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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2019년 1월 18일, 한날에 공개된 주목할 만한 앨범 4선

2019년 1월 18일. 국가 공휴일도, 특별한 누군가의 기념일도 아닌, 그저 평범할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유는 이날 발표될 앨범 목록을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좋아하던 해외 뮤지션의 앨범 또한 발표된다는 소식에 난 기대로 가득 찬 2주를 보냈고, 마침내 1월 18일을 맞이했다. 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로 우르르 쏟아져나온 앨범을 쌍수 들어 환영했고, 평범한 금요일과 연이은 주말 사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천천히, 즐겁게 감상하였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앨범 중,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앨범을 조금 추려서 소개하려고 한다. 사심이 다소 담겼지만, 1월 18일, 음악으로 뜨거웠던 날을 다시 천천히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 작성한 글이니, 무심코 지나친 앨범이 있다면 이 기회에 천천히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James Blake – [Assume Form]

푸른 빛의 흐릿한 초상, 차가운 담벼락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먹색의 수채화. 모두 어딘가 차갑고 우울한 커버아트다. 그리고 이에 맞물린 음울한 R&B 보이스는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를 ‘Sad Boy’라는 떨떠름한 별명으로 포장하기 딱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더는 우울하지도 않으며, 소년도 아니게 된 제임스 블레이크는 자신에게 눌어붙은 ‘Sad Boy’라는 별명을 떼어내기 위해, 이마까지 멀끔히 드러낸 본인의 모습을 앨범 [Assume Form]에 담아냈다. 도미닉 메이커(Dominic Maker),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안드레 3000(André 3000) 등과 함께.

 

Sharon Van Etten – [Remind Me Tomorrow]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어지러운 방과 천연덕스러운 두 꼬마의 모습에 질색할지언정, 결코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할 앨범 [Remind Me Tomorrow]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샤론 반 이튼(Sharon Van Etten)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포크 기타와 고혹적인 목소리를 통해 음악으로 승화시켰고, 전작인 [Are We There]에선 신시사이저, 드럼머신 등 다양한 악기군을 형성함과 동시에 감미로운 편곡으로 다채로운 멜로디를 일구는 데 성공한 그녀다. 앞만 보고 전진하는 그녀는 이번 앨범 [Remind Me Tomorrow]에서 또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새로운 사운드를 도입, 자글자글한 퍼즈 노이즈가 그 주인공이 되겠다. 그리고 조금 더 집중하여 들어보면, 관능미 넘치는 샤론의 보이스와 맞물린 다양한 악기군 또한 생생히 접할 수 있다. 사실 이미 샤론의 보컬을 한번 들은 이들이라면, 이름만으로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Toro Y Moi – [Outer Peace]

어느덧 미국의 인디 레이블 카파크(Carpark Records)에서 데뷔 10년을 맞은 토로 이 모아(Toro Y Moi)가 11월 예고한 대로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Outer Peace]를 1월 18일에 발표했다. 미리 공개된 “Freelance”와 첫 번째 트랙 “Fading”을 통해 훵키하며 댄서블한 디스코, 하우스를 함축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최근 주류 음악인 ‘트랩’을 앨범 중간중간 끼워 넣었다. 하지만 ‘Les Sins’라는 이명의 프로젝트를 통해 하우스, 덥스텝 등 다양한 리듬을 일찌감치 섭렵해온 체즈 베어(Chaz Bear)였기에 딱히 놀랄 것도 없다. 되려 다음 행보에선 어떤 비트를 차용할 것인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Christoph De Babalon – [Hectic Shakes]

크리스토프 드 바바론(Christoph De Babalon)은 2018년, 자신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If You’re Into It, I’m Out Of It]을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리마스터링, 재발매하며 주목을 받았다. 다크 엠비언트, 드론, 정글, 브레이크 코어 등 이름만으로도 어둠의 냄새가 풍기는 음악으로 포진된 앨범 [If You’re Into It, I’m Out Of It]은 1시간 17분의 긴 호흡을 자랑하는데,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평하자면, 앨범의 완급 조절 면에서 엠비언트 파트의 지나친 시간 소비에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1월 18일 공개된 EP [Hectic Shakes]는 엠비언트와 정신없이 흔드는 정글 리듬의 빌드업, 그 비율에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또 지금까지 정글의 덥 베이스, 스피디한 리듬이 밝은 멜로디와 음과 양의 지분을 정확히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크리스토프 드 바바론의 음악을 반드시 들어보길. 새로운 느낌을 전해 받으리라 확신한다. 어둠에 점층적으로 쌓이는 더 깊은 어둠이란 아무래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니.

황선웅
황선웅 / Sun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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