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ICH

크루 옌타운(YENTOWN) 소속 오키나와 출생의 아티스트 아위치(Awich)가 2017년 내놓은 정규 앨범 [8]은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일본 전역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여성에겐 힘을, 남성에겐 야심의 원천이 되고 싶은 그가 [8]에 담은 거침없는 이야기는 개인의 각오, 행복, 불행을 담은 만큼 많은 청자의 마음에 닿았다고. 특히 친딸과 등장한 “Ashes”의 뮤직비디오는 실제 불행한 사건으로 생을 마감한 배우자의 이야기를 다뤄 지금도 회자된다. 따라서 그 후속 앨범으로 발매한 EP 2장, [Heart]와 [Beat]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이 많을 것.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눈 대화를 하단에 공개한다.

 

이전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 아위치와 지금의 아위치는 꽤 다른 것 같다. 새로운 EP의 가사를 읽고 더욱 그렇게 느꼈다.

그런가? 하하.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지는가.

 

예전 앨범이 개인적인 관계 속에서 발생한 감정을 적은 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에는 본인의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자신의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 이번 수록곡 “So What”에서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헤이터를 다룬 것이 그 예시겠다.

음, 실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옛날부터 누가 뭐라고 해도 듣기 좋은 부분만 기억했거든. 욕을 먹어도 기본적으로 ‘누구세요?’라고 생각해버리니까 별로 험담 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뭐 그런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요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랄까, ‘그래서 어쩌라고. 너는 설득력이 없다’라는 태도를 견지 중이다. 까놓고 말해 별로 신경 안 쓴다.

 

”So What”도 그런 느낌이다.

옌타운의 프로듀서 챠키(Chaki Zulu)도 “장난치듯 해야 뭐든 된다”라고 하더라. 힙합이란 건 놀면서 자연히 이뤄지는 것이니 한 번 까불어보자는 생각과 행동. 그런 각각의 것이 모여 지금 나의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누군가에게 이러쿵저러쿵 험담을 들으면 역시 짜증이 나지만 그 사람이 사실은 나를 굉장히 좋아해서 그렇게 말한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거든. 그래서 악성 댓글도 마찬가지로 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감정을 표현한 행위라 생각해버린다. 하하. 내게서 관심을 떨치고자 그렇게 심술궂게 구는 거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켜도 그런 사람이 찾아온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일부러 보러 오는 것도 애정의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 하하. 저번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보던 이들이 내 딸 토요미(Toyomi)가 “잘자”라고 내게 말한 것을 듣고 “딸이 자는데 이런 걸 하다니, 불쌍하다”라든가, “시끄러운 엄마네”라며 댓글을 달더라. 그래서 나도 그 사람들을 호명하며 대응했다. 그걸 멀리서 들은 토요미가 “뭐야, 뭐야”라고 하며 관심을 보이길래, “뭔가 엄청 잔소리하는 사람들이 이런 시끄러운 엄마를 둬서 딸이 불쌍하대”라고 전해줬지. 그러자 위층에서 잘 준비 하던 딸이 갑자기 폭발했다. 하하. 아래층으로 내려와 영어로 “I was just joking, OK? My mom is just working! 다른 사람의 가정에 참견하지 마! 그럼 잘자 바보야”라고 내뱉고 다시 가더라. 인스타그램에서 다들 “Toyomi Gang” “부모님 Gang Shit” 같은 댓글을 남겼지. 정작 원인이 되었던 사람은 잠자코 있다가 “꽤 나쁘지 않네. CD 살게요”라는 말을 건네더라. 하하. 이런 거라면 좋다고 생각한다. 보통 그런 짓은 철없는 행동이니 역시 나를 좋아하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거겠지. 정리하자면, 증오를 증오로 답하는 대신 사랑이나 웃음으로 감싸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을 곡에 가사로 담으며 정말로 헤이터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개인 소셜 미디어에 남기는 글과 곡의 가사는 깊이에서도 차이가 클 것 같다.

사실 글 쓰는 행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개인 SNS 계정에 적은 글을 그냥 곡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버릴 때도 있지. 곡으로도 굉장히 멋지게 나오겠다 싶은 소재는 많이 있으니까. 볼 때마다 메모하거나 기억해두고 나중에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의식의 차이다.

 

같은 맥락으로,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하는가.

안 한다.

 

전혀?

그렇다.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에 찾는 행위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찾으러 가는 여정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수고스럽게 나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한다. 감사히 여겨야 하는 것을 소홀히 할 것 같다. 정말 나에게 전하고 싶은 어떤 좋은 마음을 위해 라이브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기 위해서라도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이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판단인가.

