기도 힘든 영상(“I didn’t like the video, it’s unwatchable”)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개성 있는 스케이터들이 자연스럽게 섞여서, 끊기지 않는 흐름으로 보드를 타는 모습. 실제로 그게 우리가 스팟에서 타는 모습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폴라의 스케이터는 폰투스의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여전히 자기 파트가 온전히 따로 존재하길 원할까. 영상을 보는 내내 행복했던 나처럼, 그들도 기분이 좋았으면.

이 영상이 담은 폴라의 고유한 이야기도 특별하다. 전작 “I Like it Here Inside My Mind, Don’t Wake Me This Time”에서 풋풋한 소년이었던 데인 브래디는 이제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난 청년으로 성장했고, 오스카는 이제 대회를 휩쓸고 있다. 대회 당시 인터뷰 오디오를 크레디트 부분에 넣은 것을 보면, 폰투스가 그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느껴진다. 아빠 같다고 해야 하나. 닉 보세리오의 이름은 2분 53초에 뜨지만, 3분 40초에 한 번 더 뜬다. 다른 스케이터의 이름은 대부분 한 번씩만 나오는데, 닉은 두 번이다. 폰투스가 닉 보세리오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느껴진다. 브랜드의 풀렝스 영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개인적이고 소박한 면이다. 이런 인간적인 이야기가 폴라의 스케이터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13년 동안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이 내 친구처럼 느껴졌듯이.

가수들은 이제 정규 앨범을 내지 않고, 디지털 싱글을 낸다. 스케이트보드에서도 풀렝스 영상이 설 자리가 줄어들었고 인스타그램 클립이 대세가 됐다. 폴라의 이번 풀렝스 영상은 그런 세태와는 상관없는 것 같다. 개인적이고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스케이팅. 이렇게 특별한 영상은 정말 오랜만이다.

ps: 전작 “I Like it Here…”에 이어 헤드 필르머로 활약한 토르 스트륌(Tor “Tao” Ström)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참고로 그의 비메오 계정에 들어가 보면, 이번 풀렝스에 실린 세션의 다른 클립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글 │ 양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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