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AKER LOVE: 김수찬

스니커 러브(SNEAKER LOVE)는 말 그대로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 신발에 관한 이야기다. 발을 감싸는 제 기능 이상으로 어느덧 하나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스니커. 이제 사람들은 신발 한족을 사기 위해 밤새도록 줄을 서고, 야영하고, 심지어는 매장문을 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손에 넣고자 한다. 그들이 신발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VISLA와 MUSINSA가 공동 제작하는 콘텐츠, 스니커 러브는 매달 한 명씩 '신발을 무진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가 아끼는 스니커의 이모저모를 물을 예정이다. 애인보다 아끼고, 엄마보다 자주 보는 스니커,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비슷한 관심사를 향유하는 모임, 베이스크림(BASECREAM)은 이렇게 탄생했다.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젊은 친구들이 흥미로운 일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들은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한국 서브컬처 신(Scene)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2018년 마지막 스니커 러브를 장식할 주인공은 베이스크림의 시작인 인물 김수찬이다.

하나의 스타일,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매 순간 다양한 시도로 스트리트 패션을 해석하는 김수찬이 준비한 스니커즈 컬렉션은 무엇일지. 아래의 인터뷰와 함께 확인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스트리트웨어 편집 스토어 카시나(Kasina)에서 일하고 있다. 더불어 베이스크림이라는 크루의 디렉팅을 맡고 있기도 하다.

 

5년째 베이스크림을 이끌고 있는데, 어떤 목적을 가진 크루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

처음 시작할 때 어떤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크루는 아니다. 서브컬처라는 문화권에 얽혀있지만, 그 내부에서 좋아하는 것이 각기 다른 이들이 모이면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모이게 된 집단이다. 구성원 대부분 스트리트 컬처를 바탕으로 한 패션과 음악을 즐기며, 실제 그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도 많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지 않나. 베이스크림은 끼리끼리 모여 어느새 가족이 되어버린 편안한 모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의 인물이 모여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 베이스크림의 시작은 숍 스태프가 주를 이뤘다. 카시나를 비롯해 예전 로닌(Ronin)이나 스케이트보드 숍 케이던스(Kadence)에서 일하는 친구 등 비슷한 직군의 친구가 모였고, 이후 뮤지션, 아티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함께하며 베이스크림의 움직임에 활기를 더했다.

 

어떤 계기로 카시나에서 일하게 되었나.

지금 이러한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어린 시절 국내 힙합을 듣고, 그 문화와 함께 자랐다. 자연스레 좋아하는 뮤지션을 동경하고 그의 스타일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나 역시 그랬다, 힙합 뮤지션을 보고 그들이 입는 스트리트웨어에 관심이 생겼다. 그런 스트리트웨어를 파는 숍이 카시나였지.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때만해도 카시나처럼 스트리트웨어 편집숍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숍에서 일하는 ‘형’들을 보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저런 스니커를 구매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나도 저런 멋있는 사람이 돼야지’ 하는 마음이 나를 지금의 이 길로 들어서게 했다. 하하.

 

짧지 않은 시간 숍스태프로 일했다. 국내 스트리트웨어 마켓, 동향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시각이 있을 텐데.

한국은 유행이 너무 빠르다. 매 시즌 유행하는 ‘룩’이 있으며, 그걸 구매하는 소비층 역시 너무 빨리 바뀐다. 스트리트웨어 신의 초석을 다진 브랜드 스투시(Stussy)를 예로 들자면, 많은 이들이 스투시 로고가 크게 프린팅된 기본적인 디자인의 제품은 쉽게 구매하지만, 빈티지한 제품이나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제품은 조금 꺼리더라.

 

누구나 처음 구매한 스니커에 대한 애착이 강할 텐데, 본인의 첫 스니커는 무엇인지 소개해줄 수 있나?

어린 시절, 제일 갖고 싶었던 스니커는 베이프(Bape)의 베이프스타(Bapesta)와 뉴발란스(New Balance)의 MT580이라는 모델이었다. 당시 쉽게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었지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구매했다. 인터넷 중고시장을 뒤져 힘들게 신발을 구매했는데, 그 상태가 정말 가관이었지. 하하. 비록 낡은 제품이었지만, 원하는 스니커를 용돈이 아닌 내가 직접 번 돈으로 구매했다는 즐거움에 기분 좋게 신고 다녔다.

 

오늘 가져온 스니커의 테마라면.

특별한 테마는 없다. 요일별로 갈아 신는, 요즘 제일 자주 착용하는 스니커를 가져왔다.

 

스니커의 스타일이 각기 다른 점이 재미있다.

스니커를 구매할 때 특별히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브랜드, 외형의 스니커를 착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를 표현하는 스타일링에 어울리는 스니커라면 어떤 스니커든 좋다.

 

베이스크림의 브랜드 프로덕트도 전개하는 것으로 안다, 어떤 콘셉트의 브랜드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

전문성이 없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베이스크림은 그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게 좋아서 시작했고, 여전히 그런 마음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사실, 브랜드를 전개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그저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정도의 걸음마 단계다. 다만,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브랜드를 보면, 옷을 잘 만드는 브랜드보다는 특유의 감성을 지닌 브랜드에 가까웠다. 최근 좋아하는 브랜드로 FTP를 꼽을 수 있는데, 진짜 본인들이 옷을 좋아해서 만드는 티가 난다. 이렇게 베이스크림 역시 5년 동안 해온 다양한 활동이 프로덕트에 묻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조금 더 큰 규모로 전개하는 시점이 왔을 때, 과거의 프로덕트가 밑바탕이 되었으면 해서 이런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베이스크림이라는 카페까지 오픈했다. 새로운 장소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베이스크림의 멤버 대부분을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술을 즐기지 않아서 만나면 주로 커피를 마셨다. 지금은 없어졌는데, 합정역 부근에 고래다방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그 카페에서 처음으로 회의도 해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시절이 계속 마음에 남더라. 다시 예전처럼 모일 수 있는 장소를 가지고 싶어서 베이스크림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열었다.