맞다. 아무 말이나 써서 올리는 건 참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얕은 말에 휘둘린다는 건 마땅히 느껴야 할 고마움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카와소에(川副) 매니저: 우리가 가끔 아위치에게 알려준다.

하하. 좋은 정보만 알려주더라. 다른 사람 험담은 들어도 별 감흥 없지만, 그 화살이 자신에게 쏠린다면 민감해지기 쉽지 않은가. 매니저 카와소에는 얼음같이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니 그에게 내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게끔 부탁한다. 하하. 사실 꼭 그렇게 안 하더라도 옌타운의 트위터 계정으로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한 크루의 멤버로 성숙해 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동의한다. 혼자 일하는 것보다도 몇 단계 위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있으니 아이디어 단계에서 공유하고, 음미할 수 있다. 그래서 곡의 완성도 빠르다. 만약 나 혼자 틀어박혀 작업하고 묵힐 대로 묵힌 곡을 발매했을 때 부정적인 평을 들으면 반발심이 먼저 들지 않겠나. 그리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그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괜히 의심하게 된다. 지금 나는 그런 의심 없이 초기 아이디어의 단계에서 좋고 나쁜 얘기를 나누며 팀과 함께 곡을 만든다. 역시 제대로 목표를 공유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야만 한다.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있으니 사소한 의견도 존중할 수 있고 진행이 빨라져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여러 의미로 레벨업하는 것 같다.

 

라이브 퍼포먼스도 이전보다 역동적으로 레벨업한 것 같다.

그렇다. 수완 좋은 매니저 덕분에 라이브나 퍼포먼스 이외의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라이브를 위해 운동 중이라고 들었다.

맞다. 작년부터 라이브 요청이 늘어 각지로 이동이 잦다. 몸의 피로가 많이 쌓였다. 혹여나 지방으로 공연하러 가면 그 지역의 특산 음식을 엄청나게 먹으니까. 폭음, 폭식까지. 심지어 항상 심야까지 일이 있으니 신체 시간도 엉망진창이었다. 역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즈음 오키나와로 돌아가 보니 우체통에 새로운 개인용 헬스장이 오픈한다는 전단이 들어 있더라고. 심지어 내가 사는 집의 같은 건물 같은 층에 말이다. 부자가 되어 집에 헬스장을 만들자고 줄곧 말해온 내 꿈이 이뤄진 듯 집에서 다섯 발자국 정도 거리에 헬스장이 생겼다. 하하. 그 헬스장의 구조가 우리 집과 너무 비슷해 다들 집에 헬스장이 생긴 거라고 착각하더라.

 

지금 그 헬스장에 다니고 있나.

그렇다. 나의 목표를 이야기하면 트레이너도 자신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고 열의 있게 대해준다. 천사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잘생겼고. 하하. 벌써 푹 빠진 느낌이다.

 

실제로 운동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나?

역시 목소리. 몸은 악기다. 악기처럼 근육과 몸속의 공간이 울리며 소리가 나기에 몸을 잘 쓰기 위해선 그 감각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목소리를 내다가 복근에 힘이 빠지면 내장이 아래로 떨어져 횡격막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목으로 악쓰게 되는 거지. 반대로 복근을 단련해 내장을 위로 올리면 소리가 엄청나게 나온다. 게다가 몇 시간이나 노래해도 멀쩡하게끔 몸이 변하더라. 역시 이렇게 퍼포먼스와 성장 방법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내가 라이브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 앞에 서는 게 좋고, 주목받는 일도 좋아하고, 그러다 보면 기분이 좋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레벨업할 수 있을지 날마다 생각한다. 솔직히 몇 번이고 똑같은 내용으로 공연하면 지루하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한다. 밥 먹거나 놀면서도 어디 영감을 얻을 만한 곳이 없나 체크한다. 이렇게 말하면 타산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일이 좋으니 어쩔 수 없다.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걸 귀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랩을 진실하게 좋아하는 것이 아니겠지. 돈, 인기 같은 다른 요소가 더 좋다면 랩을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 자신이 참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더 행복할 거다. 좋은 의미로 말하는 거다.

 

하하. 맞는 말이다.

아, 또 트레이닝은 잘생긴 남자가 중요하다. 하하. 잘생긴 남자는 정말로 중요하지. 그 사람이 잘생기지 않았다면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지 않았을 거다. 우리 집 몇 보 앞에 잘생긴 남자가 기다리면 갈 수밖에 없잖아. 하하. 좋아서 하는 일에는 이렇게 몸이 절로 움직인다.

