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클럽 ‘SCRAMBLE’ 1주년 파티 @scramblejeonju

서울 외 로컬 음악 신(Scene)이 자생으로 성장을 이루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내가 자라난 경북 포항만 생각해봐도 말이다. 포항엔 일단, 흔한 클럽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댄스 플로어라고 해봤자, 예능 프로에서 큰 인기를 얻은 연예인 혹은 트로트 가수가 입담으로 꾸미는 성인 나이트 무대 그리고 클럽을 일부 모방하고 있는 감성 주점 정도가 전부였다. 또 한 손엔 마이크, 한 손엔 스마트 폰을 든 버스킹 그룹이 취미와 꿈이란 명목하에 도시의 소음을 빚어내는 게 전부였다. 사실 이들 모두 자립적으로 생겨난 문화라고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 따라서 서울 외 지역 사람들이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소비하려면 주로 집 한구석에 놓인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다. ‘방구석 리스너’라는 말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알 수 있는 맥락이다.

방구석 소비문화에 익숙해져 클럽 레이브 문화가 생소한 지방의 댄스 음악 신에서 어떻게든 자립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속담에 빗대어 이야기한 이가 있었다. 바로 전주에 위치한 언더그라운드 클럽, 스크램블(SCRAMBLE)의 디렉터, 디제이 나라카(DJ Naraka)다. 전북대 앞, 대학로의 작은 건물 4층에 자리 잡은 클럽 스크램블은 지난 2017년 12월 16일부터 전국 각지의 디제이 / 프로듀서와 함께 파티를 진행했다고. 덕분에 전주에선 절대 흔치 않았을 베이스, 테크노, 하우스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 각지와 전주의 음악적 간극을 줄이기 위한 시도에서 “여기는 디제이가 직접 디제잉을 해서 좋아요.”라는 아이러니한 말까지 들었던 디제이 나라카는 전북 레이브 신의 자립을 위해, 전북 거주민을 대상으로 디제이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니, 그야말로 전주 음악 신의 구세주가 탄생한 셈이었다. 그리고 저돌적이었던 행보를 뒤로 12월 21일, 스크램블은 1주년을 맞아 생일 파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1주년 파티는 지역 주민들에게 1년간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던 스크램블이 지난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회상할 것인지, 또 앞으로 어떻게 신을 구축할 것인지 엿볼 수 있는 생일잔치가 되리라. 전주로 훌쩍 떠날 계획이 있거나 주변에 거주 중인 이들이라면 한번 스크램블을 찾아가 보자. 정말 달걀이 먼저 부서지는지, 아니면 바위를 부술 만큼 단단한 돌덩어리로 변할 수 있을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절호의 기회가 될 테니.

SCRAMBL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일시 │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PM 9:00 ~
장소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명륜3길 17-2 4F
입장료 │10,000 KRW  (+1free d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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