 

카시나는 국내 스트리트웨어 신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숍이다. 그 역사만큼 많은 스니커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인상 깊은 협업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부산 롯데 자이언츠를 주요 콘셉트로 제작한 리복(Reebok)과의 협업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롯데 자이언츠의 연고지인 부산에서 카시나가 탄생했고, 이에 따라 과거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부활시켜 컬러웨이와 갖가지 디테일을 더한 점이 상당히 신선했다. 스니커와 함께 발매한 스타디움 재킷 또한 훌륭하다.

 

다양한 외형의 스니커가 눈에 띈다, 특별히 선호하는 외형의 스니커가 있는지.

어린 시절부터 오리수(Orisu)나 DC 슈즈(DC Shoes)와 같은 두꺼운 보드화를 즐겨 신었다. 당시 나이키 덩크 SB(Nike Dunk SB)의 인기가 가장 절정일 때였고, 그런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날렵한 형태의 스니커보다는 두꺼운 형태를 가진 묵직한 외형의 스니커를 좋아한다.

 

최근 재미있는 현상이라면 스니커의 레트로 형태에 조금씩 변주를 주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니커라면 복각하면서 발생하는 미묘한 변화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유행을 반영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 난 호의적인 입장이다.

 

혹시 아직 가지지 못한 드림슈가 있는지.

아까 말했듯이 FTP라는 브랜드를 정말 좋아한다. 이전 FTP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허프(HUF)가 협업한 스니커가 발매된 적 있다. 별 반응이 없을 것 같아 발매 시간보다 조금 늦게 판매 웹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웬걸 모든 제품이 품절됐더라. 언젠가 사야지 생각만 하면서 아직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하하.

 

FTP x DC Shoes: E. TRIBEKA

가장 최근 FTP와 DC 슈즈가 협업한 스니커다. 이 스니커 역시 너무 빠르게 품절되어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없었다. 이후 이베이(eBay)를 뒤져 웃돈 주고 구매했다. 스케이트보드 슈즈 브랜드에서 발매했지만, 보드 슈즈 같지 않은 디자인이 아이러니한 재미를 준다.

 

DIME x DC Shoes: LEGACY

구매 후 가장 많이 착용한 신발이지 않을까. 에어 맥스를 닮은 외형에 컬러링 역시 비슷하게 설정한 모델이다. 완전 옛날 스케이트보드 슈즈처럼 혀가 굉장히 두껍다. 단단하게 발을 잡아주는 느낌이 좋아서 자주 착용했다. 옛 스케이트보드 슈즈답게 투박한 멋이 있는 스니커다.

 

DUNK SB Dunk Low De La Soul 

과거 하이 모델로 나온 덩크 SB 데라소울 하이 모델을 로우로 재해석해 레트로된 스니커다. 예전 같았으면 굉장히 큰 인기를 끌었겠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좀 미미했다. 하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구매했다. 당시에는 데라소울이 뭔지도 몰랐다. 협업 스니커를 통해 브랜드뿐 아니라 뮤지션, 그래피티 아티스트와 같은 여러 아티스트를 알게 된다. 이게 스니커 게임의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BAPE BAPESTA

친구가 운영하는 숍에서 구매한 베이프스타다. 컬러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베이프의 아이덴티티인 샤크가 새겨진 스니커 밑창이 너무 멋졌다. 더군다나 최근 베이프에서 발매하는 베이프스타가 전무 카모플라주 일색이라 이런 심플한 컬러링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Nike Air Max 1/97 Sean Wotherspoon

발매 전부터 많은 이슈를 끌었던 스니커다. 에어 맥스 97의 어퍼에 에어 맥스 1의 아웃솔을 더한 발상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무엇보다 색 배합이 너무 멋져 구매했다. 이런 컬러의 맥스가 또 언제 나오겠나. 션 우더스푼 사람 자체도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굉장한 사람이더라.

 

ASICS GEL-Mai Knit x Patta

아트모스(ATMOS) 서울 오픈 초기 때 놀러 갔다가 구매했다. 평소 아식스라는 브랜드를 관심 있게 보지 않아 아직도 이 스니커가 어떤 시리즈인지 잘 모른다. 하하. 단순히 외형에 반해 구매한 신발이다. 하하. 일본의 대표적인 스니커 브랜드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협업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컬러링도 정말 매력적이고. 일본에서는 줄까지 서서 구매할 정도로 큰 이슈였지만, 국내에서는 큰 반응이 없어 아쉬운 스니커이기도 하지.

 

Stussy x Dr. Martens

평소 워커를 즐겨 신지 않지만, 코트를 입거나 조금 더 캐주얼한 복장이 필요한 자리에 정말 유용하다.

 

Converse One Star x A$AP NAST

오혁에게 선물 받은 컨버스 척 테일러다. 에이셉 맙(A$AP MOB) 크루의 래퍼 에이셉 내스트와 컨버스 원스타의 협업 스니커로 국내에서는 발매하지 않고, 미국에서만 소량 발매했다. 너무 가지고 싶어 이 스니커를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수소문하다가 결국 컨버스 모델인 오혁에게도 부탁했지. 정말 고맙게도 어느 날 생일 선물이라며 이 스니커를 줬다. 오늘 가져온 스니커 중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진행 / 글 │ 오욱석
사진 │ 강지훈
제작 │ VISLA / MUSINSA

* 이 기사는 무신사 매거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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