 

EP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앞서 작업 속도가 올랐다고 언급했다. 이번 EP는 그 덕을 크게 본 작품이라 봐도 좋을까.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시간이 제법 걸렸거나 순식간에 완성된 곡이 섞여 있으니. 어떤 곡이 낫다 아니다 말하기보다는 전부 소중한 작업이라 하겠다. 가능한 접근 방법이 두 개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도 높아졌고.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을 잡는 일이더라. 어떻게든 곡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듀서와 크루 덕분에 가능한 고민이었지. 더 진행하고 싶은 곡과 고민이 되는 곡 사이의 선택을 내리며 판단력을 기른 것 같다.

 

큐에틱(Qetic)의 인터뷰에서 “종이비행기(紙飛行機)”는 꽤 오랜 시간 걸려 완성한 곡이라고 언급했다.

오랜 시간 작업한 곡이다. 대단한 아티스트의 곡을 샘플링했으니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꼭 좋은 곡으로 만들겠다 다짐한 내 의지도 한몫했지. 크루 내 찬반 의견이나 역시 나올 법한 “원곡이 역시 더 좋은데”라는 반응도 고려하고 작업에 임했다. 목표는 내가 평생 들을 수 있는 곡, 언제 들어도 좋은 명곡이었다. “색채의 블루스(色彩のブルース)”를 기초로 작곡하는 것이니 이왕이면 엄청 좋은 곡을 뽑아 보자고 챠키와 다짐했다. 써내린 가사를 한마디씩 챠키와 함께 읽고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끝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또 그다음 날 이동하는 차와 스튜디오에서 들어보고 또 챠키와 얘기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아이폰으로, 자동차 스피커로 작게 혹은 크게 들어보며 타협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든 곡이다.

 

그럼 원곡 “색채의 블루스”는 예전부터 알던 곡이었나.

옛날 사촌 언니를 통해 알게 된 곡이다. 발매 당시 그 뮤직비디오도 자주 방송을 탔는데 너무 멋지더라고. 이 곡을 내가 노래하니 마니 생각한 건 꽤 나중의 이야기다. 가수의 사고방식과 그의 가사가 멋지다고 생각한 것 역시 최근의 일이지.

 

원곡의 가사를 다시 봤는데,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이더라.

맞다. 가사를 쓰며 나 역시 몇 번이고 읽었지만 이해가 잘 안 돼서 곤란했다. 그래도 원곡 가사를 읽으면 왠지 모르겠지만 소름이 끼치더라. 그 이유를 알고자 연구에 돌입했다. 그렇게 가사의 의미를 찾다 문득, 의미보단 그가 전달하는 감각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대단한 가사다. ‘알코올의 강을 천천히 걷는다’는 부분만 봐도 그렇다. 확실히 이상하다. 하하. 그래도 그게 너무 멋지다. 멜로디와 리듬에 딱 묻는 가사가 이런 거구나 싶더라. 그렇다고 쿨하게 들리는 말투를 막상 무리하게 곡에 입히면 별로고. 그래서 직감이랄까, 듣고 바로 떠오르는 말을 쓰곤 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굳어 작업이 막히더라.

역시 균형도 잘 지켜야 한다. 균형이란 단어를 내가 참 좋아하는데, 흑백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 음악뿐만 아니라 요리도 그렇지 않나. 조미료 하나로 음식이 맛있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조미료를 섞은 비율이 음식을 맛있게 한다.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호불호의 문제도 그렇다. 좋거나 나쁜 것만 있으면 결과가 좋지 않다.

 

