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에 물든 도시의 밤을 포착하는 Nick Turpin의 ‘Auto’ 시리즈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결코 잠드는 법이 없다. 해가 지고 밤이 돼도 도로 위로는 형형색색의 차들이 길게 늘어서고, 각종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판들이 지나가는 인파를 비춘다. 상업화된 도시의 일상은 그야말로 끝없는 유혹과의 공생.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광고에 노출되어 있는가?

닉 터핀(Nick Turpin)은 매년 독립 출판사 혹스턴 미니 프레스(Hoxton Mini Press)와 함께 스트릿 포토그래피 페스티벌인 ‘스트리트 런던(Street London)’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다. 그의 최근작 ‘오토(Auto)’ 시리즈는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각종 광고들과, 어린 나이부터 ‘소비자’로 길러지는 상업화 시대 속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가 주목한 장면은 굴곡진 차체에 광고판의 빛이 반사되는 순간들. 도시의 삶을 상징하는 ‘자동차’와 ‘광고’라는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담기 위해 그는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에 설치된 785m² 크기의 대형 광고판으로 향했다. 거리의 솔직한 장면들을 담기 위해 그는 신호등 앞에서 차들이 대기하는 짧은 순간을 활용했고, 어두운 밤에도 조리개값을 f11로 맞춰놓은 카메라를 맨손으로 들고 촬영했다. 그렇게 완성된 그의 사진 속 차체들은 현란한 광고의 빛에 흠뻑 젖어 우리를 유혹한다.

‘오토’ 시리즈는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오늘도 도시의 밤을 거니는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코카콜라의 빨간색, 혹은 엑스박스(Xbox)의 초록색으로 물들어있지는 않을까?

Nick Turpin 개인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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