원래부터 재즈나 스윙 음악에 관심이 있었나?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재즈는 원래 좋아했고, 스윙은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역시 들으면 멋지다. 그래서 스윙이나 재즈에 가사를 붙이면 흥분되더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초등학생 때 받은 심전도 검사에서 부정맥 판정을 받아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부정맥 증상을 앓고 있다. 부정맥에 걸리면 심장이 정상과 다르게 불규칙한 비트로 뛰는데 그래서 스윙이나 재즈가 귀에 좋게 들리는 건 아닐까 싶다. 이 얘기를 챠키에게 했더니 “그게 너의 그루브(Groove)가 된 거 아니냐”라고 말하더라. 정말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박자는 나의 심장 박동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작업물을 반으로 나눠 발매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EP 하나만 내기에는 발매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정규 앨범으로 묶기에는 곡의 수가 애매하고. 그뿐만 아니라 이전의 [8] 정도의 완성도가 아니면 절대 정규 앨범으로 부르고 싶지 않다는 나의 고집도 있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나에게 챠키가 작업물을 두 EP로 나눠 동시 발매하는 건 어떤지 제안했고 괜찮은 방법이라 판단해 그렇게 진행했다. 곡을 나누는 기준과 순서, 제목 등을 상당히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EP가 한 쌍인 느낌이 확실히 전해지니 잘 해결되었다고 본다. 음악적으로 다른 부분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다. 보통 양립할 수 없는 요소가 함께 놓인 그림이 내 앨범에 묻길 원했다. 나의 내면 또한 그렇기에 더 재미있달까? 결과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툭 나온 아이디어가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처음부터 둘로 나눌 계획으로 발매된 EP라고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다. 마치 인력 같은 힘이 이렇게 되도록 인도한 것처럼. [8]도 그렇고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다 그렇지 않을까. 진실로 좋아하는 일을 해온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세세한 우연까지 컨트롤할 수 있게끔 강해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거나, 스스로 정직하지 못하면 점점 더 쇠약해질 거다. 자기 일에 계속 집중하며 감사한 일에 감사하며 살다 보면 내공이 쌓인다. 그러면 결국 우연이 필연이 되는 과정일까. 그것에 또 감사하며 다음을 향해 전진하면 또 그런 기연을 만날 것이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 강해지는 거지.

 

두 개의 EP [Beat]는 힙합의 비트와, 때린다는 의미의 비트로 다중의 의미를 담은 제목이다. 이로 짐작하건대, 공격적이거나 부드러움을 기준으로 각각 [Heart]와 [Beat]에 곡을 나눴을 것 같다.

대충 맞다. 앨범 재킷도 수용하며 받는 그리고 거부하는 느낌을 상징하게끔 기획했다. 역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다.

 

앨범 테마가 두 개인 만큼 가사를 쓸 때도 각 테마에 맞춰 생각이나 느낌을 둘로 나눠 작업했나.

아니다. 하나의 깊은 주제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간 감정과 기분에 얽힌 여러 상황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단면으로 보면 서로 동떨어진 내용 같아도 그 근원은 똑같다. 역시 설명하지 않으면 모르겠지. 같은 사건을 봐도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듯, 두 테마로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도 따지고 보면 결국 내면의 한 축을 중심으로 풀어낸 가사다. 제대로 내 음악을 듣는 이는 아위치의 음악은 결국 하나의 축에 귀결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일부분만 듣는 이는 자신의 삶에 맞춰서 각자 해석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Beat][Heart]가 아위치의 EP임을 모르고 접한 이는 각각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역시 균형이지. 하하. 그게 좋다. 내가 그런 인간이니까. 다중인격이랄까. 챠키도 그렇다. 겉은 강해 보여도 속은 갸루 같다. 그래서 그가 뭔가를 제안하면 왠지 정말 하고 싶어지더라. 모든 계기는 챠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주도적으로 나설 때도 있지만 여러 접근법이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안하는 사람은 챠키다.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기에 본받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일본 아티스트나 비트메이커가 있다면.

잘 모르겠다. 사실 최근 다른 아티스트의 곡은 별로 안 들었다. 하하. 솔직히 내 노래만 들었지. 같이 작업하고 싶은 비트메이커도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챠키와 더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으니. 물론 앞으로 새로운 만남은 있을 테지만 아직 챠키와의 관계가 완성되지 않은 만큼 신중히 판단하며 성장해 나갈 예정이다. 계속 좋은 곡을 발매해 기회를 늘려가야겠지. 물론 무대 미술가 에스 데블린(Es Devlin)이나 ‘애틀랜타’를 연출한 영상 디렉터 히로 무라이(Hiro Murai) 등 음악 외 분야지만 협업하고 싶은 인물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역시 [8] 같은 정규 앨범을 또 만들고 싶다. 전보다 나은 걸 내놓지 않으면 자신도 만족 못 할 거다. 내년 봄 즈음이 적당한 시기가 아닐까. 그래서 큰 무대도 서보고 해외까지 진출하고 싶다. 이렇게 대략적인 목표는 있지만, 세세한 부분은 팀에게 맡겨야겠지. 어쨌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눈팔 때 작업하라고 말해주는 동료가 있는 만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 마음을 간직하면 결국 멋진 곳에 당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주에도 갈 수 있을 거다. 하하.

Awich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원문 Awich 『Beat』『Heart』| ヘイターも愛せる 보러가기


진행 / 글 │Tetsurou WADA(FNMNL)
서문 │홍석민
번역 / 편집 │홍석민, 김나영

*해당 기사는 지난 12월, 일본 도쿄발 웹진 FNMNL에서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2018년 12월부터 FNMNL의 번역 기사를 VISLA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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